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등반-4

새벽녘에 눈을뜬다.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도 나의 버릇은 그대로인것같다.
하늘을 본다. 별이 몇 개보인다. 별이보인다는 것은 비는 오지않을거라는 믿음으로 다가온다. 현재시간 새벽4시 잠을 청하지만 한번 깬잠이 쉽게 잠이 다시 오지않는다. 잠시 자리에누워 천정을 응시한다. 내자신을 돌아보려하지만 기억이 돌려지지않는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있는가?
산을 오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문득
케냐에서 보았던 봉숭아꽃이 생각난다.
어렸을적 동네에서 아니면 주변에서 울밑에서 누이를 보는것처럼 아련한 감동을 보았었다.
한국의 여인들이 손톱에 물들였던 봉숭아꽃을 머나먼나라 적도의 케냐에서 보았었다.
가슴뭉클한 생각에 눈시울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나는
킬리만자로의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무엇을 찾으려했는지 알수있을까?
나 또한 무수한 질문을 안은채 지금 킬리만자로를 바라보고 있지않은가?

잠깐 잠에 떨어졌나보다.
어느사이에 오전6시30분이다. 나는 오전식사의 메뉴를 요리사에게 알린다.
오전식사는 보리죽과 계란, 빵, 소세지, 디저트로는 망고로 식사를 마친다.
아주 흐린날씨속에서 호롬보로 향하는 대열의앞장에선다. 기도하는 마음이 이내 간절한마음으로 바뀐다.
부디 비는 오지않아야한다고...........바람이 거세게 불지않아야한다고..........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을 읽었던 한구절이 생각난다.
( 나는 미국남부의 키웨스트라는 헤밍웨이의 생가를 다녀온적이 있는데 참 멋지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곳은 또한 50마일 전방에 바다멀리 쿠바도 보인다.)
노란벌판을 배경으로 산양을보고, 샘물에서 날아오르는 들꿩을 보고, 평원끝에서 산맥을 보고,
하이에나가 인간처럼 우는 소리를듯는듯한.....

헤밍웨이는 혼신으로 아프리카의 원초적인 열정을 그려냈었다.
세계의 무수한 독자들은 『킬리만자로의 눈』을 읽었다면 언제인가는 꼭 킬리만자로에 가보겠다고 별렀었을 것이다.

어느사이 킬리만자로의 등줄기는 눈앞에서 사라지고 해발고지 3500미터에 올랐다.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이제까지의 트레킹도중에 비가 오지않다가 식사시간에 비가 뿌린다.
난 약간의 고소증세가 오는듯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야겠다고 다시한번 마음의 다짐을한다.
잠깐 잠깐 날이 좋아지면서 해가 보이기도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고소도 없어지는것같다.
이것도 스트레스일까?

들꽃들도 머리를 내밀고, 우리팀의 사람들도 이름모를 들꽃처럼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또 보인다.
들목에는 선인장처럼 생긴 세네시오와 로베리아가 보이고
저쪽으로 마웬지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왼쪽으로는 드디어 만년설을 이고있는 키보정상이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호롬보산장에 도착할 무렵 다시 비가 내린다. 마음이 무거워오고 어지럽고 숨이 가쁘다.
모두다 고소증이 오는 것이 보이고, 박선배님과 최여사님이 고소증으로 인해 저녁식사를 거의 못하고만다.
하루일과를 마감할즈음 모시가 내려다보일 정도로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기분이 들떠서 내자신도 어쩔줄 모르겠다.
독자들도 상상해보면 알 것이다.

해발3780미터의 호롬보산장에서 마웬지봉을 바라보고 키보정상을 바라보고 킬리만자로의 출발도시인 모시까지 내려다볼수있다는 것은 상상밖의 일일 것이다. (날씨가 맑아졌기때문)
늦은시간 인데도 나는 사진찍기에 여념이없다. 그러나 조금 서두르면 금방 숨이차서 힘들어진다.
안양의 김선생님도 숙소에서 힘들어하며 고소약을 복용한다.

자연의 숨결을 만끽하면서 현대인의 모든것을 잊고 마음을비운다.
원시의 자연에서 인생을 꿈꾸는 세계로 빠져든다.
나의 유토피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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