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토피아 - 대청호 둘레길 제7구간

금강길 따라 정겨움의 냄새 '솔솔'

 

 

 
- 대청호 둘레길에 앉아 한가롭게 주변을 감상하고 있는 대원들.
대청호 둘레길 제7구간(옥천군 안남면~동이면 청마리)
안남면 연주리~연주교~종미리 미산~평촌~쇠보두~가덕교~하금~청마리 말티 (도상거리 9.9km 소요시간 3시간50분
 
- 안남면 동락정나루터에서 김갑식씨 도움으로 갈마골로 향하고 있는 대원들 .
어느 도시 어느 길을 가든 만나게 되는게 버스정류장 팻말인데 유독 그곳에 팻말에 눈길이 머문 것은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모양의 작은 나무판에 예쁜 글씨로 새겨진 버스정류장 팻말은 마치 유치원생들을 위한 교육자재용 그림판처럼 작고 예뻤다. 그때 내가 본 것은 예쁜 팻말만 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만든 주민들의 마음이 더 신선하고 정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뒤 나에게 있어 그마을에 대한 다른 평가 기준은 없어졌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예뻐 보였고 다 괜찮아 보였다. 생각만으로도 '빙긋' 미소짓게 하는 편안함과 정겨움이 묻어나는 마을...지난해 가을 우연히 들르게된 옥천군 안남면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대청호 둘레길 7구간은 편안함과 정겨움이 담긴 굼뜬 얼굴로 반기는 안남면 연주리에서 시작하여 청마리 말티까지 9.9km 거리에 달하는 트래킹 코스이다. 안남면 연주리와 종미리 미산마을을 지나는 구간만 제외하고 나머지 구간은 내내 금강따라 걷는 강변길이다.

 
- 갈마골 김갑식씨가 안남으로 넘나들던 옛 고개길을 설명해주고 있다.
강을 가운데 두고 강변길 따라 이족 저쪽으로 형성된 마을은 종미리, 지수리, 가덕리, 합금리, 청마리등이 가까운듯 먼듯 이웃하고 있다. 유장하게 1000리를 흘러가는 금강은 대부분의 구간에서 옛 강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강물은 미루나무가 선 강변마을을 끼고 돈다. 수면은 햇살에 반짝이고 여울에는 잔돌을 타넘는 물소리로 가득하다. 이런 옛강의 아름다움이 가장 빛나는 곳이 금강유원지에서 시작해 둔주봉이 있는 안남까지 이어지는 강변길이다. 금강유원지에서 합금리를 거쳐 가덕마을까지 이어진 포장도로도 좋지만 가덕마을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비포장길이 강변길이 백미다. 간혹 오가는 차량들로 먼지 풀풀 날리는 흙길이지만 잘 다져진 길은 순하디 순하다. 왜가리, 백로, 비오리, 원앙 그 길위에 서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다.

1리와 2리로 나뉘어져 있는 연주리는 면사무소, 옥천경찰서 지구대, 안남초등학교를 비롯해 우체국, 새마을 금고, 농협 등 행정기관과 금융기관이 집중되어 있는 '연주1리'가 안남면의 가장 큰 마을이지만 한눈에 가늠되는 아늑함이 전형적인 고향마을의 서정을 간직한 고장이다. 금강변에 위치한 지형적 조건 때문에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공장 하나 들어서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농약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지역이어서 농산물 또한 안전하기로 이름나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 끝없이 이어지는 음지말 보리밭길
둘레길의 시작은 마을앞을 가로지르는 개천을 가르는 연주교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이어진 둑길로 이어진다. 화려한 잔치상을 준비하듯 넓게 형성된 보리밭의 정취가 아름답다. 봄을 준비하는 농부의 손길들도 분주하다. 둑길을 버리고 농로를 따라 무심코 걷는데 껑충거리며 달아나는 고라니의 출현에 깜작 놀란다. 가까이서 야생동물도 다 보다니 놀람과 신기함에 모두들 멍하다. 그들에게도 우리들의 출현이 갑작스런 일이었겠지만 우리들에게도 그들의 출현은 갑작스런 일이다. 한가로운 봄날을 즐기고 있었을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영조11년에 전후회가 후학을 가르치기위해 세운 종미리에 위치한 경율당 서당.
둘레길은 잠시 종미리 미산 마을 앞을 지난다. 숲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종미리 미산마을 앞엔 경율당이란 옛건축물이 보존되어 있었다. 조선후기 문인이었던 경율 전후회가 세운 서당으로 그의 호를 따서 경율당이라 불리운다는 옛농로를 다라 가다보면 숲으로 파묻힌 안남면 종미리를 지나는 길에 자로잰 듯 정갈한 옛건축물이 발길을 잡는다.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경율당이다. 조선후기 문인이었던 경율 전후회가 세운 서당으로 후손들의 학문연수와 인격수양의 장소로 훌륭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였고 현재는 용궁전씨 종중의 회합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한다. 그 외에도 마을의 수호석인 미산 선돌 또한 마을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 수살맥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얼굴 모습과 흡사한 마을 수호석.
종미리 미산마을을 지나며 본격적인 강변길이다. 시멘트 포장된 강변길이다. 그마저도 어느만큼 가니 비포장이다. 오히려 정겹다. 강건너 산이 같은 걸음으로 따라온다. 걸음뿐이 아니다. 툭 던진 말이 잠시후 투둑하고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신기한 듯 거드는 말들은 더도덜도 말고 그만큼씩 되돌아 온다. 파릇파릇 돋아난 풀밭 사이로 달래, 냉이, 씀바귀 바구니 들고 나선 아낙네들의 움직임도 봄을 닮아 느릿하다. 덩달아 대원들 강가로 내려선다. 파르르 전해오는 물바람은 아직은 차다.

안남에서 옥천을 잇는 575지방도는 종미리와 지수리를 거쳐 강변길과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마을이 평촌마을이다.(안남면에서 4km 1시간 45분 소요) 언젠가 지나가는 길에 들러 먹어본 막걸리맛을 두고두고 이야기하던 탐사대원들 약속이나 한듯 발길은 허름한 가게로 향한다. 그런데 다시 들러본 지수리 평촌의 허름한 가겟방은 닫혀있다. 갈수록 사라져가는 농촌마을의 현실인가 싶은 웬지모를 서운함을 안고 돌아서려는데 언제올지도 모를 길손들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농촌마을 가게의 주인은 바쁜 농사철엔 밭일을 하느라 가게를 비운단다.

평촌을 나와 모퉁이 돌아나오니 쇠보두다. 예부터 쇠보두 마을앞 강물은 물흐름이 잔잔해 여울을 이용하여 강을 건너는 교통로로서의 역할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가덕리 더디기 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고 농사 지으러 다녔던 여울이기도 했었고 동이면 조령리 사람들과 청성면 합금리, 고당리 사람들 동이면 청마리 마티 사람들 또한 쇠보두 여울을 건너 안남장을 갔다. 인근 오지마을 사람들이 가기에는 가장 가까운 장이 안남장이었단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세월의 강을 건넜던 옛선인들의 삶이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그시절에서 멀리 떠나온 지금 가덕리 더디기 여울엔 가덕교가 놓이고 쇠보루 여울엔 작은배 한척 강둑에 걸쳐있다.

 
- 아랫청동 마을 나루터를 거닐고 있는 대원들.
물길이 급하게 휘어돌면 돌아나가는 건너편은 휘어돈 만큼 넓은 모래사장이 발달한다. 그래서 금강이 급하게 돌아나가는 가덕리 건너편 낮은 언덕 자락은 넉넉한 모래사장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강마을의 풍경을 자아낸다. 푸른 강을 건너는 잠수교인 가덕보는 세월만큼이나 구부정하다. 그 위로 튼튼하고 시원스레 뻗은 가덕교가 획을 긋듯 지나간다.(평촌에서 2.3km 44분 소요)

타박타박 걷는 속도감을 빌어 강마을 풍경에 취하고 파릇파릇 새싹들의 물결에 자즈러지며 합금리 하금마을을 지나 다리 공사중인 마티교를 건너니 청마리 말티마을이다.(가덕교에서 3.6km 1시간 20분소요)) 탑산 아래 오롯이 들어앉아 빛바라기 하는 말티마을은 한눈에 바라보기에도 맑고 깨끗한 청정마을의 간결함이 들여다보인다. 작은 개울따라 실타래처럼 늘어놓은 마을길과 다듬어지지않은 촌스러움이 곰스란히 남아있는 집들과 그 틈에서 자유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는 토끼와 닭들의 한낮이 정겨움으로 다가던다. 카메라 찾아 더듬는 손길이 바빠지는 시간이고 청마리에 대한 평가 기준이 또 흐지흐지 희미해지는 순간이다(후원:네파청주직영043-260-8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