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촉석루와 진양호

2008.05.18(일, 맑음)





지리산 거림에서 진주로 나오니 20:20이다.
대구로 가봤자 찜질호텔이니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촉석루와 진양호를 둘러 봐야겠다.

저녁 식사중인 한 어르신께 촉석루와 진양호 가는 방법 물어보고
최근에 타개하신 토지 작가 박경리님 고향이 통영이지만 진주여고 나오셨다니
진주는 경남의 중심지였을 것 같아 경남도청이 진주에 있느냐고 물어본다.

진주에 있었는데 오래 전에 창원으로 옮겨졌다며 섭섭한 표정이다.
마산, 창원, 통영, 사천이 산업화로 눈부신 성장을 했는데 진주만은 그렇지 못했다하시길래 안타까운 생각에 이런 저런 대화가 이어진다.

저쪽 테이블에서 식사중인 손님 내 목소리에 관심 가지셨는지 자신의 형제들이 모두 서울에 사는데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진주를 떠나기 싫어 이렇게 고향 지키신다며
진주에 대해 관심 가져주어 감사하다고 내 식사비까지 지불하신다.

뜻밖의 호의에 어쩔 줄 모르다 결국 그 분의 성의를 감사히 받아드리고 이런 저런 대화가 계속된다.
나라의 중요한 일을 담당했던 분들의 상당수가 진주 출신이라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외지로 떠나버려 고향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는 현실을 섭섭해 하신다.

자식들도 특출 나면 외국으로 나가게 되지요.
멀리서 부모 걱정해봤자 무슨 소용 있나요. 부모 곁에 있는 자식이 최고겠지요.

외지로 나갔다가도 노년기만큼은 고향으로 돌아와 살면 좋으련만....

오래된 시가지내 찜질호텔로 들어서니 겉보기와 달리 재래식 기분이다.
이런 것 역시 인구감소 때문 아닐까?

시내를 관통하는 남강옆 조그마한 동산이 진주성이라는데 그 안에 촉석루가 보인다.






이곳 진주성은 그 옛날 영남지방를 호령하는 자들이 회합하는 장소였을 것이다.
바로 밑 남강은 지리산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르니 장어와 은어 등 온갖 물고기가 뛰놀았을 것이고
이곳 정자(촉석루)에서는 장어구이 등 맛있는 요리에다 목청 좋은 예쁜 여인들이 술시중 들면서 그들을 모셨을 것 같다.






통영앞바다 전선을 뚫고 진주성까지 진입한 왜군 장수
이들에게 항복한 그들은 목숨만은 살게 해 달라며 기생으로 하여금 왜장을 특별히 모시도록 했을 것 같다.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된 기생 논개는 영남 여성의 특유한 기질이 발동했을 것이다.
남정내들 어쩌다 이렇게 까지 당하다니....
왜놈 장수를 가까이 할 기회를 얻었으니 어떻게든 죽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을 것이다.

촉석루에 모인 왜군 장수들 술과 음식으로 흥을 돋꾼 후
바로 저 아래 바위엔 물고기도 많이 모여 들고 무척 아름답다며 내려가 보자 했을 것이다.

내려갔던 바위를 살펴보니 커다란 암반이 강쪽으로 완만하게 내려가는데 한쪽면은 10m정도의 수직절벽이고 곧바로 시퍼런 강물이다.






바로 이곳으로 왜장을 끌어안고 떨어진다면 분명히 죽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충성스런 개는 주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니하고 오로지 주인만을 생각하고 싸운다.

위정자들은 논개의 애국정신을 기리며 본받아야 한다면서도
진정 자신들은 백성앞에 뛰어난 자로 착각하고 엉뚱한 생각만 하고 있지 않을런지...



진주시민이 즐겨찾는 30년 전통의 추어탕집을 찾아갔는데 오늘은 휴업이란다.
진주시내 재래시장 상인들이 즐겨 찾는 집에서 아침식사(국밥) 하고 진양호를 찾아간다.

진주여고 돌아 남강따라 올라가니 거대한 댐이 보이고 이내 종점이다.
진양호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을 찾아 무작정 도로따라 올라간다.
어린이 놀이터 지나 팔각정에 오르니 진양호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좌측 골짜기는 지리산 거림 중산리쪽에서 흘러들고 우측 골짜기는 덕유산 쪽에서 흘러드는 물이다.
이곳 진양호에 머물다 남강으로 흘러 낙동강으로 이어지는가 보다.





팔각정 아래 숲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락이 들여온다.
남인수 동상 그 옆엔 그분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도록 보턴이 있다.




당대의 애달픈 인생사를 담은 청아한 목소리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의 마음을 애태웠던 가수 남인수
바로 그분의 고향이 진주였다며 자랑스럽게 모셔 놓고 그 분을 회상하게 하는 것 같다.

이처럼 고향의 자랑거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내 마음이 머물러 있는 고향은 어딜까?

유년시절의 고향 경기도 양주는 몰라보게 변해버렸고,
학창시절의 고향 서울 역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어 고향이라 말할 수 없다.

사회인이 되면서 강릉, 울산, 대전, 대구....
마음의 고향은 오늘까지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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