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 칠면초, 갈대 그리고 개펄

 

 

 

             2005. 10. 16

             산거북이 부부

 

 

 

 

          일명 바다채송화.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칠면초의 자주빛은

          과연 잿빛 개펄에 충격적인 변색이었다.

 

 

 

          살아있다는 개펄의 신선한 홍조인가 .

          죽어가는 개펄의 신음섞인 토혈인가 .

 

 

 

 

 

          인터넷 정보, 최병관님의 헌신적인 홈피 

           http://www.suncheonman.com/ 

          에서 촬영지에 기본정보를 숙지하고 GPS 에 의해 따랐으나,

          막상 지방도로를 벗어난 농로에서부터 마을을 지나 용머리산 (장개산 94.1 m)

          아래 까지는 찾기가 쉬운 길이 아니다.

 

 

 

          용케도 용머리산을 찾고 등로를 따라 해발 94 미터 까지 올라가서

          이 장면을 포착하기까지는 완벽한 산행 그 자체였다.^^

          말하자면 어느 분 이 자주 쓰시는대로 "순천 용머리산을 아시나요?"

          그 정도 산행기 제목으로도 가능한 것이렸다.

 

 

 

 

 

          파스텔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는가.

          오래된 파스텔 박스를 열면 모든 파스텔 막대가 흐릿한 분칠을

          하고 있다. 옆에 자리한 연한 색감을 구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와트만 종이의 적당히 거친 면에 진홍빛 파스텔을 그으면,

          날카로운 선혈처럼, 증오에 찬 질투같은 연인의 입술처럼,

          붉은 색감이 섬뜩하게 그려진다.

 

 

 

          손가락끝으로 살살 문지르면

          날카로운 선혈은 처녀의 부끄러운 홍조가 되고

          슬픈 중년의 옛 꿈과 같은 색깔이 된다.  

   

 

 

          칠면초는 빛의 각도에 따라

          그렇게 보여진다.

 

 

 

 

 

 

          갯가로 맞닿은 곳까지 칠면초의 자주빛은 

          끝없이 유혹하는 욕망의 보라빛이 더해지면서

          자꾸만 짙어진다.

 

 

 

          그러나, 막상 다가가면

          듬성듬성한 노파의 머리숱처럼

          초췌한 칠면초의 산재된 군락으로 보일 뿐.

 

 

 

          보랏빛 꿈을 찾아 떠났던 많은 이들의 발자국만

          마치 미이라의 주름처럼 깊이 새겨져있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휑덩그레 남겨진 우리에게

          모든 풍경은

          차라리 幻影이었다.

 

 

 

 

 

          돌아와야한다.

          돌아오는 곳이 비록 거칠고 가난한 곳이라하여도

          지난 시절의 정열과 고행을 되새기는 행복이 있다.

 

 

          돌아오는 늙은 주름의 눈가에 회한의 눈물이 맺힐 지라도.

 

 

 

 

 

 

          어부의 작업은 고독하다.

          쪽배도 그러하거니와

          개펄을 휘젓는 작대기 조차 고독하다.

 

 

 

          푸른 섬도 고독하고

          바다도

          개펄도

          그리운 어떤 대상의 고독한 그림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부는

          혼자서 일상의 삶의 연신 중얼거린다.

 

 

 

          망원렌즈의 피사거리에서

          그 소리는 온전하게 들려온다.

          바다의 고적함 때문일까.

 

 

 

          어부는

          휴대폰으로

          잡다한 일상의 이야기를 느릿하게 주절대고 있다.

          짱뚱어와는 잠시 휴전 중이다. 

 

 

 

           저 고독한 개펄과 바다의 외로움 속에서 조차

           손전화는 유용한 문명의 이기다

 

 

 

 

 

          개펄의 끝머리에 솥섬이 뿌옇다.

          농주염전 지난 바닷가  일몰녘 개펄에서

          귀가하는 어민 아낙네들의 그림자를 잡아내는 일일랑은

          젖혀두자.

 

 

  

          이대로도 충분하다.

          날씨가 맑지 않아도 좋다.

 

 

 

 

 

 

          자연의 어디에서

          이와같은 색감을 얻을 수 있을까.

          회색 개펄의 배경은 칠면초의 색감을 더욱 돋운다.

 

 

 

 

 

 

 

          다섯군데의 촬영포인트를 죄다 둘러보니

          농주리 용머리산의 조망을 따를 곳이 없다.

          일몰시에는 또다른 분위기가 있겠지만......

 

 

 

          시내로 들어와 남도 한정식을 한 상 받아보았다.

          매번 느끼지만 역시 실망한다.

          "거나한 한 상"은 이제 더이상 시대트랜드에 맞지 않는 차림인 것 같다.

          "절묘한 맛배기-단일종목"으로 승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 것 같다.

 

 

 

          친구 히어리에게는 진작에 연락하고 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부산으로 귀향하였다.

          강천산 길게 걸었다가 내려오는 중이라는 히어리의 전화가 오고

          황금능선 둘렀다가 지리산 산중에서 부상자를 돌보던 수영형님이 전화가 오고

          칠선계곡 둘렀다 하산하는 산사랑방 성님도 전화가 오고....

 

 

 

          조오켔수들......^^

 

 

 

          나는 개펄 말라 갈라진 척박한 땅에

         짙은 자주색 물드는 칠면초 소리만 듣고 왔는데.....

          뭐랬는 지 아슈?

 

 

 

         ...... 가을은 바닷가 개펄에서도 깊어집니다.

 

 

 

          이럽디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