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12.04.22 11:00~ 14:00 널널산행
산 행 지 : 경기도 수원시 칠보산
교통정보 : 전철 1호선 성대역에서 당수리 쌍용아파트 행 마을버스 25번 이용 (매시 00.20.40분 에 출발)
누 구 와 : 나 홀로
계절은 어느덧 봄이 왔는가 했는데 벌써 여름의 문턱에 와 있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인지 봄과 겨울은 피부로 느낄 새도 없이 훌쩍 지나가고 춥고 더운 날이 훨씬 많아지고 있다. 삼한사온도 없어진지도 오래인 것 같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해마다 오는 봄과 같이 다시 청춘을 돌려받을 수 없는 일일까? 과학의 발달로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같이 사람도 겨울잠이나 냉동상태로 있다가 필요한 세월에 깨어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본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하여 온갖 식물들은 꽃이나 잎을 피우고 있다.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를 선두로 진달래, 매화, 목련, 벚꽃, 배꽃, 복숭아, 튜우립 등이 앞을 다투어 피고 지고 있다. 어떤 식물은 잎이 나온 뒤에 꽃이 피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꽃이 먼저 피는 식물도 있다. 활짝 핀 꽃의 모습보다 봉오리 형태의 피기 전 모습이 더 아름답다. 나무의 새순도 마찬가지여서 햇잎이 한 두 잎이 얼굴을 내밀 때의 모습이 한결 더 예쁘다. 특히 목련이나 연분홍 튜우립 꽃의 피기 전 모습은 나를 반하게 만든다. 꽃의 이름이나 꽃말을 제대로 몰라도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벚꽃을 보기위하여 멀리 화개사로 벚꽃산행을 갔는데 많은 상춘객들로 길이 막혀 접근도 못하고 구례의 오산이라는 곳에서 아쉬움을 달랬을 뿐이다.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에 하루 휴가를 내어 벚꽃의 향기에 빠져도 보았다. 활짝 핀 벚꽃의 모습이 너무 좋아 시간 가는 줄도 몰랐었다. 지금쯤은 내린 비로 꽃이 많이 떨어졌을 것 같다.
어제는 비가 온다고 하여 매주 산행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산행하기를 꺼린다. 비가 올 것 같다고 산행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법, 나 홀로 걸망을 메고 우산을 받치고 길이 험하지 않은 칠보산으로 향했다. 칠보산은 산이 등산로가 평탄하여 마을 뒷동산처럼 부담 없이 언제라도 갈 수 있어 좋다. 다만 교통이 광교산보다 다소 불편한 것을 빼면 등산하기에 별 문제가 없는 산이다. 성대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당수동 쌍용아파트앞에서 내려 천주교 수원교구의 공동묘지를 지난다. 비에 젖은 꽃들이 묘지를 지키고 있다. 산행을 하다보면 많은 묘지들을 보게 되는데 비가 내려 그런지 나도 모르게 서글픈 마음이 앞선다. 언젠가는 누구나 한 번 떠나야 할 길인데 .... 나이가 조금씩 들어간다는 징조인 것이 틀림없다. 요사이 부쩍 세상을 떠나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봄과 가을에 돌아가시는 분들이 유독 많은 것을 보면 계절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봄에 소생을 못하고 가을에는 겨울을 날 몸의 준비가 안돼서 그렇게 세상을 하직하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약수터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조금 올라가니 비에 젖은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고개를 숙이고 피어있다. 햇볕이 나면 고개를 바짝 쳐들고 아름다움을 자랑을 할 텐데 비가 내려 얼굴이 간지러워 그런지 마치 수줍어하는 새색시의 모습이다. 칠보산을 오래 다녔어도 진달래가 이렇게 많이 피어있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 보슬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걸으니 옷이 젖지도 않는다. 아예 우산도 안 쓰고 씩씩하게 그냥 산행을 하는 분들도 보인다. 혼자 산행을 하게 되면 사색의 여유가 생겨 바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다. 꽃과 새잎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마냥 비에 젖어 걸어본다. 이렇게 한가한 시간이 얼마만인가. 마치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런저런 생각도 해 보고 반성도 해보고 남은 일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행복한 걱정도 해본다. 눈치 볼 사람도 없고 쳐다보는 사람도 없이 1960년대에 「성재희」」가 불러 크게 힛트한 「보슬비 오는 거리」노래를 콧노래로 흥얼대면서 걷다보니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다를 게 있다면 정상주를 챙기지 않아 그냥 과일만 준비했다는 것 뿐인데, 봄비에 취했나? 아니면 진달래의 아름다움에 취한 걸까?
용화사 쪽으로 하산했다. 멀리서 비옷을 입은 할머니가 무언가 매만지면서 앉아 있다. 가까이 가보니 80을 훨씬 넘었을 할머니가 봄나물 뿌리를 다듬고 있는 게 아닌가. 돈 몇 푼을 벌어보려고 이틀 동안 용인의 들판을 헤매 채취한 것을 등산로에서 팔고 있는 중인데 연이틀 비가 내려 등산객이 없다고 울상을 지으신다. “얼마나 생활이 곤궁하면 저런 어려운 일을 할까?” “아니야!” “자식들이 용돈은 주는데 심심풀이 재미로 할 수도 있을 거여.” 어떻게 한다? 나물의 양도 너무 조금씩이고 내 마음대로 사가지고 가봤자 좋은 소리는 아예 기대는 할 수 없는 노릇이라 망설이고 있는데 마침 젊은 부부가 나물 몇 가지를 고른다. 잘 됐다. “할머니 많이 파세요.” 하고 돌아서는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적셔진다. 3년 전 이맘 때 92세에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에이! 그냥 눈 딱 감고 샀어야 하는 건데. 등산로에서 자주 목격하는 모습일 뿐인데 오늘은 비가 내려 그런지 더욱 마음이 편치 않다.
비가 온다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그러면 안 되지! 그러고 말고, 잠시 쉬어가야지. 칠보산에 등산하는 날에는 반드시 들르는 탑골 순대국집에 가서 반주로 동동주를 한 사발 죽 마시니 속이 후련하다. 정상주를 못 마신 것을 벌충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가볍다 . 오늘은 나 홀로 보슬비를 맞으며 사색에 잠겨 산행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등산도 하고 남은 인생을 멋지게, 사회의 짐이 되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나와 약속을 한 날이다. “나이 들었다고 집에만 웅크리고 있지 말고 취미 생활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젊은이 못지않게 우리 모두 노익장을 과시해보자” 라고 소리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