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정님께서 제 홈페이지에 올려준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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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지맥을 가다보면 '연인산'이라는 이름의 생뚱맞은 산을 통과한다.

  

  옛 지형도에도 이 1068봉(현재의 연인산)의 이름은 나와 있지 않으나, '우목봉' 또는 '월출산'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우목봉'이라는 이름은 '귀목봉'과 마찬가지로, '우목'이라는 마을 뒤에 있어서 붙은 이름이 아닐까한다.

 

  그러나 1999년 가평군 地名위원회에서 '연인산'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가평군청 홈페이지를 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연인산. 연인산 서남쪽의 906봉은 우정봉, 전패고개는 우정고개, 동남쪽 829봉은 장수봉으로 고쳤다. 또한 연인산에서 뻗은 각 능선에 우정, 연인, 장수, 청풍의 이름을 붙였다.>

 

  지명은 역사가 깃들어 있는 소중한 문화재이다. 지명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문화재 말살이다. 문화재 훼손행위를 자랑스럽게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보니 할 말이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전패'라는 지명이다. 어느 산꾼의 산행기에는 '6.25때 이 지역에서 全敗를 해서 전패봉, 전패고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되어 있다. 가평군지명위원회가 '전패봉'과 '전패고개'를 '우정봉'과 '우정고개'로 변경한 이유가 '혐오지명'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평군 지명위원회도 그 산꾼과 마찬가지로, '전패'를 '全敗'로 해석한 것 같다. 그러나 세상에 어느 넋 빠진 사람들이 자신들이 진 것을 기념해서, 이를 지명으로 삼을까?

 

  이 시점에서 1918년판 지형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 지형도에는 현재의 '연인산'이나 '우정봉'은 고도표시만 있는 무명봉이고, '우정고개'는 '菊垂堂峴'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라나 '906봉' 동쪽에 檜貝里라고 표기하고, 'チョンペ-ニ-'라고 부기되어 있다. 6.25.사변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지역의 이름은 '전패'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패'는 무슨 뜻일까? 옥편에서 檜를 찾아보면 '노송나무 회'로 되어 있다. 노송나무는 편백나무라고도 하며, 일본 사람들이 목욕탕 욕조를 만들 때 애용하는 나무이다. 그러나  큰 옥편을 찾아보면 '전나무 회'로 되어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檜는 전나무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전패'는 '전나무가 무성한 곳'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1918년 지형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패'라는 이름을 기재하면서, 그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굳이 檜라는 한자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사람들도 지켜주려고 했던 우리의 지명을, 혐오스럽다고 하고 함부로 바꾸는 이 작태를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 용감하다고 해야 하나...

 

<명지지맥 제1구간 산행기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