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두물머리 연꽃단지인 세미원

  

 

  늦은 여름휴가를 받았지만 제10호 태풍 "우쿵"의 간접영향으로 일기가 불순하여 수요산행을 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갑니다. 2006년 8월 17일 목요일 아침, 늦잠을 자려는 아내에게 외출을 하자고 유혹합니다.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피서를 하러 바다로 계곡으로 멀리 떠나는 것을 원하지만, 아내는 피서를 떠나는 대신 집에서 노닥거리다가 한 두 번 외식이라도 같이 하면 그것으로 만사 오케이입니다.

  

  이런 점에서 여름철에 피서를 가자고 시달리지 않아서 매우 편하지만 산이나 들로 나들이를 좋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아내가 야속합니다. 그리하여 오늘도 맛있는 점심을 사 주겠다고 설득하여 겨우 아침 10시경 집을 나섭니다.


  양평 소재 연꽃단지에 간다고 하였더니 지난해 8월 경기도 강화도의 논두렁연꽃 축제를 다녀왔는데 똑 같은 연꽃을 보러 무엇 때문에 가느냐고 잔소리를 합니다. 그러나 신문 보도에 의하면 양평의 세미원 연꽃단지는 매우 볼만하다는 말로 안심시키고는 자동차에 오릅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도로는 지체와 서행을 반복합니다. 88올림픽대로의 동쪽 끝 지점에서 양평대교를 건너 6번 국도를 타고 동으로 달리다가 신양수대교를 건너 양수리(두물머리)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으로 빠져 좌회전하여 약 400여 미터 달리니 왼쪽에 양서문화체육공원 이정표가 있어 이곳으로 들어가 차를 세웁니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에서 흘려온 물길이 하나로 합쳐져 한강이 되는 곳인데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입니다. 이 두물머리 맞은편에 연꽃단지인 세미원이 있습니다.


  세미원(洗美苑)은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花美心)"는 옛말에 근거를 두어 누구든지 이 터전에 오면 흐르는 한강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 내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모든 길을 빨래판으로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세미원 안내문>

  
  이곳은 일년 내내 아름다운 수련꽃을 볼 수 있는 세계수련관, 수생식물 중 환경정화능력을 실험하는 환경정화장소, 새로운 품종을 실험하는 시험재배단지 그리고 예술작품전시회를 여는 작은 갤러리가 있습니다(자료 : 세미원 안내문).    


  정문을 들어가니 입장료가 없는 대신 주소와 성명을 기록하라고 합니다. 연꽃이 활짝 피어 있는 청초한 모습은 언제 모아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거의 정오가 다 된 시각이라 활기에 찬 연꽃의 모습은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양수대교를 밑을 지나 연꽃을 감상하고 있으려니 한 남성이 사람의 팔뚝보다도 긴 망원렌즈를 부착한 카메라 두 대를 가지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이 분은 연꽃이 절정기를 맞고 있는 모습도 물론 좋지만 잎이 시들고 꽃이 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하는군요.


  홍련과 백련 같은 연꽃은 물론 정원처럼 잘 가꾼 땅 위에 많은 야생화도 조성되어 있어 사진을 찍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장독대를 진열하여 장독마다 가운데에 수도꼭지를 부착해서 분수처럼 물을 뿜어 올리고, 또 그늘에 옹기를 가지런히 진열하여 앉아 쉴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독특한 아이디어였으며, 물레방아를 설치하여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여러 형상의 돌로 정원을 조성한 점 등은 세미원의 자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맨드라미꽃>

  

    

    

<옹기분수>

  

    

    

    

    

    

    

    

    

    

    

    

    

 <옹기 의자>

    

    

    

    

    

    

<신양수대교 밑의 연꽃과 뒤로 보이는 예봉산>

    


  입구에 코스모스가 많이 피어 있어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알게되었고, 새빨간 민들레꽃도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이런 광경을 답사한 후 아내도 논에 연꽃만 달랑 조성된 강화도 연꽃단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볼 만 한 게 많다고 기분이 매우 좋은 듯 하여 안심이 됩니다.

  

  


  특히 하루 전 내린 비의 영향으로 대기중의 먼지가 깨끗이 씻어져 사방으로 보이는 산들이 바로 코앞에 있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선명합니다. 남동쪽으로는 정암산(403m), 서쪽으로는 예봉산(683m), 북서쪽으로는 운길산(610m)이 솟아있고, 동쪽으로는 청계산(658m)이 우뚝합니다. 

  

    <뒤로 보이는 운길산>

    

<신양수대교 뒤로 보이는 예봉산>

  


  세미원을 나와 인근에 위치한 "양평군이 선정한 맛집"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 유기농쌈밥(1인분 8천원)을 주문했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음식을 먹는 사람보다는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한 쪽 벽면에는 음식점을 다녀간 인기연예인들의 사진과 사인이 든 액자를 걸어놓고 선전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 참을 기다려 나온 음식을 먹어보니 가격에 비해서는 맛이 괜찮습니다.

    

    

<식당앞 화단>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마침 경춘선에 열차가 지나가는데 도로의 차량때문에 기다리다

  열차의 뒷부분만 찍음>

  

  

<식당에서 바라본 두물머리너머 예봉산 줄기>

  
  귀가하는 길에 팔당호 옆에 위치한 다산기념관에 들렀다가 팔당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로 들어서니 북한산과 도봉산의 웅장한 스카이라인이 선명하게 한 눈에 바라보입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었지만 정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포기하고 맙니다.


  오후 네시가 지난 시각이지만 이미 올림픽대로는 차량들로 만원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집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오늘 산에 오른 사람들은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을 마음껏 즐겼을 것입니다. 필자도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외출하여 한강을 바라보면서 연꽃을 감상하며 뜻 깊은 시간을 보낸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앗!  이 여인은 옹기의자의 뒷 배경으로 한번 출연했지요>

  
        @ 여러분! 늦도록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를 슬기롭게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