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차산인 줄 알고 열심히 도봉산 같은 건넌산을 찍었더니, 철차산은 사진 찍는 이곳의 뒤로 바로 올라간다.

 

철차산 서문 입구

 

 

 

 

 

 우리가 올라야 할 산의 정상 봉우리들이다.

 

철차산 입구. 저 아가씨가 안내해주는 길로 가야 한다. 

 

철차산 개념도

 

 魔爪石. 악마의 손톱이라는 말인지...

 

갑자기 지중해 같은 바다가 보인다. 가슴이 확 트인다.

 

거북바위

 

 

 

 

 갑자기 꺾어지는 직벽길로 하산중이다.

 

건너 구봉산. 멋진 암봉이다.

 

 강아지 바위

 

참게 바위

 

도교 사원의 부속 동굴

 

도교사원

 

도교 신상. 누구신지...

 

내내 우리를 따라 다닌 강아지. 멀리까지 배웅해 주었다.

 

소나무도 아닌 것이 방울을 가득 달고... 

 

파란 바닷물과 하늘과...흰구름 피어난... 

 

저 정돈된 공산당 집단 가옥들.. 자로 잰 듯 일정하다.

 

 

 

우리의 저녁밥상. 삼겹살이 주 메뉴이고, 맛난 고량주와...

 

다음 날에는 보지 못한 찌그러진 보름달.

 

 

 

구정철차산행


 

중국음식은 갈수록 그 양이 많아지고 우리도 그에 길들여진다. 2시간여이긴 하지만 적산을 힘들게 산행하고 난 다음 기념관까지 돈 터라 점심을 달게 잘 먹는다. 저녁은 삼겹살이라는 말에 환호성을 지르며... 아직은 한국음식 먹고 싶지 않건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담백해서 좋다.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못 먹겠다는 사람이 아직은 아무도 없으니.. 산을 좋아한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기호가 비슷해진다. 점심을 맛나게 정식으로 먹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철차산행에 나선다.


 

철차산의 본래 이름은 九頂鐵嵯山이다. 아홉 봉우리를 간직하고 있는 험난한 코스의 산이라는 철차산. 철차산 트레킹은 채석장이 있어서 황량한 모습의 코스는 배제하고 철차산 풍경구의 서문에서 주봉과 마당바위 전망대를 경유하여 남문에 이르는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걷는 코스를 걸었다. 주봉이 539m여서 불암산 높이만한 산이지만 얕잡아 보기에는 암릉으로만 이어진 험난한 코스가 입을 벌리고 있어서 만만치 않은 산이다. 서문에서 운동화 신은 여직원이 앞장 서서 우리를 인도해준다. 여기는 이렇게 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오랜만에 나온 햇볕이 따가울 때쯤 나무들이 나타나거나 기암들이 나타나 힘든 등정을 위로해준다. 우리랑 비슷한 들꽃들이 나타나 위로해주고 보라색 도라지꽃, 방울꽃이 계속 고비마다 손을 흔들고 있었다. 첫날 노산 갈 때 스틱을 짚어보고는 중국산은 스틱이 필요하지 않다고 차안에 두고 다녔더니 다니기가 훨씬 간편하고 편하다. 돌길이 대부분인데 스틱은 그리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기도 한다.


 

층암단애의 절벽길과 울창한 숲속의 오솔길,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에 빠져서 사진을 찍는 사이 일행을 잃어버렸다. 두 갈래 길이 나타났을 때 큰길로만 걸었던 기억으로 그냥 내리 걸었더니 도교사원이 나온다. 그리고 하산길로 접어든 모양이다. 여기는 아닐 듯 싶어서 일행을 소리쳐 불렀으나 아무런 대꾸도 없다. 반대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말을 얼핏 들은 기억이 나서 홀로 다른 지역에 떨어지는 건 아닌가 긴장되었다. 앞선 사람이 갈래길로 접어들 때면 뒤에 오는 사람을 보고 사라져야 하는데 앞장서서 가이드가 그냥 가버리는 바람에 중간에 있던 나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그래서 다시 갔던 길을 되짚어 정상일 듯 싶은 길로 올라가서 역시 일행을 불렀으나 아무런 대답도 없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괴괴한 숲길. 설마 내려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개념도라도 미리 설명해주었더라면 길을 잃더라도 하산할 곳에서 만나면 되는데 앞사람의 머리만 보고 따라 올라온 게 실수였다. 어디를 가더라도 하산지점은 명백히 하고 시작해야 하는데... 아마 봉우리에 가렸을 때는 아무리 소리 질러도 들리지 않았나 보았다.


 

홀로 20분 가량을 허둥거리며 암봉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할 즈음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장님의 호루라기 소리였다. 그가 차에서 내릴 때 호루라기를 불어서 저걸 뭐에 쓰려고? 했더니 내가 그 소리를 들을 줄이야. 그제야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박대장이 되짚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사 발견하고 서로 미안해 하고... 그렇게 만난 바위전망대는 가슴을 시원하게 틔워주는 곳이었다. 구봉이나 된다는 철차산을 다 종주할 수는 없고 - 그 코스가 개발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겨우 서문에서 남문까지를 걸었을 뿐이다.


 

지중해의 그것인듯 그림같은 황해가 펼쳐져 있는 내리막길에 도교사원도 지나고 공산당의 집단가옥인듯한 네모 반듯한 집들도 지난다. 예전에는 공장이었을 너른 건물에 우리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3시간 남짓한 오후 산행도 아쉬움 속에서 끝났고,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다시 정상쪽을 바라보니 정상은 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우리가 간 시각만 정상이 조금 열렸었고, 지금은 여전히 구름에 휩싸인 모습을 보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마터면 내내 안개속을 걸을 뻔했다. 그나마 누군가의 후덕으로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게 해준데 감사한다.^^


 

이어 아름다운 밤이 찾아왔다. 위해로 이동하여 우리는 한국식 저녁을 먹고 아직 조금 덜 찬 보름달을 보며 호텔로 돌아온다. 저녁먹고 나도 여가시간이 남아서 각자 전신맛사지를 받으며 즐거운 밤을 보낸다. 어떤 전문가라는 분 흉내를 내는 게 어찌나 재밌던지... 걔중에는 꼭 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유난히 부부애를 과시하는 한 쌍이 우리의 도마에 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찌나 웃기던지... 방샘과 나란히 서 있으니까 친구냐고 물어온다. 어정쩡하게 그렇다고 하니까 산에는 많이 다니냐고, 그래서 조금 다닌다고... 해외산도 많이 가냐고? 그래서 조금 갔다고 (방샘은 조금이 아니다. 안나푸르나 어라운드도 몇 번이나 한 분이다.) 하니까 우리는 전문가에요. 한다. 이런... 진짜 전문가는 아무런 말이 없는데 어찌 본인이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나 싶어서 웃음을 참았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다이어트의 전문가, 맛사지의 전문가, 패션의 전문가, 춤의 전문가, 미용의 전문가라는 둥, 여러 사람들에게 한 이야기를 종합하면 아주 해박한 전문가 부부였다. 게다가 산악관련 일을 하고 있다나?? 그들의 그런 깊이 없는 이야기들이 어찌나 우리를 웃겼던지... 진짜 전문가는 여기 있는데 하면서... 박장대소로 웃으며 맛사지를 받으니 배불리 먹은 저녁이 다 소화된 듯하다.


 

다음날의 야생동물원 관광이 있었지만, 트레킹을 전문으로 글쓰기를 했던 터라 여기서 기행문을 마치고자 한다. 수고하신 임직원 여러분, 함께 동행했던 전문가 여러분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거운 휴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산에서 만나면 제가 막걸리 한 잔 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