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목장 체험 프로그램 참가기 ♠

그러니까 내가 수목장이란 생소한 단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2년전 쯤이다. 평소에 산행을 좋아해서 산에 다녀오면 산행기랍시고  허접스런 글과 그림을 인터넷에 올려 산행의 느낌을 나누곤 했는데 그중에 "한울타리"라는 지인의 카페에서 수목장을 알 게 된 것이다.

 

물론 "한울타리"는 산림학자도 아니고 산림에 관계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이 분 역시 산행을 좋아하다 보니 산과 나무와 분묘와 자연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 왔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간 우리나라 장묘문화의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도 어떤 식으로 해결 해야하는지 특별한 대안이 없었으나 년초 "김장수" 선생님의 수목장이 매스컴에 등장하면서 세인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수목장에 비해 매장묘이나 납골묘에 대한 피해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얼마전 "수실모"(수목장을실천하는사람들의모임)라는 모임이 생겼을 때 나는 주저없이 가입을 했었다. 바늘 하나 꼽을 내 땅도 없거니와 좋아하는 산에서 "나무로 우뚝 서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낭만적인 생각도 들었고 하물며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 애비, 애미의 묘지를 돌보게 하는 경제적인 부담과 심적인 갈등의 멍애를 지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2006년 6월 3일(토)~4(일) "수실모"에서 실시하는 "수목장 실무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에는 또 다른 사연이 있었으니?....  그것은 배낭여행의 테마를 수목장 발상지인 스위스와 독일 수목장림으로 정했기 때문에 어떻게 그들의 수목장림 지역을 찾아갈 수 있는지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학이다....이렇게 품위있는 건물 외관과 실내의 건축자재에 기가 죽은  촌놈은 발뒷꿈치를 들고 살살 걸어 들어간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우리나라에 수목장이라는 새로운 장묘문화에 불을 지핀 고려대 변우혁 교수님이다...전문가답게 여유롭고, 부드럽고,명쾌한 강의를 하는 이 분의 인상은 잘 생긴 개구쟁이처럼 항상 웃는 표정이 보기 좋았다

산림청 임영석 사무관이다...독일과 스위스처럼 산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 산림문화 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젊은 엘리트 관료들에게 많은 힘을 실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산림에 대해 문외한인 나한테 마상규 한국산림기술인협회장의 강의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청태산 자연휴양림관리소장(파란 쪼끼 입으신분) 내가 굳이 산림 전문가들의 프로필을 공개하는 이유는 이분들의 관심과 노력이 벌거숭이었던 우리나라 산을 이렇게 울울창창하게 만든 주역중의 한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음날....수목장 체험현장이 수옥장으로?...우리를 현장으로 데려다 줄 버스에 조그만 실수가 있었으나 부랴부랴 기사님의 재치로 응급 땜빵을 하게된다.

충남 홍성에서, 제주도에서, 종가집 종부도, 상조회사 관계자도, 노인관련 재단에서도, 심지어 풍수를 보는 지관들도, 역술인도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니 수목장은 이제 더 이상 나 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조림한지 40년이 된 청태산 자연휴양림의 전나무 숲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수목장의 효시인 김장수 선생님의 기념비적인 그 곳을 보고 싶었지만 갑자기 일정이 바뀐 것이다.

변우혁 교수님은 자연휴양림을 수목장림과 병행해서 활용하면 어떠할런지 참가자들의 의식을 설문했지만 수목장 전도사(?)들의 집단에서 이런 표본설문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수목장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죽은 자의 영(靈) 앞에서 산자가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과연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런지?...더우기 도스 인근 공원의 수목에 수목장을 병행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 

 

접근은 용이하나 등산객들이 잘 다니지 않는 국공립 공원의 간벌이 끝난 지역이나 나무 종자를 채취하기 위해 조성된 채종원같은 지역을 수목장과 병행하면 국민들이 정서적 저항이 적을 것 같다.  

 

아래의 그림은 작년 12월 월악산 근처의 북바위산 산행을 마치고 사시리 계곡으로 내려오면서 산행기를 작성한 내용중의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휴식공간인 자연휴양림을 수목장림으로 병행하기에는 수목장을 선호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국민들의 절대적인 공감대가 필요한 일이니....

 

 ▲ 사시리 계곡의 소나무 조림은 나무마다 꼬리표를 달아놓고 얼마나 체계적으로 잘 가꾸어 놨는지 평소 관심이 많던 수목장림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흐뭇하게 내려왔는데 알고보니 채종원이라고 첨들어보는....

열띤 체험행사를 마치고...

인간은 자연을 훼손하여 조끔이라도 편안하게 살아야겠다는 이기적인 의식에서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 것은 산행에 재미를 붙이고 나서다. 자연은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치있는 유일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수목장이 마지막 대안인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