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 산띠아고길 기행일기 - 출발

2017년 8월 13일 일요일

산띠아고길을 순례하기 위해 인천공항 출국장 탑승구 앞에 나홀로 앉았다. 자정이 다가오고 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이를 먹었어도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의 샘은 마르지 않는 것 같다. 아들 지훈 내외가 승용차로 공항까지 환송해 주었다. 며느리 민아의 배가 지리산 천왕봉만큼이나 솟아 있다. 출산 예정일이 10월 초순이란다. 뱃속의 손주 호호가 잘 크고있다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고행 길의 은혜를 우리 가족, 우리 대학, 우리 나라 머리위에 내려주시옵소서.

산띠아고길에 대해서

산띠아고길 즉 까미노 데 산띠아고 Camino de Santiago 는 성인 야고보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Santiago de Compostela의 산띠아고 대성당 Santiago Catedral까지 이르는 길이다. 12사도 중 한 분인 성인 야고보는 유대지역뿐만 아니라 이베리아반도까지 선교활동을 했으며 44 년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어 12사도 중 제일 먼저 순교했다. 사도행전 12장 1절로 2절에 '그때에 헤롯 왕이 손을 들어 교회 중에서 몇 사람을 해하려 하여 요한의 형제 야고보를 칼로 죽이니' 라고 되어 있다. 스페인어권에서는 산띠아고 Santiago로 불리고, 영어권에서는 세인트 제임스 Saint James로, 불어권에서는 생 자끄 Saint Jacques로 불리고 있다. 중세의 순례자들은 산띠아고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부터 걷거나 말을 타고 출발했다. 현재 약 100 여개의 루트가 있으며 새로운 루트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4대 루트Route, 스위스의 상트갈렌에서 출발 하는 스위스루트, 포르투칼과 영국에서 출발하는 루트가 대표적이다. 통계를 보면 2015년도 한 해만 프랑스 남부 에 위치한 세장 피드 포르 마을을 통과하는 까미노 프란세스 Camino Francés 즉 프랑스 길의 경우 114개국 54,646명 의 순례자들이 통과했다고 한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인이 9,451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인은 2,939명으로 국가 순위 7위이며, 일본인은 523명, 중국인은 133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번 순례길 루트는 프랑스길이며 세장 피드 포르 마을을 출발해서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까지 780.7km에 이르는 길이다. 프랑스길상에 소재하는 5개 도시의 대학교 및 유엔이디 UNED(Universidad Nacional de Educacion a Distancia국립교육연합대학교) 등 12개소를 병행 방문할 예정이다. 왜 이 길을 또다시 걸으려고 하는가. 이 길로 또 다시 이끄는 자는 누구인가. 그대는 2013년 늦여름에 29일 간 걷지 않았던가. 발바닥이 부르트고 발가락 사이가 갈라져 피가 양말을 적시지 않았던가. 심한 일교차로 인해 고뿔로 고열에 시달리면서, 스페인의 어느 외진 시골 마을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어가면서 걸어야만 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어느 레스토랑의 식탁에서 우연히 마주 보고 앉은 인연으로 까미노 중간중간 서로 격려를 주고받았던 캐나다사람 셀리, 조크를 잘하고 쾌활했던 그녀는 필자의 이름 영자 발음 상선 Sangsun을 삼성 Samsung으로 고쳐 부르며 깔깔 웃어댔다. 그때 6인용 식탁에는 캐나다인 2명, 독일인 1명, 미국인 1명, 프랑스인 1명 그리고 한국인 필자 이렇게 6명 이 둘러 앉아 식사 중이었는데, 다섯 명이 공교롭게도 삼성 갤럭시를 사용 중이었다. 정작 한국인이면서 필자만이 아이폰을 쥐고 있었기에 좀 당황스러웠다. 셀리가 이런 나의 표정을 보면서 조크를 한 것으로 이해를 하였다. 메세타 평원길을 콜록콜록거리며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고 다가 와 괜찮냐 조금만 더 힘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던 독일 청년 베드로의 얼굴이 떠오른다.

걷고자 한다면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대간길이나 국토순례길이 있지 않은가. 왜 굳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서 생 고생하려 드는가. 가족들이 모두 나서 순례길을 취소시키려 무던히도 애썼다. 환갑이 지나보니 이제 인생 유통기한 이 다 되었는지 기력이 예전 같지가 않다. 세월 앞에 장사 있겠는가. 누구나 펄펄 날던 혈기 왕성한 시절을 지나왔기에 아직도 자기가 그 시절의 열혈남인 줄 착각하다 무리를 해 변고를 당하는 모습을 익히 보아왔다. 대간길에서 마주 친 마음 아팠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깊고 높은 산길을 주행하다 사고를 당해 숨을 거둔 젊은이의 시신이 두 팔 벌린 채 굳은 상태로 소방 헬기의 구조 동아줄에 매달려 운구되는 모습이 지금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큰 산행을 하거나 먼 거리 장시간 걸을 때 느끼지만 강인한 체력이 항상 안전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체력을 쓰는 일 에도 지혜롭고 겸손하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는 한 살 아래인 아내와 함께 순례에 나서려 했으나, 한 달 여 출타인 관계로 딸아이가 걱정되어 막판에 가서 아내는 마음을 접었다. 보통의 어머니들 마음 아니겠는가. 몇 년 전 일 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몇 년 전 아내와 미국을 다녀 왔는데 하필 그 기간 동안 한국에서는 태풍이,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이 사정없이 온 천지를 덥쳤다. 아파트 가로수가 꺾어지고, 여러 세대에서 강화유리로 된 바렌다 샤시유리창들이 깨지자, 이집 저집에서 청테이프로 샤시 유리창에 테이핑하느라 부산들을 떨었는데, 혼자 있던 딸아이가 태풍 속에서 이 테이핑 작업을 해야 했으니 얼마나 가슴 졸였 겠는가. 아내가 동행하겠다고 하기에 좀 의아했다. 몸이 아 프다가도 사람들로 붐비는 백화점 등에라도 다녀오면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활기를 되찾을 정도의 외향적 성향인데, 그대가 진정 묵언의 고행길인 산띠아고 길을 걷겠다는 것인가. 이번에 다녀와서 수년 내에 다시 아내와 함께 세 번째 순례를 하려고 한다.

출발 3개월 전에 항공권을 예매하였다. 미리미리 여기저 기 잘 살피면 편도 요금 정도로 왕복권을 구할 수 있다. 렌페Renfe 기차표도 임박해서 사려면 비싼 표만 남아 있거나 매진된다. 0시 55분 비행기가 한국땅을 떠난다. 기내가 춥다. 가면 상태로 선잠을 자면서 몸에 한기를 느낀다. 옆구리가 시럽다. 다리 종아리가 시럽다. 여름 비행기는 왜 이리 노상 춥기만 한가. 초장부터 체력의 한계를 깨닫도록 하게 하려는 것인가. 여정길에 몸이 아프지 않도록 보살펴주 시고 은총 내려주시옵소서. 기내 통로를 한 바퀴 돌았다. 스튜어디스에게 뜨거운 물 한 컵을 주문해 마셨다. 좀 괜찮아진듯하다. 딸 지숙이가 기내 백에 넣어준 카스테라를 먹으며 다시 뜨거운 물을 부탁했다. 가져간 텀블러에 담아 달라고 부탁했다. 기내식이 두 끼 제공되었다.

암스테르담에서 파리행 비행기로 환승하는데 입국심사가 공항 환승 검색대에서 행해진다. 문답을 하고 귀국 항공권을 확인한 후 신속하게 통과시킨다. 인천공항 이륙후 하늘길 12시간 10분을 날아와 이른 아침 파리공항에 도착하였다. 소화물 배낭을 찾은 후 검색 없이 공항을 빠져 나왔다. 4번 승강장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몽파르나스역Gare Montparnasse까지 이동하였다. 역앞 건물 옥상에 2013 년에 보였던 LG전광판이 철거되었는지 눈에 보이질 않는다. 공항리무진 요금 17유로. 2유로가 인상되었다. 기차 출발 시간이 꽤 남았다. 화장실 사용료 0.8유로. 우아한 모습의 노부인 한 분이 한층 아래인 화장실로 내려가는 계단 턱 에 서서 무거운 가방을 든 채 멈칫거려서 가방을 받아들고 팔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도록 부축해 드렸다. 두 손으로 꼭 쥐며 고마워서 어쩔줄 몰라한다. 이 노부인에게도 혈기왕 성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으리라.

자동티켓기TOD에서 예약된 기차표를 출력하였다. 2013 년에 이용했던 2층 레스토랑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렌페 열차는 시속 300km를 넘나들며 총알처럼 달려 바욘역에 도착하였다. 바욘역에서 3시간 정도 대기후 완행열차로 환승하여, 세장피드포르역까지 이동하였다. 세장피드포르 역에서 도보로 20-30분 거리에 순례자사무실이 있다. 오후 6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순례자사무실에서 대학인 순례자 여권에 세요를 받았다.

끄레덴시알, 세요, 꼼뽀스뗄라에 대해서

순례자들은 끄레덴시알Credencial 즉 순례자 여권의 공란 에 세요Sello(날인|스탬핑)를 받아야 순례 증명서인 꼼뽀 스뗄라Compostela를 발급 받을 수 있다 . 끄레덴시알은 그 양식이 발급 장소별로 약간 차이가 있다. 프랑스길의 경우

세장피드포르의 순례자 사무실 Pilgrim’s Office에서 국가 별 여권을 제시하고 문답서에 체크를 한 후 발급받는다. 수수료 2유로. 대학인 순례자 여권 즉 끄레덴시알 유니베르 시따리아Credencial Universitaria는 웹사이트 CAMPUS- STELLAE.OR에 접속하여 신청하면 항공우편을 통해 집으로 신속하게 배달된다. 수수료 10유로. 대학인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은 경우 출발지를 빰쁠로나에서 시작해도 된다. 다른 루트 및 특정 출발 장소를 택할 경우 순례자 여권 을 어디서 발급받는지 사전에 확인을 하자. 세요는 알베르게, 바엔레스토랑 Bar & Restaurant, 관광 안내소 등에서 1일 2곳 이상을 받는다. 꼼뽀스뗄라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도보 순례자는 100km 이상을 걸어야 하고, 자전거Bike 순례자는 200km 이상을 자전거로 이동해야 한다.

순례를 마치고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에 소재한 순례자 사무실을 방문하여 세요받은 순례자 여권을 제시하면, 순례자 사무실에서는 최종 세요를 한 후 꼼뽀스뗄라를 즉석에서 발급해 준다. 대학인 순례자인 경우는 이 이후 대학인 순례자 여권사본을 나바라대학교 동문회에 이메일 또는 직접 방문 제출하면 꼼뽀스뗄라대학교 학위인 동시에 대학인 순례 증명서인 꼼뽀스뗄라 유니베르시따리아Compostela Universitaria를 우편을 이용해 집으로 붙여준다.

또한 피스떼라Fisterra까지 3-4일간의 일정으로 더 걷는 경우는 피스떼라 마지막 알베르게Xunta de Galicia에서 피스떼라 순례 증명서를 즉석에서 발급해준다. 따라서 피스떼라 가는 중에도 순례자 여권에 세요를 꼭 받아야 한다. 세요받는 공란이 다 찼더라도 여백에다 꼭 받자. 산띠아고 에서 피스떼라까지 왕복하는 버스를 타고 당일치기 방문을 하는 경우는 피스떼라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이외에 무시아Muxia까지 걷는 경우에도 무시아 순례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끄레덴시알 유니베르시따리아 Credencial Universitaria 즉 대학인 순례자 여권은 2002 년 까미노의 친구들이 발족하여 스페인 교육부와 유럽연 합의회의 인가를 받아서 만들었다. 끄레덴시알 유니베르시 따리아를 받기 위해서는 현재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 그리고 대학 교수이어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발급 받게 되는 끄레덴시알 유니베르시따리아에는 자신이 신청한 까 미노 루트에 있는 대학들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등 정보들이 담겨 있다. 세요받은 끄레덴시알 유니베르시따리아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거나 PDF파일로 변환하여 이메일 등 으로 보내면 꼼뽀스뗄라 유니베르시따리아 Compostela Universitaria 즉 꼼뽀스뗄라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이 학위증(대학인 순례 증명서)은 이미 전 세계 수많은 대학 생 및 졸업생, 교수들이 수여받고 있다.

이 학위는 유럽 대학연맹과 유럽연합의회 그리고 스페인 교육부가 정식으로 인가한 학위이다. 끄리덴시알 유니베르 시따리아에 세요를 받으며 충실하게 까미노 데 산띠아고 순례를 마친 사람이라면 산띠아고 꼼뽀스뗄라의 문화, 역 사, 예술, 건축등의 수업을 이수한 것으로 간주하여 수여되 는 학위 증서이며 대학 학위와 함께 입사 지원서 혹은 개인 프로필에 첨부할 수 있으며 이미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체들은 이 학위를 정식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세장 피드 포르의 순례자 사무실에서는 순례자 여권, '알 베르게 리스트' 안내지, 34일간의 권장Route 안내지 등을 준다. 사무실 게시판에 부착된 순례자들에게 알리는 게시 문들을 반드시 일별하자. 순례 중에도 순례자에게 특별히 알리는 공지문은 항상 주의깊게 읽어보자. 자기 몸무게의 15-20%가 적당한 배낭 무게라고 안내하고 있다. 저울도 비치되어 있으니 배낭 무게를 한번씩 재어보자. 순례를 시작하면 저울로 잰 무게에 물과 행동식 등 1-2kg 정도가 추가된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지숙 이랑 몇 번을 전자 저울로 내용물을 계량하여 무거운 것을 골라 내려놓았다. 처음 15kg 정도에서 8.8kg 까지 과감하 게 줄여버렸다.

알베르게 이용하기

알베르게Albergue는 순례자 숙소를 말한다. 까미노상에는 460여 곳이 있다. 베드Bed 수가 열 명 이내부터 수백 명에 이르는 등 시설 규모도 다양하다. 시공립, 성당직영, 사립 등 여러 형태이나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순례자들이 까미노싸인Sign을 벗어나지 않는 한 알베르게를 찾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까미노싸인은 산띠아고를 찾아가는 나침판이다. 잠시 정신 줄을 놓쳐 까미노를 벗어날 경우 개고생하는 일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

알베르게는 끄레덴시알을 소지한 이들만 이용할 수 있다. 국가별 여권을 동시에 제시하며 체크인을 하고 세요를 해 준다. 하룻밤 숙박비가 3유로부터 10유로 전후로 매우 저 렴하다. 항상 더운 물로 몸을 씻을 수 있고 옷가지 세탁이 가능하다. 코인을 넣고 사용하는 드럼세탁기들이 갖추어진 곳도 있다. 주방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3-4구 짜 리 인덕션이나 렌지, 냉장고가 갖추어져 있다. 크기별 냄비 및 접시 요리 취사 도구, 포크와 스푼, 톱니 칼 등이 준비 돼 있다. 조리용 음식류는 알베르게 구내 매점 및 자판기, 수페르메르까도Supermercado(슈퍼마켓)나 엘리멘따씨온 Elimentacion(식료품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활어를 사다 가 요리를 할 경우 연기가 나니 튀김 요리는 하지 말라는 경고문 등 요리 전 주방 사용에 관한 주의사항을 잘 준수하 자. 공동 사용 예절을 잘 지키자.

일부 큰 도시나 마을에 소재한 알베르게의 경우 주방 시설 이 없는 곳도 있는 바 이런 곳은 외부 식당이 많은 지역이 니 모처럼 외식을 하면 된다. 알베르게 구내 바엔레스토랑 에서 순례자 메뉴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순례자 메뉴는 약간 저렴하게 제공되는 듯하다. 베드는 대부분 철제 2단 침대Bunk Bed이다. 윗층을 배정받는 경우 오르내릴 때 발 목, 팔목을 특히 조심하자. 층간 높이가 낮아 아래층 베드 에 배정되면 밤새 머리를 서너 번 부딪혀 피맺힌 혹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자. 담요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 다. 베드버그Bed Bug 이야기인데, 필자의 경우 2013년도 나 2017년도 모두 베드버그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여름 철에는 침실 창문을 열고 잘 수도 있지만 새벽녘 한기로 감 기에 걸리지 않도록 보온에 유념하자. 순례자에게 침낭은 필수품이다. 다른 짐을 줄여서라도 무게 1kg 전후의 오리 털 침낭은 반드시 준비해 갈 것을 강력히 권한다. 체크인은 대개 당일 오후 2시 전후부터 시작해서 밤 10시에 마감한 다. 작은 규모 알베르게의 경우 일찍 만원이 된다. 당황하 지 말고 '알베르게 리스트'를 보고 다음 알베르게를 찾으면 된다. 밤 늦게 도착하여 알베르게가 죄다 만원Full일 경우 호스텔이나 호텔을 찾으면 된다. 호스텔의 경우 순례자에게는 요금을 약간 할인해주는 곳도 있다. 물론 일반 숙소의 세요도 알베르게의 세요처럼 공인되고 있다. 세장피드포르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 여권과 함께 배부해주는 프랑스 어로 되어있는 '알베르게 리스트'를 잘 활용하자. 주방 시 설 등 각종 편의 시설 유무를 적시하고 있다. 필자는 걷는 동안 이 자료를 수시로 보면서 다음 까미노마을까지의 거 리 및 오늘 일정을 어느 마을에서 마감할 것인지를 가늠하 는 자료로 긴요하게 활용하였다. 두껍고 무거운 가이드책 은 출발 전 미리 일별한 후, 배낭 무게를 줄이는 의미로 집 에 보관하고, 순례시에는 '알베르게 리스트'만 소지할 것을 권장한다. 오래 걷다보면 1kg 무게가 바윗덩어리 무게로 느껴지게 된다.

순례자 사무실을 빠져나와 오늘 밤 묵을 알베르게를 찾으 려고 골목길을 기웃거렸다. 알베르게 안내 간판이 이곳저 곳 눈에 많이 띈다. 아름다운 마담 한 분이 알베르게 입구 에 서서 배낭에 매달린 마스코트 무민이를 보더니 아는 척 을 한다. 딸아이가 아빠를 지키라는 의미로 매달아 주었는 데, 바로 그에 응답하듯 그 곳 알베르게에 체크인하였다. 집을 출발하여 30여 시간 동안 승용차, 비행기, 기차, 버스 등을 타고 무탈하게 이곳에 도착을 한 것이다. 세장피드포 르 마을은 프랑스 남단에 있다. 스페인의 국경으로부터 약 8km 가량 떨어져 있으며, 니베강을 끼고 피레네산맥의 산 기슭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은 전통적으로 순례 자들이 험준한 피레네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루 트의 출발점이며, 마지막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을이자, 카톨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마을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 하는 로마네스크양식이나 고딕양식의 뛰어난 종교 건축물 들이 많이 있다. 순례자들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일반 관광 객들도 많이 다녀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