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의 꼬리를 찾아서

호남정맥의 꼬리를 찾아서 떠나는 날 !!!
호남정맥을 영취산에서 시작하여 백운산까지 완주하고 난후 항시 마음속으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산경표상 백운산에서 호남정맥이 끝을 맺었으나 지형도를 확인한 결과 백운산 이후 오롯이 섬진강으로 물을 흘려보내며 백두대간이 그리워 그리워 섬진강변을 따라 흐르고 흘러 지리산을 만나지 못하고 바라만 보면서 광양만 섬진강 하구 망덕산에서 그 끝을 바다에 담그는 호남정맥의 꼬리 부분이 있음에도 답사를 생략하고 있다는 점에 늘 마음이 부담스러웠다
호남정맥을 끝낸지 길다면 길게 볼 수 있는 1년 10개월을 여러 가지 여건으로 답사를 미루어 오다 2001년 9월9일 1대간 9정맥을 완주하고 난 기념으로 호남정맥의 꼬리 부분을 찾아 실질적인 호남정맥을 완성하고자 한다
2001년 9월 21일 23시 59분 영등포에서 떠나는 무궁화호 열차에 처와 함께 몸을 맡긴다

종주에 필요한 5만분지일 지형도 도엽명
하동 광양 남해 곤양

횟수 일시 대표산 거리 시간 구간
01 01.09.22 매 봉 17.7 12:00 진틀-백운산상봉-매봉-갈미봉-쫓비산-토끼재
02 09.23 국사봉 9.5 10:00 토끼재-불암산-탄지재-국사봉-상도재-목과촌
03 10.02 망덕산 10 10:00 진상읍-목과촌-상도재-천왕산-망덕산-망덕포구














제1구간 백운산군 매봉구간

일시 : 2001. 9. 22 (토) 맑음 송영희

지명 진틀 병암 가문비나무군락 쉼터 진틀삼거리 인조목계단 능선삼거리
고도
거리 2.1 1(3.1)
시간 0:20 20(0:40) 10(0:50) 20(1:10) 30(1:40) 10(1:50)

지명 상상봉 헬기장 헬기장 헬기장 헬기장 안부 매봉
고도 1217 865
거리 0.3(3.4) 3.6(7)
시간 10(2:00) 10(2:10) 20(2:30) 10(2:40) 10(2:50) 10(3:00) 30(3:30)

지명 동남진점 안부 511봉 천황재 무덤터 외회마을 십자안부
고도
거리 2.6(9.6) 0.3(9.9)
시간 10(3:40) 1:00(4:40) 10(4:50) 20(5:10) 20(5:30) 10(5:40) 10(5:50)

지명 안부 갈미봉 안부 바윗길 삼거리 안부 안부 바위지대
고도 519
거리 2.6(12.5)
시간 10(6:00) 30(6:30) 10(6:40) 20(7:00) 10(7:10) 10(7:20) 10(7:30) 20(7:50)

지명 동진점 쫓비산 무덤전망대 무명봉 임도 토끼재 야영지
고도 536 310 315
거리 2.5(15) 2.7(17.7)
시간 10(8:00) 20(8:20) 50(9:10) 20(9:30) 10(9:40) 20(10:00) 20(10:20)

구간거리 정맥거리 접근거리 하산거리
17.7 14.3 3.4

구간시간 정맥시간 접근시간 하산시간 휴식시간
12:00 8:20 2:00 1:40

새벽 5:35 광양역에 도착하여 콩나물 해장국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 논실 들어가는 6:20 첫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가니 시내버스라서 농협 앞으로 가야한다고 하여 농협 앞에서 기다렸으나 6시 30분이 되어도 버스는 올 생각을 않는다 눈치 빠른 택시기사가 다가오더니 12000원이 넘게 나오나 만원에 가자고 한다 6시20분이 지났으면 농협 앞을 들르지 않고 광양 중학교 앞으로 해서 가 버린다는 것이다 시내버스는 2개회사가 있는데 순천교통은 터미널에서 출발하고 광양교통은 광양중학교 쪽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손님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어이하라고 그런 운행을 할 수 있느냐고 열을 좀 냈더니 통상 기사 맘이란다 택시를 타고 가다보니 진짜로 21-3번 논실행 버스가 앞에 가고 있지 않은가 웃음 밖에 안나오는 어쩌구니 없는 일을 답사 첫날부터 당하고 나니 기분이 엉망이 되어버렸는데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기사 아저씨와의 대화에서 어느 정도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었다
가는 내내 억불봉에서 백운산 상상봉까지의 능선이 완만하게 하늘금을 그리고있는 것을 바라보며 기사 아저씨의 억불봉 백운산 설명을 들어가며 가다보니 어느덧 개울 건너 심원마을을 지나 오른쪽 산으로 들어가는 1차선 콘크리트 도로로 잠깐 올라가면 매표소인지 화기 보관소인지 용도를 알 수 없는 산불감시초소 같은 박스가 길가에 있는데 바로 그 뒤로 오르면 된다고 하며 박스 앞에서 차를 태운다 차는 돌릴 수가 없으니 앞에 보이는 진틀 마을로 들어간다

진틀 : 6:50

호젓한 산길을 말 한마디 없이 마냥 걷는다 민가 한 채가 나오며 한여름엔 장사를 하는지 개울가에 평상도 준비되어 있다 그 뒤로 나이롱 밧줄을 둘러친 곳이 개농장인지 여러 마리가 새벽 운동을 즐기고 있다 아줌마 한분이 개밥을 주느라 여념이 없다

병암 : 7:10

30cm 정도 되는 원형 스덴기둥에 지금 가고 있는 거리와 앞으로 가야 할 거리를 표시한 손바닥만한 스덴판을 부착해 산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이후 200m마다 이러한 앙증맞은 이정표가 나타난다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은 아름드리 가문비나무 군락지가 나오며 그 사이사이로 서어나무 때죽나무 느티나무 노각나무들이 그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노각나무는 지리산 인근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식물로서 여름에 피는 탐스러운 흰 꽃이 좋고 얼룩무늬 수피가 아름다워 정원수로 안성맞춤이며 황색 얼룩무늬 덕분에 비단나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가문비나무 군락지 : 7:30

너른터에 바위 너덜이 있는 쉼터는 말 그대로 걸터앉아 쉬기 좋다 비닐 코팅된 쉼터 표시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이후 몇 번 더 이런 쉼터를 지나간다

쉼터 : 7:40

스텐 이정표에 신선대 1.1km 상상봉 1.3km 갈림길도 쉬기에 좋다

진틀삼거리 : 8:00

인조목 계단이 나타나는 곳부터 급경사 된비알을 올라야 한다

인조목계단 : 8:30

능선 마루로 올라서면 스텐 이정표가 반긴다 진틀 3.1km 정상 0.3km 억불봉 5.7km 라고 안내하고 있다

능선삼거리 : 8:40

이후 완만한 능선을 오르면 암봉인 백운산 정상인 상상봉이다 지리 연릉이 아스라하게 하늘금을 그리며 가야 할 나지막한 능선이 섬진강과 함께 나란히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오른쪽 사면으로 매봉 내려가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백운산(상상봉) : 8:50 9:20 출발

전에 호남정맥 완주시 산신제를 지냈던 정상 밑에 묘에서 묘지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오른쪽으로 대충 내려가면 좋은 길이 나온다
이후 헬기장이 계속 나온다 억새만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간다

헬기장 : 9:30

잡관목만 빼곡한 묶은 헬기장을 지난다

헬기장 : 9:50 10:00 출발

억새만 무성한 묶은 헬기장을 또 지나간다

헬기장 : 10:10

또 잡관목만 지천으로 어우러진 망가진 헬기장을 지난다

헬기장 : 10:20

좌우로 내려가는 길이 없는 안부로 가다 회색빛 뱀을 만난다 머리는 엄지손톱만 한데 몸통은 제법 굵은 뱀이다 도망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옆으로 지나가는데 고개를 돌려가며 쳐다본다 약간 기분 나쁜 뱀이다

안부 : 10:30

이후 계속 오름 짓을 하다보면 정상인 듯한 봉우리에 올라서게 되는데 삼각점이 없다 지도에는 분명히 매봉 정상에 삼각점이 있어야 하나 찾을 수가 없다 의아해하며 잠깐 가니 정상보다 조금 낮은 곳에 헬기장이 있으며 삼각점이 그 가운데 있다

매봉 : 11:00

헬기장으로 올라서기 직전에 오른쪽으로 내려서 진행하다보면 동남쪽으로 꺾이는 곳이 나온다 직진하는 좋은 길은 지도에 점선으로 표시된 골안마을 가는 길이므로 상당히 주의를 요하는 지점이다 가늠을 잘 해서 오른쪽으로 90도 각도로 꺾어서 진행해야 한다

동남진지점 : 11:10 11:30 출발

오른쪽으로 백운산 능선이 억불봉까지 일목요연하게 흐르는 것을 나무 사이로 가끔씩 바라보며 걷는다 하여튼 끝까지 억불봉 2개의 암봉을 바라보면서 가면 맞는 길이다 511봉 가기전 오른쪽 옆사면으로 돌아 오른다 물론 능선으로 진행해도 좌우 길 없는 안부와 만나게 된다 이어서 10분 정도 힘들게 오르면 억새와 잡목으로 어우러진 묶은 헬기장에 삼각점이 있다

511봉 : 12:40


정상에서 내려가는 두길중 오른쪽 길로 내려가면 천황재이다

천황재 : 13:00

하늘만 빼꼼한 무덤터는 야영지로서는 적격이다

무덤터 : 13:20

진행하다 보면 오른쪽 아래로 외회마을 파란색 지붕이 보이며 우리 발자국 소리에 반응을 했는지 개 짖는 소리와 소 울음소리가 지척으로 들린다

외회마을 : 13:30

십자안부 : 13:40

좌우 길이 없는 갈미봉 직전 안부에서 식사를 한다 힘을 비축해야 한다면서....

안부 : 13:50 14:10 출발

정상에서 그냥 직진하면 정상을 밟지 않은 것이 되므로 몇 발자국 뒤로 가면 대삼각점이 파헤쳐져 뿌리를 들어낸채 옆으로 누워있다 펑퍼짐한 텐트 몇동 칠 수 있는 정상이며 누가 불을 피웠는지 불 피운 지저분한 흔적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좀 못마땅한 기분이 든다

갈미봉 : 14:40

갈미봉 내려간 안부부터 조망이 가끔씩 터진다 좌측 까마득한 밑으로 섬진강 푸른 물이 보이며 억불봉의 특이한 모습이 오른쪽으로 올려다 보인다

안부 : 14:50

쎄미크라이밍으로 오르면 모처럼 만의 전망대로 오르게된다

전망대 : 15:10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내려간다

삼거리 : 15:20

10분 사이로 안부 두군데를 거쳐 쉬어가기 좋은 바위지대를 지나가게 된다

바위지대 : 16:00

이어서 갈림길에서 동쪽(왼쪽)으로 꺾어서 내려가야 옳은 길이다

동진지점 : 16:10

아 이름도 요상한 쫓비산 가기가 이리도 힘드는가 가도가도 고만고만한 산능선을 지루하도록 간 뒤에야 오를 수가 있었다
정상엔 뿌리가 땅 위로 나와 있는 대삼각점이 지키고 있다

쫓비산 : 16:30

정상에서 오른쪽(남쪽)으로 진행한다 또 고만고만한 능선을 가는데 잡관목과 잔솔이 섞여 있어 지나는데 만만치가 않다 그 놈의 큰 배낭이 자꾸 잔가지에 걸리니 일일이 배낭을 벗어서 고쳐매기도 그렇고 하여 힘으로 밀어붙이자니 온몸의 기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 펑퍼짐한 구릉 삼거리에서 주의하여야 한다

구릉삼거리 : 17:20

직진길도 좋고 우측으로 가는 길도 좋다 처음에는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한참을 가다보니 아무래도 도면상 죽림으로 내려가는 점선으로 된 길을 가는 것 같아 빽해서 직진길로 조금 가다보니 무덤이 나오며 전망대 구실을 똑똑히 하고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리산의 여러 줄기들과 하동읍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 물빛과 그 물길을 가로지르는 섬진교 등 실제로 오래간만에 막힘없는 조망을 선사하고 있다 이후 길은 나빠지며 급경사로 내려가다 약간 높은 봉우리로 오르면 오른쪽으로 수어지 끝자락이 보인다
10분 정도 내려가면 웬 임도냐? 잘 닦인 임도로 내려서면 황토집이 나온다

임도 : 17:50

누런 황토로 집을 만들었는데 버섯 모양과 같이 둥글둥글하게 만든 것이 무슨 만화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집이다 뭐랄까 만화 스머프에 나오는 집이라면 비유가

될는지 모르겠다 좌우지간 이국적인 냄새를 뭉청뭉청 맡으면서 도로 따라 내려가니 아뿔사 조그만 계곡을 하나 건너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니 앞에 흐르고 있는 산줄기가 정맥이며 지금 내려온 줄기는 지능선이었던 것이다 소급해 보면 구릉성 삼거리서 처음으로 갔던 오른쪽으로 가는 능선이 정맥이 맞았던 것이다 만약 지능선으로 빠지지 않았다면 이 멋진 황토집을 구경하진 못했을 것이다 바로 옆 능선이니 그냥 종주한 걸로 한다
토끼재 다 내려가도록 각가지 다른 모양을 한 황토집이 수없이 많다 용도가 불분명해 의아심을 가지고 토끼재에 도착하니 입구에 느랭이골 자연휴양림이란 간판이 나온다 통나무집 휴양림은 많이 보아 왔는데 황토집은 처음이다 건축 자재들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개장하지는 않은 것 같다 토끼재는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2차선 포장도로로써 수어지와 섬진교 건너 하동 땅으로 가는 도로다

토끼재 : 18:30

앞 능선을 올라 쓰러지고 녹슨 철조망을 조심스럽게 건너가면 묶은 임도다 잠시 가다 단풍나무 밭가에다 텐트를 친다

야영지 : 18:50

사람 소리가 들릴 정도로 수어지 마을은 가깝다 5분 정도면 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거리다 산사면을 휘돌아 토끼재로 넘어가는 도로가 내려다보이며 밤중인데도 가로등은 밝기만 하다 저녁 짖는 굴뚝 연기에 마누라는 아련한 추억의 향수를 느끼는 모양이다 광양에서 탄지터널 지나 하동으로 가는 기차 소리 또한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매봉 능선을 가다보면 서울 농대 연습림이란 빨간 표시기를 볼 수 있는데 이 곳 백운산은 백운란 등 백운자가 들어가는 식물이 많고 세계적으로 백운산에서만 자라는 나도승마라는 특산식물이 동사면에 분포되어 있어 일제시대 경성제국대학이 이 곳에 연습림을 만들어 식물 연구를 해오다 해방후 서울대에서 인수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발 맞추어 환경부는 93년 4월 이 일대 292만평을 자연생태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제2구간 백운산군 국사봉구간

일시 : 2001. 9. 23 (일) 맑음 송영희

지명 야영지 바위군 불암산 탄지재 헬기장 안부 십자안부
고도 320 431 170
거리 2 1.5(3.5)
시간 0:20 1:10(1:30) 2:20(3:50) 20(4:10) 10(4:20) 20(4:40)

지명 전위봉 사면 국사봉 안부 묘 십자안부 십자안부 상도재 목과촌
고도 445 90
거리 2.7(6.2) 2.6(8.8) 0,7(9.5)
시간 30(5:10) 40(5:50) 10(6:00) 30(6:30) 40(7:10) 40(7:50) 20(8:10) 10(8:20) 10(8:30)

구간거리 정맥거리 접근거리 하산거리
9.5 8.8 0.7

구간시간 정맥시간 접근시간 하산시간 휴식시간
10:00 8:20 0:10 1:30

텐트를 걷고 주위를 보니 너구리인지 오소리인지 한 마리가 단풍나무 밑에 죽어 있다 산속에서 행복을 누려야 할 야생 동물이 민가 가까운 곳에서 무슨 사유로 죽어 있을까? 일부러 잡았다면 가지고 가 인간을 위해서 유용하게 쓰였을텐데 버려져 있으니 그 또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슬이 밤새도록 내려 촉촉이 젖어 있는 텐트를 걷고 집에서 가지고 간 밥을 찬물 말아먹는다 신문지에 싼 얼음물이 아직도 건재하다 산밑 호숫가 민가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니 마누라가 또 향수에 젖는다

야영지 : 6:50

더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산길로 접어든다 첫봉에 올라 구릉성 평지 비슷한 곳에서 길 좋다고 직진하면 도면상 수어지로 가게되니 주의하여야 한다 근방에서 제일 높은 산이 불암산이므로 좌측으로 불암산이 보이면 잘못 된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가다 빽해서 토끼재 쪽에서 보았을 때 좌측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했다 급경사로 오르니 바위무더기가 나온다 그 앞으로 좌측 일대가 밤나무 밭이며 이후 하산하는 상도재까지 일부 구간구간을 제외하곤 전부 밤밭과 산림의 경계 능선을 걷는다든지 아니면 밤밭 한가운데로 가늠해서 오르내리던지 아니면 낮은 잡관목과 억새 가시 사이를 헤맨다든지 뭐 그런 산행이 계속된다

바위무더기(밤밭) : 7:10

마누라 어머 밤 어머 밤 하면서 한알 두알 주워서 넣다보니 시간이 한없이 흐른다 애기가 따로 없다 버려두고 어떻게 그냥 가느냐고 하면서 연신 주워 넣는다 그러고 보니 배낭만 연신 무거워지고 어깨만 아퍼온다 시큰거리는 다리는 점점 주행 속도를 더디게 한다 도면상 5시간이면 종주할 수 있는 거리를 10시간을 가서야 하산할 수 있었으며 오늘 꼬리 끝을 밟을 수 있는 구간을 중도 하차하여야만 했다
이 멀고 먼 광양땅 그 꼬리 끝을 찾아 하루 더 답사할 수밖에 없이 되어버렸다
불암산 정상부는 짙은 잡관목 가시 억새의 천국이나 키가 작아 조망은 더 없이 좋다 그러나 바람 한점 없는 내리쬐는 햇빛은 나를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불암산 : 8:20

온 몸을 찢겨가며 무려 1시간 20분을 가서야 키 큰 나무숲에서 쉴 수가 있었다 지독한 고행이었다

산사면 : 8:40 8:50 출발

급경사를 내려가니 밤나무밭 한가운데 능선으로 내려가 임도로 떨어진다 바로 앞에 우람한 산하나가 가는 길을 막는다 아무래도 이상하여 지도보고 확인한 결과 지도에 동박동이라 쓰여진 곳에 있는 산봉우리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옆 사면으로 칠 곳이 있을 것 같아 오른쪽으로 임도 따라 가다 능선을 오르기를 잠시하면 좀 전에 내려오던 밤나무 밭 사이 능선을 다시 만난다 조금 더 올라가면 지도상 강진콘크리트라고 쓰여진 강자 부근에서 3개면으로 갈라진다 다압면 진월면 진상면의 경계점이며 오른쪽을 잘 살펴서 길을 찾아 내려가면 2차선 포장도로인 탄지재이다 탄지재를 보면서 밤나무 밭 사이로 내려오는데 거 누구여 하는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보고 놀랜다고 마누라 하는 말 밤 주으러 안왔어요 산타러 다니고 있어요 하며 같이 큰소리 친다 즉각 반응이 온다 밤딸 때 쯤이면 산에 다니지 말아요한다 에그 이 주착아 누가 밤 따러 왔느냐고 묻기나 했어 묻지도 않은 말에 지레 놀라 밤 주으러 안왔다고 했으니 곧 바로 밤 주으러 다녀요 하는 소리와 진배 없으나 더 이상 시비는 없었다
탄지재 왼쪽은 성원산업이 있고 오른쪽은 저 멀리 산능선에서도 확실하게 볼 수 있는 엄청나게 큰 공장 구양실업 들어가는 길이 있다 기대했던 휴게소는 없고 물은 있어도 충분한 양이 못되어 앞으로 가 걱정이다
탄지재 정상엔 정상석이 있으며 높이가 100m라고 하는데 지형도를 확인해보면 170m인데 도대체 어느 걸 믿어야 될지 모르겠다
치고 올라가는 길을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짙은 잡목을 뚫고 들어갈 마땅한 방법이 없다

탄지재 : 10:40 11:00 출발

구양실업 들어가는 길로 잠깐 가다 왼쪽으로 여기는 사유지이므로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있는 잡초만 무성한 묶은 임도를 따라 오르면 묶은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 : 11:20

이어서 안부 하나를 지나고 다시 나오는 좌우길이 뚜렷한 십자 안부에서 숨을 몰아쉰다

십자안부 : 12:00 12:10 출발

이어서 엄청난 급경사를 오른다 오른쪽은 그 산비탈에 밤나무 밭이다 밤 줒으려 올라왔다 실족하면 그대로 굴러 버릴듯한 그런 비탈 전체가 밤나무 밭이고 어린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나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 밤 주워가며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내는 모양이다 이후부터는 진짜 엄청난 급경사로 그야말로 다람쥐도 쉬어 가야 오를 수 있는 깔끄막이다
국사봉인 줄 알고 올랐는데 펑퍼짐하게 넓은 초원이다 쉬기 좋아 앉아서 복숭아 하나씩 먹는다 물 대신...

전위봉 : 12:40 12:50 출발

또 된비알을 오르다 사면에서 퍼질러앉는다 조금만 오르면 정상인 것 같으니 미리 쉬자고 한다

산사면 : 13:30 13:40 출발

이번엔 진짜 된비알을 다섯발로 오르면 차라리 기어서 오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정상 직전 약간의 공터에 이르게 된다
웬 생수통 2개가 버려져 있는데 몇일 안되었는지 먼지 하나 끼지않은 새 것이며 작은통 하나는 아예 마개도 열지 않은 상태다 이게 바로 하늘에서 맑은 물이 뚝 떨어지는 형국이 아닌가 어떻게 물이 모자라는 줄을 알으시고 이렇게 생수를 주셨는지 감사하기만 할 따름이다 마개가 따진 큰 생수는 얼굴 팔 다리 씻는데 쓰고 작은병은 마개를 따서 마셔보니 숲속 그늘에서만 있어서 그런지 시원하기 그지없다
세상에 빈 물통을 버려진 것은 종종 볼 수 있지만 개봉도 하지 않은 물이라니 여길 오르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버리고 갔을까 하는 안스러운 마음이 든다 물통을 챙겨넣고 잠깐 오르니 국사봉 정상으로 잡목 잡초 속에 대삼각점이 젊쟎게 가부좌를 틀고 있다 모진 풍상을 견뎌 내려는 듯이......

국사봉 : 14:00

약간 내려가면 너른 무덤터가 나오고 안부로 떨어진다 길은 거의 없다 키 작은 잡관목 억새 잡초 가시밭이라 조망은 좋으나 내리쬐는 햇빛과 독이 오를대로 오른 억새 잡초 가시가 팔 다리 등을 사정없이 그어대니 그 쓰라림이란 참아내기가 상당히 고역스럽다 바로 앞에 보이는 산이 줄기의 흐름상 굵은 능선이라 정맥인 것 같으나 실제 정맥은 오른쪽으로 낮게 흐르다 멈춰 버린 것 같은 낮은 줄기를 타고 남해 고속도로를 넘어간다

안부 : 14:30 14:40 출발

치고 올랐다 잠깐 내려오면 벌초를 잘 해 놓아 쉬기 좋은 묘에서 세상을 관망한다 광양제철 제련소 허옇고 붉은 기둥들이 도열해 있으며 그 사방으로 조망되는 남해바다와 남해도 금산이 그 높음을 자랑하고 있다 뒤를 돌아 지리능선을 쳐다보라 지금 신령님이 내려오시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앞만 보고 능선을 가늠하면 계곡으로 떨어지니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을 뚫어야 한다

묘 : 15:20 15:30 츨발

가늠해서 내려서면 좌우 길이 확실한 안부다

십자안부 : 16:10

다시 한봉을 올랐다 내려가는 길은 밤나무 밭 속이다 잠시 내려가면 밤나무 밭을 가로지르는 밤밭내 비포장 경운기 길이 나온다 정맥은 임도 건너 직진해야 한다
임도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진상읍이다

임도 : 16:30

직진하다 보면 길이 끊어지므로 맥을 가늠해 밤밭 사이를 요령껏 내려가면 경운기 정도 넘나들 수 있는 안부로 채소밭이 잘 가꾸어져 있다 실제로 경운기 한 대가 올라와 있다

상도재 : 16:40

여기서 약간 망설인다 어차피 오늘 망덕산까지 가기는 글렀다 고로 어차피 하루 더 와야하니 전번처럼 막차가 끊어져 택시타고 하는 뭐 그런 불편이 없으려면 기차가 다니는 진상읍으로 탈출하여야 한다 오른쪽으로 탈출하다 보니 이 임도는 과수원내 길이다 다 내려오니 박씨 문중의 사당이 까맣고 하얀 색깔로 새로 단장을 하여 그 폼이 산뜻하게 날아가는 듯하다
마침 올라오는 농부가 있어 이것저것 묻다가 확인을 한번 한다 아저씨 이 고개가 상도재죠 하니 깜짝 놀랜다 아니 외지인이 어떻게 이 고개 이름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도 가지고 다녀서 알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하다고 한다
광양시로 가려면 진상읍까지 가야하나요 하니 요밑 마을에 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고 하며 "고생 하시쇼 이"하면서 상도재로 올라간다 지도상 869번 지방도로인 상도재 밑 목과촌으로 내려온 것이다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한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탈출하였다 구멍가게도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목과촌 : 16:50

동네 사람에게 버스편을 묻고 택시비는 얼마냐고 물어 보니까 한 6000원이면 된다고 한다 마침 빈택시가 한 대 오길래 타고 가면서 밤 이야기를 하였더니 여기 광양에서 나오는 밤이 전국적으로 15%를 조달한다고 한다 대단한 양이다
버려논 것처럼 보이나 다 임자가 있다고 한다 단지 놉을 얻어 수확하려니 수지가 안맞아 버려 논 곳도 상당수 된다고 한다 밤밭은 일년에 두세번 벌초를 해 주어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고 한다
우리 농촌이 왜이리 되었을꼬! 가슴이 또 답답해진다 메다 요금이 9000원 이상 나왔는데 그 사람은 왜 6000원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광양시에서 마지막 출발하는 18:00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제3구간 백운산군 천왕산구간

일시 : 2001. 9. 30 맑음

지명 진상 목과촌 상도재 167봉 869번도로 무명봉 진목고개
고도 90
거리 2 0.7(2.7) 2.5(4.7)
시간 0:30 10(0:40) 30(1:10) 20(1:30) 10(1:40) 20(2:00)

지명 항동고개 헬기장 남해고속도로 천왕산 160봉 동진점 사거리
고도 225
거리 2(6.7)
시간 10(2:10) 30(2:40) 10(2:50) 50(4:00) 30(4:30) 20(4:50) 10(5:00)

지명 2번국도 건너편 망덕산 팔각정 망덕포구 진월면
고도 197 0 0
거리 2.5(9.2) 3(12.2) 1(13.2)
시간 20(5:20) 10(5:30) 1:20(6:50) 10(7:00) 20(7:20) 10(7:30)


구간거리 정맥거리 접근거리 하산거리
13.2 9.5 2.7 1

구간시간 정맥시간 접근시간 하산시간 휴식시간
9:50 6:40 0:40 0:10 2:20

추석날 차례를 지내고 대망의 호남정맥 마지막 남은 꼬리를 찾으러 떠나려고 기차표까지 끊어놓았는데 시간을 못마쳐 그대로 귀한 표를 썩여버린 아쉬움이 남아 있는 구간이다
추석날 밤 11시 59분 발 열차를 타러 가는데 왜 10시부터 난리치느냐고 마누라가 성화다 사실 그말이 맞다 30분밖에 안걸리는 곳을 일찍 가봐야 멍청하니 대합실에 앉아 있던지 아니면 로비에서 캔맥주를 홀짝거리든지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미지적거리다 11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서 82번 버스를 기다렸으나 감감 소식이라 결국 천방지축 날뛰어 11시 35분 넘어 택시를 타고 달렸으나 이 기사 지리를 모른단다 결국 오목교 부근에서 11시55분 도저히 시간에 댈 수가 없어 집으로 돌아 왔으니 나의 생전에 늦어서 가지 못한 것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차표는 반납하면 될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목적지 도착하기 전에 반납해야 일부라도 받을 수가 있다고 하니 그냥 쌩돈과 택시비만 날리고 홧김에 집 근처 생맥주집에서 술추렴을 한 것이 엊그제라 사무실 출근하자마자 다시 금요일 밤차를 예약했는데 ..

그런데 갑자기 10월 8일부터 교육을 가라고 한다 이 교육에 점수를 잘 받어야 승진 서열 등에서 남들 보다 앞서 갈 수 있으므로 몇 달 전부터 모든 자료를 구하여 고시원에서 밤들을 하얗게 밝히곤 하다가 교육을 받으러 가는데 나는 달랑 며칠 남겨놓고 교육을 받으란다 좀 난처했으나 이런 기회는 좀채로 오지 않을 것 같아 덜렁 승낙은 해놓고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0점보다야 7, 8십점이라도 챙기면 좋지 않은가 꼭 99점을 맞아야 하나 편한 마음으로 교육을 받기로 작정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진다
10월 5일 밤열차에 몸을 실었다 멀고 먼 길이다 광양지나 진상에 내리니 사위는 깜깜하다 여명이 터오기 전 그 상쾌한 내음이라니... 가로등 몇 개가 길을 밝힌다

진상역 : 6:00

방향을 남으로 잡고 도로따라 걷다 중간쯤 수어천을 건너가야 한다 만약 도로를 따라 건너려면 10리길은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적당히 가다 수어천 강변으로 나가보니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징검다리 건너 포장된 농로를 따라 가면 목과촌이다

목과촌 : 6:30

전번에 내려오다 있는 박씨 문중의 사당은 멀리서 보아도 확실하게 보여 길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사당 지나 상도재 오름길은 감나무 밭이다 단감 하나 따먹고 연시 두 개 따먹고 기분좋게 오르니 고개 양옆이 밭이고 밤나무 단지다

상도재 : 6:40

취밭 지나고 밤밭 지나고... 또 취밭 지나고 밤밭 지나고... 또 취밭 밤밭이 번갈아 나오며 밤은 발에 채이는 것만 주워도 배낭 무게가 점점 무거워진다
외동대로 올라와 흰빛 가련한 꽃을 피우는 취밭은 씨를 받을려는지 일손이 모자라 출하 시기를 놓쳤는지 온 밭 그득그득 버려져 있다 쌈싸 먹으면 맛이 그만인데 아까운 생각을 접고 또 밤밭이다 좌우지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167봉을 두시간을 더 가서야 도착했다 정상은 무덤 1기와 삼각점이 자리하고 있다 삼각점 위에 앉아 아침을 먹는다

167봉 : 11:50 8:30 출발

그런대로 길은 잘 나 있어 쭉 내려가니 2차선 포장도로인 869번 지방도로이다

869번도로 : 8:50

도로 건너 오른쪽 철책 끝에서 밤밭 사이로 오른다 정상엔 무덤이 넓게 차지하고 있으며 그 주위는 전부 밤밭이다

무명봉 : 9:00

평장을 한 가족묘지를 지나 밭과 과수원을 지난다 발밑이 이상해서 내려다보니 땅벌 소굴이다 자칫 밟았다면 또 전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테니 그때는 마누라라도 옆에 있어서 위기를 넘겼지만 이번엔 나 혼자인데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벌에 쏘여 죽는 사람이 어디 한두명인가 얼른 건너 뛰어 1차선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나간다
" 정석화학 공장 건립 결사 반대 진목마을 주민 일동 " 프랑카드가 걸려 있다
예전 같으면 서로 유치하려고 난리들을 쳤을텐데... 이제는 모두 반대다 민도가 높아 졌음을 의미한다 환경에 대해서 이제는 철저히 검증하여 주민을 이해시키고 그 후에 반듯이 실천하는 업주가 아니면 점점 깨어가는 주민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현상이다

진목고개 : 9:20

이후 콘크리트 도로따라 오르면 조망이 터지며 오른쪽으로 바다와 남해 고속도로가 능선과 나란히 달린다
가족 평장묘지를 지나서 항동 넘는 고개에서 건너편 밭으로 올라가면 펑퍼짐한 봉우리를 넘어간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길이 좋으나 정맥은 오른쪽으로 보이는 무덤으로 해서 동네 넘어 다니는 안부로 내려선다

십자안부 : 10:00

밭가로 해서 오르면 노인네 댓명이서 깨와 콩을 베고 털고 한다 밭 가운데 있는 커다란 집채바위(적당한 이름이 없어서 임시로 부르는 이름임)에서 왼쪽 좋은 길로 가다 녹사(푸른뱀) 한 마리와 조우했다 이내 너른 헬기장이 나오면 잘못 간 것이니 집채바위까지 빽한다 이 바위에서 오른쪽 억새 사이를 뚫고 나가면 밤나무 밭이며 내려다보이는 남해고속도로는 국도와 나란히 흐른다 왼쪽 마을의 집들은 모두 그림 같다

남해고속도로 : 10:10

능선 바로 옆 항중마을 앞 고속도로 밑으로 걸어나가 앞에 보이는 무명봉을 치고 과수원 사이로 오르다보면 먹을 것 천지다 수확을 안한 감나무 밑에 감들이 지천으로 썩어가고 있다 몇 개 주워서 흙 털어내고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20여분을 오르니 산사면 전체를 가로질러 무슨 초록색 나일론망이 쳐져 있으며 그안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사유지라 아마 과수원 경계를 표시해 놓은 것 같다

나일론망 : 10:30

어느 쪽으로 가야 개구멍이 있을까 오른쪽으로 감잡고 잠깐 도니 아니나 다를까 개구멍이 아니라 휑하니 찢겨져 있다 염치 불구하고 통과하여 거슬리는 개소리를 못 들은척 하며 빠른 걸음으로 급경사를 오르니 과수원이 없어지며 지독한 가시 천국이 나타난다 지금부터 길을 만들며 진행해야 한다 쓰러뜨리고 밟고 제치고 시간과 체력이 한없이 들어간다 가시천국을 지나니 어렴풋한 길이 보인다 급경사에 산밤나무가 가끔씩 나타나 또 시간을 잡아먹는다 정상은 묘이며 그 뒤로 시루떡을 옆으로 세워논 것과 같은 암봉이 있다 온 세상이 전부 조망되는 그런 봉우리라 시원하기 그지없다 왼쪽으로 돌아 나가니 길이 뻥 뚫려 있으나 도면보고 확인해 보니 정맥 줄기는 아니다 다시 묘로 빽해서 요리저리 살펴보고 나니 바로 이 암봉 사이를 타고 넘어야 정맥인 것 같다

천왕산 : 11:20 11:40 출발

약간의 릿지를 하며 넘어가 죽 내려가면 망가진 철망문 안으로 들어가 조그만 바위에 걸터앉아 간식을 먹는다

안부 : 11:50 12:10 출발

철망문 안으로 잠시 진행하다보면 다시 철조망을 넘어야 한다 잔솔과의 힘든 싸움이 시작된다 설상가상으로 바위가 종종 나타나 나를 힘들게 한다 이윽고 광양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드넓은 수어천가의 황금 벌판 그 뒤로 광명 이주 단지가 그림처럼 지척으로 느껴지는 160봉 정상은 조망이 뛰어나다

160봉 : 12:30

잠깐 내려간 묘에서 묘를 지나기 바로 전 좌측으로 길을 찾아 한동안 바윗길을 가다보니 기분이 좋다 바위 사면의 그 쫀독쫀독한 느낌이 나를 즐겁게 해준다
다시 맹감과 잔솔 짜증나는 길을 뚫고 가면 정맥은 묘에서 동쪽으로 머리를 튼다

동진지점 : 12:50

이후 길이 좋은 숲길이고 거미줄처럼 엉겨 있어 가늠을 잘해서 진행해야 한다 수시로 동쪽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거리안부 : 13:00

직진해야 정맥이나 그 끝은 절개지임이 분명할 것임으로 왼쪽 계곡으로 빠지는 듯한 길로 내려가면 절개지 가 수로에 닿게된다 수로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해 낙석방지용 철책 중간 끊어진 곳으로 내려가면 2번 국도인 4차선 도로다 중앙분리대를 높게 설치해 놓아 눈치보며 전력 질주 건너 갈 수도 없다

2번국도 : 13:20

오른쪽으로 도로는 올라가고 있으며 그 끝에 주유소가 있다 광양과 망덕 가는 삼거리 갈림길이라 중앙분리대가 없다 눈치껏 길을 건너 올라온 반대편으로 내려가며 지형을 살펴보니 도로가 바닷가 산사면을 넘느라고 더 높아 보였으며 정맥은 아까 내려온 수로에서 건너편 교통안내판(진주 68km 하동 21km) 앞 농로 따라 가족묘지를 바라보며 오른다 오른쪽으로 논에 있는 물은 주유소 뒤쪽으로 흘러 바다로 가게 되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지형상 높은 도로 꼭대기는 고개가 아니며 도로 자체가 정맥인 것이다
농로 옆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추수를 하고 새참을 먹는 중인 것 같다

2번국도 건너편(논) : 13:30

농부가 있는 길로 가면 좋은 길이 망덕으로 나 있을 것 같으나 굳이 맥을 집는다고 절개지 가로 농로 따라 가족묘지 위로 올라서면 그 앞으로 산자락을 대책없이 깎아내리고 있다 아마도 휴게소 같은 것을 지을 목적이 아닌가 싶다 밭을 지나면서 길이 점점 흐려지면서 이내 길이 없어지며 경사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초록색 철망이 가는 길을 막는다 무슨 용도로 이 험한 산사면을 막아 놓았을까
철망을 피해 옆사면을 돌면서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역사 이래로 최악의 구간이다 잔솔 잡목 가시가 빼곡해 몸 하나 빠져나가기도 힘드는데 키 큰 배낭을 메고는 도저히 뚫어지질 않을 것 같다 솔가지는 분질러 뜨리고 가시는 밟아서 디디며 옆으로 걷어내며 길을 만들어 오르다 바위 사면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기운도 다하고 무엇보다 옷 속으로 들어간 바늘 같은 잎과 떨어진 가시가 온 몸을 찔러싸며 그 사이로 땀이 강물처럼 흐르니 견뎌낼 수가 있는가?
온 몸을 벗고 닦아내고 뜯어내고 다시 길을 만들며 오른다 시간은 기약없이 흐른다
산사면 : 14:40 14:50 출발

망덕산 정상은 여기저기 너른터에 잘 가꾸어진 묘지다

망덕산 : 15:00

묘지 지나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서 잠깐 내려서면 시루떡을 겹겹이 쌓아서 만든 듯한 너른 바위 전망대가 나오며 그 아래 바위 전망대엔 팔각정이 지어져 있다
浮石樓란 현판이 내마음을 뜬구름처럼 만든다
마지막으로 옷을 벗어 여기저기 걸어놓고 사방을 굽어본다 바닷가를 따라 그림 같은 집들이 즐비하며 논 한가운데 있는 섬진강 교회가 몇백년전 중세를 연상 시킴은 무슨 이유에설까?
섬진강 하구 배한척이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날아가며 그 뒤로 남해 금산이 머리 위에 무거운 짐을 한짐 지고 있으면서도 의연히 세상을 굽어 살핀다

팔각정 : 15:10 15:20 출발

대충 마른 것 같은 옷을 다시 걸쳐입고 온 길을 빽해 왼쪽으로 난 좋은 길을 가다보면 삼거리에 스텐이정표가 나온다 약수터 110m 정상 410m 약수터 쪽으로 덕유산악회 "산이 좋은 사람들" 리본이 붙어 있어 좋은 길따라 2번 국도로 나간 것 같다 묘 주위 너른터에 또 스텐이정표다 약수터 170m 정상 510m
이윽고 동네 세멘 포장길을 내려가면 파도횟집 뒤로해서 외망포구로 내려서니 횟집천국이다 손님은 한팀도 없는 것 같다 백합조개구이 바지락회 각종 생선회 재첩회 등 군침이 도나 혼자 먹기가 뭐하고 또한 서울까지 가려면 차편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가운데 시간을 쓸 수는 없는 일이라 군침만 삼키며 차부로 간다

외망포구 : 15:40

도로 따라 가다보면 팔각정에서 본 섬진강교회를 지나고 몇백년을 묶었을 당산목을 지나며 진월남초등학교 앞으로 해서 진월면사무소 앞 버스 차부로 간다 이곳은 면소재지로 광양 등 시가지 나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으며 서있는 택시도 상당히 많다 시골 한적한 포구치고는 생기가 도는 동네다

아 이제 호남정맥의 꼬리도 내 품안에 안겼나 내가 그 꼬리에 안겼나
너무나 정겨웠던 3일간이었다 시간을 내어서 2박3일로 종주를 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시간도 많이 나므로
망덕포구 바닷가 파도 소리를 술로 삼고
이름 없는 무명봉들을 안주 삼아
금산 지리산을 벗으로 삼고(불경죄로 산신령에게 혼나지나 않을는지?)
억불봉 종소리를 추임새 삼아 한잔 꺾으며 흥을 돋우면 더 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또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은 또 혼자라서 그런가 보다?


호남정맥의 꼬리를 찾아서 -끝-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