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둘레길 - 제8구간 청마리 마티~탑산~석탄리 피실

계절을 넘고 세월을 건너 추억을 만난다

 

 

대청호 둘레길 제8구간...산길(청마리 마티~탑산~석탄리 피실)
청마리 마티~탑산(531.6m)~탑산 마을~동이.청마 임도~440봉~낙화암~244.3봉(△)~석탄리 피실 (도상거리 6.1km 소요시간 4시간 30분)
 
- 탑산에서 피실로 이어지는 암릉구간을 오르고 있는 신현섭 대원.
합금리는 청성면에 속하고 청마리는 동이면에 속한다. 그 사이로 금강이 여울져 흐르는 곳에 청마리와 합금리를 잇는 잠수교가 나지막히 가로 놓여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차가 들어서면 가던 길 멈추고 기다린 다음에야 건너갈 수 있는 좁은길이다.

평상시엔 수면 위를 가로지르는 꼿꼿함이 믿음직스럽지만 조금이라도 강물이 불면 물속으로 숨어버리는 비겁한 길이다. 비 많은 여름철이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고립무원이지만 그나마 강 건너 세상과의 끈을 이어주는 고마운 길이다. 비가 많이 오면 다리가 잠기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하여 이용할 수 있는 배도 항시 마련되어 있지만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의 끝은 없다. 그래서 지금 그곳엔 크고 튼튼한 다리가 놓여지고 있다.

그와함께 번듯함과 편리함과 맞바꾼 고향마을의 정취는 허물을 벗듯 진화를 한다. 옛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래서 늘 짠하다.

청마리의 들목은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휴게소 아래 금강변으로 내려서면 강을 건너는 잠수교가 있다. 이 잠수교를 건너 강을 따라 하류로 가다보면 원당교 다리가 나온다. 원당교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난 575번 도로를 따라 가면 강건너 마을이 청마리 마티마을이다. 마티(말재)는 마을 앞 산이 말(馬)의 머리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많을 때는 70여 가구가 살았던 마티마을은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고 현재는 구멍 숭숭 뚫린 빈집들 사이 10여 가구만 남아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멈춘 폐교(청마분교)에도 '아자학교'란 전통놀이학교가 들어섰다. 청마리 마티마을에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폐교된 청마분교 교정에 자리한 충청북도 민속자료 제1호인 제신탑이다. 마한시대부터 마을의 경계표시의 수문신으로 풍년농사와 마을의 평안을 비는 신앙의 성표로 전해진다. 제신당 또는 탑신제당으로도 불리는 제신탑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에 탑신제, 짐대제, 장승제가 열린다.

청마리 자연마을로는 마티, 갈마골, 푸렁골(청동), 먹절, 탑산등이 있다. 먹절과 갈마골은 두 가구로, 푸렁골은 한 가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고 탑산이는 사람이 살지않다가 최근에 다시 한집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갈마골로 가는 길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안남면 연주리 독락정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과 지양리에서 마티재를 넘어 탑산이로 거쳐오는 방법이 있고 마지막 방법은 마티마을에서 푸렁골을 거쳐 산을 타고 오는 방법이다.

 
- 탑산으로 오르는 길은 낙엽으로 가득하다.
얼마전 갈마골 주민이신 김갑식씨의 도움으로 안남면 연주리 독락정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건너 갈마골을 답사한 적이 있었다. 폐허처럼 남겨진 갈마골은 온통 개들의 천국이었다. 무심히 흐르는 개울과 버려진 전답 뽀얀 먼지 툇마루를 장식한 폐가등 흔적만이 지나간 시절을 반추한다. 갈마골 뒤로 파고드는 1.8km에 달하는 계곡은 빛바랜 흔적과 잡목들로 나아감에 다소 어려움이 따르지만 '버꾸둠변'이라 부르는 폭포와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깊은 골 작은계류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그리 넉넉한 수량을 토해내는지...폭포를 지나 계곡이 끝나는 지점이 탑산마을이다. 그곳 또한 떠도는 이야기만 무성하고 현실은 간이건물 같은 집한채 덩그마니 자리한다. 사람보다 개들이 더 많이 살고있는 곳은 갈마골뿐만이 아니었다.

푸른골이 푸렁골로 불리워지고 있는 윗청동마을 또한 70대 할머니 한분이 여러마리의 개들을 벗삼아 살고 계셨다. 자식 다섯을 번듯하게 키워내신 노모의등에 얹어진 짐의 무게감을 이젠 벗어놓을 만도 하건만 길들여짐도 오히려 편한듯 여전히 논밭을 헤메이신다. 우리들 모두의 어머니의 모습이다.

대청호 둘레길 8구간은 앞으로는 물길이 가로막고 뒤로는 400~500고도의 첩첩산군이 버티고선 청마리와 석탄리를 경유한다. 강으로 산으로 빙둘러 둘러싸인 지형적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세상과의 교류는 산길도 골짜기길도 물길도 가리지 않는다. 마치 거미줄을 연상케 한다. 어느하나 놓치고 싶지않은 작은 풍경 하나씩 품지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대청호둘레길 8구간은 2개의 코스로 나누었다.

1코스는 청마리 마티마을을 시작으로 탑산을 오른뒤 석탄리 피실로 하산하는 산길 트래킹 코스이고 2코스는 청마리 탑신제당 뒤로 난 옛길을 따라 마티재를 넘어 지장말과 현동으로 잇는 임도와 새로이 조성된 동이.청마임도를 따라 갈거리골을 거쳐 석탄리 안터마을로 잇는 임도 트래킹 코스이다. 마치 구불구불 산허리를 휘감아돈뒤 산등성을 넘어가는 임도의 끝이 하늘로 이르는 듯 하여 하늘길이라 명명한다.

청마리 마티마을 뒤로 우뚝 솟은 산이 해발고도 531.6m의 탑산이다. 탑산만을 단독산행지로 선택할 경우 탑산마을을 중심으로 빙둘러 형성된 400~500고도의 산군은 갈마골에서든 동이.청마 임도에서든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탐사대는 청마리 마티마을을 시작으로 탑산을 오른뒤 탑산마을을 경유 석탄리 피실로 연결된 산능따라 걷는 8구간 1코스 산길 탐사에 나선다. 탑산을 오를 수 있는 들목은 폐교된 청마분교옆으로 난 작은 계류를 따라 형성된 마을길을 따라 시작된다.

 
- 갈마골 마을길을 따르고 있는 대원들.
마을길을 가로질러 우측으로 이어지는 산허리길이 한고비를 넘었는가 싶더니 훤하게 시야가 트인다. 비포장 임도로 계속가면 푸렁골로 넘어가는 꼬불꼬불 산길이 힘겹게 산등성을 넘어간다. 탑산은 고갯마루에서 왼쪽으로 형성된 묘역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이후 산길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서있는 노송까지 잘나있는 편이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고 휘어진 소나무는 신령스럽기 까지 하다.

시원스레 트인 시야로 합금리를 휘감아도는 금강의 물줄기가 봄햇살 아래 반짝반짝 여울을 타고 흐른다. 한창 공사중인 마티교 다리도 내려다 보인다. 폐부 깊숙이 시원스러움을 들여놓는다. 1시간여만에 정상이다.(청마리 마티마을에서 0.9km 1시간 소요) 웃자란 나무들로 정작 정상에서의 조망은 좋지않다.

옥천군내 산군중 가장 높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변변한 이름표 하나 갖지 못하였음을 안타까워 하시던 갈거리골 조준례 목사님이 생각나 준비해간 작고 예쁜 이름표 하나 걸어준다.

 
- 옥천군 동이면 최고봉인 탑산 정상에 설치된 정상표지판.
세 개의 갈림길이다. 정상에서 북서쪽 방향은 탑산마을 서쪽은 마티재 동쪽은 푸렁골과 갈마골로 이어진다. 탐사대는 탑산마을로 내려선 다음(탑산에서 1.3km 40분 소요) 마을뒤로 난 동이.청마 임도를 따르다 석탄리로 넘어가는 재에서(탑산마을에서 0.6km 23분 소요) 우측능선으로 접어든다. 봉을 오른후 산길은 좌측으로 이어진다. 직진하면 갈마골로 이어진다. 폭신폭신 소나무 숲길이 정겹다. 가파른 날등 아래로 들여다 보이는 금강의 물길은 벼랑 끝에 선듯 오금이 저려온다.

 
- 탑산에서 피실로 이어지는 암릉구간에서 6구간인 둔주봉 주변 둘레길을 실펴보고 있는 이규욱 대원.
첨첨히 내려앉는 마디의 끝에 바위전망대다. 인근 주민들이 낙화암이라 부르는 곳이다. 천길 낭떠러지는 아득함이 깊고 푸른 물길 속으로 가라앉는다. 안남면의 둔주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신선이 따로 없다. 이후 능선엔 두더지 게임을 하듯 넘으면 또 나타나고 넘으면 또 봉우리는 나타난다. 지친 대원들 하나둘 좌측으로 난 골짜기를 따라 탈출한다. 어느 골짜기를 따르든 피실과 연결되는 임도와 만날 수 있다. 한창 봄을 준비하는 피실들이 온전함을 드러낼때쯤 봉우리도 더 이상 머리를 내밀지 않는다.(석탄리 재에서 3.3km 2시간 27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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