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지리산 구룡계곡

산행일 : 2011.10.28 (금)

누구랑 : 강동구님과 둘이서...

어떻게 : 육모정~구룡계곡~구룡사~둘레길~구룡치~육모정

 

 

 

내일부터 난 휴일이다.

어딜갈까 ?

민둥산의 으악새 품안에서 하루를 보내려 교통편을 알아보는데....

핸폰이 울린다.

 

"낼 시간 있어~?"

 

나에게 시간 있냐 물어보는건 같이 산에 갈 수 있냐는 의미.

무심코 아무 생각없이 시간 무쟈게 많다 해놓고 보니 이게 아니다.

ㅋㅋㅋㅋ

 

삼실의 강과장님....

귀양살이의 설움을 달래준다며  밥 한끼 같이 먹잖다.

흐미~!

극구 사양을 하자

그럼 보고 싶으니 산에나 데리고 가 달라며 산찾사를 꽁꽁 옭아맨다.

 

다음날....

약속장소에 만나 단둘이 쌩하니 달려 육모정에 도착해 산행에 든다.

 

 

정령치로 넘어가는 도로옆...

사람의 발길이 뜸했는지 ?

용호서원을 향한 뜰팡엔 파란 이끼가 잔뜩 꼈는데

후원의 정원은 가을색이 그득하다.

 

용호서원...

일제강점기때 세워진 사립 중등 교육기관으로

그 역활을 충실해 이행했다 하는데 지금엔 세월의 뒤안길에 뭍혀

경양사라는 사당과 작은 서재만 남아 있어 예전 화려했던 산찾사 용호의

쓸쓸한 지금 현재 현실과 같음에 용호서원의 외로움이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 든다.

 

 

추색짙은 60번도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서다  만나는 첫번째 교량이 구룡계곡을 향한 갈림길이다.

 

 

삼곡교란 이름의 교량을 건너기 전

다리 아래로 향한 철 계단을 타고 내려서면 산행이 시작되는데...

 

 

초반 등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 아주 평탄한 오솔길이다.

예전 여름에 찾았을때 보다 수량이 많이 줄어들긴 했어도

어느계곡 못지 않을 풍광은 물론 오름길 내내 소와 담,폭포의 비경이 연이어 반겨준다.

 

 

말이나 소의 여물을 담는

구유와 비슷하다 하여 구시소라 이름을 얻은

소를 지나 몇걸음만 옮기면 챙이소가 또 반겨주는데....

 

지리산을 특히 좋아하여

구석 구석 안가본곳이 없는 강동구님이

이런곳을 내가 왜 몰랐을까~잉을 연발하며 감탄을 한다.

 

 

 

 

 

 

 

구시소 챙이소를 지나

계곡을 더 거슬러 오를 수 록 가을색이 짙어진다.

 

 

지리산 변두리쯤 되는곳이라

이곳을 찾는이는 그닥 많지 않은편이다.

당연...

요즘처럼 단풍철엔 행락객들에 치여죽을 지경인 유명계곡의 단풍보다

한적한 이곳이 훨~ 좋다.

계곡풍광도 단풍도 그리고 유순한 등로까지...

 

이날도....

초반엔 한적한 우리 둘만의 걸음였는데

목포에서 왔다는 중년의 여인네 5분을 만나며 정적에 빠졌던 숲속이 잠시 일렁였다.

그러나.. 

그녀들은 추색에 빠졌는지

우리들 좀 데리고 함께 가 달라 하던 여인네들이

아무리 해찰을 떨며 게으른 걸음을 옮겨도 따라붙지 않아 다시 또 우리 둘만의 걸음이 되고...

 

 

 

 

 

 

 

 

어느새 유선대에 이른다.

갖은게 시간뿐이니 간식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강과장님 베낭에서 먹거리가 줄줄이 사탕처럼 나온다.

단 둘뿐인 산행인데 뭘 이렇게 준비했냐 했더니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자기네  점포의

납품품목중 제일 맛있다 생각되는걸로 넉넉히 가져왔으니 갈때 가저가라며 나머지를 내 베낭에 넣어 주신다.

ㅋㅋㅋㅋ

덕분에 난 줄어드는 베낭이 아니라

간식때 마다 불어나는 베낭이 되는 하루가 된다.

 

 

 

 

이양반...

구룡계곡의 선경에 입이 귀에 걸렸다.

나중에 시간되면 가족을 동반한 소풍으로 여길 꼬옥 다시 오겠단다.

 

 

 

 

 

구룡계곡의 비경...

비폭등에 도착했다.

그런데....

수량부족이라 못내 서운하다.

여름 장마철에 오면 정말 이곳은 장관이다.

암반에서 날리는 물줄기가 바람에 날리는 풍광이 당연 압권인데 오늘은 꽝~!

 

 

 

 

지금껏 평탄했던 등로가 갑자기 가팔라진다.

비경 구룡폭포를 보려면

이까이것쯤은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를 해야....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 해도

가는 내내 이런 빛깔좋은 단풍이 반겨준다면

그길은 오히려 기쁨이 될 수도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날이다.

 

 

 

 

 

 

오름길에서 내려본 구룡계곡이다.

가을색으로 물든 저 아래 계곡길은 오늘

우리들의 수많은 이야기가 꽉 꽉 채워 진 길이 됐다.

 

 

구룡계곡길은 아주 유순하다.

때론 거칠기도 하나 그건 잠시일뿐이고

안전시설이 잘 돼 있어 어린이도 어르신도 걷기엔 무난하다.

또한...

빼어난 풍광에 비해 여유로움과 한적함을 즐길 수 있으니

그건 이곳을 찾는이에게 구룡계곡이 주는 덤이고 보너스가 아닐까 ?

 

 

 

 

 

 

 

좋습니껴~?

ㅋㅋㅋㅋㅋ

 

환한 미소가 아름답다.

다소 거친 말투와 외골수의 고집통으로 인해 

그속에 담긴 여리고 여린 따스한 마음이 가려진 남정네...

 

그 성정의 일부가 나랑 닮았다.

삼실에선 그래서 안티그룹도 있는데 정작 본인은 모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지 뭔가 ?

 

마음을 숨길줄 모르는

이런 부류의 사람은 사실 무서운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더 상처받고 아파하는 여리디 여린 약한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마음을 숨기고

모든이에게 사람좋은 양반이다 평가를 받는 그런 사람이 오히려 난 무섭다.

실제로...

몇번이나 호되게 뒷통수를 얻어 맞은일도 있어 개인적으로 난 더 더욱 그렇다.

가끔 산행기에 사람이 무섭다란 글귀를 쓰게된 이유이기도 하고...

 

역시 사람은

겪어보기전엔 알 수 없는 동물이란 생각이 굳어지기 전

그래도 세상엔 더 좋은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에 삐딱한 편견을 버릴수 있었던건

이렇게 자연을 벗삼아 즐길 수 있슴에 그랬지 않나 싶다. 

 

 

오늘의 목적지 구룡폭포...

저 구름다리를 건너면 바로 비경이 드러난다.

 

 

 

빼어난 풍광에 비해

아무도 없는 이곳은 우리 둘만의 세상이다.

 

귀가 멍멍할 정도의 우렁찬 폭포수 소리...

그래도 소음과 달리 아름답게 들린다.

더불어...

내속에 그간 응어리진 마음속 때가 폭포수에 순간 씻겨 내려간다.

이윽고...

맑고 깨끗해진 가슴속으로 차곡 차곡 채워지는 희열들....

놓지 못하고 붙잡고 메달리던 집착들이 순간 허물어짐이 느껴진다.

사실 알고보면 다 부질없는 일인데....

인생이 뭐 별건가 ?

그래 그런지...

강동구님의 한마디가 가슴에 남았다.

 

"용호씨~ 이런데 데려와줘 고마워~"

"오늘만큼은 최고권력 맹바기나 쩐~ 많은 거니보다 내가 더 행복해~"

 

 

 

 

 

 

 

구룡폭포에서

셀카로 우리 둘만의 등정기념 증명사진을 남긴후...

 

 

 

 

 

 

 

 

 

구룡폭포를 되돌아 내려선 뒤 구룡사로 향했는데....

사찰의 뜰에 들어서자 마자 개시끼가 금방 물어 뜯을듯 달려든다.

그런데....

딘장 간자 우라질~!

그곳 구룡사 쥔장인듯한 여보살이 개시끼를 말릴생각도 없이 빤히 구경만 한다.

그러며 하는말....

 

"이곳으론 길이 없습니다"

 

예전엔 구룡암쪽으로 산행을 했기에

구룡사가 궁금해 들린건데 개시끼나 쥔장이나 방문을 꺼려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아담한 전통적인 사찰의 모습이 아님에 우린 당장 발길을 돌렸다.

 

 

 

구룡사를 뒤로...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이내 발걸음은 천룡암에....

 

천룡암 뜰엔 은행나무가 아름답다.

사찰의 유래비인가 ?

빼곡히 적혀있는 비문은 몽땅 한문...

궁금해 들어선 강과장님 열심히 읽어 내려가는데

가방끈 짧고 무식한 나로썬 도통 알 수도 없다.

물론

관심도 없고.

 

 

회덕마을 진입로....

지리산 둘레길의 중요 갈림길이 되는곳.

예전 찾았을때 이곳 보호수 아래 쉼터에서 점심을 먹었던 기억에

오늘도 이곳까지 배고픔을 참고 왔다.

역시....

탁월한 선택.

밥상자리로 이만한곳은 어디에고 없을정도로 좋다.

 

 

점심을 끝낸 후....

본격적인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

 

 

지리산 둘레길 구간 중....

개인적으론 아마 이길이 제일 좋지 않을까 싶다.

유난히 소나무 오솔길을 좋아하는 내 성향이라 그런것도 있지만

육산으로 아주 편안한 등로라 더 더욱 맘에 드는 길이다.

 

 

길게 시간을 낼 수 없거나

저질체력의 소유자라면 이 구간만 걸어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이 구간을 걷다보면

바로 길옆에 특이한 형상의 연리목을 만난다.

연리목 안내문엔 비상하는 용의 형상이라 표현을 했지만

사랑도 저런식이면 사랑이라기 보단 내가 보기엔 집착이라 했더니

지나치던 둘레길 순례자들이 듣고 까르르 웃으며 동조를 한다.

ㅋㅋㅋㅋㅋ

사랑...

그저 상대방에게 바라지 말고

내가 내어 줄 수 있는건 뭐든 내 주며 해줄 수 있는걸

행복으로 여기는게 진정한 사랑이라 난 생각한다.

 

 

 

 

 

길옆의 또다른 소나무....

이건 이름이 없다.

그래서.....

내가 이름하나 지어 주련다.

 

제목 : 꼬출든 남자.

 

안내문까지 세운다면 이런 글귀 하나만...

 

짜식아~

아무때나 세움 클난다

 

 

 

 

둘레길의 정점 구룡치를 넘는다.

우리나라 말 참으로 어렵다.

고개와 령 재와 치의 차이는 뭘까 ?

재를 넘을때 힘든거 보니 치가 좀 낮은건지...

구룡치는 그래서 수월하게 넘겼다.

 

 

구룡치를 넘긴후....

내송으로 향하는 지리산 둘레길과 이별을 했다.

호경리로 향한 임도길...

의외로 이런길도 좋다고 하는 강동구님이라 다행이다.

어쩌면 상당히 지루한 길일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도란도란 정담으로 지루함을 덜어내자 갑자기 그 임도길이 짧아진다.

 

원점휘귀 산행을 끝낸 후....

그냥 지나치긴 좀 그래서 다리를 건넌다.

 

 

그래서 들린 용호정....

이곳을 깃점으로 한바퀴 돌아 나오는 산책코스도 좋다.

한바퀴 돌아볼까 하다가....

해가 많이 짧아진 귀가길이 걱정되어 발길을 돌렸다.

 

 

 

 

 

서둘러 돌아온 대전의 도심...

화려한 불빛이 수놓은 야밤이다.

 

푸짐한 해물찜을 놓고 이어진 성찬.

오늘 하루가 참 행복하다.

잘 걷고 맛나게 먹어 배부르고....

 

나의 작은 실수 하나로

그간 많은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건 아닌지 ?

귀양살이를 떠나던 그날...

난 정말로 괜찮은데

오히려 본인이 더 안따까워 어쩔줄 몰라하던 강동구님은

그래도 오늘 이렇게 위로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에 너무 고맙단 말씀...

난 할말이 없다.

그 마음 고스란히 가슴에 담아두면 힘들고 외로울땐 많은 위로가 될 터. 

 

귀한시간 내어주신 강동구님께 감사드리며......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