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3. 23. 수. / 2명(유)


 

1.

시원한 바다를 보고 싶어 강의를 빼먹고

특별히 정한 바도 없이 그냥 동해 바다로.


 

그 동안 구룡산 청계산 외에는 먼 데를 나가지 못했다.


 

동신이와 얘기 좀 하느라고 9시 40분 경 출발.

날씨가 흐리다.

장거리 운전도 오랜만이다.


 

홍천 인제 구간, 미시령 구간의 새길 작업이 한창.

설악산은 눈이 쌓여 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 산행을 올 겨울엔 못했다.


 

시계도 좋지 않고 차장에 비도 뿌린다.

툭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미시령에서 내려 가다 차를 멈춰

설경 설악을 한참 바라보았다.


 

속초를 버리고 화암사를 지나 간성 쪽으로.

바다가 희미하다.


 

2.

여러 해수욕장을 거쳐 화진포. 

그 입구에 있는 막국수집에서 조금 늦은 점심.

여기까지 4시간.

재작년인가 먹은 명태 식해 맛 때문에

동해 바다의 회 한 접시를 포기하고 선택했다.


 

수육 한 접시(만 원)에 동동주 반 되(3000원)로 달게 먹다.

일부러 멀리서 찾아 왔음을 은근히 내색해 가며.

막국수(5000원) 하나를 시켜 둘이 나눠 먹다.

동동주에 김치국물에 배가 부르다.


 

명태식해를 조금 사자 하니 안 판다고. 

체통을 지키기로 하다.


 

3.

화진포 해수장에 들어서니 바다가 갠다.

고맙다.

모래 사장을 걸어 물가로 가서

숨을 깊이 들이 쉬다.

시야가 툭 트이고.


 

이 잠간을 위하여

이렇게 왔다.


 

단순한 바다와 파도와 주변을

조금 지나칠 정도로 많이

카메라에 담았다.


 

이승만 김일성 이기붕의 별장은 먼저 번에 보았고.

가져 간 오리털 잠바가 요긴하게

바람이 차다.


 

조용하던 바닷가에

관광버스 여러 대가 난 데 없이 주차하고

학생들이 모래사장으로 쏟아진다.

버스로 금강산을 수학여행 차 간다는

일산의 J고등학생들이다.


 

언제 한 번 가보고 싶은 산.


 

녀석들과 바다를 두고

귀로에 오르다.


 

4.

오다 주영이가 좋아한다는 오징어젓 명란젓을 조금 사고

구워주는 오징어 한 마리를 덤으로 얻어 조심스레 맛보며 오다가

건봉사 안내판을 보고 물통을 채우기로 하고 들어 가다.

큰 공간에 한적한 분위기.

혼자서 적별보궁과 대웅전을 다시 둘러보았다.

불이문에서 올라가다  대웅전 쪽으로 이어진 다리가 없어지고

그 아래에 연결 통로를 새로 만들었다.


 

이웃한 적멸보궁과 독성각에는 각각 한 분의 비구니가

낮은 독경 소리를 닫힌 문 밖으로 내 보낸다.

털신 한 켤레가 단아하다.

이 깊은 산 고적함 속에서 무슨 비원을 간구하고 있을까?


 

5.

진부령 고개를 넘어 다양한 날씨를 겪으며 국수리에 도착.

무청해장국으로 늦은 저녁을 먹고 귀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