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18차 구간종주 산행기(2)


1.산행일정 : 2002. 6. 1- 6. 2(1박2일)

2.산행구간 : 제23~24구간(도래기재-태백산-화방재-피재 : 45.1Km)

3.산행친구 : 당나구와 몰이꾼(이승철)

4.산행여정

- 6/ 2 : 제24소구간(화방재-만항재-함백산-은대봉-싸리재-금대봉-비단봉-매봉산-피재:21.5Km)
03:15 기상
04:10 화방재 출발
05:15 만항재
06:20 함백산(1,572m)
07:55 은대봉
08:10 싸리재(두문동재)
08:40 금대봉
10:00 비단봉
10:50 천의봉
11:31 피재(삼수령)
(총 산행시간 : 7시간 20분)

5.산행기

- 나그네 길

눈을 뜨니 이승철 뫼사랑 회장이 방안에 앉아 있다. 몇 시냐고 물어 보니 3시15분이란다. 아침으로 햇반
과 누룽지로 죽을 만들어 먹는다. 이 회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땐다. 무릎이 아파서 오늘 산행은 못하겠단
다. 하기야 부서 등산동호회라야 간혹 인근의 산행이 고작인데 어제의 산행이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것이고 오늘 따라 붙었다가 혹시 뒤쳐져 나에게 부담이 된다면 괜히 미안스러우니 그 걸 피하고 싶었으리라. 기차 역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이 회장의 배웅을 받으며 함백산으로 향한다.

어평재휴게소에서 태백과 영월을 이어주는 31번 국도를 건너면 경찰 검문소가 있다. 그 뒤로 빈집이 있고 마당 옆에서 집 뒤로 가면 대간 마루금이고 곧장 수리봉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숨이 턱턱 막힌다. 온 몸이 금방 땀으로 젖는다. 가지런한 침엽수 낙엽송들이 곧게 뻗어 있다. 그 사이로 반쪽의 조각달이 창백한 빛을 비추고 있지만 숲 속은 여전히 어둡다.

희미한 불빛으로 길을 찾으며 산죽과 잡목넝쿨 우거진 길을 헤치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언제나 어둠은 겁이나고 불확실하다. 인생도 새벽이 없는 밤의 어둠만 계속된다면 지옥과 같을 것이다. 동녘이 어슴푸레 밝아 온다. 숲 속은 다시 싱그러운 모습으로 한 대간꾼을 반갑게 맞아 준다.

언뜻 보아도 중요한 시설이다 싶을 철조망을 지나고 자갈길을 따라 만항재에 이른다. 저만치 만항재 쉼터라고 적힌 휴게소는 아직도 문을 열지 않았고 오른쪽으로 꼭대기에 온갖 중계탑으로 장식한 함백산이 올려다 보인다. 산의 고장 강원도답게 넓은 고원지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아스팔트 포장 길을 지나 철탑 밑의 표지기를 따라 함백산으로 향한다. 유난히 무슨무슨 나그네라는 표지기가 눈에 많이 띈다. 많이 보아 온 구름나그네가 있는가 하면 바람나그네도 있고 신바람나그네가 있는가 하면 겨울나그네도 있다. 이름에서 나타나는 겨울, 구름, 바람이라는 말이 자연의 현상이긴 하지만 어쩐지 쓸쓸하고 왔다가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기에 나그네와 어우러져 더욱더 나그네스러움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 길을 혼자 가는 모두가 아마도 나그네가 아닐까? 옛날 어느 가수가 불렀던 노래가 생각난다.

인생은 나그네 길 ~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

인생은 벌거숭이 ~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 져 가는 길에 ~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
소리없이 흘러서 간다 ~

된비알을 힘겹게 올라 능선에 올라선다. 일찍 올라 온 등산객들이 아침을 먹고 있다가 나 보고 술 한 잔 하라 한다. 아침해가 정면에서 비친다. 눈이 부시다. 해를 안고 함백산 정상에 올라선다. 2002. 5.11 古汗邑 正木會에서 세운 큰 표지석에는 咸白山(1,572.9m)이라 음각되어 있다. 표지석 옆에 쌓아 놓은 여러 기의 돌탑들이 송신 중계탑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바람이 불어와 젖은 땀을 식힌다. 시원하다. 지나온 백두대간의 능선과 태백산이 아침 햇살을 받아 엷은 연무 속에 갇혀 있다.

함백산을 내려서서 주목 보호 철조망을 지나 고사목과 철쭉이 함께 어우러진 고즈넉한 산길을 걷는다. 아침의 맑은 공기가 코끝에서 가슴 깊이 전해진다. 숲의 향기가 감미롭다.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고생하는 다리를 쉬게 한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흘러간다. 골짜기로부터 바람이 불어와 스쳐 지나간다. 눈을 감고 바위에 눕는다. 모든 게 편안하다. 이대로 있고 싶다.

은대봉을 지나서 싸리재로 내려 선다. 큰 철문과 가시 철조망이 길을 막는다. 대간길에 때아닌 철조망통과라니... 해발 1,268미터인 싸리재는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을 연결하는 38번 국도가 꼬불꼬불 힘겹게 올라 지나가고 두문동재라고도 한단다.

무겁게 내린 바리케이트를 지나 금대봉을 오른다. 산불 감시초소가 우뚝 서 있고 양강발원봉이라 적혀 있다. 북동으로는 한강으로, 남동으로는 낙동강 흐름의 발원지라는 하얀 표지목을 지나 완만한 능선 길로 내려선다. 숲 길은 햇빛이 제대로 들어 올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하다. 지리한 능선과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 비단봉을 지난다.

비단봉에서 곧장 내려서니 갑자기 가슴이 탁 터진다. 천의봉까지 이어지는 고랭지 채소밭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도대체 이 넓은 채소밭을 누가 어떻게 짓는가 말인가! 산비탈에 펼쳐진 넓은 밭을 쟁기로 힘겹게 갈고 있는 소가 힘들어 보인다. 배추를 심기 위해 아낙네들이 괭이로 밭이랑을 고르다 말고 들고 있는 스틱을 보고 뭐 잡으러 다니고 묻는다. 뭐 잡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고 등산 왔다고 하자 배낭 벗어 놓고 밭고랑 하나만 골라 주고 가란다.
"아이고! 못합니다. 이렇게 긴 밭고랑은 처음 봤습니다."
정말 길기도 길다. 땀 흘려 밭일하는데 놀러 온 모습 보이려니 미안하다.

천의봉을 내려서서 포장 길을 따라 피재에 이르러 오늘의 여정을 끝낸다. 피재는 해발 920m로 삼수령(三水嶺)이라고도 부른단다. 피재 팔각정 옆 삼수령비에 빗물 가족의 운명이라는 글에는 옛날 빗물 가족이 하늘에서 대지로 내려 오다가 이 곳 삼수령으로 떨어져 아빠 비는 낙동강으로, 엄마 비는 한강으로, 아들 비는 오십천강으로 헤어졌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終)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영주-춘양(기차 15,900), 춘양-도래기재(택시 20,000)
- 복귀로 : 피재-태백(히치하이킹), 태백-통리역(택시 4,000), 통리-울산(기차 15,700)

7.제19차 구간 종주 계획
- 일정 : 2002. 6.23(일)
- 구간 : 피재-댓재(24.0Km)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