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6~28
 
2박 3일 간 설악 콘도를 다녀 왔다.
특별히 한 일도 없이 그냥 갔다 왔다.
시간의 흐름에 개의치 않고
공간을 바꿔서 한가하게 지내는 그 자체로 좋았다.
 
어딘가를 가기만 하면 거기에 베이스 캠프를 치고는
그 주변을 돌아다니던 방식을 언제부턴가 접고 
'여기가 그저 좋네'라며 거기 그냥 눌러 앉아서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그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자주 가던 곳이라 특별히 사진 찍을 일도 없고,
이렇다 하고 기록할 것도 없다.
아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은 여행기, '나를 부르는 숲'을 가져 갔었는 데
꽤 여러 페이지를 읽었다.
 
26일은 잠시 일을 보고 가니 2시경,
인제 남북면옥 막국수로 점심 먹기에 딱 알맞았다.
비빔막국수2, 수육 한 접시, 소주 하나. 늘 고정 메뉴다.
젊은 친구들이 촬영을 하길레 소속을 물으니 MBN에서 나왔다고.
주인아주머니는 뜬금없는 일을 당하는 표정이나 싫지는 않은 듯.
 
이 집 주인만 모르지 나도 이 집 홍보맨이라고 그 친구들과 웃으며 얘기하다.
손으로 써 붙인 메뉴판을 보면 이 집은 세상, 세월과는 무관한 듯 보인다.
 
조용한 시간이라 아주머니와 한참을 얘기하다.
100% 메밀은 맞는데 국산은 아니란다.

내가 봉평 효석 생가터 막국수집에서 주인에게 들은 얘기와 통한다.
국산으로는 가격을 맞출 수가 없단다. 한 그릇에 만원, 만 이천원 정도라야 하는 데
그러면 누가 사먹겠느냐고 반문한다.
봉평은 전분 또는 고구마가루를 섞어 가격도 맞추고,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도 맞춘다고.
 
이 집은 중국산이지만 100% 메밀을 사용한다고.
오다 보니 국수리국수집은 호주산 메밀을 쓴다고 적혀 있다.

아주머니 말로는 예전에는 밤이 긴 철에 야참으로 먹던 음식이라고.
시어머니때 하던 방식 그대로 배워서 하는 것이라고.
  
인제에도 예전 가게를 규모를 키운 집이 있지만 나는 그 집보다 여기가 좋다.
그런데 이 집도 내년에는 새도로가 생기는 통에 어디론가 옮겨야 한다고.

원통시장에 들러 의성마늘 반 접을 사다.
유여사가 자신의 선택에 흐뭇해 한다.
 
한계령에 오르다.
예상 못한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자동차 문짝이 놀랄 만큼 크게 제껴져
여닫을 때 소리가 난다. 손을 봐야 할 정도다.
바람이 정말 세다.
이런 바람은 처음 겪는다.
 
유여사는 세 번 사우나 하다. 두 번은 동행했으나 세 번째는 고사하다.
콘도도 사우나도 사람들이 적어 한적한 느낌이 참 좋다.
 
시네라마도 고요하다. 두 번째인데 찬찬히 둘러 보다.
길림성 돈화현에 자리잡았던 발해, 220여 년,
만만치 않은 기록을 보유한 나라다.
 
중앙시장에 가 회를 먹었다. 입구에서 붙잡는 바람에 눌러 앉았는데
광어, 숭어에, 세꼬시, 오징어를 덤으로.
맛있게 먹었다. 매운탕은 좀...
재래김도 한 톳 사고.
 
오는 길에 화암사를 둘러 보고
오랜만에 국수리 국수집에서 빈대떡과 국수를 맛있게 먹고
반주에 얼큰하여 기분 좋게 귀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