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cafe.daum.net/mtmarathon

2. 18.  금.  맑음 ( 제6일-킬리만자로 마랑구게이트 하산 ) 

 

04:20 일어나 준비하고 04:40 호롬보 산장을 출발하여 키보봉 쪽으로 올라갔다

05:25  오르기를 멈추고 바라보니 왼쪽 아래 멀리 불을 밝혀 놓고 모쉬 시가지가 잠들어 있었다

그제 키보산장 올라갈 때에 호롬보산장 3,720m에서 키보산장 4,700m 까지 1,000 m를 2:50 hr 에 올라갔고 오늘은 배낭도 없이 조깅하듯 45 분을 올라왔으니 여기도 4,000 m 쯤은 되겠지...

사진 작가라면 좋은 야경작품을 하나 만들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슴에나 담아 가자 ...

 

킬리만자로에서 매일 아침 새겨온 주변의 야경, 새벽길, 키보봉, 마웬지봉, 호롬보 산장, 그리고 4,000 m 대 고지에서의 마라톤도 이제 마지막 이구나

내가 언제 다시 4,000 m 대 고지에서 마라톤을 해 볼수 있으랴 ...

다들 잘 있거라, 내 영원히 기억하리라...

 

그런 생각에 젖으며 호롬보 산장까지 뛰어 내려갔다

체조로 몸을 풀고 냉수마찰후 수건이 없어 웃옷을 벗은채로 방의 길목인 다이닝룸을 지나자니 여러사람이 놀란 듯 나를 보며 인사를 건넸다

“ 잠보”

“ 잠보, 안녕하세요? 아엠 어 코리안. 코리안 잠보 이스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코리아 ”


 
 - 아쉬운 킬리만자로 산속에서의 마지막 밤  호롬보 산장에서 본 일출 -


 
06:00 커피 타임후 아침 식사는 컵라면을 곁들여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컵라면 덕분에 포리스트 라는 밋밋한 스프는 별로 안 팔렸다


 라사키가 나의 해드랜턴을 보며 선물로 달라고 했다. 기꺼이 선물로 주었다.

단장이 석유버너도 주겠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콜맨픽스 정제휘발유 버너등에 밀려 사용하지 않는 골동품이 되어 버린 석유버너는 휘발유를 비행기에 가져 오거나 현지에서 구입하기 어렵다고 일부러 경희등산레져에서 잠자고 있던 것을 찾아내 빌려온 것이랬다


버너에 ‘제천시청 킬리만자로 원정대’라는 글씨가 있다고 전해 달라기에 또 더듬 거렸다

“ 라사키, 데어리스 섬 레털스 온 더 버너. 제천시티홀 로컬가번먼트 클라이밍 팀 어부 킬리만자로. 유 리멤버 아우어 팀 엔 코리아, 오케이 ? ”

“ 오케이, 댕큐. 아윌 리멤버 코리아.  엔 유 리멤버 미 투 ”

“ 오케이, 아이씨, 위 윌 리멤버 유, 엔 유어 카인드니스 훠에버 ”


 07:00 호롬보 산장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을 가졌다

산장 뒤로 눈에 덮인 키보봉과 그 산허리를 감고 있는 구름,  그리고 모쉬방면 구름의 바다와 함께 멋진 경치를 배경으로 ..

시기를 앞세우고 찍은 그 사진은 무척 멋있게 나올 것이다


 한국은 지금 겨울 이지만 여기서는 선크림을 잔뜩 발라야 하는 여름 이었다

수건으로 뒷 목덜미와 귀를 다 덮었다

지난번엔 춥다고 목덜미와 귀 등을 그냥 노출 시킨채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20 여분 책을 보았다가 화상을 입어 뒷목덜미와 귀 끝이 화끈거리고 아팠었다


 10:20 내려가는 도중 환자 하나가 또 손수레에 실려 내려갔다

킬리만자로 산행중 6 명의 환자가 손수레에 실려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자신을 ‘프랜드’라고 부르는 노르웨이 인들의 가이드 일행 이었다. 그들이 쉬는 곳에서 간식을 나눠 주고 이야기를 하다가 환자만을 찍었더니 그건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 킬리만자로 등정 도중  수 많은 고소증 환자들을 실어 나르는 손수레와 영국인 환자 -

 

아르샤드와 대화를 통해 이 나라의 교육제도를 물어 보니 Primary School 7 년, Secondary School 4 년, University 2 년 인데 중등학교 부터는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5-6 년, 대학도 졸업시험을 패스하지 못하면 3-4 년이 걸리기도 한단다

아르샤드가 선두인 나를 따라와 만다라 산장에서는 함께 쉬었다 가야 한다고 말했다

리셥션 건물을 사진에 담자니 그가 한 장 찍어 준다고 건물앞에 가 서란다


 대원들과 쉬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여기 결혼풍속은 결혼할 때 여자집에 양을 10 마리 준단다

사람에 따라 차등도 있으며 양 한 마리는 약 30 달러쯤 한단다

농담으로 김형옥씨는 양 몇 마리 주냐고 물으니 20 마리란다.

좀 더 줄수 없느냐니까 그들도 막 웃었다


 점심 먹던 곳을 지나 포터들의 전용도로와 등산로의 갈림길에서 후미를 기다렸다가 쉬고 나서 여기서 마랑구게이트까지 한시간 거리라고 하기에 대장이 물었다

우리는 30 분이면 갈 것 같다.  아르샤드 등 가이드 일행은 웃으며 안된단다

내가 말했다.

“ 아우어 캡틴 이스 베리 패스트. 히 캔 어라이브 마랑구게이트 위딘 써티 미닛츠”

그래도 고개를 가로 저으며 “ 노 ” 하고 웃는다


 휴식후 다시 선두로 나섰다.  라사키가 부지런히 따라 왔다

“ 라사키, 유어 배기지 이스 투 해비. 캔 유 화로우 미 ? ”

“ 오케이 아이 캔 ”  “ 리얼리 ? 아 유 화인 ? ”  “ 오케이 ”

그러나 한참 가다 보니 라사키가 보이지 않았다

좀 기다리자니 헐레벌떡 따라와 털썩 하고 짐을 내려놓고 물을 마신다


 다시 물었다.

“ 라사키 유어 배기지 이스 투 해비, 유 니드 낫 허리 투 화로우 미. 캔 유 화로우 미 ? ”

웃통을 훌렁 벗으며 대답한다

 “ 오케이 아이 캔. ”

그의 짐을 들어 얹어 주었다


 그러나 좀 가다 보니 또 못 따라 온다

 

“ 라사키 아이 던트 런. 아이 윌 온리 웍 패스트

아엠 소우 패스트 아이 고우 세븐 킬로미터스 인 완 아우어 . 엔 유어 배기지 이스 투 해비  캔 유 화로우 미 ? ”

“ 아엠 퉨티훠 이얼스 올드. 아이 캔 ”

그는 24 살로서 아르샤드의 형이다


 잠시후 다시 떨어진 그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 라사키 유어 배기지 이스 투 해비. 유 니드낫 소우 허리 투 화로우 미. 유 메이 화로우 미 스로우리. 아이 윌 웨이트 유  앹 마랑구게이트. 앤 아이 윌 엔조이 섬 비어 위드 유 ”

그제서야 라사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는 혼자 내 밟을수 있었다. 뛰지는 않고 빨리 걸어서 얼마나 걸리나 보고 싶었다

백담사까지 8 km 를  배낭 메고 1 시간에 걷는 나였다.

30 분이면 가겠지.

그러면 땀이 나고 오늘의 운동도 되어서 몸이 개운하게 될거야 ...

티셔츠나 목걸이를 사라고 붙드는 사람을 뿌리치고 좀 더 내려가니 마랑구게이트였다


 며칠만에 다시 돌아온 마랑구게이트 대문을 나서니 34 분 걸렸다

대문 옆을 흐르는 맑은 도랑물에 머리를 감고 약속대로 라사키를 기다렸다

8-9 분쯤 후 라사키가 와서 나를 보더니 “ 유아 베스트. 유아 베리 스트롱 ” 한다

“유 투. 아이 노우 이프 유 해븐트 더 해비 배기지, 유 쿠드 컴 베리 패스트 ”

 

샵( Shop )에서 킬리만자로 기념사진도 사고 시원한 맥주를 사서 라사키와 마셨다

병맥주는 2 가지 였는데 킬리만자로와 사파리 였고 2 $씩 이었다.

잠시후 샤베즈가 와서 “ 유아 베리 스트롱. 마라톤 맨 ” 하더니 뛰는 흉내를 내 보였다

“ 댕큐 아엠어 코리안. 코리안 이스 베리 스트롱. 샤베즈, 리멤버 코리아 ”

 ( Thank you, I am a Koran. Koran is very strong. SHARHAZ, Remember Korea )


 샤베즈는 맥주를 사양했다. 지금은 어떠냐고 물으니 괜찮아 졌단다

30 여분 후 대원들이 왔고 등정증명서를 발급 받았다



그리고 샤베즈가 어제부터 자랑해온 스페셜 런치(special lunch) 와 맥주를 즐겼다

스페셜 런치란 양고기를 좀 준비한 걸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킬리만자로 등정은 끝이 났고  회복과 휴식의 시간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