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우후르피크 트레킹-7

오늘 하루를 가장 소중하게 보내야한다면 정상등정이다. 모든것에 집중할수있도록, 노력하는하루가 되도록,
마음을 다시한번 가다듬는다.

침낭으로 들어간다. 약간 눅눅하면서도 찬기운이 돈다.
수면을 취하는데 도무지 잠을 잘수가없다. 잠깐 눈을뜨면 산장안의 천정이 빙빙도는것을 느낀다. 이내 눈을 다시감아버린다.
엎치락 뒤치락 하는데 마쿠퍼가이드가 기상한다고 손짓을한다.
그래 어차피 자지도 못하는데 일어나서 정상을 향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다시한번 배낭을 확인한다.
렌즈와 여유있는 필름, 비상약품과 비상식품등과 간식, 그리고 식수.

지금시각 01시20분.
일반적인 산행은 02시경 산행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더 일찍 시작을한다.
키보산장을 나선다. 웬일일까? 초저녁까지도 하늘에는 은하수로 뒤덮혀 있었는데 별들이 보이지않는다.
보이는것은 우리보다 더 일찍 오르는 다른 외국트레커들의 헤드렌튼 불빛만이 조그맣게 보인다.
아 !
킬리만자로 산신에게 가슴깊이 기도를 올린다.
산신이시여! 우리에게 정상을 보여주소서!

고소와의 싸움에서는 이기고있는데 이제부턴 배낭무게를 이겨내야하는 싸움이다.
정상은 어차피 걷는것이니까?
나의 배낭에는 카메라2대와 렌즈, 비디오카메라 그리고 여분의 밧데리, 등등 혹시 모를 우의,와 비상식등등.
여유있게 담은 생명수,(식수)등.

모레인지대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헤드렌튼 불빛에 의존하면서 걷는다.
고소~! 고소~! 고소증!
주의하는 방법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동료들도 말없이 걷고 있다. 지금쯤 무척 힘들 것이다. 말이필요없다.
수시로 물을 많이 마셔야한다.
나의 선배님은 킬리만자로를 오르기위해서 평생동안 피어왔던 담배마저도 끊었다.

모래와 화산석으로 이루어진 등반로는 잔돌들이 부서지기도하고 약간은 미끄럽기도하다.
지그재그로 올라가기도 하지만 계속 오르막이라 힘들기도하다.
키보헛과 길만스포인트의 중간정도 되는곳인 한스메이어를 오전 5시10분에 통과한다.

서서히 하늘이 열리면서 별들이 보였다가도 사라지는데에 안도의 숨이 나온다.
기도의 효력이 있었나보다.
맑은하늘에는 구름한점이 없다. 아 ! 감사합니다.

킬리만자로는 전문등반가가 아니어도 보통 일반 트레커, 누구든지 아프리카 최고봉에 오를수 있는곳이다.
보통사람도 고소와 배낭무게를 이겨내면 정상에 오를수있다.
그런데 아주 조금만 방심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피니스트도 정상을 밟지못하는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드디어 오전8시50분 길만스포인트에 도착을했다.
이곳은 세계에서 제일 높이 솟아있는 화산으로 지름이 2.4킬로미터인 분화구가있다.
감격의 목소리로 떨린다.
주변의 분화구가 천지의 설원으로 빛이나고 푸른빛으로 둘러서있는 얼음기둥들과 하얀설원이 ,,,,, 대설원이 펼쳐지고 있다.

이 ! 감격스러움이 발길을 떼지 못하게한다.
킬리만자로는 적도에 있는데도 빙하가 있는 것이다. 아 ! 어찌도 이렇게도 아름다울수 있을까? 실로 말이나오지않는다.
도리어 입이 굳게 닫혀지기도한다.

많은 산악인들이 이곳 길만스포인트에서 하산을 시작한다.
고소를 이겨내지 못한것이다. 정상까지 다녀오려면 왕복 약 3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길만스포인트에서 하산해도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에서는 정상등정으로 인정하고 킬리만자로 정상등정 인정서를 준다.)

그러나
아직도 정상이 남아있다. 이곳 길만스포인트에서 우후르피크까지 약 1시간40분이 더 소요된다.
완만하기에 세상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빙하를 보면서,, 천천히 걷는다.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있다.
몇걸음걷고, 쉬고, 또, 반복을한다. 우측아래의 가까이에 분화구의 만년설이 내려다보인다.
좌측에는 얼음기둥과, 만년설과, 빙하가 우뚝 솟아있다.
우리는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마루금을 이어가듯이 능선을 걸어가고 있다.

아 ! 우후르피크.
오전10시30분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
우리는 아프리카의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등정자가 되었다.
아프리카 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곳이 없는 최고봉에 도착을 했다.
분화구에서 슬며시 바람이 불어오는가운데 만족감이 밀려오고 있다. 산욕심... 산욕심으로 인한 포만감으로 배도 불러온다.

눈 아래로 펼쳐지는 사바나의 대 파노라마는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킬리만자로 우후르피크의 빙하가 일품중에 일품이다.

지금 우리는 고소와의 싸움에서도 이겨냈다.
우리선배는 고소로인해 얼굴이 부어있어도 얼굴에는 웃음으로...산을 내려가면 부은것도 금방 없어질 것이다.

이제는
산을내려가야한다.
킬리만자로를 내려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것인지도 알고 있다.
천천히 하산준비를 한다.
모두들 지쳐서 과연 호롬보까지 안전하게 하산할수 있을지? 지쳐있는 모습이 눈에들어오는데.. 그러나 하산은 빠른법이다.

하산을 시작한다.
우후르피크에서 역으로 하산을 시작해 길만스포인트를 통과하고,
한스메이어를 내려서서 오후 1시40분 키보헛에 도착을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간단한 행동식과 보리죽으로 점심식사를 마친다.
한데 세명의 선배님들이 도저히 호롬보까지 죽어도 내려갈수 없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단호히 내려가야한다고 했다.
(키보에서 내려설수 없다고 키보에서 머무르게되면 또 기나긴 시간을 고소로인해 제대로 수면도 취할수가 없고 더 힘이들게된다.)
실제 키보에서 호롬보까지는 2시간이면 내려설수있으나 지쳐있을때는 3시간이상 소요된다.
나는 3시간이상이 걸려도 내려가야한다고 이야기를하고 키보에서 호롬보로 하산을 시작했다.

이 3시간이 마지막 사투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얼마나 힘든 3시간인지 다음 킬리만자로를 찾는 이들은 알게될 것이다.

(보통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키보까지는 하산을 안전하게하지만 몇몇사람들은 키보에서 호롬보까지 키보에있는 환자용 두발짜리 리어커를 (거액의 대여금을 지불해야 하기도하지만 환자부상 정도에 따라서 빌려줌) 빌려서 타고 내려가기도하고,
포터의 등에 업혀서 하산하게된다.)

나는 뛰어서 내려가기시작했다. 침을 삼킬수가없다. 목구멍이 달라붙었다. 물! 물!
혀 천정과 혀도 달라붙었다. 물을찾아서,,,
이미 난. 하산을 하면서 선배님이 물을 찾을때 나의 물을 말없이 내주었기 때문에 나는 남아있는 생명수가 한방울도 없었다.

호롬보에 도착하자마자 한바가지의 물을 마시고나서 롯지 배정을 받은후 어둠이 깔리고있는 가운데,
늦게내려오는 선배 마중을 나갔다. 내자신도 이제는 지쳐서 과연 얼마정도 갈까?
다시 약1시간30분을 올라간다.

아스라히 포터들과 함께 내려오는선배가 보일때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 8시30분 우리선배는 지치고 힘이들어 저녁식사도 못한다. 안쓰럽다. 말도 시키지않는것이 위로가된다.

우리가 예약해두었던 롯지(방3개) 중에 롯지한개를 밀려드는 트레커들에게 줄수밖에없어
나 혼자서 프랑스 트레커들과 잠을 같이 자게되었다. 촛불 켜놓은 좋은 분위기의 그네들의 잠자리였으나
아마도 그들은 불청객인 동양인 (나의) 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쳤을지도 모른다.

개인이 할수있는것과 팀의 리더로써 할수있는일이 극한적인 상황에서는 판이하게 달라지게된다. 180도 달라지는...
오늘은 팀의리더라는것에 ! 내 한몸뚱이도 힘든데,,,고개를 흔들고싶다.
그러나, 내색은 하지않는다.~~~ 내일이면 다시 태양이 불끈 솟아 오를테니까?
계속...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11-12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