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토요일 지리산 둘레길 5구간 함양 동강마을에서 출발-산청 수철리마을까지 11km

9월 12일이면  중순에 접어 들어갑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면서 가을 하늘은 높고, 풀벌레 소리는 요란합니다.
지리산둘레길이 년중 텔레비전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트레킹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둘레길에 올랐습니다.

제주 올레길은 넓은 바다와 독특한 제주문화를
둘러보는 반면에 지리산 둘레길은 전형적인 산골마을과
농촌풍경을 보면서 논둑길, 냇가, 마을길 또는 산길을 걸으며
옛 사람들이 걸어온  자취를 느껴보면서  향수를 불러오는
걷기 운동입니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둘레길에  함께 올랐습니다.
아침 서울을 출발할 때 만 해도 교통 정체가 되어
언제 지리산에 도착하나 했는데 예상시간 보다
30여분 늦은 오전 11시 가 조금 넘은 시간에 둘레꾼을 실은
버스는 동강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상큼한 시골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강과 산이 함께 흐르는 듯한 아름다운 동강마을.
다리를 건너서 깨끗한 식당 동강횟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둘레길을 걸어 봅니다.

고추 호박등이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추색으로 변화고 있습니다.
논에는 벼이삭이 머리 숙여 인사합니다.
참, 깨끗한 논이 보기 좋습니다. 풀 한포기 , 잡풀하나 없는 것을 보면
얼마나 부지런한  시골 사람인지 느껴집니다.  


걸으면서 먼 산을 바라보니
우리가 넘어서야 산청 수철리 마을에 당도하게 되는  산과 재가  눈앞에 그려집니다.
‘아. 저것이 쌍재 같구먼!’
앞서가는 식당차에 몇몇 둘레꾼이 탑승했습니다.
그들은 포장된 길은 제외하고 산길만 걷겠다고 추모공원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동강횟집에서 추모공원까지 2km . 35분 걸었습니다.







방곡마을에 도착하면  사야에 금방 들어오는 것이
함양산청사건추모기념관과 기념탑입니다.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현장으로
마음 한편이 숙연해집니다.
입구에서 삼배드리고 잠시 묵상합니다.
추모기념관 앞에 추진위원회에서 설치한 이정표에 서서
함께 갈 둘레꾼을  기다려 봅니다.
상사폭포까지 1.4km
지리산 새봉에서 발원한 샘이
흘러흘러 이곳 방곡마을 실개천을 그립니다.
냇가를 건넙니다.  
무지하게 맑고 깨끗하니. 덧없이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큰개울을 건너면 본격적으로 산청으로 넘는
쌍재 가는 산길이 시작됩니다.
산길 옆에는 계곡물이  졸졸졸 흘러  아름다움을 더해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서 인가요!!
추진위원회에서 정비를 한 것인가요!!
산길이 예상보다 편합니다.
동행인과 이야기하며 걷는데.....
상사폭포 못 미친 지점에서 복병을 만났습니다.
깜짝놀랬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입니다.
나무늘보(장윤호)와  몸에 딱 잘 달라붙는 거머리(윤영)를
만날줄이야!  차량으로 이동하여 먼저 올라온
꾸러기들입니다. 그때부터 즐거워야 할 둘레길이
고생길로 바뀌었습니다.
만나는 순간부터 몸에 앵긴 윤영은  덥지도 않은지..
애와 나 사이에 흔건한 땀이 흐르는데도 떨어질 줄 모릅니다.
상사폭포에들려 사진 찍습니다.
녀석, 제대로  포즈도 않잡습니다.
아이스에이지 영화 보더니 지가  나무늘보 인양 흉내만 냅니다.
서두르자고 재촉해 출발.
이제 우리가 마지막 둘레꾼입니다.




상사폭포에서 쌍재까지는 호젓한 산길입니다.
산마루에는 민가 한 채가 보이지만 예전에는
30여가구가 넘는 마을이 있었다고 합니다.
칭얼대는 꾸러기들을  힘겹게 받들고 갑니다.
샘터에서 열 받은 몸,  물 보충하여 열 시키고   분발합니다.
5살 윤영이는 잠깐 걷고, 길게 업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쌍재에 오릅니다.
상사폭포에서 쌍재사거리까지 1시간 소요.
쌍재 사거리에서 잘못하면 이정표를 놓칠 수가 있습니다.
90도 우회전합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소나무숲 아래에서
쉬는 단체 둘레팀을 만납니다.
먹거리를 푸짐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시원한 과일과  술한잔을 얻어 마십니다.
둘레꾼: “ 셋째 아이 출산 생각은 없는지요.?
복분자술 한잔 하시지요.”






이제 조금만 오르면 오늘 트레킹에 최고 고점에 도달 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둘레꾼 한팀이  쉬면서 얼음이 아삭아삭 드려진
막걸리 한통을 건네 줍니다.  
방금전 복분자 한잔을 먹은뒤라  가볍게 목만 축이지만
그 맛은 입안에서 계속 감돕니다.
‘요놈의 거머리 같이 딱 달라붙은 에미나이만 없으면.....’ 하는 속을 끓여봅니다    
전망대에 섰습니다. 산청과 함양을 가르는 산줄기 위에 서있는 것입니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구름에 갇혀 희미하게 보이고
북쪽으로는 왕산과 필봉산이 가깝게 보이며,
그 아래 산청 시내가 그리 크지 않게  눈에 잡힙니다.  
우리가 올라왔던  방곡마을과 추모탑이  발 아래 있습니다.
왕산은 가락국과 관련이 깊은 산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왕산과 필봉산을 등산 왔던 생각이 납니다.
그 산 아래는 유명한 유의태(동의보감 허준선생의 스승) 약수터가 있습니다.
당시 유의태 스승은 그 물로 탕약을 조제 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15:00 고동재.
쌍재사거리에서  전망대까지 30분 소요되었고.
전망대에서 30여분 내려가면 고동재가 나옵니다.
그곳은 방곡마을에서 수철리로 곧바로 넘어가는 지름길의 재 인 것이지요.

고동재에서 수철리로 내려가는 길은  4륜구동차라면
충분히 다닐 수 있는 옛길입니다.
그곳에서  조금 내려가니 앞서간 나무늘보 윤호가
둘레꾼과 함께 삶은 계란을 얻어 먹으며, 발이 아프다고 투덜됩니다.






고동재에서 수철리 마을회관까지는 외길입니다.
어느덧 아람이 벌어진 밤나무 과수원 주변 길을 걷다 보면
둘레꾼들은 토실토실한 밤알을 줍느냐고 여념이 없습니다.
시간이 16:00시를 넘고 있습니다.
잠든 아이를 업고  발길을 재촉하여 마을회관을 향해 내려갑니다.
시골집 한 채가  꽤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으며
청결한 집 마당이 보기 좋아 사진 한 장 찍습니다.
입구에 세워진 농원이라는 비석이 자그마한 집에 걸맞지 않게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가을 오후 햇살이 지리산 자락 사이로 길게 늘어뜨리고
마을 어귀 산비탈 다랑이 논에는 추수를 향해 영글어가는
벼들이 주인의 발길을  기다립니다.
마을회관 앞마당에 주차된  버스가 보이고,
그 뒤 작은 구멍가게에는 많은 둘레꾼이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30여분 뒤 17:00
버스는 둘레길 구간을 마친  회원분들을 싣고 서울로 향해
산청읍으로 이동합니다.

업고 온 아이 때문에  다소 몸은 피곤하지만
둘레길을 걸어 본 기분은 즐겁습니다.
항상 처음 가보는 낯선 여행,  나들이는
마음 한구석을 채운 듯 한 기분을 주니 좋습니다.
오늘 둘레길 트레킹에 참여한
나우트레킹 회원분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은 둘레길 구간이 남아 있습니다.
함께 걸어 봅시다.
끝으로
둘레길을 열어 주신 “숲길” 위원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