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알프스 키타다케

 

산행 첫날(7월30일 금요일)

김해공항-일본 나리타공항-동경관광-사이타마현 코마신사-후지산5합목 고고덴레스트하우스 숙박

 

산행 둘째 날(7월31일 토요일)

후지산 5합목 출발-후지산 정상(3,776m)-5합목 하산완료-이사와 온천지구 해이안호텔 숙박

 

산행 셋째 날(8월2일 일요일)

망월산악회(동래고등학교 동문)의 2010년도 제13차 해외산행은 일본 제1봉 후지산을 등정 후 그 감동과 피로를 이사와 온천지역의 해이안호텔에서 온천욕으로 풀고 나니 아침이 상쾌하다. 오늘부터는 A조 42명은 도쿄로 이동하여 1박 2일의 관광이 시작되고, 내가 속한 B팀 16명은 일본 제2봉 남알프스의 키타다케(3,193m)를 오른다. 그렇게 덥지 않는 맑은 날씨는 산행을 순조롭게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배낭을 재정비하고 대형버스로  산행기점으로 가다가 미리 주문해놓은 도시락 전문점 Hoto Motto에서 산행 중에 먹을 이동식 도시락을 받아 싣고 8시 40분, 남알프스市 아시야스 온천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예 시 이름을 남알프스 市로 만든 것이 특이하다. 이 시는 남알프스를 찾는 많은 관광객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단다.  

 

히로가와라 산행기점까지 가는 점보택시 편도에 20여만원이다.

 

아시아스 정류장에서 부터는 대형버스나 자가용의 출입이 제한되고 오직 아시아스마을에서 운영하는 산악도로(임도)전용 9인승 점보택시로만 산행기점인 히로가와라(広河原)로 올라가야 한다. 편도요금이 20 여만원 정도 하는 점보택시 2대를 대절했다. 내가 탄 택시는 40대 여자 운전기사이고,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노년층의 동내 아저씨들이다. 8명씩 나눠 배낭을 옮겨 싣고 왕복 1차선의 아스팔트임도(南アルプス林道)를 능숙하게 달린다. 이 도로만 오랜 기간 운전해서 그런지 그 좁은 낭떠러지기 길에서 교행 하는 차를 만나면 아슬아슬하게 피해 잘도 간다. 앞자리에 앉은 나는 오금이 저리다. 깊은 계곡을 끼고 산허리를 깎아 만든 도로에 최장 1.8km인 길고 짧은 터널과 계곡을 잇는 다리가 20여개를 넘게 통과하고 나서 50여분 오르니 고도 1,520m의 광하원(広河原) 알팬프라자 센터(남알프스 산행정보센터)에 도착한다.

 

히로가와라의 알팬프라자 전시관

 

알팬프라자 센터에는 남알프스의 산행자료들이 진열돼 있고. 간단한 등산용구도 판매하고 있다. 영상자료도 있지만 시간이 없어 무료로 배부하는 남알프스 북부지도를 얻어 오늘 산행로를 확인한다. 알팬프라자센터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히로가와라 산장이 있다. 여기서 식수 등 산행 준비를 한 후 산장뒤로 오르면 등.하산 분기점이 나오는데 좌측 등산로는 산행거리는 멀지만 관망이 좋고 등산하기가 쉬운 오오간바사와계곡을 끼고 후다마다(二俣)를 거처 핫본바노고루(八本齒ノコル )로 오른 뒤 쮜리오니분기점에서 우측으로 돌아 키타다케를 등정한 후 하산로 안부에 있는 3,000m고지의 키타다케 가다노고야(北岳肩小屋)까지가 오늘 일정이다. 지도상으로 보면 소요시간이 7시간이다.

 

키타다케 등산지도의 아래측 오오사와코스로 등산하고 북악에서 위쪽 코스로 내려와 원점 회귀한다. 

 

10시 산행을 시작한다. 후지산에서도 느낀 일이지만 일본의 이정표에는 거리표시는 없고 시간 표시만 되어있다. 일본인들의 산행 속도는 너나 나나 같다는 말인가? 맑은 날씨에 여름의 푸르름을 안고 시원한 빙하수 계곡 끼고 쉬엄쉬엄 산에 오른다. 오늘도 대원들이 연장자인 나를 B조 조장으로 추대한다. 내가 선두를, 후미를 안광춘 산행대장이 맡았다. 일요일이라 등산객보다 하산 객이 더 많다. 외길 산길에서 하산하는 일본인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곤 이찌와"라는 인사를 건넨다. 우리는 "안녕하세요?"라고 응답하기도 하고 먼저 한국인이라 인사를 하면 반가워한다. 나는 서투른 일본어로 만나는 여자 산꾼에게 농담 삼아 내가 욘사마와 닮았다고 하면 정색을 하며 그건 아니라는 손짓을 한다. 일본인들은 솔직해서 그런가 보다. 산행도중 만난 동갑나기 사또상이라는 여자는 지리산을 올랐다고 하니 한국을 잘 안다. 산행은 오순도순 앞뒤 대오를 갖추고 여유 있다.

 

히로가와천을 건너는 현수교를 지나면 산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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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과 키타다케 산행은 판이하게 다르다. 후지산은 삭막한 사막을 걷는 기분이라면, 키타다케는 잘 다듬어진 정원 숲길을 걷는 기분이랄까. 남알프스는 일본 중부의 남북을 가르는 아까이시산맥(赤石山脈)군에 속하며 시즈오카, 나가노, 아마나시 3개현을 감사고 있고, 3,000m급의 고봉을 20여개나 폼고 있는 육산이다. 니끼다 소나무로 빽빽하게 산을 덮고 있는 일본의 여뉘산들과는 달리 크고 작은 여러 수종의 잡목들과 넝쿨도 있고 야생화도 널리 분포되어 지리산을 걷는 기분이다. 눈이 녹아내리는 계곡의 맑은 물은 언제라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맑고 풍부하다.

 

만년설의 B조 대원들

 

일본인의 자연사랑은 유별나다 많은 산꾼들이 오르내리는 등산로에 흔히 있음직한 비닐봉투, 알미늄캔, 패트생수병 등은 산행내내 찾을래야 찾을수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고도 2,000이 넘는 후다마다 근처에 야외용 화장실 2동이 바위틈에 튼튼히 고정되어 있고 대소변을 건조정화처리하기 위한 연료용 소형엔진이 달린 발전기가 하얀 연기를 픔어내며 돌고 있다. 연료운반과 관리는 누가 하는지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법 한데도 자연을 지키기 위한 일본인들의 처절한? 자연사랑이 아름다운 일본을 생생하게 유지 할수 있는 밑거름이며 세계의 관광객을 일본으로 불러 들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2,200m 고지 후다마다의 화장실

 

7부 능선쯤에 이르니 만년설이 산허리를 감싸고 안개가 자욱히 깔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설빙 밑은 동굴이 되어 장관을 이룬다. 만년설을 배경으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어제 후지산을 탄후 지쳐 남알프스를 포기하려던 대원은 이렇게 좋은 산을 오르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산행을 권했던 우리에게 고마워한다. 어제 고산 등정을 해서 그런지 3,000m정도에서도 고산 증세가 없다. 하루만에 적응이 되었기 때문인가. 정상은 가스로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만년설을 건너 핫본바노고루로 오르기 시작한다. 산을 오르다 내려다보니 산등성이에 영어 M자와 같이 걸쳐있는 만년설을 보고 망월산악회의 M자와 같다며 모두 여유를 부린다.

 

후다마다에서 정상을 가로지르는 만년설 통과;

 

이제 핫본바노고루(八本齒ノコル)안부 에 다다르니 급경사의 암벽의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원형나무막대로 사다리를 만들어 놓아 양손으로 기어오른다. 가스가 산행 로를 방해한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도 한다. 정상은 아직 멀었는데 이렇게 일기가 불순해지면 산행에 차질을 초래할까 걱정이 앞선다.  가까스로 쮜리오니분기점에 도착한다. 이제 안심이다. 언듯 언듯 보이던 키타다케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원들은 환성을 지른다. 구름이 발아래로 밀리면서 정상이 우리를 반긴다. 앞으로 30분이라는 푯말을 보고 힘을 낸다. 야생화도 보이고 원숭이 가족 5~6마리가 우리 주위를 서성거린다, 왜 자기 영역에 들어왔느냐는 눈치다. 우리는 외면하고 계속 발길을 재촉한다.

 

이정표에는 거리가 없다. 시간표시 뿐이다.

 

4시 40분 운해는 산들을 덮여 장관을 이룬 일본의 제2봉이며 10대 명산에 속한 키타다케(3,193m) 정상이다. 표고 3,192m 위도 35도 40분 28.4초, 경도 138도 14분 20초, 바람 한 점 없이 하늘이 활짝 열려 망월산악회 대원들의 키타다케 정상 정복을 축하해주고 있다. 키타다케 정상에서 후지산의 위용을 보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는 데 오늘은 운무로 후지를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구나 내일 아침에는 꼭 올라와서 다시 후지를 보고 갈것이라 다짐했다.

 

북악에서 본 후지산의 위용을 우리는 보지 못해 아쉬웠다(자료사진)

 

이제 나는 일본 제1봉 후지산(3,766m), 제2봉 키타다케(3,193m), 제3봉 오꾸호다까다케(3,190m)를 올랐다. 후배 대원들이 정상 신사에 동전을 놓고 엄숙히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절을 했다. 건강하게 이산을 오르게 해주신 천지신명께 감사드립니다.

 

키타다케 정상에서

 

일본인 가족3명중 여자 한명이 헬멧을 쓰고 암벽을 타고 올라왔다며 자랑한다. 설악산을 올랐다는 산꾼이다. 일행 한분은 나이가 77세란다. 한 시간여 정상에서 감동을 같이 하고 전원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에서 산장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멀리 산장의 지붕이 보인다. 산장에 도착한 시간이 6시30분 등산을 시작하고 8시간 30분 만에 도착했다.  가다노산장(北岳肩ノ小屋)은 고도 3,000m에 위치한 고지대 산장으로 6월부터 11월 초까지 운영된단다. 최대수용인원이 150명이고 텐트 50개를 칠 수 있다. 오늘 이 산장은 만원이다. 우리 일행은 산장 뒤쪽의 2호관으로 안내되었다 10평도 되지 1층과 다락방이 있다. 다락은  20명이 만원이고 아랫방에는 일본인 6명이 우리보다 앞서 투숙해있고 우리 팀 16명을 합쳐 22명이 칼잠을 자야한다. 각자 슬리핑백 한 개와 담요 2장 요 한장 배게 하나가 전부고 침낭 깨끗하지 못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래도 1박 2식에 1인당 10만원 가까운 숙박비가 들어간다. 

 

저녁은 일본된장국에고 간단한 반찬은 품격이 낮다. 산에 와서 더 좋은 음식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저녁을 먹고 간단한 세수를 한다. 물이 귀하단다. 일부 허드레 물은 빗물을 받아쓰고 있고 음료수는 공수를 한단다. 8시가 되어 발전기를 끄니 산장은 어두워진다. 꽉 찬 숙소는 코고는 소리, 부스럭 거리는 소리로 한밤을 세운다. 밤에 나와 하늘을 보니 하늘에 별들이 꽉차있다. 오랜만에 은하수를 보았다. 산장에서의 아주 긴 밤을 보냈다.

 

키타다케노고야에서 하루 숙박

 

산행 마지막 날(8월2일 월요일)

 

산행 마지막 날 아침이다. 새벽 4시가 되니 점등이 되면서 구석구석에서 부석 부석 일어난다. 일출을 보기 위해 다시 키타다케 정상에 오르기로 한 대원들 6명이 지원한다. 해드랜턴을 하고 30여분 정상으로 오른다. 일본인 산꾼들도 10여명 같이 산을 오른다. 4시 30분 일출시간 동쪽 하늘에 여의주를 물고 승천을 기다리는 구름이 일출을 방해한다. 결국 일출은 무산되고 산장으로 내려와 아침을 먹고 조금 일찍 하산하기로 했다.

 

일출대신 승천하는 용을 보았다

 

오전 6시 모두들 좋은 추억을 배낭에 가득 넣고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 길은 급경사가 많다. 등산코스의 반대쪽이라 또 새로운 풍광이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정상적으로 하산하면 北岳肩ノ小屋에서 히로가와라까지 4시간이면 충분하다. 한 시간 반을 내려오니 시라네고이케고야(白根御池小屋)에 도착한다. 하산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하산길에 만난 녹지 않은 만년설

 

고도2,236m에 위치한시라네고이께(白根御池) 작은 연못이다. 이 산장은 히로가와라(広河原)에서 오르기 쉽고 150명 정도가 숙박을 할 수 있는 깨끗한 산장이라 많은 등산꾼들이 여기서 숙박을 하고 북악을 오르고 있단다. 오늘도 하산하는 팀들과 방학을 맞아 야영을 하려는 고등학생들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교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있다. 산장에서 만난 부부는 제주도에서 한동안 거주했던 일본인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고 한다. 화장실을 개방하고 친절한 직원은 한국말을 제법 잘 구사한다. 하산하는 우리들에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꼭 들려달란다. 일본의 친절은 두말할 것 없다.

 

하산길에 만난 제주도를 잘 안다는 일본인 부부

 

하산을 하며 아름드리나무가 하늘을 찌르듯 우거져 있다. 공무원인 듯한 남여 직원들이 꽃사슴에 마취 총을 쏘아 쓰러트리고 무슨 조사를 하는지 우리들에게 빨리 피해달란다. 남알프스는 야생화도 산짐승들도 많이 서생하고 있어 겨울 눈이 많이 올 때는 사료를 공수해서 뿌려준다고 한다. 남알프스는 야생돌물의 천국이다.

우리 팀은 오전 9시 30분 하산을 시작하여 히로가와라에 3시간 30분 만에 무사히 전원 건강하게 하산을 완료했다. 

알팬프라자 센터 주차장에 도착하니 점보택시회사 기사가 흰 종이에 우리 팀 영문 이니시얼를 적어 기다리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온천지구 아시야스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버스 기사 와다나베씨가 우리를 반긴다. 정류장 근처의 작은 온천탕에서 3일간의 피로를 말끔히 풀고 오후 6시30분 부산발 일본항공을 타기 위해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다 고속도로 S/A(서비스 에어리아)에서 점심을 먹고 나리따 공항에 오후 4시 10분 도착했다. 3박 4일을 같이 한 와따나베상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일본항공으로 김해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번 산행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망월산악회 집행부에 재삼 감사의 말씀드리고 일심 단합하여  무사 산행을 해준 대원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망월산악회 임환무(39회)

 

사진더 보기 : 임환무의 daum불로그

일본 남알프스 관련 사이트 : http://www.city.minami-alps.yamanashi.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