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운사의
동백과 선운산의 만춘
|
|
|
선운사의
동백과 선운산의 만춘
<여행요약 ; 5시15분 출발 → 5시30분 화원I.C → 7시 지리산휴게소 → 8시 동광주→ 8시20분 정읍I.C → 9시20분
선운사도착 → 10시30분 등산시작 → 12시10분 낙조대 → 12시30분 천마봉 → 13시 하산시작 → 14시 하산완료 → 풍천장어로
점심 → 15시40분 인촌생가 → 16시 미당생가 → 16시20분 고인돌군 → 17시 학원농장 보리밭 → 17시15분 출발→ 21시50분
도착>
어제부터 봄비라기엔 제법 많은 비가 내렸기에 새벽에 눈을 뜨자말자 날씨부터 확인하였다.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다. 어젯밤 명희가 싸놓은 김밥까지 챙기고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제법 먼길이라 어둠속에 출발했다. 서서히 밝아 오는 도로옆
풍경들은 마치 새로운 세상 같았다. 아직 걷히지 않은 낮은 구름들이 사람들이 깨어나면 금방이라도 도망칠 듯 가벼워 보였고, 막 돋아난
새잎들은 형광 연두색처럼 눈이 부셨다. 온산에 싸리꽃들이 하얗게 뒤덮여 있었고, 한적한 도로위를 먹이를 찾는 까치들이 위험하게 서성대고
있었다. 나도 위험을 무릅쓰고 갓길에 차를 세운채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풍경을 찍었다.

9시가 조금 넘어 선운사에 도착했다. 어제 내린 비로 선운사 옆 도솔천의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선운사에 도착하면 주차장 바로옆에 있는 송악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천년기념물 제367호로 지정되어있는
송악은 줄기둘레가 80cm나 되고 높이가 15m인 거목으로 내륙지방에서 가장 오래 되고 큰 덩쿨 상록수이다. 바위절벽을 타고 올라간 거대한
송악의 모습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은 선운사의 역사를 말해주듯 오래되고 울창한 나무들이 터널을 만들고, 길 옆을 흐르는
도솔천과 어우러져 너무나 멋스럽다.

떨어진 벚꽃잎들을 밟으며 조금 들어 가니 미당 서정주님의 시비가 서 있다.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보러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니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멋진 시를 감상한 뒤라서였을까? 촉촉히 젖은 선운사에 들어서는 순간 봄의 한가운데로 불쑥 밀려 들어 와 버린
듯 잠시 넋을 잃었다. 대웅전과 그 앞의 6층석탑은 오랜 세월 봄의 아름다움을 보아 왔다는 듯 태연히 서 있었다.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검단선사에 의해 창건 되었다고 전해진다. 한창
번창하던 시절에는 89개의 암자를 거느렸고, 3천여명의 승려가 수도하는 국내 제일의 대찰이었다고 한다. 드디어 조심조심 동백숲으로
다가갔다. 대웅전과 영산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동백숲은 초록 융단위에 점점이 붉은 꽃을 수놓은 듯 했다. 수령 500년이 되는
동백나무들이 3천여그루나 자생하는 선운사 동백숲은 5천여평이나 되는 산비탈에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장관이었다.



선운사 경치에 빠져 10시 30분이나 되어서 등산을 시작했다. 원래 4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선운산(336m)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선운사-수리봉-국사봉-낙조대-용문골-천마봉-도솔암-선운사 ' 코스로 정했으나 입산통제
기간이라 포기하고 2시간거리의 제 1코스로 올랐다.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는 거의 평지로 관계자들의 차량이 통행하는 넓은 길이다. 점점
짙어져 가는 신록과 도솔천의 물소리와 끊임없이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평소 바쁜 생활에 쫓겨 못다나눈 이야기를 나누며 30여분을
걸으니 진흥굴이었다. 이곳에서부터 선운산의 온갖 비경 들이 펼쳐진다. 진흥굴은 신라 진흥왕이 말년에 왕위를 물려주고 이곳에 머물었는데
굴에서 자다 꿈속에서 바위가 갈라지며 미륵삼존불이 현신하는 것을 보고 선운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진흥굴을 보고 나오자 바로 장사송이 위풍당당 서 있었다. 수령이 600년이며, 높이가 무려
23미터, 가슴둘레가 3미터나 되는 거송이다. 17미터나 되는 긴 가지들이 여덟으로 갈라져 우리나라 8도를 상징한다고
한다.

10분을 더 가면 깍아 지른 기암 절벽의 절경 사이로 자리 잡은 도솔암이 있다. 천마봉, 장군봉,
도솔계곡등 비경들이 훤히 마주 보이는 곳에 위치한 선운사의 작은절이다. 그곳에서 3분을 오르면 절벽 한면에 높이17m에 달하는 거대한
마애불이 또 다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마애불을 감상한 뒤 도솔계곡을 따라 5분정도 지나자 용문굴이 산의 신비를 더해 주었다. 선운사
창건 설화에는 검단선사와 천년묵은 이무기가 치열한 싸움을 하다 이무기가 도망치며 생긴 굴이라 한다.

이굴을 지나면 조금 오르막인데 산이 낮아서 그리 힘든 길은 없다. 나즈막한 소나무들이 향기롭게 반겨 주는
길을 10분 정도 지나 낙조대에 올랐다. 맑은 날 석양에는 하늘과 바다가 한 빛으로 붉게 물든 가운데 태양이 바닷물 속으로 빠져드는
장관을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은 짙은 운무에 가려 탁 트인 서해를 볼 순 없지만 금방 보이던 낙조대가 순식간에 몰려온 운무
속에 사라지기도 하고 금새 나타나기도 하며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드디어 천마봉. 운무가 조금 사라진 틈을 타 내려다 보니 산은 가을 단풍보다 더 아름답게 알록달록 봄 옷으로
눈부셨다. 우리나라의 봄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어느 회사에서 단체로 오신분들이 카메라를
보니 전문가신거 같다며 셔트를 눌러달라 부탁을 하여 찍어 주기도 하였는데 그중에 사장이라는 사람이 고레고레 괴성을 질러데는
바람에, 30분이상 앉아서 보고 있어도 싫증나지 않던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우리나라처럼 산에 올라 '야호'를 외치는 사람들을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무심코 외치는 '야호' 소리가 겁많은 야생동물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음공해라고 한다. 얼마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야호하지 않기 운동이 일어 반가운 마음이다. 작년 비슬산 대견사지에 올랐을 때도 그 아름다운 풍경속에 풍선을 터트리며 단체로
체육대회를 하고 있어서 산을 감상하던 중에 눈살을 찌푸린 기억이 있다. 어디 거기뿐이랴만은 야생동물 뿐만 아니라 다른 관광객들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이 더 이상 없어지길 바라며, 1시 하산을 시작했다.

선운사 삼거리쪽에는 그곳의 명물인 풍천장어구이 집이 많았다. 우리도 방송으로 제법 알려진 어느 풍천장어구이
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나라 2대 부통령인 인촌 김성수 생가와 미당서정주생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의 고인돌군, 학원농가의
보리밭까지 욕심내어 둘러본뒤 집으로 향하자 하루종일 참았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까지 도와준 오늘 여행은 선운산의 비경들과 봄이 어우러진 정말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내 주변의 산과
나무들은 어떤 봄옷을 입고 있는지 자꾸만 살피게 되는것도 그날 여행이 준 큰 수확이다.
2003년 4월
19일
http://bluetime01.hihome.com
|
|
홈으로 | 가나다순 | 지역별 | 산행기 게시판 |
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