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7. 화-11.14. 수

 

1.

7일, 화.

토요일이 특별한 날이라 그냥 넘기기도 그렇고, 또 혹 생길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아내와 조용히 여행을 가기로 하다.

 

여러 군데를 물색하다가 최종적으로 평소 한번 가고 싶어하던 그리스 터키 9일로.

비교적 저렴한 T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키로.

 

그런데 여행 비용은 주영이가 결제하고, 주신이는 달러를 주고, 동신이가 준 돈은 유로로 환전해서 출발.

 

녀석들이 벌써 커서, 이렇게 무임 승차의 여행 기회를 자진해서 흔쾌히 만들어 주어 대견스럽고 고맙고 자랑스럽다. 

 

7일 06시 20분 버스 타고 인천 공항 도착.

35명, TC 김양이 동행.

타쉬켄트로 향하는 우즈베키스탄 항공. 2시간 늦게 출발. 12시 30분 탑승.

 

하늘 아래로 보이는 티베트의 눈 덮힌 산도 보고.

 

공항에서 산 김진배의 '유머'를 재미있게 다 읽다.

 

타쉬켄트 공항에서 2시간 정도 머물다가 그리스의 아테네로.

 

옆자리에 터번 쓴 인도인. 우리도 좁은 좌석에 그 거구로 꿈쩍 않고 잘도 견딘다. 인도에 부모님과 형제들이 있고 그리스에 아내와 아이가 있다고. 기내식도 채식으로 한다.

 

아테네 공항 도착하여 현지가이드 윤여사의 안내로 PALACE호텔로.

시차가 7시간 마이너스.

현지 시간 밤 11시 30분.

집 나와 호텔까지 거진 24시간이 더 걸린 셈. 가이드는 처음 올 때 1주일이 걸렸다고.

 

방음이 잘 안된 호텔에서 6명의 여인팀이 소란스럽다. 끝내 누군가의 항의를 받고 조용해졌다. 혼자라면 안 그럴 이들일 텐데.

 

2.

8일, 수.

05시 기상. 달과 별이 떠 있는 거리를 산책. 텅빈 전차가 다닌다. 바닷가를 걷다가 고급스런 요트가 정박해 있는 곳까지. 70여분을 천천히 걸었다.

 

방안으로 들어오니 따뜻한 느낌이 좋은 날씨다.

 

깔리메라-아침인사

야사스-안녕하세요

사가뽀-사랑해요

시가시가-천천히

에프가리스도-감사합니다

 

아침식사. 음식은 괜찮다.

사발면 고추장, 김 등도 미리 준비하라고 해서 준비해 갔는데 여행 내내 음식은 먹을 만했고 오히려 과식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09시. 동신이 친구가 사 주었다는 청바지를 입고 아테네 시내 관광.

 

아레오 바고스 언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라는 파르테논 신전, 박물관 등.

가이드의 설명과 유머가 에사롭지 않다.

 

승리의 여신 나이키의 샌달 벗는 모습은 일품.

   

언덕 위에서 보는 아테네 전경.

녹색이 귀하다.

 

신(神)들의 도시.

신을 의지하고 사는 사람들.

로마의 분위기와 많이 겹친다.

 

충전해 온 밧데리가 웬일인지 아웃.

괘념 않고 눈에 담다.

 

중식. 현지식. 두 번을 이 집에서 먹었는데

가장 못했다.

 

배를 70여 분 타고 에기나섬으로.

바다의 풍광이 좋다.

자유시간 90분 정도.

섬을 걷고 총무 부부와 합석, 바다 풍광을 바라보며 노천 의자에 앉아 현지산 문어 안주로 하이네켄을 마시다.

피스타치오 두 봉지를 사서 나누어 갖다.

 

돌아와 석식.

나이 차가 있어 보이는 정사장부부와 합석. 가져 간 소주를 마시기 위해 12유로에 소주 1병을 시키다. 술을 좋아 하신다.

돌아올 때까지 매일 마시고도 끄떡이 없으시다.

 

CNN 속보로 럼스펠트 사임 소식을 듣다.

 

9시가 채 못되어 취침.

 

3.

9일, 목.

03시 기상. 일찍 자니 일찍 깬다.

전날 반대편 동네를 산책하다.

 

09시. 지하철 역사 구경. 공사 중 발견된 유물들을 관광할 수 있게 잘 처리했다. 함부로 건축을 할 수 없단다. 땅만 파면 유물이 드러난다고.

 

대통령 관저. 교대하는 위병의 모습들. 워킹이 특이하다. 광장의 비둘기들. 유여사가 모이를 사는 순간부터 달려든다.

 

중식 후 땅끝마을 수니온으로. 포세이돈의 외관. 둘이서 땅끝의 끝까지 걸어가 보다.

현지 진한 작은 잔의 커피를 한 잔 마시다.

도저히 그냥 먹을 수 없어 뜨거운 물을 달래서 묽혀 마시다.

 

석식은 서울식당. 한식.

남자들만 10유로씩 걷어 히오스로 이동하는 페리에서 와인 파티를 하기로.

 

파레우스항에서 배를 타다. 정사장부부와 같은 선실을 배정 받다.

 

바람부는 바깥으로 나와 선상 파티.

와인을 많이 마셨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좋은 생각. 서로 권하며 좀 많이 마셨다.

 

일부는 더 오랜 시간을 유쾌하게 논 모양.

나는 오버. 곯아 떨어지다.

 

4.

10일, 금.

약 9시간 이동.

새벽 자다 깨니 아내는 침대에서 떨어졌다고 주저 앉아 있다.

나중에 큰 도시를 지날 때 가이드에 부탁,파스를 사서(9불) 뿌리다. 진통소염제를 가진 분으로부터 약을 얻기도 하고.

아파 하면서도 전체팀 분위기를 생각해 크게 내색 않고 대범하게 나머지 일정 여기저기를 다 좇아 다니다. 머리나 허리 다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기며.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병원에 가 보니 3군데 골절이란다. 그러고도 다닌 걸 의사도 놀라더라나. 놀라운 인내심이다.

 

히오스섬에서 마중 나온 한국인 호텔로 가 아침식사.

한 부인의 성격 차가 큰 남편에 대한 개인적 불만과 고통을 듣다.

 

작은 배로 한 시간 정도 이동. 체스메 도착.

중간에 점심을 먹고.

에페소로 약 3시간 이동. 유적지를 둘러 보다.

셀수스 도서관, 히드리아누스신전, 아르테미스 신전 등.

 

놀라운 규모.

그 오랜 것들이 이렇게 보존되어 있는 것도. 그 오랜 시절에 이런 규모의 도시가 만들어진 것도 놀랍다.

 

목욕탕, 화장실, 공연장, 시장, 사창가 등.

 

파묵깔레로 3시간 반 정도 이동.

저녁을 먹고 온천. 수영복 차림의 남녀 혼욕. 피부병에 좋은 온천이라고. 사우나도 하고.

 

5.

11일, 토.

04시 기상. 온천을 해서인지 기분이 좋아졌다고.

 

생일 날 아침이다.

특히 오른 손을 못 써 유여사의 머리를 감기다.

머리를 마는 것고 해 주고.

난생 처음 호강해 본다나.

 

석회봉과 노천온천을 둘러 보다. 온천수에는 발도 담그고. 장관이다.

 

히에라 폴리스 관광 후 카파도키아로 이동.

 

차안에서 자기소개도 하고 재미있는 얘기를 하다. 다양한 직업군들.

나도 유머를 몇 개 보태고. 특히 양파(?)여사는 발군.

 

이웃 푸른마을 산다는 부부도 만나다. 반갑다. 두타산 정상에서도 이런 기연을 경험한 적도 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아예 여행내내 버스의 뒷자리를 잡았는데 바로 그뒤 맨 끝자리를 고수한 부부다. 

 

터키 현지가이드는 서툴러 모두들 안쓰러워 하다. 사람 좋고 진지하긴 한데 여러 사람으로부터 훈수를 듣다.

각3불씩 추렴하여 그의 기운을 돋우다.

 

김형곤의 유머를 틀어 주어 배꼽을 잡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떼우다.

 

차장 밖의 터키의 풍광은 고난의 땅 답지 않게 평화롭고 넉넉하다.

 

카파도키아 도착.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가 와인 한 병을 사다.

 

둘이 한 모금을 하고

아내의 부탁으로 양말을 빨아 놓고

바로 취침하다.

 

6.

12일, 일.

유여사의 발이 많이 부었다.

도곡동 사시는 여성팀회장으로부터 약을 얻다.

 

'마음의 촛불'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듣다.

절을 많이 하는 것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렇게 해야 되지 않나 하는 많은 시주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작은 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낸 지하도시 데린구유를 내려 가 보다.

 

이동하면서 보이는 기이한 자연의 걸작들.

터키여행의 하이라이트.

 

트칼트교회, 바위산 웃추히사르, 괴레메 골짜기. 파샤바계곡,

놀라운 장관.

 

터키는 문화유적과 자연 경관이 관광의 보고다.

 

필름을 10통을 준비해 온 왜관 분.

다른 이에게 부탁하여 꼭 독 사진만 찍는다. 올리브 사건 등 많은 에피소드를 남긴 재미있는 분이다.

 

도자기 만드는 곳 들리다.

시연 후 양파여사가 불려 나가 도움을 받아 만들어지는 형상이 남자의 성기 모습으로 한바탕 웃게 하다.

 

도자기의 색깔이 화려하다.

 

숙소로 돌아와 두어 시간 자다.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시며 밸리댄스 관람.

리틀엔젤스 공연차 온 아이들도 합류.

종교적인 춤 장면에서 정숙을 유지 못해 핀잔 받는 어른들도 있다. 남의 문화를 존중해 주는 양식도.

 

밸리댄스 즉석 강습.

나오라는 제의에 발을 빼다. 이럴 때 선뜻 나설 수 있는 모습들이 부럽다.

올리브아저씨도 나가 또 우리를 한바탕 웃게 하다.

 

밸리댄서. 그 격렬한 동작에도 불구하고 흩어지지 않는 호흡이 놀랍다.

 

이어지는 공연을 몇몇 분의 성화로 중간에 나오다.

 

7.

13일, 월.

03시 40분 버스 탑승. 7시간 거리의 이스탄불로.

 

일정표에 나와 있는 화요일 톱카프궁전이 정기 휴관이라고. 그저께 30불짜리 다른 걸로 대체하겠다는 가이드의 말에 어제 그제 내내 말이 무성. 격론과 투표까지 해서 정리된 것을 다시 몇 분의 제안으로 잠을 줄여 새벽 일찍 출발하여 월요일에 앞당겨서라도 보기로 한 것.

 

앙카라 일정을 패스하는 통에 또 웅성.

 

이른 새벽을 달리는 차안에서 팬션을 경영하는 청평 분의 얘기를 많이 듣다.

 

주제가 있어야 한다, 10년을 주기로 트렌드를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여행을 하면서 공부를 한다, 행복은 느끼는 자의것,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먼저 껴안아야.시장에는 반드시 틈새가 있다, 영원히 사는 것 아닌 데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등. 많은 양의 체험과 끊임 없는 독서,실천력,친화력 넘치는 성품, 구구절절- 젊지만 당당한 고수다.

 

동행한 형님되신다는 이교수도 참 좋다.

이들은 우리 여행을 알게 모르게 마디마디 마다 유쾌하고 즐겁고 윤택하게 만들어 준 일등공신들이다.

 

이동하는 차안에서 간단한 아침.

나눠주는 빵이 맨 뒷자리에는 부족했었는데, 나중 휴게소에서 보니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도 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어떨까 했지만 입맛이 깔깔하여 가져온 와인을 꺼내 조금씩 나눠 마시다. 의외로 다들 반긴다. 이럴 줄 알았다면 두어 병 더 준비할 걸.

 

휴게소에서 담배를 얻어 피다. 피지 않으려고 공항에서도 눌러 참고 사지 않았는데 가져 간 대용 쑥담배로는 여기까지가 한계. 다음 휴게소에서 결국 말보르 한 갑을 사고 말다. 오호라. 

 

기사, 여성가이드인 현지인들은 쑥담배의 향이 특이한 지 호기심을 보여 때때로 몇 개피씩 나눠주다.

 

6인방은 먹을 걸 많이 준비해 왔는 지 간간이 나눠준다. 모처럼 찐쌀도 맛보다. 껌을 끊임없이 나눠 주는 분. 건축학을 하시는 분은 물도 각 1병씩 돌리고.

 

점심은 몸이 불편하신 부부와 동석.

8체질로 나눈 식사법을 실천하신다고.

채소는 안 먹고 고기는 괜찮다고.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신념이 확고부동해 보여 췌언을 않다.

사는 방법은 다 다른 것.

 

보스포러스해협을 건너 톱카프궁전에 입장.

비가 내린다. 여행 내내 날씨의 행운을 누리다가 처음 맞는 비.

 

87캐럿의 다이어, 모세의 지팡이, 다윗의 칼, 마호멧의 편지 등 특이한 볼거리 많은 곳.

느긋하게 보면 좋겠는데 연세 드신 분들이 추우신지 서둘러 대충 보다.

 

푸른마을 부부가 관광엔 가장 열심인 것 같다.

 

근처 한식당에서 식사.

소주가 20여 불. 간단히 한 잔씩 하고. 술은 나중에 먹는 게 좋겠다고 미루다.

 

숙소로 돌아와 바로 곯아 떨어지다.

 

8.

14일, 화.

 

손도 안댄 고추장 통과 사발면 몇 개,김 몇 통을 아침 먹고 버스를 타기 전에 현지 한국가이드에게 주다. 아이들 주라고. 반겨하는 모습을 보니 좋다.

 

블루 모스크를 둘러 보고

그리스 정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성소피아(성녀 이름인 줄 알았는데 '지혜'의 뜻이라고)성당 관람.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를 타고 관광.

세익스피어를 전공하신다는 이웃 분과 사과차를 마시며 그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듣다.

 

이어 지하 물저장고, 히포드럼을 둘러 보고.

 

점심을 먹고 그랜드 바자르를 가다.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종점인 이스탄불의 시장.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의 종착역.

 

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인은 물건 값을 깎기 때문에 높여 부르니 3분의1에서 시작하라, 일본인에게는 덜하다는 가이드의 말에 첫가게에서 부인들이 '이꾸라 데쓰가'로 시작했는데 상인이 유창한 일본말로 길게 말하는 바람에 밑천이 들통 나 담박에 꼬리를 내리고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모두 그만 '나가리' 되었다고 서로 쳐다보며 한동안 포복절도.

 

한국말도 잘 하는 점원도 있고.

 

부인들이 몇 가지를 사는 동안 이교수와 둘이 밖으로 나와 현지 맥주로 갈증을 풀었다. 맥주맛이 아주 좋다.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공항에서 타쉬켄트로.

타쉬켄트 공항에서 6시간 대기.

 

여럿이 둘러 앉아 정원씨가 마련한 술을 나눠 마시며 환담. 박교수 정사장 등 얘기를 주도하다. 건축사주학, 자신의 이력 등. 둘러 앉은 이의 사주도 보아주신다고 그 자리에서 적어 가셨다.

 

남아 있던 사발면을 정말 맛있게 몇 젓갈씩 나눠 먹고 얼마 안되는 뜨거운 국물을 달게 마시다.

 

9.

15일, 수.

11시 5분. 757 좁은 좌석의 비행기에 탑승. 해병대 대령으로 전역하신 분의 얘기를 듣기도 하고, 이사장의 책을 빌려 보기도 하며 21시 30분 인천 도착.

 

아쉬운 작별을. 몇몇은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청평 팬션에서 다시 만나자는 다짐도 하고.

 

우연한 계기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돌며 꽤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바도 많은 즐거운 여행이었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혹 또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기쁨을 기대해 본다.

 

늘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