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기 04 - 톤레 삽 호수 그리고 다시 프놈펜으로


 

여 행 일 : 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날    씨 : 흐리고 가끔 비



                                                   호텔 풀장. 어지간한 건물은 기도처가 마련돼 있었다.


 

짐을 싸 들고 호텔을 나섰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압이 220V로 전자제품을 아무 조작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믿고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를 가져갔는데 호텔 방의 콘세트 구멍이 세 개여서 충전을 하지 못했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들 하는데 몇 장이나 더 찍게 될지 모르겠다.

버스는 씨엠 립 남쪽 약 15km 거리에 있다는 톤레 삽 호수를 향해 달린다.



                                                                            호수는 바다 같았다.


 


                                                                           배를 보관한 모습


 

톤레 삽(Tonle Sap) 호수

바다로 착각할 수 있는 동양 최대의 담수호로 건기와 우기에 의하여 세 배로 늘어나고 줄어들며 풍부한 어업자원으로 연간 백만 톤의 물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물이 빠져버린 땅은 비옥하여 곡식도 잘 자란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이 호수를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의 전쟁이 자주 발생했다.



                                                           우측에 보이는 구조물 지점에서 배를 돌렸다.


 


                                                                      외관상의 물을 맑고 깨끗했다.


 

호수에서 목욕은 물론 대소변도 보고 그 물을 마시며 산다고 들었다.

사진을 보면 누런 황톳물 위에 집들이 떠 있는데 내가 본 먼 곳의 물은 수정처럼 맑아 그냥 떠서 마셔보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호수 주변에는 베트남 내전을 피해 메콩강을 타고 올라온 많은 난민들이 정착하고 있다.

그들은 물고기 잡는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을 상대로 보트를 이용하여 음료수나 과일을 팔기도 한다.



                                                                                부지런한 일꾼 아이


 


                                                                            과일장사 여인과 보트


 

프놈펜 왓 프놈에서 아내가 손이 없는 불쌍한 아이에게 돈을 주었고 씨엠 립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가이드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여행기 02’에서 적었었다.

동남아 일부지역 사람들이 비교적 게으르나 천성은 착하고 밝다.

근심 걱정이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만족해한다.

그래서 후진국일수록 행복지수가 높다고 했다.



                                                                         도로변의 작은 가게와 소


 

열 시간을 더 걸려 프놈펜에서 씨엠 립을 버스로 왕복 이동했다.

강이 범람하여 논이 침수되었다고는 하지만 들에서 일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고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를 강물에 드리우고 있는 사람과 투망질을 하는 사람은 자주 봤다.

평상에 몇 가지 팔 물건을 올려놓고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있으며 바로 옆에서는 소들이 마른 볏짚을 먹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웃통을 벗은 채 해먹을 흔들며 누어있었다.

   

몹시 궁핍한 아이가 구걸하는 것이 아니고 학비를 벌려고 구걸하는 것도 아니란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남의 아이를 빌려 동정심을 유발시킨다고도 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그러므로 그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오히려 잘못이라고 했다.

가이드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전적으로 수긍할 수만은 없었다.

유적지에서 물건들을 들고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팔려고 애쓰는 아이들은 무엇인가?



                                                                                       승선장


 


                                                                    그물속의 마른 고기를 털어 모으는 주민


 


                                                                         다라를 타고 노는 아이


 

승선장에 도착하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 막이 비닐포장을 내리고보니 갑갑하고 사진 촬영에 방해가 된다.

다행히 비가 그친다.

그물속의 마른 작은 물고기들을 털어 모으는 사람들, 커다란 다라를 물에 띄어 놓고 올라타 손으로 노를 젓는 아이들, 과일을 잔뜩 실은 작은 배로 호객하는 여인, 스치는 집들도 각양각색이다.



                                                                          십자가가 보이는 교회


 


                                                                                    근사한 휴게소


 


                                                                               태극기가 걸린 건물


 


                                                                               수상가옥의 정원


 


                                                 아이에게 바구니를 들려 배로 올려 보낸 아버지의 보트


 

십자가가 있는 교회, 근사한 휴게소, 태극기가 많이 그려진 건물도 있다. 

여러 종류의 꽃이 피어있는 화분을 늘여 놓은 집들도 보이고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보트 한 대가 쏜살같이 쫓아오더니 아이 하나가 음료수 등이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고 잽싸게 배로 올라왔다.

아버지로 여겨지는 사람은 아이가 물건을 팔던 팔지 못하던 내릴 때까지 배 뒤를 따랐다.


 


                                                                              수상촌의 번화가(?)


 


                                                                                       하선장


 


                                                                                   둔덕 같은 산


 

바다처럼 파도가 일었다.

수평선은 아득하고 깃대가 있는 지점에서 배를 돌린다.

흙탕물로 생각했던 물은 수정처럼 맑다.

하선 지점은 승선지점과 달리 음식점들이 즐비했으며 처음에는 보지 못한 둔덕 같은 산이 승선장 뒤편으로 보인다.

프놈 바켕 사원이 있는 곳 외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보게 되는 산인 것이다.

더 이상 머물 필요가 없어 버스는 다시 출발했고 곧이어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웅덩이는 금세 물이 고인다.



                                                                 시내 도로변의 풀을 뜯는 소들


 


                                                                              나무 밑동에 열린 과일


 

상황버섯 판매점으로 들어가 상황버섯 음료수를 마시고 술도 맛보았다.

물건(제품)을 소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충동구매 욕구를 느끼기 일쑤다.

그런 가운데 한 사람도 물건을 사지 않으면 어쩐지 눈치가 보이고 미안하다.

몇 사람이 큰 상황버섯을 사서 나누는 사이 밖으로 나오니 도로변에 소떼가 거닐고 있다.

소를 돌보는 사람은 지나는 자동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탑에 모셔진 두골


 


                                                                                        기타 뼈


 


                                                                                    두골이 모셔진 탑


 

상당한 시간을 보낸 후, 캄보디아의 20개의 껫(Kett. 州)과 3개의 끄롱(Krong. 자치 시) 마다 한 곳씩 세웠다는 사원과 위령탑을 둘러보러 이동했다. 

폴폿 정권하의 크메르루즈 군에 희생당한 무고한 양민들의 유골을 모신 위령탑 앞에 서서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기원했다.

바로 옆에는 여러 기의 추모탑이 세워졌고 도로 맞은편에는 사원이 있다.



                                                                                     맞은편 사원


 


                                                                                     사원 내부


 


                                                                       옆에 있는 추모탑들


 

손과 발이 없는 사람들, 길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낯선 나라 곡까지 연주하는 지뢰 피해자들, 6▪25전쟁 이후인 어렸을 적에 봤었던 쇠갈쿠리 손의 상이용사들과 굶주리며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우리 친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들도 보다 더 잘 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한국식당


 

“식사 시간 전에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시장이 반찬인데 뭐!”

씨엠 립의 첫 날밤, 특식인 평양냉면이 먹고 싶은 사람들을 방별로 미리 신청을 받았었는데 우리 부부는 1인당 30달러나 되는 돈을 주고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도로를 가운데 두고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한식당과 평양냉면집이 마주하고 있다.

혹시 우리 부부만 빠진 것이 아닌가하고 은근히 부담스러웠는데 절반이 한식이다.

더욱이 우리가 안내된 방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식사를 했던 방으로 친필 사인이 족자에 담겨 걸려 있었다.



                                                                 호텔 간판이 있는 라텍스 판매장


 

세 번째로 찾아간 상품 판매장은 라텍스 제품을 파는 곳이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유명한 정형외과에서 라텍스 메트리스를 사용하고 있으니 어지간한 값이면 7cm 짜리로 하나 사는 것이 좋겠다”고 아들이 권했었다. 

허리 수술을 받았던 나에게 도움이 되리라 여긴 것이다.

 

두께 7.5cm 퀸 사이즈 값이 한국의 중 상급 침대 값과 거의 비슷하다.

남녀용이 서로 다른 이온베개를 포함 흥정을 계속하여 성사되려는 찰라 아내가 돌아서자 직원들끼리 상의했고 결국에는 쌍방 50달러씩 양보하는 선에서 구매하게 되었다.

우리와 함께 젊은 부부 한 쌍도 구입했는데 사용해본 결과 잠자리가 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재래시장 


 


                                                                                     잡화 구역


 

재래시장으로 이동했다.

도로변에는 각종 과일과 생선, 육고기 종류를 펼쳐 놓았다.

도로변과 시장 건물 사이는 지대가 낮아 빗물이 고여 검게 썩어 악취를 풍겼다.

건물 내부는 상당히 큰 편으로 방범시설이 전혀 없는 보석 판매점이 즐비했다.

건물 반대편에는 처음 보는 열대 과일들 틈에 단감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제 단감을 먹을 시기인데 혹 한국산이 아닌가 궁금했다.



                                                                                과일 구역


 

재래시장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요상하게 생긴 과일은 맛을 봤지만 난전에서 팔고 있는 음식은 솔직히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비가 그치고 햇빛이 쏟아지자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로 얼른 돌아가고 싶었다.

북적거리고 시끌벅적한 사람들 때문에 멀찍이 서 있는 버스로 다가가는 등에 땀이 흐른다.



                                                                  도로변 가게의 천방지축 원숭이


 


                                                                            도로변의 휴게소 풍경


 

같은 차선을 타고 가는 오토바이에게 주의하라고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린다.

사방은 어둠속에 잠겼으나 도로변에 있는 집에 불빛이 없다.

어쩌다 깜깜한 방에 켜진 TV가 보였다.

전기 사정이 안 좋다고 하더니 어제 점심밥을 먹었던 한국인 식당과 오늘 들렸던 상황버섯 판매점에서는 경유를 사용하는 커다란 발전기를 돌리는 것을 봤었다.


 

프놈펜이 가까워지면서 거리가 밝아졌고 메콩강에 걸린 다리를 건너 프놈펜 시내로 들어서자 가로등도 보였다.

8시 반경, 첫날 점심식사를 했던 늘봄가든으로 들어서자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만찬이 준비돼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먹고 자는 것에 불편함이 없었다.

이젠 어느 나라를 가던 한국 여행객들을 겨냥하여 수입을 올리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즐거운 여행 되셨습니까?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산 많이 다니시길 바랍니다”

공항에서 두 손을 꼭 잡으며 작별을 고하는 가이드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해준 말이다.

캄보디아에도 국경지대는 높은 산줄기로 둘러싸여 있지만 산꾼들이 오를 수 있는 등산로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었다.

백과사전격인 가이드와 헤어지는 것이 섭섭했지만 청사 안으로 들어서 공항세를 지불하고 탑승수속을 마쳤다.


 

* 이 캄보디아 여행기는 순전히 개인적인 기록으로 여러 사람 앞에 내보이기 곤란한 표현도 있으리라 여겨지며 -내용 중 상당한 부분은 오려두었지만- 잘나지 못한 인물사진이 많아 식상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