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2. 21. 화 -12. 26. 일 / M여행사  40여명 중 2명

메모한 수첩을 찾지 못해
기억을 떠올린다.
-아마 마지막 날을 메모하려고 비행기
앞좌석 뒤의 주머니에 두었던 걸 모르고 내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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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1. 화. 제 1일
06시 40분 공항버스 탑승.

금요일
주신이가 엄마에게 정보 제공.
저렴한 상품이라고
갑작스레 연락 와 결정.

전날 윤석 모친 별세를 집으로 오는 중에 연락 받고
서둘러 다녀오고.
목요 모임 불참을 메시지로 보내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주영이가 잘 놀다 오라고 용돈을 준다.
벌써 몇 번째.

08시 20분 공항 도착.
절차 밟고 면세점서 에세원 두 세트를 할인 가격으로 사다.

10시 20분 출발.
하늘이 맑다.
쥬스, 와인, 맥주, 위스키까지 다 마시며
창밖을 보며 간다.

하늘에서 내려 보는 땅과 바다.
그 사이 조금씩 모여 사는 동네들.
내려가 그 속에 들어가면
온갖 희로애락이 갈등하지만
구름 위에서 내려다 보면
또다른 사소함으로 다가 온다.

발리 공항 도착.
출입국 신고, 비자비용 25불 지불.

버스에 타니 40여명.
서울가든에서 삼겹살로 저녁 식사.

발리 가더니아 리조트 투숙.

에어컨이 안 나오고
변기도.
사람을 불러 에어컨을 손 보았는 데도 거실이 좀 나아
모기무섬증인 아내는 닫힌 거실로.
나는 방 창문 열고 자고

열린 창으로 들리는
닭소리 이름모를 새소리로
잠을 자다 깨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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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2. 수. 제 2일

일찍 일어나 프론트로 가
짧은 영어로 방을 바꿔 달라 하다.
에어컨, 변기, 개스 등을
미리 체크해 달라고 해서
옮기다.

각 2층, 방 4개로 된 건물이
70여 동 이상이 있다.

옮긴 방은 뜨거운 물도 나오고
먼저에 비해 훌륭하다.

수영장 옆의 식당, 아침 음식이 빈약하다.
그러나 꿋꿋하게 배불리 먹다.
쥬스, 과일, 계란후라이, 밥 국수,
입에 안맞는다고 힘들어 하는 일행들이 많다.

버스로 발리 전통 바롱댄스 공연장으로 이동.
1시간 정도 관람.
복장의 채색이 화려하다.

가이드 ‘꼬망’의 말을 빌리면
‘발리’란 ‘제물(祭物)’이란 뜻.

인도네시아의 95%가 이슬람인데
발리는 95%가 힌두교란다.
매일 신에게 제물을 바친다.
집집마다 신을 모시는 사원이 있고
호텔에도 심지어 택시 안에도 제물이 놓여 있다.
사람과 신이 공존하는 지역임을
시각적으로도 금방 알 수 있다.

목공에마을, 나염마을 등을 들리고
깐따마니 화산지대로 이동.
화산이 보이는 곳, 식당에서 식사.
금새 구름으로 덮힌다.

예술인 마을을 우중에 들리다.
지금은 우기라 매일 비가 오는데
1시간 정도 내리다가
말끔히 걷힌다.

그림이 굉장히 많다.
팔기도 하고.

은세공마을을 들리고
오일 마사지를 무료로 1시간을 받다.

저녁은 인도네시안 전통식으로. 민속쇼도 관람하다.
구운 생선과 치킨인데
나로서는 별로인데 손부장은 그게 최고였다고 하니
기준이 제각각이다.
내가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확연히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숙소로 들어가
수영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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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3. 목. 제 3일

오늘 내일은 자유시간.
선택 관광을 할 사람은 하고
점심도 각자 해결해야 한다.
이런 방식도 좋다.

아침을 먹고
시내를 무작정 둘이서 돌아보는 코스를 잡았는데
손부장의 권고로 85불짜리 퀵실버 선박여행에
합류하다.
매사가 즉흥적이다.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 정박.
보트로 섬으로 나가 미니트럭을 타고 이동.

그들 원주민의 생활상을 가까이서 보다.

지하주택이 인상적이다.
혼자서 어떻게 그 작업을 했는지.
치악 향로봉이나 진안 마이산의 돌쌓음이 생각났다.
어떤 간절한 비원이 있었길레...

반잠수정에서 바다밑과 물고기떼들을 보고
선상에서 점심.
한국인들이 주다.
순창고추장도 있다.
분위기를 돋우는 악사들의 음악도 한국음악.

바나나 보우트로 한바퀴.
스노클링으로 물밑을 직접 관찰하고.
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미끄럼틀을 아이들마냥 여러 차례.
처음 타 보는 카누는 가볍고 빠르다.

파라세일링이 빠져 아쉽지만 유쾌한 코스다.

팁은 경비에 포함되었지만 꼬망에게
팁을 일정하게 따로 모아 주자는 어느 분의 제안으로
갹출 최연장자가 전달하다.

저녁을 먹고
많은 이들을 아로마 마사지를 받으러 가고
손부장 김사장 일행과 우리는 한 잔 하러 시내로.
택시 두 대의 요금은 5만 루피.(1불이 9000여 루피)
노천 라이브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고
택시로 돌아오다.

물가가 싸다.
꼬망 말로는 IMF가 17년째.
교육 때문에 이를 졸업하기가 어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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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4. 금. 제 4일

어제에 이어 자유시간.
아침을 먹고 일부는 래프팅.
25명은 버스로 비치로.
비치에서 손부장과 우리 4명은 세라톤 호텔 등
호텔들이 자리 잡은 비치로 들어가
자리잡다.

여기가 정말 발리다.
해변의 모습과 풍광이 정말 잘 어울린다.
물속은 맑고 얕다.

그 안쪽 파도가 쏟구치는 데까지
왕복 한 시간 정도를 걸어 들어가 보았다.
중국에서 왔다는 서양 소년하나가 아무도
오지 않는 그 곳을 따라온다.

정말 아름다운 해변이다.
주로 서양인들이 의자에 누워 햇볕을 쬐고
책을 읽거나 한다.
조용하다.
휴양지의 전범이다.

저 멀리 보이는 파라세일링을 안해 본 이가 있어
해변에서 신청.
그들이 차로 이동하여 태워준다.
직접 거래하니 50불로 4명이 하늘을 날랐다.
바탐에선가는 1인당 30불이었지 아마.

세라톤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잠시하다.
버스 시간에 맞추느라고 점심을 걸렀다.

숙소로 와 몸살난 김사장 방에서 삶은 계란에
가져 간 소주로 요기.

4시에 집합,
비가 쏟아진다.
일정은 하나 취소하고 1시간 뒤
짐바란 해변으로.

바닷가재를 해변에서 구워 먹는 시푸드가 유명.
일부를 남겨 두고 우리는 중식당으로.
점심을 걸러 달게 먹었다.

다시 짐바란으로.
야경이 멋있다.
여기는 물이 깊고 파도가 세다.

나오다 성당을 찾는 분을 내려 드리고
우리 4명은 힐턴 호텔 옆 해변 원주민 술집을 찾아
쭉 늘어선 호텔의 비치를 걸었다.

조용하고, 조금은 어두운, 그러나 고급스런 분위기.
그 분위기를 즐기긴 했으나 ‘꼬망’이 가르쳐 주었다는
공간은 찾지 못했다.

택시로 돌아오다 길가 가게에서
맥주와 과일을 사들고
-거기서도 독한 ‘알락’이라는 민속주는 못 구했다.
숙소에서 마시고.
모자라 수영장 옆 카페로 가 한 잔 더 마시다.

따뜻한 남국의 크리스마스.
자정을 넘기는데
이런 성탄은 특별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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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5. 토. 제 5일

12시 집합.
그 시간까지 아침을 먹고 수영을 하다.

야끼니꾸식 점심.
취향대로 철판에 굽거나 스팀보트 용기에 끓여 먹는 방식.

지난 여름, 심양에서 먹었던 양고기 소고기를
태극문양으로 반으로 나뉜 용기에 샤브샤브
비슷하게 익혀서 땀을 줄줄 흘리며 먹은
강렬한 매운맛을 떠올리며 달게 먹었다.

원숭이 거북이 섬으로.
도착하자 비가 쏟아져 흠씬 젖다.
120kg의 거북, 주머니를 터는 원숭이, 박쥐, 뱀 등을 보곤

섬 남단의 울루와뚜 절벽사원으로.
노란 띠와 반바지라 치마를 두르고 관람.
절경이다.

빠삐용의 명장면이 그대로 떠오른다.
외국인 관광객의 안경을 나꿔 챈 원숭이.
현지인이 먹을 것 주고 되찾아 온다.

아내도 모자를 빼앗겼다.
현지인이 기다렸다는 듯 먹이를 던져 주고
모자를 되찾아와 팁을 요구한다.
동업자들.

사원이 아름답고 장중하다.

면세점 백화점을 들리고 한일관에서 불고기를 먹고
공항으로 이동.

현지공항세 문제로 설왕설래하다가 13불씩 지불.

매력적인 젊은이 꼬망과 작별.
출국 수속.
공항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담소하다가

0시 20분 탑승.
간단한 식사와 한 두 잔

푹 자다.

인천 공항 26일 09시.
인사들 나누며
셔틀버스로 귀가하다.

한겨울에
잠간 파라다이스로 갔다가
돌아온 남국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