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둘레길 - 제9구간 동이면 석탄리~군복면 석호리

여름엔 반딧불이… 겨울엔 빙어… '맑고 고운 세상'

     
 
- 청풍정 뒤로 막지봉이 우뚝서 있다.
대청호 둘레길 제9구간...(동이면 석탄리~군북면 석호리)
동이면 석탄리 안터선사공원~동이면 수북리~며느리재~군북면 국원리(석호리/소정리)~돌거리고개(이평/진걸)~청풍정~도호리(진걸) (도상거리 9.3km 소요시간 6시간10분)
한쌍의 불빛이 피겨스케이팅 선수처럼 밤하늘에 동그라미를 우아하게 그리며 나타났다.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는 오케스트라의 반주 같았고 밤하늘의 달과별은 빙판을 비추는 조명과도 같았다. 하늘 한쪽 구석에 불빛을 그렸다 사라지는 별똥별은 반딧불이의 묘기에 환호하는 자연이 터뜨린 폭죽 같았다...반딧불이와의 감격스런 첫만남을 표현한 어느 곤충연구가의 글이다.

 
- 청풍정옆 명월암에 올라서 막지리를 바라보고 있는 유정희대장.
반딧불이는 1급수의 물이 흐르는 깨끗한 환경에서 사는 곤충이다. 따라서 반딧불이가 살고 있다는 것은 그곳이 깨끗한 청정지역임을 뜻한다. 그래서 최근엔 지자체별로 잘 보전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개발된 교육공간은 또다른 환경 교육의 장으로의 활용가치와 함께 친환경 산업으로의 육성이 활발하다.

그 증거가 바로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반딧불이 축제와 반딧불이를 주제로 한 생태공원이다. 대청호 인근 우리 고장에도 반딧불이 서식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로 매년 여름철이면 반딧불이를 이용한 임도 체험과 여름 밤길걷기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리고 있다.

반딧불이뿐만 아니라 겨울쳘이면 빙어 낚시와 썰매타기등 겨울문화체험 행사 또한 치르고 있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각별하다. 그래서일까? 이른 아침 찾은 석탄리 안터마을의 첫인상은 물뿌려 비질후의 안마당 같은 깨끗함이다.

 
- 9구간이 시작되는 안터선사공원에서 모두 모여 찰칵.
대청호 둘레길 9구간은 반딧불이의 고장 석탄리 안터마을을 시작으로 수북리와 국원리를 거쳐 도호리 강가에 이르는 9.3km에 달하는 트래킹 코스이다. 수북리에서 국원리로 넘어가는 고개가 며느리재로 400~500고도상에 위치한 마성산과 이슬봉에 이르는 능선상에 위치한 고개이지만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 완만한 오름길로 산책하듯 편안한 숲길이다. 돌거리 고개이후 도호리까지 잇는 강변로는 대청호를 가장 호방하게 바라볼 수 있는 구간이자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과 기생 명월이의 설화를 지닌 청풍정과 명월암이 지나는 길목에 자리한다.

 
안터선사공원에 있는 옥천지석묘
경부고속도로 옥천IC에서 37번 국도를 타고 보은방면으로 가다 500m후 우회전 석탄리 방면으로 가다보면 안터교 건너자마자 만나게 되는 것이 안터선사공원이다. 그곳이 석탄1리 안터마을이다. 마을 뒤로는 산이 감싸고 있고 앞으로는 금강이 휘돌아 나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안터는 오봉산 밑 평평한 곡에 있는 석탄리의 중심마을로 옛 보은으로 가는 길의 안쪽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석탄리 안터마을 자랑비와 함께 조성된 안터선사공원엔 지석묘와 선돌등 선사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유형문화제 제10호인 옥천 지석묘는 청동기 시대 무덤인 고인돌로 대청호 수몰 지역에 위치해 있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대청호를 가로지르는 안터교를 따라 펼쳐진 호반풍경은 아침을 닮아 은근하다. 줄어든 물수위로 인해 드러낸 옛길은 강변을 따라 아스라이 멀어진다. 물이 불면 잠기고 물이 줄면 나타나는 마법같은 길이다. 강건너 오대리가 산그림자를 드리운 채 천연덕스레 침묵한다.

 
- 수북리마을로 들어서는 탐사 대원들.
안터교를 건너면 동이면 수북리다. 둘레길은 수북리 화계마을을 가로지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을 따른다. 수북리라 불리게 된 것은 금강 갯가의 북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을 벗어나 이어진 들길은 골짜기를 따라 산길로 이어진다.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오름길은 산책길 같다. 길도 잘나있는 편이다.

 
- 며느리재 급경사면을 조심스레 내려서는 탐사대원들.
며느리재이다.(안터마을에서 4.1km 1시간35분 소요) 옛날엔 광산지역이었던 관계로 파헤쳐진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주저앉듯 내려앉은 깊이감아래 오대리를 휘감아도는 금강이 내려다 보인다. 급하게 휘어도는 물길이 데리고온 모래가 쌓여 만든 모래사장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오대리 강가에 걸려있는 나룻배조차도 먹먹한 감동이 된다. 시원스레 트인 그곳에서 우린 도심속에서 길들여졌던 걸죽함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띄워보낸듯 말갛게 걸러진 마음 한조각 챙긴채 서둘러 며느리재를 내려선다.

동은 이슬봉 북은 금강에 명월암 남은 할라비봉 서는 할미성봉 주령의 정기를 받은 살기좋은 국화동산...으로 시작되는 국원리 마을 자랑비 서있는 국원리를 지나는 동안 둘레길은 잠시 회색빛 아스팔트 도로를 걷고(37번 도로에서 1.2km 20분 소요) 머리위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 갈림길에서(석호리/소정리)에서 좌측으로 연결된 석호리 방향 도로를 따른다.

전원풍경을 가르는 굽이길이 깊어갈수록 대청호의 모습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물오른 버드나무 연두빛 진저리에 전해오는 간지러움은 봄의 손길인듯 까르르 간지럼 타는 대원들의 웃음소리는 종일 끊이질 않는다. 석호리 마을유래비 서있는 돌거리 고개 갈림길(이평/진걸)에서 둘레길은 우측으로 난 진걸마을쪽으로 향한다. 이끌림이란 번듯함도 화려함도 아니다. 보일듯 말듯 있는듯 없는듯 은근함이다. 마치 구렁이가 산을 타듯 산등성이를 돌아돌아 가는 길가로 대청호는 너른 속내를 드러내고 호수 건너 막지리도 덩달아 따라나선다. 산과 호수 실수로 떨어뜨린 물감처럼 자리한 마을들 의도하지 않은듯 허술함이 더 정겨운 풍경들로 갈길은 점점더 속도감을 잃어간다. 그 속도감 마저 청풍정과 명월암에서 멈춘다.

 
- 한말 풍운아 김옥균의 낙향 피난처로 애절한 일화가 전설로 전해지고 있는 청풍정에서의 휴식.
흐르는 세월의 더께만 덧씌워진 정자는 1884년 김옥균이 갑신정변을 일으키다가 삼일천하로 끝을 맺고 청풍정이란 정자에서 명월이란 기생을 데리고 내려와 울분을 달래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을 때, 명월은 김옥균이 자신의 야망에서 자꾸만 멀어지려 하자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몸을 강물에 투신, 김옥균의 재기를 바랐다고 한다. 김옥균은 자신을 생각하는 명월의 애정을 잊지 못하고, 바위에 명월암이란 이름을 새겨 명월이를 기렸다고 한다.

 
- 도호리 나루터로 향하는 대원들.
청풍정을 나와 꼬불꼬불 이어진 길을 따라 걷는 길의 끝엔 피안의 땅처럼 웅크린 작은 마을 군북면 석호리 진걸마을 또는 도호리라고 하는 마을이다.(37번 도로에서 4km 4시간 15분 소요) 수몰되어 졸지에 오지가 되어버린 마을이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호수의 잔물결이 마을 앞에 찰싹이고 정겨운 이웃 몇몇 곁에 있으니 그 아니 오붓할까 정감 넘치는 호숫가 마을 풍경 그곳이 진걸마을 풍경이다.

 
- 도호리나루터와 도호리마을.
맑은물 굽이굽이 휘돌아가고 비단강 금빛모래 뛰어놀던 곳 어미소 한가로이 풀뜯던 벌판 오봉산 소쩍새 가냘픈 울음소리 꿈에나 그려지는 아득한 고향...석호리 마을 유래비엔 새겨진 글귀만큼이나 그리움은 낙인처럼 선명하다. 그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삑삑 불어대는 대원들의 버들피리 소리에 박제되어 있던 동심은 해맑은 봄날로 되살아난다(후원:네파청주직영043-260-8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