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산(玉山 3,952m) 산행기 - 2006.5.8


 

2006년 5월초 3일 황금연휴기간에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그리던 대만 옥산에 들기로 했다.

눈이 내리면 은백색의 옥을 닮았다하여 옥산(玉山)이라 하며 대만에서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최고봉인 유명한 고산으로 주봉은 해발 3,952m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산이다.

 

혹자는 얘기들 한다. 왜 한국에도 산이 많은데 굳이 해외산을 가냐고…….

 

산을 좋아해서 서울 인근 북한산. 수락산을 돌고 돌아서, 또 지리. 설악을 철따라 해를 거듭해서 오르고,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하고, 또한 지리종주를 몇 차례하게 되면 이런 생각을 한단다.

조금 더 높은 산에 오르기를 꿈꾼다. 해외 명산을 그리게 된다.

일본의 3,000m 능선의 북알프스, 다테야마, 후지산, 동남아의 최고봉 키나바루(4,095m), 백두산 서파종주, 대만의 옥산, 설산 또한 중국 본토의 명산 들...

그리고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마지막 봉우리 킬리만자로(5,895m), 안나푸르나 B/C 등의 네팔 트레킹, 히말라야로 이어지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과 건강과 가고자하는 욕구와 경제적인 것이 구비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낡은 하루하루의 반복과 일상으로부터 탈출이 얼마나 감사하며 멋진 일인가 말이다. 


 

첫째 날

 

07:30 인천국제공항 E 카운터 앞 집결하여 수속을 밟고 타이페이행 KE 691편에 몸을 맡기고, 3시간 거리인 중정공항에 1시간 시차가 늦은 대만시간 11:05분에 도착했다.

 

30도의 후덥지근한 뙤약볕 날씨에 여긴 벌써 한여름이다. 25인승 전용버스에 현지 가이드가 반갑게 마중을 나왔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에 있는 중식당 海龍玉에서 든든한 점심을 마치고는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중식당에서 13:30분에 출발하여 해거름에 가의시 국도변에서 잠시 휴식하고 지루한 국도를 지나고, 아리산을 지나 꼬불꼬불한 산악도로를 거쳐 온종일 지루하게 달려 22:00시에 도착한 곳이 동포산장이다.

 

22:00 동포산장(2,571m) 도착

우리 동포가 하는 산장인줄 알았더니 아니란다.  깊디깊은 산중이라 기온은 뚝 떨어져 늦가을 날씨처럼 느껴졌다. 벌써 한라산(1,950m), 지리 천왕봉(1,915m)보다 600고지는 더 높은 이곳은 영상5도.

 

120명 정원이라는 산장은 지리산 치밭목이나 연하천산장처럼 다다미 다인실로 미니 2층 산장은 비교적 침구가 잘 정돈되어 있었지만 식당이나 세면장은 다소 허술한 편이었다.

 

남녀구분이 없는지라 구석자리에 와이프를 포함한 2분 여자분들을 배정하고 돌아누우니, 아래층에 8명이 꽉 찬다.

난방이 없는지라 한기가 조금 느껴져 폴라텍상의를 깔고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청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침낭 별도 필요 없음)


 11:30분 취침하여

금방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기상이다.


 둘째 날

 

02:00정각. 예정보다 1시간 일찍 기상을 시켰다.

중국식 흰죽과 햇반으로 강제로 배를 채우고는 03:00에 출발했다.

새벽하늘엔 조금 간간이 흐린 날씨었으나, 싱그러운 새벽공기를 마시며 특공대마냥 소리 죽이며 산장을 출발하여 4Km거리인 산악도로를 1시간 걸어 도착한곳이 옥산등산로입구인 탑탑가입구(2,610m)이다.   

옥산등산구라고 적힌 큰 돌기둥과 玉山主峰 3,952m 입구를 알리는 작은 탑이 등산로 입구임을 가리킨다.   

尊敬自然, 珍惜自然.

玉山國家公園 주의사항에 맨 먼저 나오는 글이 마음에 든다.


 여기서 배운산장까지는 8.5Km.

첩첩산중 깜깜한 새벽에 랜턴으로 길을 밝히며

03:40분 산행을 시작했다.


 오솔길옆 오른쪽은 수백길 낭떠러지. 아슬아슬한 등산로를 조심조심 한발 한발 진행한다.

여기서 조금만 헛디디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황천길이다. 등산로 구배는 완만한 편이나 산사태가 난 길에 비탈에 아슬아슬 걸려있는 등산로가 공포감이 엄습하며 오싹한 기분이 든다.  


04:30

1시간 발품을 팔아 숨이 차오를 무렵 도착한 곳이 맹록정. 첫 번째 쉼터가 이렇게 고맙게 느껴질 줄이야. 

05:30

전봉갈림길

 

06:00

백목림(3,093m)전망대에서 옥산의 풍광을 감상하다. 아름드리 울창한 삼나무수림과 협곡을 따라 흰구비로 넘쳐나는 계곡물소리가 경쾌롭다.

고소증세에 대비하여 물을 충분히 마시고, 휴식 후 천천히 고도를 높여야 한다.


 08:00

대초벽(大硝壁)도착, 마치 인수봉의 대슬랩 같았다. 잠시 간식을 하고 충분한 물을 섭취했다.


 08:30 排雲山莊(3,402m) 도착

산죽 우거진 등산로를 올라서 배운산장에 도착했다.

보통은 이곳 산장에서 1박을 하며 고소적응을 한 후, 다음날 새벽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보고 여유 있게 하산한다지만, 먼 이국에서 온 우리일행은 당일산행이므로 갈 길이 바쁘다.


 09:00 배운산장 출발

정상으로 가기 위해 간단한 요기 후 정상을 향할 준비에 부산들 하다.

이곳에서부터는 늘상 안개 또는 구름위에 걸려있는 형상으로 비가 많이 온단다.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용 기능성 보온내의와 폴라텍장갑으로 무장한 후, 무거운 짐은 산장에 맡기고 가볍게 출발했다.

가파른 너덜지대를 지그재그로 올라 2시간정도 소요되어 어렵게 정상에 도착했다.

 

11;10 정상도착

옥산주봉(3,952m)이 우리를 반긴다.

8명 전원이 올라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감추질 못했다.

정상부근에서는 안개가 어느새 이슬비가 되어 강풍과 함께 다소 춥게 느껴졌다.

안개 속에서도 정상기념사진을 남기려고 애를 썼다.

일행 중 일부는 고소증상이라며 머리가 아프다고 이른 하산을 하고...

정상근처 외진곳에서 현지가이드가 정성껏 끓인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추스르고,

내려오기전에 언제 다시 올지 몰라 가지고 있던 빨간 등산수건을 표시해두고 정상기념사진을 찍고는 정상석을 한참이나 끌어 안았다. 이별이 아쉬워서이다.


 

다시 하산행 -배운산장까지 빠른 걸음으로 내려와서 새벽에 동포산장에서 마련해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마치고 13:20에 다시 하산 출발,

올라왔던 길을 지루하게 계속 내려왔다.


 

하산하는 길에 만난 대만인 들과의 산행 중에서의 간단한 인사는

니하오마(안녕하세요), 씨에씨에(고맙습니다), 짜아 이유(힘내세요), 신 쿠하(수고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아쉬운 데로 되며, 현지인들도 한쿠어에서 왔다니 씨에씨에하며 좋아라한다.

 

16:30 하산완료

터덜터덜 기진맥진하여 새벽에 출발했던 탑탑가안부 광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휴식포함 13시간반 산행 후 하산완료.

입구에서 배운산장까지 8.5km, 산장에서 정상까지 2.4km, 왕복 산행거리 21.8km거리의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정상부근을 제외하고는 산행하기 좋은 날씨에 8명 전원이 낙오 없이 당일 산행으로 꿈에 그리던 옥산 등정을 끝낸 것이다.

 

올라갈 때는 고소증을 느끼지 못했는데 하산한 후 일행분들은 머리가 조금 지끈지끈 아프고, 미열이 나기도 하고, 일부는 구토증세가 온단다. 빠른 기압차에 적응이 잘 되지 않아서 오는 고소증세이다.

필자는 킬리만자로(5,892m), 일본의 북알프스(3,000m내외), 따구냥산(5,355m), 말레이의 키나바루산(4,095m) 등 고소 경험이 있어서인지 머리가 아프거나 하는 고소 증세는 크게 오지 않았다.

 

4Km거리인 임도를 따라올라 버스로 갈아탄 뒤 이동하여 구불구불 옥산국가공원을 내려와서 기나긴 고속도로를 달려서 타이페이로 향했다.

 

23;00가 되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타이페이 호텔에 도착 후 내일 출국만 남아있는 일정을 뒤로하고 달콤한 휴식.


 아~ 살아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 하루.

젊은 시절 산을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함께 해주신 유피 박대표님과 우리 부부를 많이 배려해주신 일행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006. 5월

 

☐ 글쓴이 ; 김기동  brisia@hanmail.net


 

☐ 인솔여행사: 해외산행전문 유피여행사 -  www.up3.co.kr


 


 

♒ 떠나라, 그대 낯선 곳으로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법현스님의 자전에세이 - ‘떠나라, 그대 낯선 곳으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