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2. 1. 20
구간 : 가사령 - 사관령 - 침곡산 - 한티재 - 불렛재
거리 : 도상 22키로미터, 실제 약 25키로미터
시간 : 7시간 20분 (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대원 : 배동윤, 정사용, 백승환, 우주택, 조영칠, 임상택, 권재형, 김종효


山行 前記

오늘은 대한입니다. 말 그대로 일년중 가장 추운때입니다. 비록 소한만큼은 아니지만 겨울의 한복판입니다. 그런데 요몇일동안 거짓말같은 봄날씨입니다.


오늘 아침은 지난 12회차때 저녁식사를 한 일견식당에 미리 예약을 해놨습니다. 메뉴는 붕어탕입니다. 저는 붕어탕을 처음 먹어봅니다. 주인 아줌마랑 아저씨가 참으로 인정이 넘칩니다. 시키지도 않은 붕어 튀김을 아낌없이 내놓으시고 식사값도 참 쌉니다. (일견식당 : 016-818-3335)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등산화 한쪽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분들 신발은 멀쩡한데 제꺼만 없습니다. 주인 부부와 8명 전대원들까지 합세하여 때아닌 수색전이 펼쳐집니다. 아무리찾아도 없습니다. 다행히 10여분만에 주인 아저씨께서 오리키우는 울타리에서 찾아오십니다.
너무나 다행한 일입니다. 그때 제가 농담삼아 한마디 던집니다.
" 이 놈의 똥개가 비싼거는 알아가지고" 그러자 좌우에서 기다렸다는듯이 한마디씩 거듭니다.
"뭐라카노, 너무 안씻어 똥냄새나서 가져간거 아이가"


일단 아침 에피소드는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본격적인 산행기를 시작합니다.


山行 後記


9시 10분
오늘의 들머리인 가사령입니다. 하늘은 잔뜩 찌부려있고 뭐라도 올듯한 날씨입니다. 저마다 준비를 마치고 산비탈을 깍아내린 옹벽을 치고 오릅니다.


오늘은 왠일인지 모든 대원들이 참으로 여유로운 산행을 합니다. 능선길엔 온통 하얀 눈이 덮혀있어 걷는 이로 하여금 낭만이 베어납니다.

10시 50분
사관령에 닿습니다. 이름은 고개이지만 뚜렷한 봉우리입니다. 사관령을 넘어면서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낙엽만이 융단처럼 깔려있습니다. 한참을 오르고 내리면서 저멀리 눈덮힌 보현산, 면봉산, 베틀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암릉에 오릅니다.


12시 30분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잠시 내려서니 해살이 잘드는 묘터입니다. 약 20여분간 점심을들고 무거운 몸으로 침곡산으로 향합니다. 침곡산은 말 그대로 바늘같이 가파른 협곡을 끼고있는 산입니다. 오름길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13시 5분
묘터에서 12시 50분에 출발하여 15분만에 침곡산 정상에 닿습니다. 그사이 고도를 150여미터나 높혔으니 꽤 힘든 구간입니다. 침곡산 정상에는 큰바위가 하나 놓여있을 뿐 정상을 가리키는 어떠한 표지도 없습니다.


쉼없는 산행길이 끝도없이 이어집니다. 이 나라 이 산마루를 이어타면서 과연 무슨생각들을 하실까??? 오직 걷고 또 걷습니다. 오늘 구간은 유난히 내리막과 오르막의 정도가 심한듯합니다. 내리막은 내리막대로 급하고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급하다보니 페이스 조절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제 한티재를 앞에두고 내려갑니다. 어쩌면 오늘 구간중에 가장 힘든 구간인것 같습니다. 다음 봉을 오르기위해 무려 30여분간을 급하게 내려갑니다. 발바닥이 벗겨질듯한 내리막입니다. 한티재를 바로앞에 둔 먹골재에서 다시 쳐오르면서 제법 힘이 빠집니다.

15시
한참을 오르고 내려 드디어 한티재터널위에 닿습니다. "어휴" 오늘 구간이 여기가 끝이었으면~~~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터널 아래 자동차들은 굉음을 울리며 잘도 달립니다.

지금부터 불렛재 까지 4키로 구간은 내가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는 카타르시스입니다. 아니 오르가즘입니다. 오히려 세상사 다 잊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16시 30분
기약없는 발걸음은 그저 앞으로만 내 닿을 뿐입니다. 사람의 발걸음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50,000분의 1 지형도를 눈으로걸으도 벅찬 이길의 끝에서 다시 또 웃고있습니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