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친구와 함께 다시 찾은 보성 작은 오봉산




산행일 : 2004. 3. 21(日). 맑은 후 흐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부산, 순천방면에서 찾아가는 길 안내지도 :


  산행기 #11628에 있으니 참고하세요.




산행기


  인터넷 게임 머니 충전에 맛을 들인 큰 녀석이 이번주에도 산행에 앞장을 선다.


이 방법이 꽤 오래갈 것도 같아서 당분간은 산행이 심심치 않게 되었다.




  몇 년 전인가 모 산악회에서 버스한대로 가는 산행에 참여했다가 혼쭐이 난 후로는 다시는 단체 산행에 따라 나서지 않게 되었다.


버스 안에서의 음주가무와 트로트, 뽕짝의 오디오 소음, 술 권유, 담배연기.


 그리고 산행 중에 같은 버스를 타고 온 회원(그들이 먼저 삼거리에서 길을 물어오길래 먼저내려간 일행들이 간길을 알려주다가)끼리 알아보지 못하고(나는 그들을 한눈에 우리 일행으로 알아보고 친절히 등산로를 안내하다가 봉변을 당했다. 그날 그 산에는 우리 일행들밖에 없었다. 그는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들까지 데리고 산행 중이었는데 아들이 무엇을 배웠을까? 그 좋은 산에서 말이다.) 들어야했던 욕설에 가까운 폭언을 들은 이후 다시는 낯선 산악회의 버스대절 산행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날의 산행기도 쓰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산행에 따라 가질 않았다.




  아무리 어리게(童顔 a boy's face.) 보인다하여도 사람을 외모로 평가해서 그렇게 함부로 폭언을 해도 되는지……. 허기야 이제껏 그런 봉변 한 두 번 당해보는 것도 아닌데 잊어야지 어떡하나. 젊어 보이는 게 집안내력인걸…….


  때론 여자로 태어날걸 하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었을 정도다. 젊어보여서 좋지 않냐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게다. 한참 동생뻘로 보이는 사람한테 어영부영 동생취급당한다거나 심할 경우 다짜고짜 반말로 윽박지르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보았으니, 남자들의 세계는 자신보다 조금만 약하게 보이는 상대가 있으면 누를려고하는 본능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물론 일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해서 그렇지 다 그렇다는건 아니다.



오봉사쪽 산행들머리. 오른쪽 시멘트길을 몇미터만 오르면 오른쪽으로 잘 정비된 산소들이 있고, 왼쪽에 승용차 3대가량 주차할 공간이 있다.




능선위의 진달래꽃. 아래로 오봉사와 하작천 마을이 보인다.


 


  초입부터 이제 막 피어난 진달래가 우리 부자를 반기고 있다. 이산을 세 번째 찾지만 능선상의 바위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난번 보았던 생강나무도 꽃을 활짝 피운 채 향기로움으로 산행객을 유혹하고 있다.


마른 낙엽 사이에선 올 들어 처음 보는 청개구리가 갈색옷(보호색)을 입고 우릴 잔뜩 경계하고 있다. 스틱으로 건드리려는 산친구를 제지하고 정상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진한 향기와 아름다운 꽃을 자랑하는 춘란


 



첫번째로 나타나는 외계인(?) 바위를 옆으로 지나면서 올려다본 모습. 큰 배가 올려져 있는것 같다.


 



정상 오르기 바로 전에 있는 절터 흔적.


 



은은한 향기로 등산객을 유혹하는 생강나무. 지난 산행때에는 막 터지려 했었는데...


 



곤충의 애벌레 같지않냐고 물어보니 산성()같단다.


 



오봉산 정상


 



 처음 와보는 산친구는 연신 “진짜 좋은 산이다.”라고 떠들어 댄다. 일부러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로도 들린다.



  정상(284m)부근 암릉에서 사방을 둘러보고 다시 한번 봉우리가 다섯 개임을 확인해본다. 언뜻 보면 여섯 개 같이 보이지만 다섯 개가 확실하다. 그래서 오봉산인가보다.



정상일대의 암릉군. 봉우리가 정확히 5개이다. 그래서 오봉산인가보다.




진짜 양지바른 곳에 피어있는 양지꽃.


 


  하산길 도인(?)의 집에 들러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어 본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습니까? 바둑아 잘 있었니.”


오랜 친구인 양 반가이 악수를 나눈다.


“어서 오세요. 아이를 일찍 두셨네요.”


“네?” 


“아이를 일찍 두셨다고요.”


“아~. 예~~. 일찍 둔게 아니고 늦게 둔 겁니다.”


“아주 젊어 보이시는데요”


“서른다섯에 얻은 놈입니다.”


“그렇게 나이를 많이 드셨습니까? 나는 한 서른 살 정도로 보았는데…….”


허허! 이 양반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어리게 보는구나.


“어르신은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나요? 환갑이 훨씬 넘었지요.”


“외람된 질문입니다만 왜 이곳에서 혼자 지내십니까?”


“수양중이지요.”


“지내시기는 불편하지 않으세요?”


“불편한거 없습니다. 좋아요. 혼자 지낼만 합니다.”


커피한잔하고 가라며 물을 끓이려고 한다.


“어르신 됐습니다. 저 커피 안 합니다.”



할아버지와 귀여운 줄리



 


  지난번 보지 못했던 방안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들여다본다. 훈훈한 온기가 느껴진다.


강아지 이름은 “줄리”. 이름만으로는 암컷이다. 물론 실제도 암컷이다.


산친구는 줄리를 보고 “예쁘다. 기르고 싶다“라며 온통 강아지에만 신경을 쓴다.


나무에 걸려있는 작은 칠판에는 “투표는 한국인의 긍지”라고 적혀있다.




 천하장사 소시지 몇 개와 아트라스 초코바 한 개를 할아버지 손에 쥐어주고 하산을 한다.


보통사람들에게선 느껴보지 못하는 순수함을 진하게 느껴본 만남이었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부담 갖지 않고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좋은 산이다.





▣ 永漢 - 어리게 보이면 최소한 몇백만원(견적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은 번 것 아닌가요?^^*.그런데 요즘도 묻지마 관광 분위기의 산악회가 있는 모양이군요.춘란,도인,양지꽃,줄리...따스한 분위기 좋네요.  ### 영한님! 정말 좋은 말씀을 주셔서 이 아둔한 놈을 깨우쳐 주시는군요. 기분 좋습니다요.


▣ 산초스 - 브르스황님 아이디를 바꾸셔야 되는것 아닙니까? 사실 지난번 산하가족 합동산행에서도 느꼈지만 산님중엔 동안인분들이 많으신것 같습니다. 보성의 작은오봉산의 기묘한 바위와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꽃 구경 잘했습니다. 아드님도 계속해서 산행을 할수있도록 노력을...^^**  ###산초스님의 고견을 받들어 닉네임을 바꿀까요? 들국화 어떻습니까? 총각때 학생들이 지어준 별명이기도 한데 괜찮습니까?
▣ binjaree - 브르스황님 덕에 이곳엔 아직인 진달래며 춘란의 이쁜모습을 보게됩니다 아드님과의 산행모습 뵙기 참 좋구요 늘 즐거운 산행되시길..  ###감사합니다. 닉네임이 너무 좋습니다. 빈자리님도 항상 건강하시고 즐산하시기 바랍니다.



▣ 김현호 - 브르스황님! 아이디 바꾸지 마세요! 바꾸심 제가 브르스김 할껍니다~ ^^ 미끼를 계속 바꿔가시면서 쭈욱 아드님과 같이하는 산행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 허허 이를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난감할 따름입니다. 산초스님은 바꾸라하시고 현호님은 바꾸지말라 하시니..... 좌우지간 감사합니다


▣ 이수영 - 브르스황님..이름만 보면 터프하실 것 같은데 미남이신가 보군요^^ 보통 미남들은 젊게 본답니다. 저도 한10년 젊게 보거든요..흐흐.. ### 수영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는가 봅니다. 저도 보통 10년 아래로 본답니다. 언제나 청춘이죠. 결코 미남은 아닙니다. 수영님이 정말 미남이신가 봅니다요.
▣ 김정길 - 소녀 산친구는 어찌하시고 소년 산친구만 대리고 산행을 하셨는지요. 자녀들이 산행에 취미를 붙이고 아버지는 함께해 주시니 아름답고 부럽습니다. 부디 행복가정으로 행복한 인생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 원제 선배님이 다녀가셨대요? 여수 영취산 진달래가 만발했습니다. 한번 내려오시지요. 오는 일요일에 온가족이 갈려고 합니다만 될라나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