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둘레길 - 제8구간 하늘길(안터마을길)

산 넘고~ 물 건너~ 가야만 알 수 있는 '그길'

 

   
 
- 합금리 주변의 산들 사이로 굽이치는 금강 물줄기
제8구간 하늘길(안터마을길)
동이면 청마리 마티~임도갈림길(마티재/석탄리)~임도갈림길(탑산이마을/석탄리)~석탄리~안터 선사마을 (도상거리 10.2km 소요시간 5시간10분)
 
- 대청호둘레길 윗청동마을에서 한평생을 보낸 주민과의 만남.
"길도 없는 그곳에 무엇하러 가려구" "예전엔 길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사람이 안다녀서 지금은 길이 없어" "못가" "큰일나" "가다 길 잃어버려"

답사길에 만난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그러고는 못미더운지 혹여 길 잃어버리면 연락하라고 꼭 연락하라고 전화번호 까지 일러주신다. 나름 오랜 경험에서 오는 동물적인 감각과 남다른 지도정치 능력까지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우리들을 어찌보고...곱상한 겉모습만 보고 앞질러가는 시골 어르신들의 잔걱정을 귓등으로 흘러보낸 채 겁도없이 대든 오지의 속내는 예기치않은 일들이 우리들을 당황케 한다.

끝을 알수없는 희미한 길을 가기에 힘센 4륜구동 차량 만큼 믿음직스러운 것은 없지만 맥없이 진창길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고 좁고 험한 막다른 길을 만나 곡예하듯 뒷걸음으로 빠져 나오느라 진땀 흘리게 하는 뒤퉁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산넘고 물건너 어렵게 찾아간 외딴마을엔 정작 사람은 없고 멍멍이만 왕왕대는 일 또한 오지마을의 현실이다.

개나리 봇짐에 뚜벅이 걸음만이 이동의 수단이었던 시절에서 멀리 떠나와 급속도로 변화하는 속도감에 끄들려가는 사람들의 의식 또한 붙잡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옛시절이 그리워 물어물어 찾아가는 엇박자 놀이는 이렇듯 천방지축 좌충우돌 그러면서 철들어 간다. 그곳에 가야만 알수있는 그 길의 끝 그것은 가슴 떨리는 설레임이다.

 
- 길가 주변으로 만발한 할미꽃(오염되지 않은 대청호 둘레길을 상징한다)
동이면 지양리 현동마을에서 청마리쪽으로 넘어가는 해발 5백여m의 큰재를 마티(말티)고개라 한다. 고개가 험하고 지형이 마치 말머리와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마티고개는 금강(錦江)변 강건너 마을인 청마리 사람들에게 있어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앞으로는 강이, 뒤로는 산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아이들은 고개를 넘어 동이나 옥천으로 학교를 다녔고, 어른들은 장을 보러 다녔다. 머리에 이고 지고 곡식을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말끔히 포장된 지금의 마티고개도 험하지만 포장되기 전의 길은 허리를 90도로 굽혀야 만이 넘을 수 있을 만큼 경사가 심했다고 한다. 그런 마티고개도 마티마을 앞으로 다리가 놓이고, 강변 도로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기억속으로 사라졌다. 4륜 구동으로도 넘기 힘든 고개였기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다. 일부 구간만 남겨놓고 대부분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있다. 최근엔 탑산이 마을을 거쳐 석탄리 피실과 안터 선사마을로 연결되는 청마임도도 새로이 구조변경을 마쳤다.

청마리 제신탑이 있는 마티마을을 시작으로 옛길을 따라가다 마티재 오름길전 갈림길(마티재/석탄리)에서 새로이 조성된 청마임도를 따라 석탄리 안터 선사마을을 잇는 10.2km거리의 하늘길이 대청호 둘레길 제8구간이다. 탑산(531.6m) 주변으로 형성된 산군을 가르는 산허리길은 마치 하늘에 이르기 위한 몽환의 길처럼 아스라이 휘감아돈다. 산허리와 산꼭대기를 넘나드는 고도감 아래 펼쳐놓은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재미와 함께 최적의 걷기와 자전거길 드라이브길로 손색이 없다. 그와 더불어 옛길을 따라 마티재를 넘은뒤 갈림길(지장말/현동)에서 지양리 지장말을 통해 안티 선사마을로 연결되는 7km 지양마을길과 현동 가뭄골을 통해 안티 선사마을로 연결되는 7.11km의 현동마을길 또한 추천할 만한 걷기, 자전거길이다. 옛길의 정취를 곰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원의 여유로움과 꾸리꾸리하지만 정겨운 고향냄새등 내몸 어딘가에 머물고 있던 그리움의 정체와 만날 수 있는 걷기 코스가 될 것이다.

 
- 걷기 좋은 아늑한 하늘길(임도)
청마리 제신탑 뒤로 난 길이 바로 옥천가는 길이다. 일부구간만 비포장도로로 남아 있고 대부분 포장이 되어있다. 작은 계곡을 따라 길은 이어진다. 마티재 오름길전 갈림길(마티재/석탄리)에서(마티마을에서 1.9km 30분 소요) 직진하면 마티재로 이어지는 길이고 우측으로 가면 석탄리 피실과 안터마을로 연결되는 임도다. 최근에 일부구간이 새로이 정비되어 길도 넓어지고 굽이길도 순하다. 그래도 길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의 가파름이 버티고 있다. 생긴지 오래된 길과 얼마 안된 길의 차이점은 어색함이다. 색깔도 냄새도 어울림도 어색하다. 여기저기 낙석도 어지러이 나딩군다. 자연스러움은 시간과 세월에게 맡겨진 매듭이다.

갈림길에서 1.4km 진행후 임도는 또다시 다리찢기를 하듯 양쪽으로 갈라진다. 갈라지는 지점 바로 아래가 탑산이 마을이다. 숲사이 작은집이 내려다 보인다. 한눈에 보아도 첩첩산중의 산간오지 마을이다. 사람이 살지않는 이름뿐인 마을로 남아있다가 최근 한집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연결된 임도는 그길의 끝이 궁금해도 참아주길 바란다. 며칠전 답사때 그 길의 끝이 궁금하여 갔다가 중간에 길이 끊기는 바람에 돌아나오느라 고생했던 곳이다. 주민들에 의하면 잠시 흐름을 멈추고 있는 임도는 푸렁골(윗청동)로 이어질거라 하고 갈마골로도 이어질거라 한다. 언젠가 또다시 흐름을 이어가면 70대의 노구를 끌고 논밭을 헤메이시던 할머니 한분 살고 계시는 푸렁골도 뱃길로 세상과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갈마골도 좀더 수월하게 세상밖으로의 외출을 할 수 있겠지...

 
- 말티마을로 이어지는 하늘길(임도)
하늘과 마주한듯 고갯마루 넘어서면(갈림길에서 2.3km 1시간10분 소요) 오대리와 석탄리 사이로 흐르는 금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강건너 오대리와 마성산 능선도 덩달아 모습을 드러낸다. 시원스러움은 하늘과 눈높이를 마주할 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선이다. 이후 이어진 굽이길은 미인도의 허리선처럼 부드럽고 예쁘다. 바람결을 타고가듯 걸음들도 가볍다. 하늘엔 구름이 흘러가고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길길이 늘어놓던 내리막길이 흐름을 멈추고 금강의 푸른 물길이 눈앞에서 스쳐간다. 피실과 안터마을로 나뉘어지는 갈림길이다.(재에서 2.4km 2시간 소요) 갈림길엔 전원교회인 생명강교회가 신축중이다. 바쁘신 가운데도 건네주시는 조준례 목사님의 차한잔이 고맙다. 외딴 오지에서 만나는 친절이라서인지 더 고맙고 특별하다. 잠깐의 대화중에도 대청호와 마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함이 전해진다.

이후 대청호 둘레길은 물길따라 형성된 호반풍경을 벗삼아 이어진다. "미리내 농장"사람의 흔적이 반가울때쯤 띄엄띄엄 형성된 농가를 지나 안터 선사마을에 도착하니(생명강교회에서 3.6km 1시간30분 소요) 산너머산에 갇힌 오지마을의 외로움도 익숙해짐이려나 우루루 몰려있는 안티 선사마을의 화려함이 낯선듯 두리번거리는 길의 끝 그곳은 또다른 길의 시작이다.

현동마을길...동이면 청마리 마티~임도갈림길(마티재/석탄리)~마티재~갈림길(지양리지장말/현동 가뭄골)~현동가뭄골~산을귀마을~안터선사마을 (도상거리 7km 소요시간 3시간)

구절양장(九折羊腸) 아홉번 꼬부라진 양의 창자라는 뜻으로 꼬불꼬불하며 험한 산길 또는 물길을 뜻할 때 흔히들 표현하는 어휘다. 해발고도 500m의 마티재를 두고 한말같다. 답사때 핸들 잡은 손이 긴장되어 땀이 날 정도로 굽이길은 좁고 가파르고 심하게 휘어돈다. 수많은 모퉁이를 돌아 고갯마루에 서면 옥천읍내가 내려다 보인다. 고개를 내려서면 갈림길이다.(마티마을에서3.8km 1시간34분 소요) 우측으로 가면 지양리 지장말로 이어지고 좌측으로 가면 현동리 가뭄골로 이어진다. 야트막한 산등성을 수놓은 조각들과 허름한 담장너머 작은뜰을 수놓는 봄의 전령사들 고향이란 풍경이 뒤돌아 보기를 한다. 들길을 가로질러 현동리 가뭄골을 지나 산을귀 마을을 거쳐(갈림길에서 1.9km 52분 소요) 석탄리 안터 선사마을을 걷는 동안(산을귀 마을에서 1.3km 34분 소요) 두터운 오지의 허물도 한꺼풀씩 벗는다(후원:네파청주직영043-260-8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