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라산둘레길 답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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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10시쯤 아내와 난 함라 면사무소에서 둘레길 안내도를 얻어 3부잣집 돌담길에서 답사에 들었다. 함라산등산로를 가끔 찾는 우리내왼 여태 둘레길이 있는 질 몰랐었는데 어제 시내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오늘 개통 1주년 기념행사답사를 한다고 하여 나서기로 했었다.

1920년대에 지어진 3부잣집들을 까치발 세워 훔쳐보았지만 고즈넉하다는 감 외에 감회가 솟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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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부러 시간 내어 주인장허락을 받고 기웃거리고 싶다. 만석꾼들 이였던 3부잣집들은 조선후기의 양반집의 전범이라 모두 문화재로 등록 돼 있단다.

보다는 내가 흥미를 느낀 점은 3부잣집(조해영. 김인균. 이배원) 모두가 이웃과 가난한자에게 베풀고 보듬는 나눔의 삶을 살았다는 점과 특히 이배원가는 지나는 길손들에게도 무료 숙식을 제공했다는 오블리스 노블리쥬를 실천한 진정한 양반가였다는 사실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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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남원 쪽과 광주 쪽 사람들이 한양을 오갈 때 이리에서 만나게 되고, 여장을 풀 마땅한 곳이 없으면 이곳 3부잣집을 찾아 공짜로 숙식을 해결했다는 게다.

함라산둘레길 스토리텔링의 핵심이 될만한 얘기라. 몇 백미를 가니 거대한 귀목이 수백 년의 세월을 주체하느라 휘고 옹두라진 채 정자 한 채를 안고 있다. 그 정자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앙증맞은 우체통을 하나 끼고 있는데 거기에 넣은 우편물은 공짜 배달된단다.

하여 정자마루엔 조그만 탁자가 놓여있는데 그 뿐이라. 편질 쓸 지필묵이 없어 황당하다. 누구 약 올리려는 건가?

함라산둘레길의 멋진 스냅사진을 담은 엽서를 비치해 두었으면 그 엽서는 순례자 사연을 담아 전국에 배달 돼 홍보까지 할 텐데 말이다. 

 

동리를 벗어나 해송이 빼곡한 도둑놈 골로 들어선다. 완만한 경사로를 20분쯤 오르다보면 깊이가 5m는 될 성싶은 협곡이 나타나는데 바로 도둑놈 골이라. 옛날 웅포 곰개나루와 함라를 잇는 최단코스여서 왕래가 잦았고 험한 지세는 좀도둑들이 자주 활동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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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협곡위에 웬 아치형다리가 있다. 고급목재로 만들었는데 유원지에나 있어야 할 걸 잘못 들어섰다. 기괴하다 못해 주위와 부조화해 엉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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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리에 올라서 봉화산 쪽으로 해 야생차밭을 보고 임도를 따라 숭림사 쪽으로 답사를 하기로 했다. 내가 몸이 안 좋아 근 반년 만에 하는 산행이어서 두 시간정도만 답사키로 했다.

봉화산(236.3m) 오르는 등산로엔 통나무계단이 좀 많은데다 물길을 돌린다고 통나무개거까지 길을 파헤치고 만들어 놨다. 높이가 고작 200여m 야산에 계단은 자연파과주범이다.

계단이 불편하여 외면하고 대게 계단 옆 갓길을 택하기에 등산로가 신작로가 된다.

웬만함 숲길을 그대로 놔둬라. 급경사진 곳은 양편갓길에 기둥을 튼실하게 박고 밧줄을 이어놓으면 계단길보다 안전하고 편하다. 나아가서 가이드라인 역할까지 하여 등산로가 더 넓혀지질 않는다. 미륵산 황폐화의 주범은 거대한 계단을 산꼭대기까지 만든 전 시장 채규정씨란 걸 모르는 사람 없다. 자연파괴가 어떤 것인지를 좀 고민하고 덤비면 좋겠다.

11시에 봉화산 정상에 이렀다. 동쪽 평원지대는 안개바다가 됐고 미륵산은 아스라이 섬이 돼 두둥실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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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엔 익산시가지가 미몽 속에서 헤매는가 싶고 서쪽엔 베어리버 골프장이 구릉들을 삭발시켜 누렇다. 그 넘어 금강이 곰개나루를 껴안고 안무 속에서 꿈틀댄다.    

야생차 군락지 쪽으로 하산한다. 가팔라 줄 차게 통나무 계단이 이어졌다.

십 분쯤 왔을까 연둣빛 철망울타리가 녹차나무들을 가뒀는데 끝이 안 보인다. 놈들은 만추에 초록이파리 사이로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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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을 벌목하고 차밭을 조성했는데 아직도 산 중턱부턴 벌거숭이 민둥산으로 남아있다. 차밭 입구엔 거대한 입석에 ‘야생차북한계군락지’라 음각했다. 꼭 저렇게만 해야 했을까? 이 외진 곳에 드넓은 차밭은 영리목적인가?

야생차북방한계(북위36도3분) 자생지를 알리려면 임도 갓길 벚나무 아래에 쭉 심었으면 되고 순례객들이 걸으며 녹차향에 취해 얼마나 흐뭇해 할 텐가!

차밭 조성한다고 산림훼손 안하고 돈 쏟아 붓지 않아도 되며 철조망치고 노심초사할 일도 없잖은가 말이다.

제주올레길 이사장인 서명숙님이 실토했듯이 올레길 만든다니까 이젠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협조 해 좋긴 한데 길에 돈 발라 요란찬란 하게 하려 한다고 못마땅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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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무슨 사업을 할 때 돈이 들어가지 않는 일은 관심이 별로란 시중의 비아냥거림은 괜한 말일까?

둘레길은 사람의 때가 타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조붓한 숲길이어야 좋고 숲길에 요소마다 스토리텔링이 녹아있는 길일 때 금상첨화여서 순례객들이 모여든다.

세계 유명의 빼어난 공원이나 트래킹코스는 원시상태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숲 사이로 언뜻언뜻 얼굴 내미는 골프장과 금강을 조망하면서 자갈길 임도를 걷는 공짜 발마사지는 모처럼 잡념에서 탈출케 한다.

갈색낙엽은 나의 발끝에서 마지막 춤을 추고 오리나무는 진초록이파리를 아직껏 몽땅 안고 있다.

 

된서리 내린 날 소슬바람이라도 불 때 오리나무숲을 찾아들면 초록이파리는 그대로 시공간을 유영하다 우수수 발목에 쌓인다.

마지막 가을을 내려놓는 거다. 반시간쯤 호젓함에 빠졌을까?

관중인가 싶은 고사리과식물이 진초록이파리를 늘어뜨려 골짜기를 초록바다로 일궜는데 단풍나무 한 그루가 노오란 면사포를 쓰고 눈길을 뺏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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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붉은 것은 카로티노이드란 색소 탓이고 은행잎이 노란 것은 잔토필이란 색소 땜이란다. 허나 단풍이 노란 것은 이파리영양을 몽땅 빨아먹는 진딧물 탓이라 그걸 퇴치하려는 단풍나무의 피나는 진화과정에서 잎이 노랗게 됨이란다.

초목들의 생존의 신비는 우릴 경탄케 한다.

이 적막한 숲 속에 생존의 아우성은 참나무구멍에서도 활발하다. 벌 떼들이 겨우살이준비에 힘겹게 비상하고 구멍입구 참나무껍질엔 멋진 벌집을 만들어 놨다.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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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해송 숲에 누가 자작나무 수 십 그루를 심어 눈부신 백색의 알몸을 창공을 향해 키다리꺽다리 되게 함인가! 가을의 여읜 햇살이 하얀 자작나무 피부에서 부르르 떨고 있다.

아~! 기분 좋다. 일상탈출의 쾌재는 굳이 멀리에 있질 않음이다.

병풍길과 양반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양반길로 틀었다.

쉼터에서 심호흡 한 번하고 도둑놈골로 도둑처럼 살금살금 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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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썽사나운 아치교를 통과해 들머리를 향하는데 이춘석 국회의원과 박종대 시의회의장을 비롯한 익산의 상머슴들이 올라오고 있어 조우했다. 그들이 답사를 하며 아치교와 차밭과 철망과 거대표지입석을 보면서 어떤 감회에 젖을지?

‘멋있고 잘 됐다’고 박수를 치련지? 저것들을 만든 하청업자로부터 담배 한 개비 얻어 핀 누군가는 박수를 곱빼기 칠 텐가? 

정오쯤 3부잣집에 닿았다. 오블리스 노블리쥬를 생각해본다. 쉬엄쉬엄 해찰 오지게 부렸기에 피곤기가 없다. 사랑받는 둘레길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2010. 11. 20 

#. 산하가족 모두 활기차 뵈 반갑슴다. 좀 아파서 산행 못한지 6개월이 돼 갑니다. 

   함라산둘레길 1~2코스(3.4코스 조성 중)는 15.6km인데 제 건강상 2시간만 답사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