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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운무속의 미로(가산산성-동문-한티재) -사진-

올린이 : 이동준산사랑방   2003/04/24 (올린날)              한국의 산하 | 산행기 게시판

팔공산 운무속의 미로(가산산성-동문-한티재) -사진-

산행지 : 팔공산 종주 2차구간 (가산산성 진남문~동문~한티재)

일   시 : 2003. 4. 20.(일) 흐리고 안개비

산행자 : 아내와

산행거리  : ◎가산산성 진남문 ~ 동문 2.5km 1시간

                 ◎동문 ~ 한티재 5.5km 2시간40분 (총8.0km 3시간40분)


개요

일반적으로 팔공산 종주는 3구간으로 나누어지나 난 한구간(금화지구)을 더 연장해 4구간으로 하고싶다.

1구간이 가산산성에서 가산(902m), 금화지구 구간,

2구간이 가산산성에서 한티재 구간,

3구간이 한티재에서 서봉 , 수태골지구

4구간은 동화사지구,  동봉에서 관봉(갓바위지구)까지로 한다.


 

공원안내도에는 동문에서 금화동 금곡사까지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가산산성 동문에서 금곡사까지 한 구간 더 연장해야지

팔공산 종주가 끝이 날 것 같다.

금곡사, 가산산성, 한티재 구간은 대중교통이 없고 불편한 점이 많아서

종주하기도 힘드는데,

언제 쯤 또 시간이 나서 금화지구 구간을 땜방 할거나....


산행기

부활대축일 미사와 성당에서 마련한 식사가 끝나니 오후 1시가 가까워진다.

대충 배낭을 정리하고 오후의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속이 아프다는 아내를

살살 달래서 또 끝나지 않은 팔공산 종주 땜방길에 나선다.

아내는 꽃구경 안시켜주고 맨날 다리운동만 시킨다고 투덜댄다.

선운사는 언제 갈거냐고,

벌써 동백이 다 떨어졌겠다느니,

꼬부랑 할매 된 뒤에 업고 갈거냐는 둥,

참내~~

『 알서여~ 그놈으 꽃 티가 나도록 보여줄게 기둘려 봐~ 』


다음주엔 팔공산 종주를 마무리 할려고 했더니 어쩔 수 없이

선운산 동백으로 코스를 바꿔야 할 판이다.

안 그랬다간 일년 내내 동백타령 할 테니..


13:30 집을 나선다.

대구 칠곡을 빠져나와 안동방면 5번국도를 타니 비는 그친가운데

하늘은 흐리고 찌부덩하지만 상쾌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한다.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팔공산 이정표가 있는 동명 4거리 신호대가 나오고

우회전하여 팔공산으로 접어드니 4차선도로는 물기를 머금은 채 잘 다듬어져 있고

흐린날씨여서 그런지 도로엔 자동차도 별로 없다.


좌측으로 큰 저수지에는 강태공들이 세월의 시간을 낚고 있고

내가 보기엔 저 분들은 낚시에 미친 사람 같다.

하기사 저분들이 우리를 보면 산에 미친사람이라 하겠지만..


운무는 하늘을 부여잡은 체 저수지속으로 곤두박질 친다.

저 멀리 팔공산 능선으로 안개가 구름과자처럼 드리우고 있는 것을 보니

아주 운치있는 조망이 기대되건만.....


송림사 3거리를 지나 직진하니 한티와 동화사 갈림길 3거리 신호대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차례대로 파계사,부인사,수태골계곡,동화사,갓바위로 향하고,

좌회전하면 가산산성,청소년수련원, 천주교 한티순교성지, 한티휴게소(한티재)가 있다.

좌회전하여 5분정도 지나니 좌측으로 가산산성 표지판이 나오고

이곳 입구쪽의 벚꽃은 이미 지고 없다.

한티재 쪽에는 아직 벚꽃이 한창인데 이곳과는 기온차가 무척 심한가 보다.


14:25 가산산성 진남문 주차장에 도착한다.

가산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격으면서 왜침에 대비하여 산골짜기를 이용하여

쌓은 석성(石城)이다. 내성과 외성,중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1640년 인조,1700년 숙종,1741년 영조임금때 완성하여 그당시 6개읍(경산,하양,신령,의흥,의성,군위)의 군영을 관장하는 칠곡도호부가 산성내에 있었다고 한다.


어찌보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옛 선조들이 소잃고 외양간이라도

100년에 걸쳐 튼튼하게 고치는 지혜를, 현대를 사는 관료분들이 조금이나마 배웠다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나, 크고 작은 인재로 인한 희생을 조금이나마

예방하고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각설하고,


14:30  초입은 자갈깔린 임도로 시작되고

오전까지 내린 비로 산야는 연두색의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은 봄비를 맞아 겨울내 움추렸던 산야의 부스러기를 털어내려고

아우성치며 소리내어 흘러내리고 있다.

그 시원한 모습이 벌써 여름이 코앞에 다가 왔음을 실감케 한다.


조금씩 오름에 따라 안개비는 서서히 짙어가고 벚꽃은 바람맞이로 만세 합창을 부르며

여기 저기 눈발처럼 휘날린다.

지천에 깔려있는 야생화가 이슬을 머금고 방긋방긋 손짓한다.

야생화만 보면 양창순님 생각나고 한편으론 그많은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달아주시는

그분이 부럽고 고맙기도 하다.


등산로 주변에는 흰색,노란색,보라색의 잎이 넓은 제비꽃이 많고

생강나무가 여기저기서 듬성듬성한 노란 꽃순을 내보이고 있다.


계곡에는 비슬산의 바위군락을 옮겨다 놓은 듯 계곡위에서 아래에 까지

둥굴둥굴한 아름드리 바위가 귀추하듯이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팔공산에서는 처음보는 바위군락으로 계곡을 따라서 길이가 200m정도로 걸쳐있으며

세월의 무게에 짓눌리고 깍여서 바위는 검은 빛의 나이테로 엄숙함을 자아낸다.

전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채로 보존되어 있는 모습은 보기가 참 좋다.


등산로는 대체로 양호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오솔길과 같다.

임도와 가끔식 마주치며 등산로라기 보다 공원내 산책로라는 표현이 좋겠다.

아이들을 동반한 정장차림의 가족단위 산행객도 보이고.


15:30 가산산성 동문

안개에 가리워진 동문은 우째 으스스한 분위기 까지 잡으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듯 하다.

우측으로 한티재 5.7km 이정표가 보이고

안개 자욱한 동문을 지나니 우측에 가산산성에 대한 안내문이 있고, 아무생각없이

우측 한티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이곳도 임도로 이어져 있다.


15:50 첫 번째 헬기장

드디어 임도가 끝나고 20~30분을 걸었는데도 나오라는 한티재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반대쪽 가산바위,용바위 이정표가 보인다.

그곳은 한티 반대방향 인데....

분명히 동쪽인 우측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지금 진행하고 있는방향은 서쪽이 되어버렸다.

미치겠네~


갑자기 내가 삼국시대의 제갈공명의 팔진법에 갖혀버린 것인가 ??

『이건 착향(?) 현상이다.』혼자 중얼거렸다.

고전에, 지형지물과 눈의 원근을 이용한 진법은 적군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전투력을

떨어 뜨린후에 공격하는 것이라 한다.

하기사 조선시대의 맥을 이어오는 산성이 지금도 조선시대로 착각하여 나를

왜놈으로 보고 진속에 가두어 버릴 모양이다.

이때는 무조건 탈출하는게 상책인데..


마침 쉬고있는 등산객 한분을 만나서 한티 방향으로 갈려면 어느쪽으로 가야 하냐고

물으니 그분도 지도책보고 있는데 방향이 어딘지 모른단다.

허참!!

이런적이 없었는데..

성문 안쪽과 바깥쪽 돌 하나 사이로 길이 오리무중 헤메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 산성은 왜침 뿐만 아니라 치밀하지 못하고 조심성 없는 등산객의 침입까지 방어하고...


아내는 이쪽 방향이 맞다고 그냥 나가자고 하는데 아무래도 찝찝해서 다시 10m 후진 조금전에 지나쳐 온 식사중인 또 한팀의 등산객에게 물으니 그분도 모른단다.

그런데 바로거기 방향 표지석이 『바보 같은 놈』하며 나를 쳐다본다.

『헉!!!』

가만히 보니 표지석에는 아내가 나가자는 방향으로 → 한티재 5.4km 라고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조금전에는 나도 그냥 지나쳤고 바로 옆에 쉬고 있는 등산객도 몰랐고..

아내는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데..

헤메서 그런지 나의 방향감각은 아직도 오리무중

등산로는 동쪽으로 분명히 이어져 있는데 내 머리 속의 방향은 계속 서쪽으로

달리고 있는 듯 하니...

등산시에 나침판을 왜 갖고 다녀야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16:15 동문 200m,한티재 5.5 km,용바위, 유선대 이정표에 도착하고

동문에서 불과 200m거리를 진(?)속에서 헤매다 보니 45분이 소요된 것이다.

시간은 돈이라 하니

『산성아! 내돈 돌리도~』


성벽능선으로 이어지는 바른 등산로에 접어드니 꼭 꿈을 꾼 듯 멍하다.

성벽은 2-3m 높이로 2km정도 길게 이어지는데 군데군데 허물어진 곳도 있지만

대체로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다.


이곳 등산로도 여느 팔공산 능선과 같이 너덜지대가 많아 진행을 방해하고

가끔은 낙엽 깔린 오솔길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거칠고 오르내림이 많아서

장시간 산행하기는 애로가 많을 것 같다.

주위에는 활짝 핀 진달래가 이슬을 머금은 체 수줍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지나치는 길목마다 잡나무들이 놀란 듯 빗방울을 털어내고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습기는 산야의 안개비를 나르는 향수가 된다.


16:35 할메,할베 바위

성벽이 끝날 쯔음 안개속을 뚫고 커다란 바위 하나가 보이는데 마치 할머니가

진달래꽃을 흔들며 집떠난 손자를 반기듯이 미소띤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듯 하다.

반대쪽으로 돌아가서야 할아버지 바위가 보이고 그아래로 작은 바위들이

손자들인양 두 바위를 에워싸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옛향수가 생각나는 정겨운 바위다.


16:40 두 번째 헬기장

요즘은 할미꽃보기도 흔치 않은데 이곳은 할미꽃 천지다.

꽃봉오리는 얼마나 큰지 애기 주먹만 하고.

헬기장 주변은 등산객이 이쁘다고 캐어갔는지 여기저기 파헤쳐진 구덩이가 보인다.


16:56 치키봉 (756m)

한티 3.2km , 동문 2.2km 이정표가 보이고, 동문에서 한티재구간의

이정표 거리는 볼 때 마다 제각각이다. 5.7km, 5.5km, 이젠 5.4km가 된다.

시간 날 때 줄자 갖고 와서 한 번 재어볼거나.......ㅎㅎ


18:00 무명봉

이쁘게 뻗어내린 소나무 아래서 잠시 휴식하고 보이는 것은 안개 뿐

날씨가 좋았으면 전망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고..

대신 무명봉 아래로 안개 속을 뚫고 진달래가 반겨준다.

꽃 향기에 취해서 또 길을 헤매게 될 줄이야~~

무명봉을 끼고 도니 우측으로 되돌아 우회하는 듯한 등산로가 보이고

우린 곧장 앞으로 나아간다.(아마 이곳에서 또 방향이 어긋난 모양)

이젠 자동차 소리도 들리고 등산로도 희미해 지고 우째 예감이 좀 이상타.

또 방향이 틀렸나..

이젠 다시 돌아가기도 뭐하고 해서 자동차 소리를 따라 탈출을 시도한다.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오니


18:10 자동차 휑휑 달리는 차도가 나타나고

에고! 이곳은 한티재(휴게소)에서 1km나 벗어나 있었다.

미로속의 가산산성이 첨부터 끝까지 나를 헤매게 만들고

둘이서 투덜투덜 궁시렁 궁시렁거리며 휴게소로 올라간다.

죄없는 스틱만 두들겨 패며 생각하니

꼭 미로속에서 백여우에게 홀린기분..


아내는 산에 왔더니 아픈속이 다 나았다며 배고프다고 칼국수 사달란다.

내려 오는 길에 대구식당에 들러 촌두부 한모와 칼국수 두그릇 시키고,

아무리 기다려도 두부는 나오지 않고, 또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

이크! 30분을 기둘려서 나오는 것은 두부는 빼먹고 칼국수만

주인아지메 왈

『아이구 우짜노 두부도 시켰어여, 깜박했네』

지금와서 어쩔거나

『내 두부 돌리도』할 수도 없고

이젠 식당아줌마까지 날 닮아 헤멘다.


두부 들어갈 배속까지 칼국수로 밀어넣으니 국물도 남기지 않고 잘 넘어간다.

덕분에 넘 맛있게 잘 먹었다.

앞으론 어데든지 산성(?)에 가면 조심해야지..

나침판도 하나 사서 꼭 챙겨가고..

식사 주문도 두 번 세 번 확인사살하고.....           ~산사랑방~

 

 

                       ~ 산사랑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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