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에 오늘도 많은 둘레꾼이 함께 길을 걸었다.
지리 산과 계곡, 작은 산골마을 곳곳에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소리와 향이 난다.
서울에서 남원까지 거리는 300km넘는 장거리 여행이다.
그리하여 인월 지리산IC를 나오니 점심때에 이르렀다.
미리 예약 해놓은 식당으로 이동하여 식사를 마치고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10월 10일 토요일. 날씨 한번 기똥차다.
추석을 지내고 난 후주라 고속도로는 뻥 뚫려 아우토반.
함양 들판에는 황금색 논이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부자로 만든다.
오늘 걷는 둘레길 3구간에는 다랑이 논이 많은 산골이다.
그리하여 다랑이 논에도 저 들판처럼 아직 벼베기가  시작이 안 되었으면...
보기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지리산 가까이 다가선다.
정오를 갓 넘자, 장항마을에 도착.
삼삼오오 짝을 지어 둘레꾼은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가을해가 지리산 천왕봉 위에 올랐다.
주위에는 농부들의 일손이 산을 넘는 해를 잡기위해 바쁘게 움진인다.
매동마을 쪽에서도  몇몇 둘레꾼이 올라오고 있다.  
우리 일행들은 모두가 좋은 듯 하하 호호 웃음지며 사진을 찍는다.
이정표는 빨간 화살표가 우리가 갈길을 알려준다.
등구재를 향해 쉬엄쉬엄 노는 듯, 쉬는 듯 하며 걷는다.
누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까?
이렇게 좋은 계절에 방 한구석에 쳐 박혀 글을 읽으라니...
가을은 무작정 배낭 짊어지고 나가 여행을 하는 계절이라고 강력히 말하고 싶다.
고사리 밭, 감나무, 향긋한 들깨 밭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절대로 농작물을 건드리지 말라는 재미있는 경고 문고가 그 앞을 지키고 있다.
나랑 함께 걷는 분들은 홍제 초등학교 동창생 단체팀이다.
보기 좋다. 이렇게 동창생 남녀친구들이 함께 이런 이벤트 모임을 가지고
참여 했다는 것이.....
참말로 동창생과 만나면 모두가 예전 그 시절로 돌아가는 가 보다.
함께 하는 이 몸도 그들의 몸짓과 말투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으니 기분 좋았다.



















산길이 너무도 이쁘다. 이 길로 선조 들이 수없이 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둘레꾼이  이 길에 발자국을 그릴 것이다.
둘레길은 수평으로 걷다가 잠시 오르막이 이어지고 또다시
마을쪽으로 하향선을 그린다.
그리고 애틋하게 기다리던 간이 쉼터.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와 먹거리를 가지고  평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번 5구간때 오신 선생님이 막걸리 한통을 사서 잔을 권한다.
한잔을 먹으니 갈증을 해소시키는 동시에 전신에 희열이 감돈다.
술은 술이로다.
무작정 주막에 있을 수 없어 먼저 걸음을 재촉한다.
조금 가다가 그윽한 숲속에 멈추어 후미를 기다린다.
조용하다. 가을 풀벌레 소리가 은은하다. 숲에서 나오는
냄새가 술기운을 밀어낸다.
잠시 적막한 분위기를 느낀다. 좋다.
촌놈. 예전에 시골에서 소풀 뜯기다 보고 듣던 가을 향수를
다시 떠올린다.
드디어 숲에서 벗어나니  다랑이 논이 반갑게 나타난다.
벼가 베어진 논둑길을 걸으니 먼발치로 사진에서 보던
굽이굽이 다랑이 논이 정겹게 모습을 보여준다.  
상황마을이다.
아직 추수가 덜한 논에는 누런 벼들이 둘레꾼 카메라에 잡힌다.
산 봉우리 아래 잘룩한 부분 등구재.
등구재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거북등 타고 넘던 고갯길, 등구재
거북등을 닮아 이름 붙여진 등구재
서쪽 지리산 만복대에 노을이 깔릴 때,
동쪽 법화산 마루엔 달이 떠올라
노을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갯길이다.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고,
인월장 보러 가던 길,
새색시가 꽃가마 타고 넘던 길이다.’
등구재에 오르면 안내판에 쓰여진 글이다.
정말 숱한 사람들이 이 재를 넘었겠다.
기구한 사연을 안고...
동창생팀이 전라도와 경상도 말투로
경상도쪽, 전라도쪽  서로 마주 보고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다.  
있었을만한 상황을 재연한다.
등구재를 넘으면
길게 뻗은 나무 숲길을  걷는다.
모두가 이구동성 길이 너무 예쁘다는 말......,

창원마을에 다닿을 즈음.
요란한 기계(굴삭기) 소리,
예전 답사 때처럼  건너편 채석장에서 들려오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창원마을 위쪽에서 수로공사가 진행 중이다.
창원마을도 다랑이 논이 황금색을 띠우고 있다.
농부의 마음으로 보는 양 한참 쳐다보았다.
지리산 조망처로  좋은 건너편 당산나무도 예전에 올랐을 때처럼 아무 말 없이
창원마을을 수호하듯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둘레길은 산 아래로 곧장 내려가다가 창원마을
마을 다리에서 갑자기 다시 금계마을로 가기 위하여
산으로 붙는다.
그때 나타나는  아름다운 광경.
바로 인터넷에서  많이 등장하는 숲터널 재가 보인다.
때로는 그곳이 등구재라고  표현한 사진도 있다.
정말로 환상적인 그림이다.
어찌 재와 하늘이 맞닿은 수가 있단 말인가!
저 너머에는 어떤 마을과 어떤 풍경이 나타날까. 무지 기대되는 장면이다.








다시 산으로 오르는듯 하면서 길은 이쁜 산길을 나타내며
금계마을로 향하여 내리 꽂는다.
벌써 해가 넘어가고 있다. 약속시간 17:00를 넘고 있다.
몸이 조금 불편한 회원이 시종일관 꾸준히 걸어 내려온다.
지리산 산영이 짙어 지면서 갑자기 두려움이 생긴다.
큰 산속, 어둠은 공포의 대상이다.
건너편 벽송사 방면의 산등성이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금계마을 주차장에 당도하니
미리 내려온 회원분들이 출발을 기다린다.
폐교된 학교운동장 모퉁이에 예전에 보이지 않던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떠나가는 우리의 뒤를 봐준다.
‘안녕히 계십시오.
내주에 다시 또 오겠습니다.’

많은 회원분들이 함께 걸어주셨습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2009년 가을.
지리산 둘레길에 가을이 깊어 갑니다.
오늘 같은 지나간 시간이 또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이
서글퍼집니다.
가을에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라는 속담처럼
가을은 밖으로 나가기만하면 즐거움이 기다릴 것입니다.
또 다른 둘레 길을 걸읍시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