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楸子島) (1)/추자도 이야기
 

  추자도를 간다. 가족과 함께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나홀로 추자도(楸子島)를 간다.
우리 가족은 할 일도 있겠지만 그보다 추자도 올레길 전체를 나와 함께 걷고자 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기 때문에 나 홀로 왔다.
  옛날에 인천에서 떠나는 유병언이 경영하는 오하마니호(6.835 톤)를 타고 저녁에 떠나서 다음 날 아침 선상에서 보던 추자도 일출의 아름다움에 반해 추자도 여행을 벼르다 벼르다 드디어 오늘 찾아온 것이다. 
하늘이 나를 도와서인가 날씨가 맑고 바다는 잔잔하다.
추자도를 가는 방법은 완도(한일 'Red Pearl호)나 목포(핑크돌핀호)에서 출발하거나, 제주도 여객터미널에서 떠나는 것 세 가지가 있는데 나는 공항을 이용해 왔는지라, 제주도 여객터미널 7부드에서 떠나는 한일 'Red Pearl호(붉은 진주)'를 타고 추자도를 간다. 
'Red Pearl호는 승객 365명 정원에 차량 63대를 실을 수 있는 2,800톤의 대형 선박이이라서 안전하지만 대신 차량을 실을 수 없는 쾌속정 '제주~ 목포' 간의 추자도를 들리는 핑크돌핀호보다 느리다. 
 추자도가 가까워지니 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추자군도(楸子群島)다.
제일 먼저 보이는 섬이 추자 10경 중 9경인 '곽개창파(곽개蒼波)'라는 관탈섬(冠脫섬)이다.

 

 옛날에 귀양 오는 선비가 관탈도(冠脫島) 해역에 이르러 관복(服)을 벗고() 평민으로 돌아가는 의식을 치렀다 하여 관탈섬(冠脫섬)이라고 불리는 섬이다. 

이 섬들 주위는 수심이 비교적 깊고 바다 속은 기복이 심한 암초로 되어 있어 풍부한 패류와 각종 물고기의 천국을 이루고 있는 제주 해협의 중간에 외로이 떠 있는 무인도다.

 

 

이런 추자군도들 사이를 지나 우리가 탄 'Red Pearl(래드 펄)호'가 드디어 하추자의 신양항에 이르렀다. 

그런데 신양항은 인근은 인가가 너무 적어 초라하게 보일 정도의 조그만 항구였다.   하추자도에만 있다는 추자중학교 건물 이외에 신기할 정도로 선착장 주변에는 민박집 몇이 보일뿐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거의 없다.

그래서였을까 택시가 없고 유일의 교통수단이 하나뿐이라는 버스 2대가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13번을 내시간 정각에 맞추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할 수 없이 관광의 기점이라는 상추자도로 가는 버스에 서둘러 오를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예초리가 하추자도의 중심 마을 같다. 거기에는 슈퍼도 음식점도 몇  있었다. 버스는 이 섬의 마을 길을 두루 돌아 면소재지가 있다는 상추자도까지 가는데 버스로 20분 내외가 걸렸다.

 추자도는 상 추자도와 하추자도로 나뉘는데 넓이로는 상추자도(1.3㎢)가 하추자도(4.15㎢)보다 1/3로 작지만  인구의 대다수는 상추자도에 살고 있었다. 추자도 인구는 2015년 3월 현재 2,050명로 1.143 세대가 살고 있다. 제주도 인구가 48만이라고 하는데-. 


*. 추자도의 어원

한반도와 제주도의 중간에 위치한 추자도는 제주도에서 45km,  본토  해남에서는 35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제주도보다는 본토의  전라도와 가까와서 그 영향을 받아 생활권이 전라도이고 말도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있는 섬이다.

이 섬은 상, 하추자도(上下楸子島), 추포도(楸浦島), 횡간도(橫干島) 등 4대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추자도에 마을이 처음 들어선 것은 고려 원종 12년(1271년)부터라 한다.

그 무렵 이 섬의 이름은 후풍도라 하였다. 옛날 선박이 제주도나 완도 등의 뭍을 가기 위해서 바람(바람: 風)을 피해 가기 위해서 기다리는(기다릴 侯) 섬이라 하여 '후풍도(侯風島)'라 불리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추자도로 이름이 바뀌게 된 유래에는 두 가지 학설이 있다.

1. 이 섬이 전남 영암군(靈岩郡)에 소속될 무렵부터 '추자도(楸子島)'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

2. 조선 태조 5년 이 섬에 추자나무(楸子-) 숲이 무성한 탓에 추자도(楸子島)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추자'란 이름이 나무 이름 치고는 우리들 귀에 너무 생소하여 어떤 나무인가 하고 '우리말 사전'을 찾아 보았더니

 "추자 !. =가래. 2. =호도(胡桃)"라고 나온다. '가래나무'는 더욱 생소한 나무라서 다시 사전에서 찾아 보니 
"'가래'는 가래나무의 열매로 호두와 비슷하다. 열매는 먹을 수 있으나 호두보다 맛이 떫고 나무는 단단하여 여러 가지 가구를 만드는 데 쓴다."로 나온다.  
이 섬 사람들이 그 추자나무가 면 사무소 앞에 몇 구루 있다 해서 찾아가 보니 가래 나무였다.
 선조들의 후손인 우리가 가래나무를 잘 모른다면 옛 사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가래와 비슷한 호도나무라 하면 누구나 이해하고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추나도의 추자'란 '가래'보다 '호두'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학이 있어 학문적으로 추자도의 어원이 호도인 것을 밝혀 주기를 기대하여 본다. 이는 관광 추자도를 국내외로 알리는데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 민박 구하기
 
추자도는 외딴 섬이라서 1일 2회만 선박을 운영하여 교통이 불편한 것이 무엇보다 추자도의 취약점이다.
그래서 제대로 낚시를 하거나 이 사람처럼 관광으로 올레길을 걸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최소한 1박2일은 계획하여야 하는데 나는 2박 3일을 해야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제주 목포' 쾌속정 핑크돌핀호가 1주일 간의 수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선박편이 '래드 펄호' 1척만이 하루 1회 운항이라서 부득이 2박을 해야만 하였다. 
제주에서 3시 3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1시간 40분 정도 걸려 상추자도 아닌 하추자도에 내려서 다음날 오전 11시 50분에 제주행 배를 하추자에서 타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상추자도에는 하추자도와 달리 면사무소, 수협, CD기, 우체국 다방, 주점, 횟집이 밤을 밝히고 있었다.
 여행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잘 보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라 할 것이다. 
인터넷에서나 올레지기 김정일 씨(010-4075-3650)가 소개하던 숙소가 상추자 부둣가에 '여정여관'이었는데 그 여관은 휴업 중이이라서 주위를 살펴 보니 수협슈퍼 뒤에 '청정고을 민박식당'(남 010-8668-3789/ 여 010-3694-3789 원영실)이 눈에 뜨인다.
식당과 민박을 겸하는 곳이라서 먹거리를 찾아 다닐 필요도 없겠구나 하고 이틀간의 숙소를 망설이지 않고 정했더니 이 선택이 나를 행복게 하였다. 
1층 식당에다 2,  3층은 민박하는 숙소로인데 10여 명이 유할 수 있도록 널찍하다.  
게다가 3층은 창으로 추자항(楸子港) 전체를 굽어 볼 수 있는 전망이 일품이다.
거기에 금상첨화로 남정네는 추자도 명품수산 대표에 추자도 자치 위원장으로 이 고장 유지여서 2일 동안 아침 저녁은 추자도의 특산물인 조기와 열기, 추자도산 참치 구이에다가 멸치회까지 원없이 포식할 수가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참치회까지 챙겨 주면서 추자도의 모든 맛을 보게 하여 주었다. 부부는 추자초등학교 동기동창생로 지방유지인 토박이가 운영하는 곳으로 과분한 대접을 받은 것 같아 이 고장의 명물이라는 조기 2박스를 다가오는 추석에 자식들에게 나누어줄 선물로 팔아 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하였다. 
                           -다음 : 추자도 일주 올래길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