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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째 2017년 8월 26 토요일

7시가 조금 못되어 알베르게를 나섰다. 30여 명의 순례자 들이 현관의 좁은 공간에서 북적거리며 출발 준비를 한다.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걸치기도 한다. 일부는 알베르게 식당에서 아침 스낵을 주문하여 먹고 있다. 현관 모퉁 이 의자에 앉아 발가락 처치를 한 후 비스켓 몇 조각과 아구아로 요기했다. 이동간 간식용으로 큰 포장들이 비스켓 을 샀더니 며칠 동안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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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어둠 속에 안개가 자욱이 끼어 있다. 헤드램프 불빛으로 까미노를 비추며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자 까미노는 차도로 이어져 아따뿌에르까 마을까지 계속되고 있다. 띄엄띄엄 안개가 자욱한 도로 위를 차들이 사정없이 내달린다. 차도 변으로 조심스레 걸어가야 한다. BU-V-7012도로인 듯하다. 도로 좌우로 수확을 마친 밀밭이 나타나고 앞쪽으로는 수확을 기다리는 해바라기밭이 펼쳐진다. 안개 낀 지평선의 모습은 참으로 신비감을 자아낸다. 지평선 하늘 위로 펼쳐진 저 큰 아우라가 무엇인가.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에서 나오는 외계인 비행 물체라도 되는 것인가. 가까이 다가서자 그 정체가 드러난다. 드넓은 평원에 뻘쭉하게 조성해 놓은 나무 숲단지다. 평원을 개간하면서 이곳만 건드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 돌본 모양이다. 까미노변에 서있는 커다란 입간판 속에서 최초의 인류인 호모 안테세소르Homo Antecessor 의 형상이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내려다 보고 있다. 유적지 현장은 까미노를 3km정도 벗어난 곳에 위치 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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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가 돈다. 아따뿌에르까 마을은 아직 안개에 잠겨 있다. 간단히 요기를 할까 하고 두리번거렸으나 바엔레스토랑를 찾을 수 없어 그냥 통과하였다. 다음 마을인 까르데뉴엘라 리오삐꼬까지는 6.7km를 더 가야하니 도착할 때까지는 솔찬히 배가 고프겠구나. 까르데뉴엘라 리오삐꼬 마을 가는 길은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널려 있는 너덜길 가풀막이다. 발목이 접질릴 위험이 있지만 길을 걷는 맛은 너덜길 가풀막이 제맛 아니겠는가. 이런 구간에서는 쌍스틱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스틱촉에서 바킹을 제거하고 주행해야 덜 미끄럽다.

까미노상에서 안면을 익힌 홍콩 젊은이가 한쪽 발에 무릎 아대를 하고 파워 넘치게 지나치며 부엔 까미노한다. 영화 배우 이연걸을 꼭 닮았다. 까미노변에 홍보용으로 래핑한 버스 한 대가 주차되어 있다. 태극기 등 8개국 국기가 그려져 있다. 일본기와 중국기 문양은 없다. 방금 지나친 홍콩 청년은 중국기가 없는 것을 보았을까. 순례 초반부에 가끔 순례자들이 옆을 지나치며 ‘하뽄’하고 묻는 듯 인사하는 듯 하길래 무심코 ‘예스’또는 ‘씨Si’라고 대꾸하였다. 그런데 번역기를 뒤적이다 보니 거참 ‘하뽄 Japon’이라고 한 말이 일본인이냐고 묻는 스페인어 발음이었던 것이다. 그간 본의 아니게 일본인 행세를 한 꼴이구나. 배낭과 밀짚모자에 자그마한 태극기 문양을 달고 있었건만 그들은 이 문양을 미쳐 보지 못했으리라.

미국인인 현각 스님의 고백 한 토막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한국말을 거의 몰랐다. 그런데 한국에 도착하면서 들은 말 중에 ‘여보세요’ 라는 말이 쉽게 외워졌다. 아마 인사말인 것 같았다. 예불을 마치고 귀가 버스를 타고 사찰을 떠나는 신도들을 향해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면서 손을 흔 들었다. 몇몇 보살님들이 내 말을 듣고 좀 이상한 표정이 되었지만 이내 박장대소를 하는 바람에 나는 내가 틀린 말을 하고 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부르고스는 과거에 까스띠야 왕국의 수도였다. 지명이 ‘성 아래의 도시, 요새’를 뜻한다. 프랑스 및 영국과의 전쟁으로 점령을 당하기도 했고 스페인내란의 아픔을 간직한 곳 이기도 하다. 고딕 양식의 산타 마리아 대성당, 산 후안 단지 등 역사적 유물들이 널려 있다. 또한 11세기 영웅 엘 시드와 그의 부인 히메나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양떼 사육 및 곡물 재배 등 농업 중심지이며, 관광산업도 활발할 뿐 아니라 양모가죽제품, 화학비료, 초콜렛 등의 제조업도 발달했다.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와 장작에 구운 양고기 요리가 유명하다고 한다. 비행장을 끼고 까 미노는 부르고스를 향하고 있다. 저기 보이는 비행장 울타 리 모퉁이에 금방 당도할 것 같은데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원근감이 마비된 듯하다. 강풍이 분다. 비행장 풍향 깃발이 찬란하게 펄럭이고 있다. 앱을 보니 지금 이 지역 풍속이 남남서 초속 5m/s 로 나타난다. 햇볕이 나고 섭씨 27도를 나타내건만 쌀쌀하다. 비행장 둔덕이 높게 되어 있어 울타리밖에서는 비행기 모습은 관찰이 되지 않은 채 요란한 엔진소리만 들린다. 부르고스 초입에 당도하였다. 여기서 시내를 관통하여 알베르게까지는 4km 여 거리로 나와 있다. 아직도 십리 여 길이 남은 것이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했다는데 부 르고스 초입부터 시작하는 도로가 총알이 날라간 자국처럼 일직선으로 쭉 앞으로 뻗어 있다. 끝이 안 보인다. 벤치에 앉아 뭐 좀 먹고 있는데 지나가는 스페인 현지인인 듯한 순례자 부부가 멈추어 선다. 남편이 유창한 한국말로 말을 걸어온다. 세상에. 한국에서 살다 왔냐고 물으니 혼자 집에서 독학으로 한국말을 배우고 있단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말을 배우고 있단다. 곧 한국에도 직접 방문할 계획이란 다. 명함을 하나 건넸다. 한국에 오거든 연락을 하라고. 밥 한 끼 대접하겠노라고. 부인은 루마니아인이란다. 모델출신 같은 외양이다. 과일을 한 개 권했더니 괜찮다며 사양한다. 스페인이 6・25 참전국은 아니지만 이렇게 스페인의 친한파를 만나자 은근히 형제애가 느껴진다.

2013년에도 긴긴 시간 동안 등산화를 질질 끌다시피 걸어서 알베르게에 다다른 기억이 난다. 도심을 지날 때 특히 까미노싸인을 놓치지 말자. 하늘과 구름만 보이는 광활한 평원 들녘을 거쳐서 도심으로 진입하면 눈동자가 갑자기 산만해져 까미노싸인을 깜빡깜빡 놓친다. 잘 따라가자. 부르고스는 활력이 넘치는 도시다. 이 나라는 한낮의 거리는 인적 없이 썰렁하지만 일몰 시간이 다가올 수록 사람 왕래가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도중에 수페르메르까도에 들려 바게트, 과일, 인스턴트 소파, 캔디, 아구아 등 한 보따리를 샀다. 판판한 돌판들을 이용하여, 모자이크 방식으로 안길 도로를 포장해 놓았다. 차선 경계가 없이 사람도 다니고 차들도 다닌다. 아침저녁으로 집채만 한 청소차가 콤프레샤로 먼지를 빨아 들이며 물 브러쉬로 와싱하며 지나다닌다. 젊은이들로 구성된 악대가 거리 한복판에서 신나게 율동하며 연주하고 있다. 관광객들도 즐겁게 어깨춤을 들썩이고 있다. 관광객 일행이 사진 촬영을 하자고 한다. 이 와중에도 집채만 한 청소차가 도로 위의 잔 쓰레기, 흙먼지 등 오물들을 콤프레샤로 빨아들이며 물 브러쉬로 와싱하며 지나 간다. 카페 의자와 파라솔기둥에 막히면 운전자가 청소차에서 내려 이것들을 손수 옆으로 이동시키고 다시 청소차를 몰며 지나가고 있다. 클락션 소리를 한 번쯤 낼 법도 한 데 전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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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알베르게가 반갑게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체크인 담당이 바꿨다. 2013년에는 지긋한 실버께서 체크인을 담당했는데 지금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젊은이가 등록을 받고 있다. 침상 티켓을 받아쥐고 돌아서자 노마담이 ‘팔로우미’한다. 팔순을 바라보는 우리 처형 순자 여사와 동년배로 보인다. 침상이 6층인데 직통 엘레베이터가 아니 다. 5층에서 내려 다시 6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로 환승한다. 노마담이 베드까지 안내해주고 샤워실 등도 알려준다. 그러니까 노마담께서는 이곳 알베르게의 150개 침상이 다 찰 때까지 층별로 오르내리며 숙박자들을 안내한다는 이야기인데 그 나이에 참 열심히 사신다. 우리 처형도 사회봉사 활동이다 아르바이트다 참 열심히 살고 계신데 이 나라에서도 노후를 아름답게 보내는 실버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2단 침대가 20여 개 정도되는 침실인데 빈 침상이 별로 남지 않았다. 친한파 부부가 먼저 와서 여장을 풀다가 반갑게 인사한다. '어서 오세요, 또 만났군요, 반갑습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한다. 참으로 한국말 잘한다. 대접으로 스페인 말을 ‘그라시아스’라고 밖에 못해 미안하다.

샤워 한 후 밖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알베르게를 나섰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도시 곳곳이 사람들로 왁자지껄하다. 2013년 찾았던 중국집을 찾으니 문이 닫혔다. 8시에 문을 연단다. 한 시간여를 기다릴 수는 없어 중국식당Chino Restaurante을 검색해보니 대여섯 군데를 소개하고 있다. 다들 1-3km 거리에 소재해 있다. 문이 열려 있는 바엔 스토랑을 선택해 구글지도를 따라 찾아갔다. 국수 두 그릇을 시켜 먹었다. 기대하며 찾아온 것에 비해 요리 수준은 쪼까 거시기했다. 알베르게로 되돌아오는 길목들은 불야성 을 이루고 있다. 노천 카페를 가득 메운 인파 소리로 귀가 다 멍멍할 지경이다.

숙소에 와보니 2단 침대 위층을 방금 도착한 아름다운 여인이 배정받았다. 하여간 미인을 가까이서 대하는 일은 썩 괜찮은 일이다. 이 여인이 침구를 깔고 위층으로 오르내리는 폼이 좀 불안해 보인다. 자칫 발목이나 손목을 접질릴 것 같아 오르내리는 시범을 보이며 손목 발목을 조심하라는 제스쳐도 취했다. 별로 고마워하는 기색없이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다. '어머 별꼴이야 너나 잘 하세요'하는 표정 같기도 하다. 주책을 떨었구나. 다음부터는 나대지 말자. 알베르게 6층 창밖으로는 새벽녘 해가 뜰 때까지 인근 사교장클럽에서 음악소리 함성소리가 밤새도록 들려왔다.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걸은 거리 21.8km 걸은 시간 9시간 59분.

2017년 8월 27일 일요일 부르고스 에서의 하루

일요일 아침이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새벽녘까지 들리던 음악 소리와 함성은 잠잠해졌다. 순례자의 주임무가 쉬지 않고 끊임없이 앞을 향해 부지런히 걷는 것이건만, 부르고스대학교에서의 세요를 월요일 근무 시간에 받아야 하 기에, 부득이 부르고스에서 오늘 하루를 더 머물러야 한다. 지금은 일단 이곳 알베르게를 떠나줘야 한다. 느긋하게 배낭을 꾸리고 현관홀로 내려가서 발가락 처치를 하고 어제 사둔 과일들로 아침 요기를 하였다. 8시가 돼자 미화원 마담들이 뭐라고 소리치며 홀 안의 전기 스위치를 내려 전등을 다 꺼버린다. 빨리 나가라는 소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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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비가 추적거리고 있다. 밖으로 나와 어디로 갈까 두리 번거리고 있는데 알베르게에서 마지막 바이커와 몇 사람 이 나오자 문이 쾅 하고 닫히고 문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린다. 문밖 지시랑 아래에는 비를 피해 원색의 우의를 입은 순례자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다. 도로 한 켠에서는 배낭 배달 서비스 차량에 배낭들이 잔뜩 실려지고 있다.

다시 알베르게에 체크인하려면 어차피 오후 2시가 넘어야 한다. 비는 내리는데 이 시간에 어디에 있어야 하나.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하나. 졸지에 길 잃은 망아지 신세가 되었 다. 햇볕이라도 비치면 이곳저곳 기웃거리던가 공원 벤치에 앉아 졸기라도 할 텐데. 심심한데 부르고스캠퍼스나 가서 구경하자. 1시간여를 걸었다. 부르고스대학교는 까미노 상에 소재하고 있다. 건물만 즐비하고 녹색 공간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당연히 문들은 다 닫혀서 지붕 아래 비 피할 공 간도 별로 없다. 귀퉁이 작은 건물에 겨우 비를 피할 수 있는 지시랑이 있다.

배낭을 부리고 계단에 걸쳐 앉아 행동식을 꺼내 목구멍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무슨 맛인지 느낄 수도 없다. 비를 맞고 왔더니 춥다. 판초우의가 보온 기능을 하건만 그래도 춥다. 이러다 감기 걸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순례자들이 부엔 까미노(좋은 순례길)를 외치며 지나간다. 부엔하지 않지만 나도 대접으로 부엔 까미노를 외쳤다. 세요받는 곳을 미리 확인해 놓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다시 시내 쪽으로 발을 돌렸다. 리스트에 있는 소규모의 알베르게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비가 멎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는 햇볕 이 비칠 기미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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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지도를 실행하여 어느 알베르게에 도착한 것 같다. 한 노 마담이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가다가 이곳 알베르게에 찾아온 것인가 묻는 듯하여 시Si하고 대답하자 잠시 기다리라면서 도로변 대형 쓰레기 수거통에 봉투를 버리고 온다. 어제 숙박을 부르고스 알베르게에서 했다면 한 도시에서 두곳 알베르게 이용이 안되기에 이곳 알베르게 숙박은 안된단다. 어렵게 의사소통을 했다. 내일 월요일 근무 시간에 부르고스대학교에서 세요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 하루 더 이곳 부르고스에 있어야 하기에 알베르게를 찾았노라 했으나 다른 일반 숙박 시설을 알아 보란다. 멍하니 쳐다보고 서있자 잠시후 그러면 배낭만 맡기고 시내 관광 하고 오란다. 나는 지금 관광이 아니라 쉬고 싶고 한숨 자고 싶다고 했다. 안되면 호텔이라도 들어가자. 발길을 돌리자 마담이 뭐라고 한다.

인근 숙박 시설을 검색해서 호스텔을 하나 찾았다. 시간이 벌써 12시를 넘기고 있다. 1인 실에 체크인하였다. 저렴한 호스텔이라서 약간의 불편이 있었다. 37유로. 방 크기가 손 바닥만 하지만 아늑하고 난방이 되어서 좋다. 샤워기는 갖추어져 있으나 화장실은 복도끝에 있는 공동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일단 한숨 잤다. 설사기가 있다. 젠장 오전에 차가운 계단에 앉아 추위 속에서 억지로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지사제를 두 알 먹었다. 바엔레스토랑을 검색하니 중국식 뷔페 식당이 몇 개 나타난다. 40-50분 거리에 있다. 저녁 8시에 문을 연단다. 일단 목이 말라 아구아를 사러 호스텔을 잠깐 나섰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는데 섹스 숍이 눈에 띈다. 세상에. 윈도우 안에 가터벨트를 하고 하드코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인 사진이 걸려 있고, 자극적인 성기구도 놓여 있다. 어린 아이들을 비롯한 뭇사람들이 오가는 도로 변에 이런 가게의 영업이 가능하다니. 뉴욕, 파리 및 암스 테르담 등에는 섹스박물관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이런 번화가 한복판에 섹스 숍이 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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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가 줄줄 나온다. 복도 끝 화장실을 몇 번 오갔다. 변기 옆에 비데가 갖추어 있기에 개운하게 뒷처리할 수 있어 좋았다. 비데가 우리와는 다르다. 사전 지식이 없는 경우 이 비데에서 머리를 감거나 세족을 하기도 한단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중국식 뷔페식당을 찾아 나섰다. 어제 부르고 스로 진입하면서 걸었던 길목에 있다. 한국인 젊은이 두 명이 먼저 와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한 명은 며칠 전 까미노에서 만난 젊은이다. 뜨거운 국물과 음식이 들어가자 뱃속이 제대로 작동되는 모양이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중국인 가게에 들려 중국 라면을 몇 개 샀다. 비가 오락가락한다. 지사제 두 알을 더 먹었다. 설사기가 좀 덜한 것 같 다. 밤새 자면서 서너 번 화장실을 다녀온 것 같다. 한국산 TV를 켜니 싸이클 대회 녹화중계를 하고 있다. 나바레떼 언덕에 서있던 대형 철제 황소 조형물이 화면에 비치고 있 다. 별 볼 일 없는 하루 일정을 보냈다. 남은 두 지역에서의 유니베르시따리아세요는 토요일 일요일을 비켜가도록 일정을 잘 조정하여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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