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부 여행 01. 하롱베이(HALONG BAY)의 선상 유람

 

여행일 : 2011년 9월 27일 화요일

날  씨 : 비 후 갬

동행인 : 아내와 여행객 31명

 

 

 

하롱베이의 바위섬과 조각배

 

 

 

 

섬 동굴 속의 샘

 

 

 

 

띠톱 섬

 

베트남(VIETNAM) 수도 하노이(HANOI)의 Sport Hotel 623호실.

버스로 장거리를 이동하고, 네 시간을 넘겨 비행기를 타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기는커녕 두 눈은 감기지 않은 채 말

똥말똥 캄캄한 방 천장을 속절없이 쳐다보고, 내일은 비가 그치면 좋겠다는 등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아내와 내가 이 방에 눕게 된 것은 아내의 휴가에 맞춰 아들이 여행을 주선한 결과다.

아들은 지 부모를 터키 쪽으로 보내고 싶어 했지만 우리의 생각은 달랐다.

아무리 자식이라고 하지만 해마다(4년째) 보내주는 여행이 부담스러워서 경비가 조금이라도 적게 드는 중국과 동남아지역을 살펴보다 베트남 북부지역인 하롱만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베트남 북부 지도

 

 

 

 

우리가 탔던 배

 

 

 

 

동굴의 신비스런 모습

 

엎치락뒤치락 하다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인데 모닝콜이 울린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모닝콜이 울릴 때까지 잠자리에 누워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을 둘러보기 일쑤였다.

커튼을 재끼고 창밖을 내다보니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산 꾼들은 흔히 ‘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삼대(三代)가 덕을 쌓아야 한다.’라고들 말하는데 나는 여행지에서의 좋은 날씨는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천공항 39번 탑승구에서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대기 중

 

 

 

 

하노이 스포츠호텔 623호실에서 본 풍경

 

어제(9월 26일) 19시 2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기(OZ 733, A330-300)가 23시 40분 하노이의 노이바이(NOI BAI)공항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했다.

입국수속과 짐 찾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대합실로 나갔을 때는 00시 30분.

* 베트남은 한국보다 두 시간 늦으므로 22시 30분이며, 이후 모든 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표기함.

 

“장 반장이라 불러주라”며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장OO 부장님과 현지인 가이드 푸엉 님을 따라 밖으로 나가니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공항에서 거의 40분을 달린 버스가 Sport Hotel에 도착한 후 방을 배정 받았었다.

 

 

 

 

 스포츠호텔과 우리들을 수송했던 버스

 

 

 

 

하롱베이 풍경

 

 

 

 

 띠톱 섬에서 본 풍경

 

원래 계획은 호텔식 아침 식사를 한 뒤에 하노이 남쪽 90여 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닌빈(NINH BINH) 관광을 마치고 하롱시로 이동하여, 내일 하롱베이의 배를 타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일 하롱베이가 태풍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전 정보를 입수한 가이드가 부득이 계획을 변경하기로 하였다.

베트남 북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하롱베이의 선상 관람인데 파도가 조금만 일어도 배가 뜨지 않는다고 한다.

자칫 배를 타지 못하게 되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으므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차창엔 빗물이 흐르고

 

 

 

 

 하롱베이의 수산시장

 

 

 

 

 동굴의 석순

 

07 : 36 하노이 스포츠 호텔 출발

쌀국수 등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올라가 짐을 챙겨 나와 버스에 오른다.

차창을 통해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려고 하지만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이 방해하니 사진 촬영도 여의치 않다.

 

 

 

출근길의 오토바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농촌 풍경

 

오토바이 출근으로 인하여 혼잡한 시가지를 벗어난 버스가 외곽으로 나가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데 참으로 가관이다.

도로 상태는 열악하고 명색이 고속도로라고 하면서 오토바이가 같이 달리며 역주행도 서슴지 않아 불안스럽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인들 제대로 속력을 낼 수 있겠는가.

옆 좌석에 앉은 분이 속도계를 보고 오더니 시속 50Km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하노이와 하롱 시의 거리가 180여 Km인데 가이드는 무려 세 시간 반을 계산하고 있다.

 

 

 

 

 들판의 묘지

 

 

 

 

묘지를 비켜가는 도로

 

들판이 펼쳐지는 평야지대로 나가자 특이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논 가운데에 만들어진 구조물은 무덤으로, 한 두 기가 외롭게 서 있기도 하고 수십 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기도 하는데 많은 무덤이 있는 곳은 한국의 공동묘지와 같다고 한다.

물이 많은 나라인데다 산이 없는 지역에서는 들판에 단을 세워 그 위에 시신을 매장하고, 몇 년이 지나면 유골을 수습하여 납골당 모양의 무덤에 안치한다는 것이다.

 

 

 

 

 아베쎄 휴게소

 

 

 

 

야외에 전시한 조각품

 

 

 

 

조각품과 빗물을 쓸어내는 사람들

 

09 : 45~10 : 06 ABC STOP OVER

엉덩이가 아프고 다리가 꼬일 즈음 도로변에 위치한 휴게소에 닿았다

‘아베쎄 휴게소’라 적은 한글 간판을 보며 버스에서 내리자 비가 거짓말 같이 멈춘다.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안으로 들어간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만든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등산용품 매장이다.

그러나 눈요기만 하고 밖으로 나와 광장 반대편에 있는 옥돌 공방과 야외 전시장을 가득 매운 정교한 조각품들을 둘러본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비가 그친 도로를 따라 버스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선착장에서

 

 

 

 

과일 장삿배가 잠시 따라오다 돌아갔다.

 

 

 

 

선수의 용머리

 

11 : 30~50 하롱베이 선착장

우측의 섬들을 바라보며 하롱 시가지에 이르자 도로가 넓어지고 중앙분리대에 한국 기업들의 광고판이 걸려있다.

사극(史劇)의 바다 전장(戰場)을 연상케 하는 배들이 무수히 떠있고 매표소 주변은 수많은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는데 한국 사람들도 많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예약된 우리들의 배(CONG NGHIA 18)에 승선하여 하롱 만, 이른바 하롱베이의 선상 유람에 나선다.

 

 

 

 

 바이짜이와 홍가이를 연결한 다리가 보인다.

 

 

 

 

 선착장

 

 

 

 

해수면에 맞닿은 암벽의 모습

 

하롱(下龍)은 꽝닌(QUANG NINH)성의 수도이자 베트남 최고의 경승지로 불린다.

하롱베이의 면적은 1,600㎢이며 베트남에서 가장 빨리 관광개발이 진척되었다.

도시는 서쪽의 바이짜이(BAI CHAY)와 동쪽의 홍가이(HONG GAI)로 나뉜다.

비취색의 고요한 바다수면에 크고 작은 2천여 개(가이드는 1.969라고 소개했다)의 기암괴석이 솟은 환상적인 풍경을 배를 타고 감상할 수 있으며, 1994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되었다.

이 섬들은 베트남을 지키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용들이 변한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논은 남녀용이 다르게 생겼다.

 

 

 

 

섬 사이의 수로는 미로와 다름없다.

 

 

 

 

 수문(?) 밖의 또 다른 배수진

 

 

멀리 보이는 섬들이 가까워질수록 탄성이 절로 나온다.

비가 그친 하늘에는 구름 사이로 푸른빛이 드러나고, 시원한 바람은 가이드가 나눠준 베트남 모자인 논(NOHN : 야자나무 잎으로 만든 모자)의 턱 끈을 조이게 만든다.

사방을 막은 미로와 같은 섬 사이를 통과하면 또 다른 섬들이 진을 치고 막아선다.

지도나 나침반이 없다면 통킹(TONGKING) 만으로 빠져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암벽에 뿌리내린 초목, 곳곳에 보이는 작은 굴들, 바위들도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에도 아름다운 섬들이 많지만 하여튼 환상적이다.

 

 

 

 

 바다 위의 어시장

 

 

 

 

어시장 주변 풍경 1.

 

 

 

 

어시장 주변 풍경 2.

 

12 : 40~13 : 07 바다 위의 어시장

하롱베이에 세 가지가 없다고 했다.

거센 파도와 갈매기 그리고 갯내음이 그것으로, 아닌 게 아니라 짭짤하고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는 것 같았으며 갈매기는 두어 마리 보기는 했다.

파도가 없어서 그런지 바다에는 떠있는 주택 겸 활어 직판장이 곳곳에 보인다.

 

 

 

 

낚시하는 청년들

 

 

 

 

하롱베이도 식후경

 

 

 

 

동굴 섬으로 가면서

 

가두리 양식장 형태의 각 칸막이에 들어 있는 물고기들은 몇 종류를 제외하고는 남해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며 팔뚝보다 큰 상어 이른바 다금바리가 군침 돌게 하고 두 배의 좁은 틈새에서 낚시로 잡아 올린 30Cm 가량의 감성돔 두 마리가 어망 속에서 팔딱거린다.

선상 식비는 1인당 US $30이지만 4~6 명이 한 테이블을 사용하므로 값이 싼 편은 아니다.

그러나 각종 회와 새우, 조개 등이 차례차례 식탁에 올라와 주원료가 찹쌀인 누룽지 맛이 나는 베트남 증류식 보드카 넵무이(NEP MOI. 29도)에 곁들여 먹는 맛이란 한 마디로 기가 막힌다.

 

 

 

 

굴 입구가 보인다.

 

 

 

 

동굴과 관광객들

 

 

 

 

기념사진도 촬영하고

 

15 : 10~55 쿵 띠엔(QUNG THIEN) 종유동굴 섬

먹고 마시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가운데 배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전망대가 있는 띠톱(TI TOP)섬을 스친 후 15분 만에 종유동굴이 있는 섬에 도착했다.

매표소 앞에 이르자 작은 개 한 마리가 재롱을 피운다.

베트남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많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뻔했다.

동굴의 규모는 작아서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시간은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동굴이든 그 내부는 신비롭기 그지없다.

어둠 속에서 환한 밖으로 나오고, 배는 잔잔한 물결을 헤치며 다시 나아간다.

 

 

 

 

동굴 섬의 수상 정자와 데크

 

 

 

 

띠톱 섬 백사장

 

16 : 10~50 띠톱(TI TOP) 섬

수많은 섬들 사이를 지났으나 모두 다 암벽이 바다에 잠겨있어 배가 닿기도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 섬은 아주 고운 모래로 이뤄진 조그마한 백사장이 펼쳐졌고 해수욕을 즐기는 백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제부터 각종 운송수단에 의해 이동했을 뿐 두 다리로 걸은 거리는 1Km도 안될 것 같다.

그런 가운데 비록 짧지만 섬 정상에 세워진 전망대를 오른다니 새로운 기분이 샘솟는다.

 

 

 

 

띠톱 섬 정상에서

 

 

 

 

전망대에서 본 풍경

 

가파른 계단 오름길에 땀은 줄줄 흘러내리고 숨소리는 거칠어진다.

제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조망 처에서는 한 숨 돌리면서 멋들어진 풍경을 사진에 담기도 하며 정상에 올랐다.

나무 가지가 조망을 조금은 방해하나 사방을 둘러보니 선경이 따로 없다.

이제 이 섬을 떠나면 하롱 시 선착장으로 직행할 것이다.

아쉬움을 안고 되돌아 내려가면서 선상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이 따라주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띠톱 섬 정상을 내려가면서 본 풍경

 

 

 

 

 이제 육지로 돌아가야 한다.

 

2층 갑판, 제법 선선한 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할 수만 있다면 베트남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깟바(CAT BA)섬으로 가서 하룻밤 묵고 황금색의 희귀 원숭이와 돌고래 등 각종 야생동물을 만나봤으면 좋겠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편한 자세를 취한 채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섬 사이의 일몰은 그런대로 아름답다.

사위가 서서히 어두워지고 멀리 보이는 바이짜이와 홍가이를 연결하는 긴 다리의 불빛이 차츰 가까워진다.

 

 

 

 

 안녕! 하롱베이

 

 

 

 

 해가 지기 시작하는 하롱베이

 

18 : 15 육지 선착장 도착

11시 30분에 출발한 지 거의 일곱 시간 만에 다시 육지로 올라선다.

선착장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도 안 되는 작은 시장 골목에 이르러 버스에서 내리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틀어막게 만든다.

필리핀 여행 때 먹어본 기억이 나는 두리안(DURIAN)이라는 과일로 지옥의 냄새, 천국의 맛이라고도 하지만 지독한 냄새로 인하여 호텔 등으로는 가지고 갈 수 없다.

이 과일은 한국에서도 판매 되고 있다고 한다.

길 건너편에는 꼬막, 소라, 새우 그리고 쭈꾸미도 보인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여행을 왔다면 안주로 만들어 술을 나눠 마시면 참 좋겠다.

 

 

 

 

하롱 회집

 

18 : 55~19 : 27 하롱 회집

회집 상호와 함께 커다란 수족관도 있으나 물고기는커녕 물 한 방울도 없다.

그러다보니 저녁밥은 생선회가 아닌 삼겹살 특식이다.

배 위에서 포식한 탓도 있지만 후덥지근한 실내에 불기가 더해지니 도저히 못 참겠다.

물만 두 컵 마시고 서둘러 밖으로 나오자 한국 관광객들을 겨냥한 떠돌이 행상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또 다른 짜증을 유발시킨다.

 

 

 

 

하롱 야시장

 

20 : 40 HA LONG Spring Hotel

인근 야시장 마트에서 1달러를 주고 코카콜라 캔 두 개를 구입하여 목마름을 달랜 뒤 숙소로 이동한다.

부득이하게 일정이 바뀌긴 했으나 염려했던바와 달리 하롱베이 선상 유람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하노이의 스포츠호텔보다 깨끗하고 아늑한 하롱 스프링호텔 302호실 침대에 몸을 누이고 TV를 켜자 한국 YTN 뉴스가 방영되고 있다.

세상은 넓다 그러나 좁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