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주여행 삽화

 

한라는 분출하여 섬을 만들고

백록담의 혈토는

오름과 구릉과 소를 낳아

천혜의 유토피아를 실현 했습니다

비취소 속의 섬은

쌍목을 키워 사계의 그림을 그립니다

-에코랜드에서-

 

 

제주의 바람이 제주의 돌과 천년을

놀아나다 빚어놓은

비바리와 오라방의 영원한 對面像입니다

오라방은 비바리가슴에 꽃나무를 심었지요

오라방의 눈길이 그윽한데-

비바리의 맘은 딴 델란가

잿빛하늘은 무심합니다

-용머리에서-

 

에머럴드 하늘을 떠 받치고 있는

코린트식 석주의 열병식을 보느라

나 또한 난쟁이 열주로 한참을 서야 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바로

앞에 있었지요

반 시간만 걸어도 열병이 된체 엘도라도에 든 자신을 봅니다

근데

놈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는데 저리

키 클 수가 있는 비결은 뭘까? 를 생각케 합니다

아니지요, 태풍 볼라겐도 놈을 비켜 선 강인함이 나를

'차렷' 세웠습니다

-일출랜드에서-

 

 

하얀모래가 푸른바달 꼬시고 푸른바단 회색구름을 유혹하는

영원한 삼각관계의 수수깨기를 고민하는 섬

비앙도를 찾습니다

바람은 구름을 몰아 비를 낳고 비는 바달 이뤄

바다의 거친 숨결로 뭍을 핥아 하얀 세월을 만들고 있더군요

비앙도는 그들

삼각의 불침번 이었습니다

-협재 사장에서-

 

 

한라산이 폭발하면서 토해 낸

바위덩이-산방산입니다

저 바위덩일 기중기로 들어올려 백록담에 꺼꾸로 처 박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는답니다

그럼 한라산은 백록담 대신 세계에서

제일 큰 테이블마운틴이 될지도 모릅니다

백록담에 물이 고갈 됨

산방산을 옮깁시다

유채꽃씨도 따라나서 테이블마운틴은

엘로우테이블이 될텐데- 아~!

그 땐 제주찾는 손님도 훨씬 많을것 같구요

-산방산 앞에서-

 

녹슨 철로와 비닐협괴열차

놈들을 고스란이 안아야 하는 그림같은 驛舍

열차가 녹슨레일 위를 덜커덩거리며 미끄러질 때

거센 제주바람은 휘파람을 불어재킵니다

뉘 왔나싶어 자크를 열자 쏟아저 들어 온

햇살과 파란 하늘

"당신 어딜 가는데?" 라고 그들이 묻습니다

-에코랜드에서-

 

 

은밀하고 깊은

따스한 자궁 - 우린 애초 자궁에서 태어나

최초 굴에서 살았습니다

아담과 이브는 자연인 이였지요

난 오늘 그 자궁 속으로 들어가

아늑함에 몸 담궈보며 엄마를 생각하다

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담과 이브의 후예인 난

두더지 옷 치렁치렁 걸친 속인이 된 채로-

-일출랜드에서-

 

 

조지오웰이 예언한 세계입니다

우리의 삶은 한 시도 내밀할 수 없습니다

감시망(cctv)은 나의 일거수를 촘촘이 좇습니다

사랑도 예외가 되질 못하지요

당신이 누군가와 밀애를 한다고

그 사랑이 둘만의 비밀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들리에 불빛에 노출 된

사랑은 이미 회화한 사랑이 됩니다

-섹스랜드에서-

 

 

아름다움은 풍만이지요

탱탱한 채움인 게지요

비너스의 몸매 - 美體의 기준은

영원하게 건강함이지요

말라깽이 몸매를 위한 다이어트는 미의 모독일 겁니다

개미허리에 성형미인

아름다움의 착각에 빠진 여성은

애처러운 - 참으로 불쌍한 여인이지요

-성 박물관에서-

 

 

송봉규선생이 40세 때(1971년)

모래밭을 개척하며 일군 창업이념은 '애향'이였다죠

그의 불굴의 개척신념이 오늘의 <한림공원>을 낳았습니다

선각자 한 분의 40여 년 여정이 이렇게 위대한 유토피아를 창조할 수 있다는

진실에 한 없이 겸손해젔습니다

짧다면 짧은 세월 속에

사람이 해 낼 수 있는 위대함을 목격하며 가슴 여미고

용기를 얻는 게지요

송봉규선생은 우리에게 그 용기와 자신감을 선물함일 것 같았습니다

-한림공원에서-

 

 

비바람 세찬 형제섬 앞 蒼海

갈매기의 군무는 춤이 아닙니다

먹이사냥을 나선 처절한 날갯짓입니다

새우깡 하나에 녀석들은 목숨을 걸다시피 맹열합니다

차창밖으로 내민 손가락 사이의 새우깡 하나를

낚아채려 공중곡예를 반복합니다

수면에 떨어지는 먹이를 채려 시퍼런 바다를 해딩하는

녀석들의 투쟁은 가히 슬프기까지 했습니다

내가 잘 한 짓일까요?

새우깡 하나로 녀석들의 생존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을 즐기려든 惡趣말이지요

더는 나의 부질없는 짓에 녀석들의 식성이 변하고

자연스런 생태까지 망가뜨릴지 모른단 생각에 움찔해 졌습니다

나의 철 없는 장난질이 녀석들의 세계를 망칠 수 있다는 말임다

혼돈의 세상에서

빨간등대는 생의 지푭니다

-형제섬 앞에서-

 

 

'축소지향의 미'를 일본인만큼 생활에 접목시키길 좋아하는 민족은 드물거라고

이어령님이 말씀 하셨던가요

우리네처럼 섬세한 손길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손재주를 가진

민족도 드물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십여 년 전 뉴욕서 한 달쯤 떠돌 때

네일아트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우리네 규수들을 심심찮게 본 기억이 새롭습니다

모과`느릅나무의 예술에 가까운 모습은

그런 우리네 손길과 심미안이 빚은

걸작일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한림공원에서-

 

 

섭지코치에 해마가 출현했습니다

따뜻한 제주를 찾았다 雪寒風에 퉁퉁 부운 얼굴이 됐네요

금년겨울은 어찌나 추웠던지 제주의 상록수들이

노란 누더기를 걸친 놈이 한 두 놈이 아니더군요

동사한 게지요

해마는 아직 살아있었습니다

놈이 가끔 거친 숨을 몰아쉬면 코발트 바단

개거품을 내며 해안에 곤두박질을 치데요

성산 일출봉도 된서리로

하얀 왕관을 쓴채 해마등을

도닥거리고 있었습니다

-섭지코치에서-

 

 

넘 예쁜 그녀!

그녀가 제주 비바리였음 하는 생각에 섭했더이다

비바리하곤 넘, 너어~무 다른 아가씨여서

까무잡잡한 피부에 칠흑머리라면 모를까

하긴 비바리도 은색머리로 염색할테죠

해도, 불 밝히며 아무리 들어다봐도

이건 아니단 생각이 들었지요

담에 올 땐 그자리에 제주처녀

비바리가 있어주길 기대해 봅니다

-섹스 샆에서-

 

 

코주부거인이 코우산을 만들어

횟감을 파는 어멍에게 가랑비를 막아주고 있습니다

거인은 동반자인 어멍의

삶의 터인게지요

꼬마비바릴 챙기는 어멍의

빨강 자켓이 잿빛 우주 속에

생동감을 줍니다

삶은 아름답습니다

등대는 언제나 간절한 이들에게만 길을 밝힙니다.

-용머리해안에서-

 

 

제주섬은

그대를 안습니다 아무때나

아무조건도 없이 그대를

그대가 어떤 심사에서 찾아왔던 따스하게 품습니다

섬은 그대의 모든 짐들을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엄마처럼

모든 걸 털고 가세요

아늑한 엄마의 자궁을 나서는

탄생처럼 훌훌이

떠나길 섬 - 제주는 그대곁에 있습니다

-쌍용동굴에서-

 

 

한라산이 제주섬이고

섬이 돌과 바람과 여자로 채워졌듯

제주의 돌은 천의 얼굴로 다가섭니다

천상만상의 석상들은 바람의

마이다스 제주바람의 손길이지요

돌의 신비는 제주의 아이콘이기도 하구요

죽을 때 아무것도 가저가는 게 없지만

死者는 다만 돌만을 동반합니다

돌은 사자의 울타리가 됩니다

우린, 제주사람들은

죽어 돌의 친구가 되지요

2013. 0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