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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 광교산 이어가기, 그 두 번째 도전기
? 때 : 2003. 3. 1
? 곳 : 청계산(매봉 582, 망경봉 618M) - 광교산 (582M)
? 소요시간 : 11시간 15분
? 참가자 : 한문주 선배님, YJY 선배님, 나
? 코스 : 밤나무골(7:30) – 옥녀봉(8:20/35) – 매봉(9:20/35) – 이수봉(11:00/15) –
국사봉(11:45/12:00) – 하오고개(12:30) – 368봉(13:02/30) – 바라산재(14:25/30) - 바라산(14:52) –
백운산(15:52/55) – 광교산 시루봉(16:45/50) – 형제봉(17:45?) – 반딧불이 화장실(18:45)
6:40 이슬비 속에 집을 나서다. 오늘은 청계산을 거쳐 광교산까기 가기로 한 날이다. 지난 1월 말에
이어 두 번째 시도이다. 그 때 뒷무릎 아래쪽 인대가 심하게 아파 하도 고생을 해서 다시는 장시간 산행은 하지 않겠다고 맘을 먹었었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이 길을 밟겠다는 나를 생각해 보니,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한참 떨어지는 놈인게 틀림없다. 아마 오늘도 분명 후회하며 저녁을
맞을텐데… 망각이란게 나쁜 건지 좋은 건지…
7:30 양재동 밤나무골 산행 시작. 오늘 같이 산행을 하기로 한 선배님 두 분이 이미 와 계신다. 내가
전에 혼자서 이 구간을 갔다는 얘기를 듣고 언제 한 번 같이 가보자고 Y 선배님이 말씀하셔서 오늘 산행이 계획된 것이다.
Y 선배님은 최근 1~2년 사이에 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 매주 두어 차례 정도는 꾸준히 산행을 즐기시고 계시고, 오늘 처음 뵙는 한
선배님은 근래에 등산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지난 주에 두 분이 함께 눈 덮힌 지리산에 오르셨다고 한다. 3월이면 지리산 입산이 전면 통제되므로
그 전에 필히 가봐야겠다는 일념으로 미끄럽고 험하고 추운 겨울 설원 위의 천왕봉 1,915m 고지를 거뜬히 정복하고 오신 것이다. Y 선배님의
산에 대한 애정이 점점 깊어지는 듯하다.
청계산의 가장 북쪽 산자락의 마을이름이 밤나무골이다. 화물터미널과 인접한 주유소와 농협 양곡창고 사이의 골목으로 약 300여m 들어가면
청계산이 길게 북으로 뻗어 내려온 능선을 만나게 되며 이 곳이 밤나무골 산행 들머리이다.
청계산의 전체 산세가 동서 방향 보다는 남북 방향이 조금 더 길고 남북 방향으로 뻗은 능선위에 옥녀봉, 매봉, 망경대, 이수봉, 국사봉
등이 놓여있으므로, 바로 이 곳 밤나무골에서 시작하여 다섯 봉우리를 거쳐 국사봉 남쪽의 하오고개나 서쪽의 청계리 또는 동남쪽의 운중동
정신문화연구원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청계산 종주라고 일컬을 수 있겠다.
청계산 남쪽으로는 수원까지 이어진 광교산 군이 펼쳐져 있다. 비록 지금은 서울외곽순환도로와 분당 – 인덕원간 6차선 도로로 인하여 청계산과
광교산 사이의 하오고개에서 산줄기의 맥이 거의 끊겨진 상태이지만, 양재동에서 청계산을 필두로 하여 바라산, 백운산, 광교산이 연이어지는
동수원까지 남북방향으로 펼쳐진 긴 산줄기를 고려하면 청계산 종주길은, 비록 시간이 더 걸리는 코스도 있겠지만, 북쪽끝의 밤나무골에서 남쪽끝인
하오고개까지로 정의하는 편이 타당하지 않을까. 내가 제일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집과 독선인데, 능선 종주길에 대한 나의 생각이 또 다른
독선이 아니길…
8:20/35 옥녀봉. 밤나무골에서 산행을 시작할 무렵부터 비가 그쳐 다행스럽다. 그러나 날이 우중충하고
습하여 옥녀봉까지의 완만한 능선길도 그리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몸도 무겁고 갈증이 나서 옥녀봉에 도착하자마자 물을 마신다. 맑은 날에는 과천
쪽에 펼쳐진 너른 들과 관악산 바위의 환상적인 경치를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안개인지 구림인지에 사방이 막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출발이
순조롭지 않다. 오르막길에는 유난히 약하시다는 한선배님을 기다리며 숨을 고른다.
9:20/35 매봉. 매봉 근처 까지 서초구에서 설치해 놓은 나무계단이 800여 개에 이른다. 나무 계단을
묵묵히 오르다보니 서서히 다리가 적당히 풀리며 몸의 컨디션이 돌아온다. 이런 상태라면 가는데 까지 가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목이 말라
물을 자주 마시다 보니 준비해 온 물이 부족할 듯하다. 오늘 산행 구간에는 물이 없는데…
매봉에서 한 선배님을 기다리며 Y선배님이 준비하신 찰떡파이를 맛보았다. 초코파이 비슷한데 더 조그맣고 속에 찰떡이 들어있어 쫄깃한 게 맛이
그만이다. 찰떡파이 회사에서 광고비를 준다면 사양하지 않을 텐데. 역시 오르막길에 늦어지시는 한 선배님을 기다려 다음 목적지인 망경대,
이수봉으로 향한다.
11:00/15 이수봉. 매봉을 지나 혈읍재에 이르니 직진하면 망경대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마왕굴로
둘러가는 갈림길이다. 어느 길이나 잔설과 얼음이 남아있다. 우리는 아이젠을 하고 망경대 쪽으로 오른다. 오늘 비록 갈길이 멀지만 초장부터
봉우리들을 회피하기 보다는 하나하나 거쳐볼 생각이고, 또한 몸도 많이 풀렸고 아직까지는 기운이 남아있으므로.
그러나 망경대를 거쳐가는 길이 나뭇가지를 붙잡거나 간간이 개인이 설치한 듯한 가느다란 밧줄에 의지해야 하는 등 상당히 까탈스럽고 위험한
것에 비해, 오늘은 흐린 하늘 때문에 시원한 눈맛을 전혀 즐길 수가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망경대 정상 철조망안의 봉우리가 명색이 청계산에서
제일 높은 618m 라는데 전혀 경치구경을 못하니 그저 답답할 밖에.
망경대구간을 지나치다가 Y 선배님이 오르막 진창길에 조금 미끄러져 엉덩이가 철벅해 지셨다. 닦자니 그렇고해서 그냥 진행한다. 오늘
기념사진감 인데, 후후.
이수봉은 매봉, 옛골, 국사봉 등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인데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간단한 음료수 등을 파는 좌판도 나와 있다. 나와 선배님들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물을 작은 병으로 두 개씩만 준비를 해서 오늘은 물이 가장 잠재적, 결정적 장애요인이 될 듯 싶다. 이미 물 하나를 거의
다 비우신 Y 선배님이 작은 병 하나를 추가로 사신다. 커피도 한 잔씩 마셨는데 한 잔에 1000원이고 물 작은 병이 2000원 이란다. 우와
비싸기도 하지.
11:45/12:00 국사봉. 여기는 청계산의 봉우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봉우리이다. 날이 흐리기는
하지만 서서히 맑아지는 추세이며 멀리 남쪽 광교산 쪽으로 산봉우리가 흐릿하다. 아마 백운산이겠지.
오르막에서 뒤쳐진 한 선배님이 올라오실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뵈이지 않자, 소리 소리 불러보는데, 다행히도 답신이 있다. 오다가
잘못하여 우측 샛길로 빠지셨다가 다시 돌아서 올라오시는 길이란다. 셋이서 가는 산행길이라 기다려 가며 하느라 평소에 비해 비록 시간이 더
걸리기는 했어도 헤어지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아직도 청계산이 끝나지 않았느냐신다.
국사봉에서 서남서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남쪽으로 능선따라 곧추 내려간다. 345 KV 송전 철탑 아래를 통과하는데 고개를 들어 똑바로
하늘을 바라보니 참으로 높고 대단한데, 얼기설기 엮어진 강철 부재들의 기하학적인 형상이 인상적이다. 공사는 제대로 된 거겠지?
12:40 하오고개 통과 완료. 국사봉에서 하오고개로 내려서서 분당 – 인덕원 간 구도로 마루턱을 지나
6차선 신도로의 고갯마루에 중앙분리대 빈 곳을 조심스레 건넌다. 갓길을 따라 분당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비탈면 보호 철책이 끝나는 지점 조금
지나서 산으로 올라 붙는다. 드디어 이제는 청계산 구간이 끝나고 광교산 구간에 접어든 셈이다.
당초에는 내 두 해 선배인 송OO 형이 이 곳에서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집안 일로 불참이시란다. 으이~~ . 이 하오고개 통과구간을
안내하는 것이 오늘 나의 주 임무이고, 내가 지치거나 무릎 통증이 재발한다든지 하는 등의 비상시에는 광교산 구간에 송 형을 대신 앞장세우려고
했는데. 중대한 작전 차질이다. 에고…
13:02/30 368봉. 상당히 가파른 비탈길을 쉬지않고 치고 오르니 모양새는 조금 다르나 대충 송신탑
같은 게 두 개 서 있는 368 봉우리가 나타난다. 이 오르막에서도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으시는 Y선배님 뒤를 바짝 따라 붙으며 368 봉우리에
올라 자리를 펼친다. 이제 어려운 곳 중 하나를 지났고 오늘 계속 진행해야 할 남쪽으로의 시야도 툭 터진 곳이므로 여기서 점심을 들어야겠다.
자리를 펼치며 한 선배님을 기다리는 사이에 왼무릎 뒤 종아리에 통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Y 선배님께서 친히 테이프를 붙여 주신다. 테이핑
요법이 상당히 효과가 있다고 하신다. 거기에 더하여 무릎과 종아리 다른 부위에도 물파스를 미리 발라놓는다.
한 선배님께서 김밥을 4인분이나 사 오셨다는데, 나는 집사람시켜 유부초밥을 싸왔다고 하니, 감히 부인더러 도시락을 싸 달래다니 아직 쓸만한
나이인가 보다 하신다. 하하하 글쎄올시다. 헤헴.
겉옷을 걸쳤는데도 땀이 식으며 몸이 오슬오슬해진다. 식사 중인데 어느 분이 우리 방향으로 뒤쫒아 올라온다. 식사 좀 드시라 권했는데 조금
더 가서 바라산 정도에서 할 계획이라고 하며, 옛골에서 10시 경에 출발했다고 하니 거리를 감안할 때 우리들 보다 최소한 한 시간 이상 빨리
진행하는 분이다. 춥기는 하지만 먹는 것은 즐겁다.
14:25/30 바라산재. 드디어 내리막길 왕자의 진수를 체감하다. 오늘 산행 중에 Y 선배님이 한 선배님을
지칭하며 여러 번 말씀하시길, “저 친구는 믿을 게 못 되. 오르막길에서는 엉겨도, 내리막길에서는 굴러가는지 미끄러져 가는지 나보다 훨씬
빠르다니까. 각자 오르고 내려서 하산하면 결국 똑같은 시간에 만난다니까.” 하셨는데, 여기까지 오면서 거친 여러 작은 봉우리들의 오름길마다
현저히 뒤쳐지시던 한 선배님의 내리막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기 시작하였다.
전혀 뒤쳐짐이 없이 지치지도 않으시고 꾸준한 속도로 따라 오신다. 작은 오르막 구간에서 조금 안보여서 마음 놓고 천천히 가보려고 흘낏
고개를 돌려보면 어느 틈엔가 바로 뒤에 붙어 계신다. 우와~ 그래서 믿을 게 못 된다는 표현을 하신가 보다. 좀 쉬려고 해도 쉴 수가 없으니…
연세에 적절치는 않으나 “내리막의 왕자”라고 내가 감히 명명하였다. 오르막에서는 속도 차이가 꽤 났는데 내리막을 가다 보면 어느 틈에 바로 뒤에
따라 오는 그런 황당한 경험을 안 겪어 보신 분은 모를 것이다.
지난 주에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오르는 길고 긴 급경사 길에 한 선배님이 꽤나 쳐졌었는데, 반대로 세석에서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한신계곡
하산길에서는 붕붕 날랐었다고 하니… 아무튼 지구력은 대단하신 분이다.
14:52 바라산. 바라산으로 오르는 길은 급경사인데다가 진창길로 매우 질퍽거리고 미끄럽기 그지없다. 이
구간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앞서간 구간이다. 오늘의 종주 능선이 정확히 남북 방향인데, 남사면은 땅이 이미 볕에 말라 건조한 상태인데 비해
북사면은 이제야 언 땅이 녹느라 질퍽거리고 미끄럽고 바짓가랑이에 흙이 뭍는 등 영 상태가 좋지 않다. 3월에 등산하는 경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덕분에 오르막에 미끄럼을 별로 못 느낀 내가 Y 선배님을 앞서나가게 되었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1차 종주때는 이 구간을 지날 때 무릎 통증으로
무척이나 괴로워했었는데, 오늘은 그 때보다는 수월하다.
15:52/55 백운산. 하늘이 맑지 못한 탓에 조망을 즐기지 못한다. 오늘은 산천경개 구경보다는
체력단련하고 장시간 종주에 도전한다는 의미만을 부여해야 할 것 같다.
백운산 이후로는 우리 일행 3명이 별 차이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물론 Y 선배님의 단독 선두는 꾸준하다. 오늘에야 비로소 Y
선배님의 달라진 체력과 지구력을 보게 되었다. 정말이지 이이 이순을 넘긴 연세에도 불구하고 오르막을 만나면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전혀
망서림없이 달라 붙어 쳐 올라가신다. 한 선배님도 “나도 너만큼만 오르막길을 잘 갈 수 있었으면… “ 하고 여러 번 얘기하신다. Y 선배님께도
연세에 어울리진 않지만 “오르막길의 왕자”라는 칭호를 부여한다. 조금 더 정진하시면 황제 칭호도 멀지 않을 것 같다. 후후후.
시루봉을 거쳐 경기대까지 가려면 아직도 세 시간 여를 더 가야 하는데 해가 져 어두워지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오랜 시간 산행에 지쳐
있는데다가 물도 거의 떨어졌기에 방향 설정에 고민이 생긴다. 만약 시루봉에 5시까지만 도착할 수 있으면 그 이후 두 시간 정도 소요되는 경기대
방향 하산길을 무리없이 갈 수 있을 터이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또한 중간 탈출하여 하산하여도 교통편이 마땅치도 않으므로 지금의
시간과 속도를 고려하여 당초 예정인 밤나무골 – 경기대 간의 정석 종주코스로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6:45/50 시루봉. 백운산을 지나면서 내 체력이 바닥난다. 한 선배님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Y선배님을 따라가기 바쁘다. 시루봉 바로 못 미쳐서 나는 두 분만 시루봉에 들렀다 오시라며 시루봉 밑 형제봉 가는 길목에서 기다렸다. 지난 번
종주때 나는 시루봉에 들렀었고 평소에도 몇 번 가 본 곳이라는 핑계거리가 있어서이다. 몇 m를 이리 힘들어하다니…
길가에 앉아 쉬는데 바람이 능선을 넘어 매섭게 몰아친다. 매우 추워진다. 오늘 날씨는 더웠다 추웠다 하며 매우 변덕이 심하여 힘들게 한다.
베낭을 뒤져 초코바를 하나 꺼내 먹으니 조금 힘이 나는 듯도 하다. 잠시 후 시루봉에서 내려온 두 분께도 나누어 드렸다. 이제는 전체적으로
내리막 구간이고 지도상 형제봉 하나만 지나면 된다. 약 두시간이 걸릴 것이다. 잘 하면 해 떨어지기 전에 하산을 마치지 않을까?
17:45? 형제봉 밑. 시루봉을 지나 비로봉인가 하는 작은 봉우리를 살짝 우회하고 또 다시 눈 앞을
막아서는, 결코 작지 않은 봉우리, 형제봉! 오랜 시간을 걸어 피곤에 지친 산행객에게 마지막으로 공포를 줄 만한 높이이다. 뭐, 하산길이
이래? 하며 짜증을 내 보지만 운명인 걸 어찌할 수 있나, 그저 가는 수 밖에.
나무 계단이 상당히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예전에 왔을 때 보니까 우회등산로가 있던데, 가도가도 안 보인다. 계단길을 거의 다 올라가서야
오른 쪽으로 살짝 돌아가는 우회로가 나타나니, 형제봉 꼭대기까지 60m 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는 미련없이 우회로를 택한다. 나와 한 선배님을
보며 “아직도 잘 들 걷네!”하시는 Y선배님의 격려에 “이건 죽지 못해 할 수 없이 가고 있을 뿐"이라는 우리 둘의 일치된 대답이 이어진다.
물조차 몇 시간째 못마시고 온 몸에 힘이 빠진 우리들이 집에까지 살아가려면 계속 걷는 수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을 터이다.
이 후 내리막길은 더 이상 없다는 Y 선배님의 다짐을 받는다. 그러나 형제봉을 지난 후에도 간간히 작은 오르막이 나타나서 우리 둘은 Y
선배님께 “이건 계약 위반”이라고 항의를 하며 길고 긴 종주길의 고통을 잠시나마 덜어보고자 엄살부린다. 그러나 평소 장시간 산행시는 늘 나를
불안하게 만들던 무릎통증이 오늘은 신기하게도 나타나지 않아 참 다행이다. 아마도 Y선배님이 손수 붙여 주신 테이프 때문일 것이다.
6시 반이 넘어서자 저녁 해는 이미 모습을 감추었지만, 아직 설익은 어둠 덕분에 그리 큰 어려움이 없이 경기대 방향의 순한 능선길을 따라
내려간다.
18: 45 반딧불이 화장실. 경기대 바로 못 미쳐 우측으로 내려서면 반딧불이 화장실이 있다. 수원시의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청결한 공중화장실이다. 일류 호텔의 그 것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환상적인 수준이다. 잠시 들러 손을 씻으며 화장실의
깨끗함을 음미한다. 드디어 길고 고단한 오늘의 여정이 막을 내린다.
가까운 식당에 들러 시원한 맥주와 두부 버섯 전골로 갈증과 피로를 위로한다. 선배님 두 분과 함께 나도 오늘의 산행을 자화자찬하며 즐거운
마무리 시간을 갖는다.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게 정말 꿈만 같다. 11시간 15분, 참 긴 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수원에서 성남 분당방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도 우리의 무용담은 계속되었다. 두 분 선배님들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가셔야 하므로 미금역에서 내리셨다.
집에 도착하니 밤 9시 반이 넘었는데, 추운데서 고생하고 돌아온 아들을 걱정스레 맞아 주시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집사람의 반김을
당연히 여기며 나는 다시 가족 속에 파묻혔다. 애비가 이리 고생하고 왔는데, 아들 녀석은 어디 있지? 탄천에서 친구들과 농구하고 있다구? 온
몸이 축 늘어져 무겁고 뻐근하지만 나는 마치 벼슬하고 돌아온 사람마냥 당당해 했다. “청계산”님, “신경수”님 등, 오늘 우리가 걸은 이 길을
7시간 남짓하면 마치실 수 있는 님들께서 이 글을 보시면 웃으시겠지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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