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콩카구아와 잉카트레일 마추피추-11

밤사이
빗방울이 텐트지붕 때리는 소리를 들었다.

새벽녘의 캠프지에는 조용한 적막감이 흐르는 데도 유난히도 빗소리가 크게들린다.
많은비가 내리려나 보다.

마지막 구간의 하산길이 안전해야 할텐데...
텐트주변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동물울음소리도 들었다. (뮬라의 소리!)

김명환선배님은 텐트에서 나오면서 환한웃음을 짓는다.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한다.
한편으론, 박덕주선배님과 허문선님 부부는 얼굴이 부어있다.

회갑이 넘으신 분들인데도 산 욕심이 어찌 저렇게도 많을까?
건강한생활에 유머어도 넘치는 멋진분들이다.

본부텐트로 모두 모인다.
조그마한 공간에 11명이 다닥닥 달라붙어 무릎을 세우고 아침식사를 하는데 재미가있다.
최영희님은 밥심으로 간다나? 하산때까지 춥고 비가와 간식과 물한모금도 못했었으니...

오늘은 아콩카구아 등반 에서의 총 6일간의 야영을 마무리하고 하산준비를 시작한다.
실제적인 우리팀의 직접 취사가 이젠 끝나간다. (오전식사를 끝으로)

이제껏 청명한 날씨를 보이다가 어제 오후늦게부터 오늘 하산이 끝날때까지 비와 진눈깨비가 내렸다.

비가오는 가운데 텐트를 철수한다. 이내 온몸이 젖어들었다. 몸이 차거워진다.
이곳또한 하산을 위한 움직임이다. 고소를 주의하면서 천천히...

오전10시
레냐스 캠프지를 출발해 페니텐트로 하산을 시작한다.
가끔씩 비가 가늘게 내릴때는 사진한장이라도 남겨보려고 노력하지만 썩 마음이 내키지않는다.
조금은 고가인 판초우의도 걸친채...

그런데 임미경씨는 판초우의가 키보다 더 크게보인다. 장미영씨는 동생처럼 보살피고,,,
하산길에 추워서 간식하나 들지못하고 계속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등산로에 갖춰질 것은 모두 갖추어있는곳!
너덜길과 자갈길, 그리고 비탈길, 흙길, 모래길, 산사태길, 지겹게도 이어진다.
산길을 뮬라와 함께 하기도하고. 뮬라의 길을 비켜주기도한다.

뮬라무리를 몰고가는 카우보이들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포즈 그대로이다.
카우보이 모자와 국방색판초를 걸치고 휘파람을 불며 말을 타고 가는모습이 정답게 보인다.

우리팀은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이 모아지고 있는것처럼
비와 추위에 노출된채 하산길을 걷는 것이 힘이드는게 사실이다.
언제 끝나려나!
끝이없는 하산길!
산을찾는다는 현실에 이러한 산행을 마치고나면 또 산을 찾아갈까?

그냥 산행한다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6일동안의 고소와 싸움이 더 배가 되는듯싶다.

또, 한무리의 뮬라무리들이 우리팀을 지나간다.
어!
김명환,박덕주선배님이 말을타고간다. 신나겠다. 그러나 떨어지지않으려고 고삐를 꼭 잡고있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한다.

주변 산의 7부능선 위로는 하얗게 눈으로 덮혀있다. 우리는 비를 맞으며 진행을 하지만 산은 멋진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계곡으로는 뿌연 물줄기가 굉음을 내며 거세게 흘러내리고 있고,,, 한참 바라보다 보면 무서움이 스민다.

서서히 페니텐트의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뒤편의 산들도 모두다 하얗게 변해있다.
저곳이 문명의 세계인가? 그렇다 다시 문명의 그늘안으로 들어섰다.

오후2시40분
하산완료 했는데 동료들은 말이없다. 힘들었지요 하니,,
최영희님은 고개만 살짝 움직이고,,,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하고, 생각에 잠긴다.

오후3시30분
호텔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한후, 멘도사로 이동하지않고 이곳 호텔에서 숙박을 하기로한다.

숙소에서 장비를 말리려고 펼치는데 엄두가 나지않는다.
일주일만에 세면도 하고, 면도도 해본다. 모처럼 저녁식사때까지 휴식도 취해본다.

오후9시10분
늦게 저녁식사를 하는데 이탈리아팀이 (이들? 다혈질이다.)
식사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니 소란스러워 일찍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새벽1시20분
하루의 힘든여정을 마무리했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이세상에는 쉬운일이없다.
노력하고 귀한땀을 흘렸을때 보람과 기쁨이 함께 하는것같다.
잠자리에 드는데 경미하게 고소가온다.

계속...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11-12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