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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4. 월.  맑음 ( 제2일 - 3,720 m 킬리만자로 호롬보산장 도달 ) 

 

04:40 경 일어나 준비하고 05:00 경 산장을 나섰다.

샤베즈는 이 산장내를 몇바퀴 돌면 조깅이 될거라고 말했지만 그건 그의 생각이지, 답답해서 이 안을 어떻게 도누 ?

오늘이야 막을 사람이 없으니 어제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 보자.  호롬보 방면으로 높은 쪽으로 올라갔다 오면서 고소적응을 하고도 싶었으나 모르는 길로 갔다가 혹시라도 길을 잃으면 시간이 지체되고 차질이 생길까봐 안전하게 아래로 갔다오기로 했다. 대장의 말에 의하면 고소증세를 느낀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갔다 오면 좋아지기도 한단다.

 

이른 시간인데 대장이 다이닝룸 앞에 나와 있었고 우리의 쿡 ‘라사키’도 있었다.

내게 내려가는 길을 알려 주었다. 그다지 밝지 않은 해드랜턴에 의지하여 뛰기에는 길이 마땅치 않았으나 조심하여 뛰어 내려갔다.  25 분쯤 뛰어 내려가면 올라올때는 걸어야 하니까 35 분쯤 걸리겠지 ...

아직 깜깜한 어둠속인데도 랜턴을 켜고 올라오는 포터들이 몇 명 있었다

“잠보~”   “잠보~,  아엠 어 코리안. 사우스코리아. 코리안 잠보 이스 안녕하세요 ”

그러면 그들도 알아보고 “안녕하세요 ?, 코리아”를 불러 주었다

 

포터및 손수레 전용도로와 등산로의 갈림길을 지나 5 분쯤 더 내려가다가 돌아섰다

점심 먹던 지점까지는 도달이 안 되었으나 6 시경 들어 가려면 아쉽지만 돌아 가야 한다

산장 가까이 오다보니 날이 새었고 먼동이 터 오기 시작했다

 

06:05 산장에 도달, 어제 보아둔 수돗가에서 체조로 몸을 풀고 냉수 마찰도 했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의욕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아직도 해는 떠 올라 오지 않았고 기다릴수도 없었다.  또 기회가 있겠지 ...

 

07:30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가 되자 샤베즈가 내게로 와서 “유 고우 패스트 위드 디스 아르샤드, 유 캔 클라임 퀵퀵(You go fast with this Arushad, you can climb quick quick )”하고 마라톤 하는 흉내를 내 보이며 선두 가이드 아르샤드와 내가 앞서 호롬보 산장에 올라가서 방을 잡으라고 요청했고 대장도 승낙을 했다.

 

잘 되었다 싶었다.

여기 산장들은 예약이 안 통하고 선착순으로 도착하는 사람들에게 방을 배정한다니 빨리 가서 방을 잡아 놓고 여유 있게 책이나 보자 ...샤베즈에게 말하여 책이 들은 나의 짐도 빨리 올려 보내 달라고 했다. 대장이 나의 가방을 알려 주면 그리 하겠단다

 

다만 반드시 선두 가이드의 말을 들어 쉬라면 쉬고, 점심 먹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란다

내가 앞서 가게 한다면 호롬보 산장에 도달해도 점심때가 안될거라는 생각이었지만 일단은 그리 하겠다고 했다.


 

키 크고 젊고 건장한 아르샤드는 큰 배낭을 지고 앞장 섰다. 많은 사람들을 추월하기 시작 했다. 

지나가며 “짬보~” 하고 이 나라 말로 인사를 건네면 포터나 가이드들도 응답 했다

어쩌다 “곤니찌와~” 하며 나를 일본인으로 착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흑인이던 서양인이던 반드시 설명을 했다

“안녕하세요? 아엠어 코리안, 엔 코리안 잠보 이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

“굳모닝? 아엠 프롬 코리아, 사우스코리아, 위 퍼블리시트 나인틴에이티에잇 서울올림픽. 두 유 노우 서울올림픽, 사우스코리아 ?”

그러면 반 이상은 ‘안녕하세요?’ 를 따라 하거나 ‘코리아’ 하고 응수를 해 주었다


 

곧 내가 앞장을 섰고 가끔 뒤돌아보면 아르샤드는 열심히 따라 왔다

나는 물을 마시지 않았으나 아르샤드는 아예 물병을 손에 들고 가며 자주 마셨다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좁은 등산로에서 추월을 계속했다

아르샤드가 불러 세웠다.

“ 렛스 해부어 레스트타임 ”

“ 오케이 아이 시, 유어 배기지 이슨트 투 해비 ? ”

“ 예스. 아엠 오케이, 아유 화인 ? ”

“ 예스 자스트 화인, 댕큐 ”

물 마시고 좀 쉬고 나서 아르샤드가 물었다  “ 아 유 레디 ? ”

“ 예스 아 엠. 렛스 고우 ”

열대지방 식물과 꽃인지 처음 보는 이상한 나무와 꽃들도 많았다






밋밋하고 긴 오르막을 몇 개쯤 채고 나니 아르샤드가 말했다.

‘ 저 언덕을 올라가면 거기에 화장실과 쉼터가 있다.

그곳은 점심 먹는 곳이니 지나가지 말고 그곳에서는 쉬어라’

 

산허리를 옆으로 비껴 딴 등산로가 능선줄기를 또 하나 넘어서는 곳에 우측 약간 위로 간이화장실이 있었고 왼쪽 길 아래로는 나무의자가 두어개 있었다

아르샤드는 이곳이 점심 먹는 곳이라 했지만 시간이 너무 일러 생각이 없었다

“ 아르샤드, 잇스 투 어얼리 투 해부 어 런치. 잇스 온리 텐 어클락. 렛스 고우 스트레이트 투 호롬보 헛 “

“ 안트 유 헝그리 ? ”

“ 노우 아엠 낫 헝그리, 앳 올 ”

그리하여 호롬보 산장까지 바로 가기로 하고 다만 그가 물을 마시겠다고 하여 연양갱, 찰떡파이등 간식을 꺼내 나눠 먹었다.

그리고 보니 구름 바다를 이룬 아래쪽 선경이 너무 아름다웠으므로 교대로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이메일로 그의 사진을 보내 주겠다고 했더니 아주 좋단다


여기서 호롬보 산장 까지는 내 걸음으로는 40 분이 안 걸릴 거란다. 호롬보 산장 가까운 곳 계곡을 건너는 다리 상류에 이국적인 나무가 여러 그루 있어 사진을 담은 것 외에 주욱 올려 챘더니 11:10  호롬보 산장에 도달이 되었다







리셥션 관리인에게 대원들의  숙박부 등록을 하고 방을 배정 받았다

오늘은 6 인이 들어가게 되어 있는 산장 1 동을 준단다. ‘거 참 잘됐군 ...’

아직도 점심시간은 너무 일렀으므로 팀원들 있는 곳으로 뛰어 내려갔다가 함께 올라올까 하다가 참았다.  정상까지 컨디션을 잘 조절하며 힘을 아껴야 한다니까 ...

음수대에 가서 머리 감고 대충 등멱을 한후 돌아와 도시락을 먹고 책을 보았다



14:30 대원들이 도착했다

내일은 마웬지봉 갈림길 지점인 해발 4,200 m 지점까지 갔다가 와서 자며 고소적응 시간을 갖는단다.

산장 밖에서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책을 좀 읽었더니 뒷목이 화끈 거렸고 잘때는 귀 끝도 닿으면 아팠다.  강렬한 햇볕에 화상을 입었다 보다

 

어제 만다라산장에서 내게 술을 팔며 오늘 호롬보 산장에 오면  꼭 자기에게 또 술을 사라고 요청했던 가이드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우리 가이드팀이 가져온게 있다고 해서 그걸 사서 마셨다. 고소증을 염려하여 다들 사양하고 단장만 조금 받았다

 

멀리 불밝힌 모쉬 시가지의 야경이 보이고 우리가 올라온 방향 저 아래로는 구름이 바다를 이루는 3,720 m 호롬보 산장에서의  추억의 순간들이 흘러갔다

그 옛날 박 계형은 이런 심정을 일컬어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 이라 했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