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찬가(1) - 진위천 뚝방길을 따라

언제 : 2008. 07. 11.

어디로 : 안성 공도 양기리(집) → 공도 양기리 난촌 경노당앞 → 공도 농협연수원앞 → 공도 웅교리 → 공도 진사리 → 평택 유천리 → 평택 원평동 군문교 → 평택 팽성읍 군문교 뚝방길 따라 → 평택 팽성읍 신대리 위생처리장앞 → 평택 신대리 섶다리 → 평택 고덕면 태평아파트앞 → 평택 통복동 통복교 → 평택 비전동 현대이화테니스장 → 평택 용이동 삼천리 충전소 → 안성 공도 진사리 → 안성 공도 웅교리 → 안성 공도 농협연수원앞 → 안성 공도 양기리 난촌경노당앞 → 안성 공도 양기리(집) 55km

 

한 남자와 두 여자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숙소앞에서 식후 객초를 즐기고 있는데 공포의 살레사라 비탈길(경사 30도는 될 것 같음)을 노부부가 자전거를 끌고 올라온다.

나도 뭐 근 60년을 살었으니 이꼴 저꼴 다 봐서 크게 놀라거나 크게 상심할 일이 없을진데 이 노부부를 보고는 정말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고 있으니 노부부는 내가 놀라고 있는게 미안한지 그들도 씨~익 웃으며 올라간다.

자전거에 실린 저 짐들!....앞바퀴, 뒷바퀴, 짐받이....핸들위..아무리 이네들의 자전거 문화에 놀랐다지만 이건 정말 상상을 초월한 진정한 자전거 매니아들 아닌가?...자전거타고 알프스에서 캠핑을?....흐~미!..

이심전심이랄까?...셧타를 누르는 순간 부르지도 않했는데 노부부 둘이 동시에 뒤를 돌아다 본다. 알프스 트랙킹의 좋은 조짐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지난 추억의 앨멈 - 2006.07. 스위스 배낭여행기 중에서)

2년전...수목장 실태 벤치마킹을 핑게로 독일과 스위스를 다녀온 배낭여행중 가장 인상깊게 각인된 모습이 그네들의 자전거 문화였다. 유로 특급열차는 물론이고 인터씨티 열차, 지하철, 트램, 심지어 시내버스까지 자전거를 위한 공간을 마련한 그네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냈었다.

나도 이제 자출족(자전거타고 출근하는 족속)이 된지 달포가 훨씬 지났다. 정년퇴직후 구한 직장은 다행이 집에서 가까워 늙은 나귀를 타고 38도로를 달리면 10분쯤 걸리고 이틀 건너 하루 출근하면 되니 기름값도 일십만원이면 충분히 뒤집어 쓴다.

그런데도 내가 굳이 자출족 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것은 기름값을 엄청스레 올린 얄미운 압둘라들에게 어설프나마 앙갚음을 하기 위함이다. 참새도 죽을때는 "짹" 하고 죽는다던데?...ㅋㅋㅋ

그러나 사실은 지난해부터 산행시 왼쪽 무릎 종지뼈가 시큼시큼하더니 앉았다가 일어 설려면 여간 고통스럽지 않았는데 필시 노인들에게 찾아오는 퇴행성관절염이 분명한데 병원에 가봐야지 하면서도 웬지 귀찮고 불안해서 약국에서 그루코사민 어쩌고 하는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차일피일하다가 관절운동에는 자전거 타는게 제일이다 싶어 시작한 것이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38도로는 미친듯이 달려대는 차들에게 치어 죽을까봐 불안해서 못다니겠고 한쪽 귀에 엠피쓰리 이어폰을 꽂고 흘러간 팝송을 들으면서 공도 과수원 길과 농로를 달리는 출퇴근 길은 돌아가는 길이라 다소 멀기는 하지만 농약 냄새와 두엄 썩는 냄새를 맡으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짙푸른 벼포기 속에서 왜가리 서너마리 훌쩍 날라가는 논길을 달리다 보면 비록 내 논이 아닐찌라도 마음이 넉넉하고 흡족한게 여간 재밋고 신나는 길이 아닐수 없다.(편도 주행거리 13km에 45분소요)

10여년전...내가 비전동에 살때는 집에서 직장(보건소)까지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가 닿을 지경이라 자동차도 필요 없었고 테니스 치러 갈때나 탈려고 MTB하는 사람이 중고품(타이완제 트라이 알톤 7005)으로 내놓은 것을 그때 돈 17만원에 샀는데 고놈이 이렇게 효도할 줄 어떠케아러쓰까잉?....ㅋㅋㅋ

이제 기름값이 천정부지가 되다보니 우리도 이제 자전거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늦게나마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었다. 10년전만 해도 기어 달린 자전거가 흔하지 않해서 비록 중고품이기는 하지만 21단 기어 자전거로 뽀데를 냈었는데 이제 비싼 수입 자전거가 밀려 들어오니 기십만원짜리는 얼굴도 못 내밀겠고 27단 기어에 2~3백만원 짜리는 중저가에 속하고 소형차 1대값인 1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자전거가 있으니 산행시 체력 탓하는 아내한테 당신도 이제 자전거나 하나 사서 나하고 살살 같이 다니자고 꼬셨더니 산에 빠진 여자가 서투른 자전거 타고 허우적 거리자니 영 마뜩치 않는지 자기는 싫댄다...니미럴!!...마누라 덕분에 나도 2백만원짜리 하나 사서 뽀데 좀 내 볼려고 했더니 말짱 "꽝"이되고 말았네!....ㅋㅋㅋ

허리 꾸부정한 노인 여자들이 깨소금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동네 텃밭을 가꾸고 있다. (진사리에서)

평택뜰(소사뜰)이다. 새로 지은 평택 SK View 아파트가 가깝고 선명하게 보인다.

저 수많은 하얀 점들이 뭐신가 했더니?...

노란부리의 왜가리들이었다.

고놈들은 콤파스나 줄자보다 더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어 위험 사거리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짜석들!...

익모초는 언제 어디서나 어머님을 생각나게 한다....

   모든 것 다 변해도 고이 웃고 불러 준 내 어머님

   그 비단 마음 어디 두고 그리 훌훌 가시나요

   익모초 약액처럼 쓰디쓰게 사시다가

    허공에 바람가듯 못다하신 예순 고개

   길 잃은 후조처럼 갈 길 몰라 서성이다

   언뜻 솟는 눈물 속에 생생히 트이는 이 서러움...(지은이는 모름니다)

 

주민들의 반대로 영업을 못하는 장례예식장을 지나면 군문교 뚝방길이 나온다

평택 시내와 둔포, 팽성쪽을 연결하는 군문교

안성천이 진위천과 만나기 위해서는 한참을 더 내려가야 한다

군문교와 하천부지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꽃

뚝방길 위에 한가롭던 멧비둘기들이 휘리릭~

뚝방길에서

뚝방길에서

뚝방길에서

뚝방길에서

신대리 삽다리(고덕면 쪽)

고덕면 태평아파트와 KTX 교각 아래

비전동 은행아파트 소음방지 벽과 담쟁이

10년 넘게 공을 들이며 젊음(?)을 함께 했던 현대이화아파트 테니스장도 이제 졸업할 때가 가까워 졌으니 아쉽지만 버려야 할것은 쉽게 버려야 가벼운 삶을 사느니!...

진사리 경부고속도로 앞에서

저 앞에 우리 집이 보인다. (안성 웅교리에서)

아침마다 출퇴근 길에 이곳에 이르면 즐겁다. 수 천 수 만의 느티나무 잎사귀들이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내 말좀 들어보라는 듯이 속살거리는 것이 귀여운 여편네들이 살강강강 얘기하는것 같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공도 웅교리 느티나무)

공도 웅교리 방향

노란 자두

과수원집 담장의 여름꽃 능소화

농가집 담벼락 밑의 더덕

누가 뺏어 먹을까봐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아욱의 꽃이다.

??.....

꽃 석류

도라지꽃

도라지꽃

인동덩쿨꿏

아그배(똘배)

몇 년 전 존애하는 산거북이님의 진주 남강 기행문을 보고 나도 언제나 저렇게 진저리 처지듯 아름답고 느낌있는 글을 한번 써보나 생각하며 부러워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래서 이참에 흉내를 낸다는 것이 안성천에서 진위천까지 자전거 기행이었다.

처음 계획은 안성천을 따라 진위천 뚝방길을 다녀오고 싶었지만 하천지도도 구할 수 없었고 그냥 눈깜땡깜으로 뚝방길을 따라 다니다 보니 엉뚱하게 고덕면 동고리 태평아파트 앞에서 갈길 몰라 한다.

온길 만큼 가야할 길이 걱정되어 길섶 중국집에서 손짜장 하나 시켜놓고 쐐주 일병으로 임가심하고 오늘의 실패를 되새김 해본다...그러나 오늘만 날이 아니여!...어짜피 죽어서 뭍힐 곳은 평택이나 안성일테니 네버엔딩의 숙제는 계속될꺼야!...안즉 죽을려면 멀었응게!...ㅋㅋㅋ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