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어떤 지역에서 가장 높거나 또는 유명산을 두고, ‘진산’이란 말을 쓴다. 산꾼들은 물론이요 신문 등 대중매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서울의 진산인 북한산,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 등등...

그런데 이 ‘진산’이라는 단어는 풍수지리 용어로 그 산 자체만으로는 진산이 되지 못한다. 풍수에서 말하는 진산은 예전에 도읍을 정함에 있어 공간 배치에서 그 주된 역할을 하는 산을 진산 또는 주산이라 한다.


위에 예를 든, 주흘산은 문경의 진산이 맞으나 북한산은 서울의 진산이 아니다. 풍수전문가라면 정확한 판단을 하겠지만, 반풍수도 못되는 나는 문헌의 기록을 보고 따라 읊을 뿐이다.


 


옛 문헌 기록(예)

대둔산은 ‘동국여지승람’ 진산군 편 산천조에 진산의 서쪽 10리에 있고 진산(鎭山)이라...

계양산은 '동국여지승람'에 진산 또는 안남산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삼성산은 금천현의 관아가 있는 지금의 서울시 구로구 시흥2동에서 동쪽으로 10리 지점에 있는 산으로 금천현의 진산이며,

관악산은 지금의 과천시 관문동 소재 온온사가 있는 지점에서 서쪽으로 5리 지점에 있는 과천현의 진산...

울산도호부의 진산은 무룡산이며 언양현의 진산은 고헌산이다...


 


 


풍수지리(風水地理)

땅을 살아 있는 생명으로 대하는 전통적 지리과학으로 만물이 기(氣)로 이루어졌다고 보아 만물 중의 하나인 땅도 지기(地氣)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지기에 대해 음양과 오행, 그리고 주역의 논리로 체계화한 것이 풍수지리이다. 고대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어 이를 우리나라 땅에 맞춰 이론적 토대를 만든 이가 통일신라시대의 僧 도선(道詵)이다.


풍수지리는 기본적으로 지기(地氣)로서 이루어진 살아 있는 땅에 인간이 어떻게 잘 조화해서 살 것인가 하는데서 출발한다. 즉, 땅에 기(氣)가 있으니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이 기를 가장 충분하고도 적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자리로 인하여 좋은 기를 받기도 하고 나쁜 기를 받기도 하므로, 크게는 나라의 흥망에서부터 자신의 성공과 후손들의 번창까지 보장 받는다는 것이다.


조선 건국 때 개성에서 한양으로 도읍지를 옮기면서 무학대사와 정도전의 풍수이론이 반영되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주산으로 무학대사는 인왕산을 정도전은 북악산을 주장), 일제가 쇠말뚝을 박았느니 어쩌니 하는 거나 도로를 내면서 산줄기를 자르면 안된다는 주장 또한 풍수에 근거한다.

 


이런 생각은 오늘날에도 꾸준히 이어지는데, 전직 대통령의 생가 동네에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하룻밤을 자고 간다거나 로또 당첨된 사람들의 집을 찾아 역시 하루를 묵고 온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결론은 혈(穴)이고 명당(明堂)이다.


 근원을 찾아보면 山이다.

한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에서 氣가, 脈이 발원되고, 이 맥이 끊김없이 흘러내려와 어느 한 지점에 모여 솟구치는 지점이 바로 그곳(明堂, 穴)이다.


엉뚱한 이야기지만, 박성태선생님이 ‘신산경표’ 책을 냈을 때, 정작 우리 산꾼들 보다도 풍수가들에게 더 관심이 되었다는 말도 있다. 산줄기(脈)의 흐름을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표시한 책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여기에는 여러 조건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주워들은 풍월이 좌청룡(左靑龍)이고 우백호(右白虎)다. 조금 더 잠이 옅은 사람은 북현무(北玄武)에 남주작(南朱雀)까지 기억을 할 것이다.

 

이 넷을 다 모으면 나를 중심으로 사방에 배치된다. 당연히 북은 뒤쪽이고 남은 앞쪽이다. 풍수에서는 이 네 가지 각각에 엄밀한 필요조건을 부여한다.


 

이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혈과 기의 발원인 가장 먼 백두산은 태조산(太祖山), 종산(宗山) 또는 원고산(遠高山)으로 표현하고,

우리동네까지 내려온 산줄기(氣)가 우뚝 솟아 ‘나’의 뒷배경이 되어주는 봉우리가 북현무에 해당하는 주산(主山) 혹은 진산(鎭山)이 된다. 뒷배경으로써 요건은 일대에서 가장 높아야 함은 당연하다. 나를 지켜주는 진호(鎭護)로써의 ‘빽’이 되려면 한덩치 해야 그 자격이 있는 것이다.


 좌청룡 우백호는 옆에서 부는 바람막이 역할이고 남주작은 밥상이나 책상 역할이다. 의당 진산보다는 작아야 하고 진산을 우러르는 형태여야 된다. 또, ‘나’ 앞으로 물길 한줄기가 적당히 흘러야 된다.

 

이러한 조건에 맞추기 위해 산을 옮기거나 자연을 인테리어 할 수는 없다. 이런 그림이 나오는데를 찾아 내가 들어가 앉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읍 자리를 정하고 네 방위에 맞게 대문을 낸다. 이런 길지를 찾더라도 대문을 어문데로 내고 앉으면 말짱 헛일인 것이다. 묘터를 잡은 풍수가 나침반 같이 생긴 물건(패철)으로 방위를 맞춰 관을 놓는 방향을 잡아 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풍수학 용어로는, 혈(穴)의 바로 뒷산으로 높이 솟은 산을 주산(主山) 또는 후산(後山), 진산(鎭山), 현무(玄武) 등으로 표현한다.

사전에는, 진산(鎭山)【명사】[역사] 예전에, 나라의 도읍이나 성시(城市)의 뒤쪽에 있는 큰 산을 이르던 말. 그곳을 진호(鎭護)하는 주산(主山)으로 정하여 제사를 지냈다.


서울을 예로 들면(보다 엄밀히 하자면 한양이다), 북현무인 주산은 북악산이다. 북악산은 조산인 북한산에서 맥을 이어받았다. 좌청룡·우백호는 주산을 호위하면서 명당을 감싸는 모양으로 좌청룡은 낙산, 우백호는 인왕산이다. 남주작은 주산에 대해서는 공손히 머리를 조아리듯 한 모양이어야 하므로 관악산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주산과 조산 사이에 책상과 같은 산이라 하여 나지막한 안산(案山)이 있는데 남산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山들이 감싸는 곳은 어디인가. 바로 王이 居하는 경복궁이다. 궁궐안 각각의 건물을 앉히고 대문을 내고, 심지어 쪽문 하나까지 여기에 맞춰 낸 것이지 단순한 이동 통로로 낸게 아니다.

 


진산(鎭山)의 역할을 보자.

부락의 뒤쪽에 듬직한 폼을 잡고 앉아 부락(도읍)을 보호 한다고 했다. 또, 지 혼자서 그런 역할을 다 하는게 아니라 양옆이나 아래의 호위가 있어야 하고, 동서남북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잡아줘도 속에 들어앉는 놈이 알아서 다리를 뻗어야 약빨이 제대로 먹힌다는 것이라, 제대로 된 진산이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어느 동네(부락)에서 가장 높다거나,  가장 폼 난다는 것만으로 요건을 갖추는게 아니다. 동서남북, 좌우상하에 물까지 조합이 완성된 연후에, 혈 자리를 하나 정해주고 비로소 자신은 진산으로써의 지위를 부여받는  것이다. 이는 도읍(치소)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묫자리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그렇다고,  요즘시대에 누가 진산이 어떻고 좌청룡이 어떻고 하나. 시청이나 구청을 재건축하거나 이전하고 또 행정복합도시 건설하면서 풍수가 어떠네 하는 소리 들어봤나. 모두 옛날 이야기다.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어쩌고 하는 글을 봤는데, 이는 허구다. 왜냐 하면 ‘부산’이란 이름은 조선시대에는 동래군에 속한 작은 부락이었을 뿐이다. ‘동래의 진산’이라면 모를까. 그렇다고 현재의 부산시청을 놓고 볼 때 진산이 되나 말이다. 부산시청 또한 남포동에 있다가 지금자리로 이사 온지 몇해 안된다.

 

요즘 시대에 풍수를 논함이 우스울 뿐이다. 진산이고 안산이고 하는 것이 도읍(治所)을 정하고 묫자리를 보는 일인데 현대의 중앙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청사 지으면서 風과 水를 따질 겨를이 있나. 또한 예전 처럼 고을의 백성을 통치하는 우두머리로써의 수령도 아니라, 자칭 '머슴'임을 내세운다.

 

공공청사나 개인 주택이나 한정된 예산으로 살 수 있는 땅이 곧 명당이고, 햇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고 조망 좋으면 로얄층이다. 장례도 화장해서 납골묘에 안치하는게 일반화 되었다. 또, 산을 깎고 맥이 잘리고 물길이 돌려지고 하는 세상이다. 까딱했으면 한강물이 부산으로 올 뻔했다. 60층 고층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기가 통할까.


 

나는 풍수에는 문외한이다. 쥐뿔도 모르는 놈이 천년넘게 이어 온 사상이요 학문을, 한마디로 허구네 마네 하는 고함에는 두말 않고 꼬리를 접을란다. 풍수 자체를 부인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 용어를 제대로 알고 쓰자함이다.


흔히들 명산이나 높은 산에 오르면, 스스럼없이 그 동네의 이름을 갖다붙여 '어디의 진산'이라 한다. 심지어 '호남의 진산인 무등산'이란 말도 한다. 한국의 진산은 백두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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