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닐다가 멈추고 싶은, 그리고 문득 뒤돌아 보게 만드는 그곳

 

                             - 함양 상림 [咸陽 上林] -

 

 

          함양의 상림은 함양인들의 추억을 품고, 깊은 가을 속으로 빠져듭니다.

         

          어린 시절, 낙엽이 지폐보다 더 가치 있게 보이던 순수한 환희.

          학창 시절, 텅 비어 허전했던 갈색 고독과 끝 모를 우수.

          청춘 시절, 사랑이란 이름만으로 보석 같았고,

          이별의 상처에 뿌려지는 소독분말의 쓰라림 같았던 통증.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되살아나는 가을 깊은 상림(上林)입니다.

          작년 여름, 백운산과 괘관산 등로 탐색 때에 이은 두번째 상림 방문입니다.

 

- 고속도로 정체로 의령국도를 이용하였습니다.

칠서에서 지방도로를 이어 의령국도 이어가니 남강탐사 때

한번씩 더듬은 도로입니다. 머리 단풍 든 자굴산이 좋아 한컷!

 

-의령국도는 금빛 가을

 

 

          외곽에서 바라보는 숲 전체는 뜻밖에 붉더군요.

          하지만 그 속에 들면 연한 노란 빛이 주류를 이루는 그윽한 느낌.

          강렬함을 원하시는지요?

          아쉽지만 이곳은 강열한 색의 대비는 없습니다.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비교적 적어 원색의 빨강과 진노랑은 짐짓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망은 거두십시오.

          두텁게 깔린 낙엽 위로 은은한 가을빛의 숨 전체를 감싸는 느낌.

          가을은 결코 들뜨는 현란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줍니다.

          당연히, 이곳 사람들은 10월말의 단풍과 그 이후의 낙엽깔린 풍치를

          최고로 꼽는다 합니다.

 

 

         

 

          경상도 함양 땅이 어디입니까.

          거창과 함께, 경남의 가장 북서쪽 끝에 위치하여, 북으로 남덕유산을 안고

          남으로 지리산을 경계하는 크나큰 산세의 땅이 아닙니까.

 

 

                                                                                                        -이상 fusifilm F10 똑딱이 디카

 

 

          상림은, 함양군 함양 읍내를 흐르는 위천 강가에 6만4천여 평 (폭 80~200m,

          길이 1.5㎞)의 넓은 숲으로 천연기념물 제 15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상림은 사람의 힘으로 조성한 숲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이라는

          역사적 가치와 함께 홍수의 피해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한 지혜를 알 수

          있는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매우 커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관림(大館林)이라고 불렀으나 이 숲의 가운데 부분이 홍수로 무너

          짐에 따라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뉘게 되었고, 현재 하림은 훼손되어

          흔적만 남아있고 상림만이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이 상림으로 90여종에 이르는 노목의 활엽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

          습니다. 소나무 측백나무 및 노간주나무 등의 나자식물을 비롯하여 갈참나무,

          갈졸참, 감나무, 개서어나무, 까치박달나무, 고로쇠나무, 고욤, 굴참나무, 느릅나

          무, 느티나무, 다릅나무, 떡갈나무, 말채나무, 물갬나무, 물오리나무, 물푸레나무,

          밤나무, 벚나무 등등...... 100 종류가 넘는, 20,0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

          고 이중 가장 오랜 것이 200년 된 갈참나무로, 그 밑둥 둘레는 120cm 쯤 된답

          니다.

 

 

                      

                                                                                                       -이상 film scan

 

 

          상림의 볼거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군이 상림 옆 2만여평 부지에 연꽃

          단지를 조성, 백련, 홍련, 황련 등 300여종의 연꽃을 심었습니다. 작위적이긴

          하지만, 왕복 3킬로를 걸은 피로를 풀어주는 눈요기로는 제격입니다.

 

 

 

 

                                                                                                                                -by Dica F10

         

 

          여름내내 상림은 화사한 연분홍빛 연꽃바다를 이루었을 겝니다. 연꽃모양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만개한 백련과 홍련이 뿜어내는 색채의 향연이 얼마나

          화려하였을 지 상상이 됩니다. 열대와 한대의 연꽃을 격리하여 재배한 연꽃지

          에는 11월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일부 연꽃들이 피고지고 합니다.

 

 

         

 

          귀로.

         

          정체된 구간을 피해와도 군북-함안구간의 막힘은 피할 수 없다.

          낙동정맥의 주릉에서 벗어나지만 산그림자가 매혹적인 저 산은

          늘 나를 유혹한다. 오봉산인 것 같은데....

          그리고 여항산 산그림자 위로 은색 달이 높이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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