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遊覽船)의 낭만/홍도(紅島)(2) 


  이튿날 새벽에 일어 났더니 반신반의(半信半疑) 하던 태풍은 일본 열도를 지난다 하고, 한국은 남해안  일대에 태풍주의보颱風注意報)가 내린 모양이어서 서둘러 홍도를 떠나야 할 것 같은데 흑산도로 향할 첫 배시간이 10시 30분으로 몇 시간밖에  안 남았다.
홍도에 머물 이 아까운 나머지 몇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가치있게 보낼까?

홍도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해상유람은 다행히 7:30~10:00와 12:00~14:30까지라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숙소 근처에 흑산도홍도분교가 있고 그리로 '일몰전망대'를 지나 '깃대봉'을 가는 길이라서 가는데까지만 가지-. 하고 오르다 보니  시간적으로 정상까지는 불가능 해서 발길을 내연발전소로 돌렸다. 멀고 먼 낙도(落島) 섬 나라에 TV, 선풍기, 냉장고, 에어컨 등 문명 혜택은 물론, 그보다 담수시설(淡水施設)로 식수난을 완전히 해결해준 내연발전소(內燃發電所)가 보고 싶어서였다.

 가는 길은 나무층계 등으로 잘 가꾸어진 정제 된 길로 왕복 1.2km/ 40분 코스였다. 가는 길은 해안 길이 아닌 산 허리의 평탄한 둘레길이지만 잡목이 시야를 가려서 굽어보는 경치는 기대와 달리 거의 없었다.  의자가 있는 쉼터가 나타나더니 이어 발전 소리가 들린다. 발전소의 모습이 숲 사이에 얼굴을 잠깐 보인다. 내 생각에는 발전소에서 해안 길을 따라 둘레길이 있으면 작히 좋으랴 했더니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통행금지'라는 경고와 함께 굳게 닫힌 철문이 앞길을 막아 속절없이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이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홍도 유람'이다.

홍도의 아름다움을 '홍도 8경', 홍도10경, 홍도33경으로 말하기도 한다.

어느 누가 썼을까?

 5언 율시(五言律詩)로 8경을 노래한 한시(漢詩)가 있다.


    紅島八景

鹿山朝煇(녹산조휘) 鹿山黎明門으로 아침해 떠오르면

堂山老松(당산노송) 堂山老松이 홍도를 깨우네

前江漁火(전강어화) 앞 강에 어선의 햇불이 滿船이다.
陽細暮雲(양세모운) 陽細山에 붉은 저녁 안개 속에

石臺觀覽(석대관람) 돌 축대로 만든 경치룰 관람하니

天然石塔(천연석탑) 천연의石塔은 특출하고

窟中石花(굴중석화) 동굴 속의 石花는 비경으로 피었구나.


 유람선 갑판에는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절경을 만날 때마다 스파트폰을 들이대는 바람에 거기서 내가 바라는 중요한 사진을 얻을 수가 없어 1층 선두(船頭)로 내려와 선창(船窓) 밖에 서니, 안내 방송이 영 들리지 않아서 10경과 33경이 어느 어느 것인지를 전혀 모르겠다. 안내 팜플레트에 나와 있는 이미지도 있지만 바위는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다르니 더욱 그러하였다.



 

어다가 10경인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33경 어느 겐가, 궁금기 그지 없다.

우리가

이름 찾아왔나

기암(奇巖) 보러 온 거지


하며 위로 할 수 밖에 없지만 10경에 얽힌 전설이 저 기암괴석(奇巖怪石)을 운치있고 더욱 아름답게 꾸미는 것 같아서 다음에 시조화(時調化)해 본다.


유람선(遊覽船)을 타고 돌며 홍도 10경 찾았더니

모두가 아름다워  33경도 넘는 절경(絶景)

그 중에
전설(傳說) 찾아서
연시조(連時調)로 엮습니다.
                   -시조 시인 ilman 성철용



남문바위전설/ 홍도1 


홍도 1경 남문바윌 어선이 통과하면 

만선으로 돌아 오듯, 그 배 탄 사람들도

모두다 

소원 성취하는

행운의 문이라네 

 

 

 

 

 




실금리굴/ 홍도 2


유배 온 한 선비 선경 찾아 헤메다가

실금리 굴 속에서 가야금(伽倻琴)을 탄 후부터

파도는

몽돌을 굴리며

가야금 소리 내네    


 

 




석화굴/ 홍도3 


천장에는 석순(石筍)이요,

속에는 굴(窟) 더 하나

고깃배서 바라보면 오색으로 찬란하여

'돌꽃굴'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답니다.

 

 

이하 그림 출처: 1004섬 신안군 홍도관리소 책자에서  



탑섬/ 홍도4


무슨 소원 저리 깊어 탑들의 섬이던가

외국의 어느섬에 온 것과 같다하여

'외도(外島)'

하는 이 섬이

홍도 4경 탑섬이레요.

 

 

 



 
만물상/ 홍도 5

 

서해 고도(孤島) 자연 예술, 천연 조각공원,

보고 있는 사람들의 위치와 시간마다

각각이

다른 모습과 색깔

홍도5경 만물상(萬物相)입니다

 

 


 

슬픈여/ 홍도 6


명절에 새옷 사러
, 뭍에 간 어버이

돌풍으로 돌아가신 기다리던 부모 따라

칠남매

바다에 뛰어들어

'칠남매바위' 되었다네.

 

 



부부탑/ 홍도 7

 

홍도로 유배온 부부, 귀향 소원 탑을 쌓다

아내의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리어서

외롭게

부부탑으로 남아

고향 그리고 있답니다.

 

 

 





독립문바위/ 홍도 8

 

아하 독립문은 저 것 보고 지었구나.

서해 절해 고도에서 무슨 독립 원함인가.

모양도

높이도 같은

'구멍바위' 북문(北門)이라네 

 







거북바위/ 홍도 9

 

거북이 한 마리가 용왕의 분부 받고

악귀를 쫓아내며 홍도를 수호(守護)하려고

머리를

하늘로 향하여

기원하고 있습니다 

 

 



 



공작새바위/ 홍도 10

 

우측서는 모자상(母子像),

좌측으론 천마상(天馬像)

정면에서 바라보면, 영낙없는 공작(孔雀)새라

주변은

홍도의 으뜸 경치

홍도의 10경이라네요.

 


 배가 섬을 거의 돌 무렵 '슬픈여(6경)' 바다에 횟배가 다가와 한 바다 가운데에서 회(膾) 잔치가 열렸다.

잡어 한 접시에 3만원, 소주 4,000원에,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술꾼이라. 이 수려한 신(神)의 걸작이라는 홍도의 절경 속에서 눈과 마음에 취한 듯 바다를 먹고 마시며 어찌 취하지 않을 수 있으랴. 허나 생략하고 말았다. 모두가 함께 하고 있는데 나 홀로의 낭만은 궁색이라 느껴져서다.

 

자! 이제 흑산도(黑山島)로 가자. 날씨가 푸대접 하거든 목포(木浦) 가서라도 회포를 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