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2017년 8월 22 화요일

8시가 못되어 알베르게를 나섰다. 리오하대학교와 유엔이 디UNED에서 유니베르시따리아 세요을 받을 예정이다. 리오하대학교는 까미노 후방으로 몇km 비켜서 있기에 어제 지나왔던 루트를 거슬러가야 했다. 구글지도를 작동시켜 1시간 가까이 걸어서 도착했다. 대학교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 건물 사이를 왔다리 갔다리를 몇 번 했다.

이 나라는 건물 외벽에 안내 간판을 참으로 인색하게 달아 놓는 듯하다. 아니면 나라에서 강력히 통제하는 것인지. 간판들로 도배가 되어 있는 우리네 건물 모습과는 달라도 크게 다르다. 보일 듯 말 듯 달랑 콩알만한 표지판을 하나 붙 여놓은 경우, 아예 간판 같은 것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적어도 내가 순례 중 찾고자 했던 건물이나 사무실은 대부분 그랬다. 일과를 마치고 육중한 출입문을 닫아버리면 도대체 뭐하는 건물인지 외부인들은 식별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듯하다. 도대체 초행길 외부인들은 사무실 찾을 때 어떻게 찾을까. 나처럼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 물어 찾는 것인 가. 혹시 까미노싸인이 있는지 대학교 건물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아도 없다. 그냥 문이 열린 사무실로 들어가 세요 여부를 물어보니 교직원 마담 한 분이 학교 입구 로터리 방향을 가리킨다. 미덥지가 못한지 자기를 따라오라며 꽤 되는 거리를 걸어서 안내해준다. 아까 도착해서 왔다리 갔다리 몇 번 한 건물이다. 까미노싸인이 꼭꼭 숨었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담당 직원이 DSLR 사진기를 갖고 나와서 방문 기념 촬영을 하였다. 간단한 설문지에 대답하고 추가로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방문 기념품으로 볼펜과 배지를 받았다. 이 대학교는 세요를 받으러 방문하는 순례자를 다른 곳과는 달리 디테일하게 응대하고 있다. 매우 지오오디하다.

까미노로 다시 복귀하였다. 유엔이디UNED는 어제 머무른 알베르게에서 진행 방향으로 지척에 위치해 있다. 오늘 아침식사를 하면서 텀블러에 뜨거운 커피를 채워 놓은 채 깜빡하고 주방에 두고 나온 것이 생각났다. 마침 알베르게 앞으로 지나치기에 문을 두드려서 되찾았다. 북적이던 거리는 인적이 뜸한 채 한산하다. 약국에 들려 돌기가 붉게 돋아나고 있는 발목을 보이며 대상포진이 아니냐고 질문을 했다. 모델처럼 생긴 여자 약사 두 명이 다가서서 살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메모를 보이고 연고를 한 통 사서 약국 바닥에 철썩 주저앉아 잔뜩 발랐다. 이래저래 벌써 오전 시 간이 다 흘러가고 있다. 로그로뇨의 안길은 판판한 돌들로 모자이크 하듯 다져 놓았다. 어느 나라나 도시 지역 도로들 은다 포장을 했기에 흙길을 밟기는 어려우리라. 단지 이곳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을 한 것이 아니라 돌판으로 모자이크하듯 깔아 놓았다. 물구배가 잘되어 있는 듯하다. 비가 내려도 잠시도 고여 있지를 않고 금세 배수된다. 까미 노 위의 잔돌길은 비가 오면 물이 한참 고여 있다. 돌 모자이크 도로는 금세 배수가 되는 듯하다. 시골 마을 안길도 대부분 돌 모자이크 도로다. 비오는 날 장화를 신은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딱딱. 스틱을 짚거나 나무 주렁을 짚으며 걷는 순례자들은 이런 스틱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포장 도로를 걸을 때는 스틱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자. 스틱에 고무 바킹을 끼워 소음을 줄일 수 있지만 이내 너덜 길, 돌길이나 가풀막을 만나면 바킹을 벗겨야 하기에 번거롭다. 끼운채로 오를 경우 접지력이 약해지는 불편이 따른다. 스틱 바킹은 주용도가 안전상 끼우는 것이지 소음 방지는 아니다. 도심지를 빠져 나 오다 스포츠용품점에 들려 양말을 샀다. 엉겅퀴가 묻었던 양말들은 멀쩡하지만 다 버렸다. 종아리에 돋은 붉은 돌기가 엉겅퀴 탓인듯하다. 기아자동차 판매장 및 서비스센터 건물을 지나간다. 이 나라에 순례를 와 있는 동안 한국산 자동차들을 모델별로 꽤 많이 목격한 것 같다. 1975년도에 국산 승용차 1호 포니를 생산한 이래, 이제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 반열에 올라섰으니 이 능력, 이 국력을 계속 유 지해 나가자. 당초 산띠아고 도착 일정을 34일간으로 예상 을 했는데 지금 주행 대로라면 아마 며칠을 당길 수 있을 것 같다. 봐서 피스떼라까지의 보행을 고려해 보자. 마치 대평원을 닮은 그라헤라Grajera호수를 끼고 까미노는이 어진다. 나바레떼 관내로 접어들자 언덕바지에 커다란 철 제 황소 조형물이 서있다. 내려다보는 품새가 금방이라도 돌진해올 듯하다. 싸이클 대회의 TV 생중계화면을 보다 저 황소조형물을 보았는데 이곳을 지나는 A-12 고속도로가 싸이클 대회 코스였던 모양이다.

나바레떼 지역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산 후안 병원터와 돈 하코보 Don Jacobo 포도주 공장이 있다. 공장 울타리에 순례자 형상을 그려 놓은 멋진 간판을 세워 놓았다. 산띠아고까지 576km 남았다는 글귀도 보인다. 순례자 사무실 에서 안내해주는 거리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이곳 나바레떼 지역은 까미노싸인을 순례자 형상으로 만들어 세워 놓았다. 어른 키와 아이 키 정도되는 사각 돌기둥에 자그마한 철제 조가비 조형물을 붙여서 까미노상에 일정 간격으로 세워 놓았다. 무념무상에 젖은 채 멍때리며 걷는 순례자들에게 잠시나마 이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까미노변 매대에 음료수, 과일, 기념품 등을 펼쳐 놓았다. 녹차 깡통을 하나 사서 들이켰다. 매대 노파가 세요를 하고 날짜를 기입해 준다. 손놀림이 능숙하다. 옛날 순례자들은 까미노 마을을 지날 때 통행료를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가끔은 까미노상에 무인 매대가 놓여 있고 기부 안내 메모를 붙여 놓았다. 나바레떼는 도공의 마을로 불려지고 있듯이 오래 된 문장으로 장식된 고풍스런 집들이 많고, 순례자들을 위 한 시설이 잘되어 있다고 소개되고 있다. 아직 해가 중천이니 좀더 걷자. 까미노는 N-120고속도로와 나란히 이어지 는 길을 택하면서 소떼스 마을을 비켜간다.

벤또사마을에 당도하여 산 사뚜르니노San Saturnino 알베르게에 체크인하다. 전통 가옥을 알베르게로 개조한 듯하다. 등록 받기 전 우아한 마담이 읽던 책을 내려놓고 시원 한 차부터 권한다. 두 컵을 더 받아 마셨다. 무차스 그라시 아스. 알베르게 매점에서 달걀 한 꾸러미, 빠에야Paella, 소 파Sopa, 1.8L들이 아구아 2병, 요구르트 등을 사서 알베르 게 주방에서 조리하여 모처럼 포식을 하였다. 뱃속에 거지 한 녀석이 들어가 있는지 먹는 양이 엄청 늘었다. 잠자면서도 중간중간 잠을 깨 아구아 1.8L 짜리를 다 마셔버렸다. 오늘 걸은 거리 24.6km 걸은 시간 12시간 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