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구간 : 문수산군 문수산구간

일 시 : 2002. 06. 01(토)∼02(일) 맑음 비 비 맑음 신경수 송영희
구간거리 : 24.6km 기맥거리 : 11.6km 접근거리:0km 하산거리 :7km 우회거리 :6km

구간시간19:40 기맥시간9:00 하산시간2:20 우회시간2:30 휴식시간4:00 헤맨시간 1:50











2002년 6월 1일
이른 새벽 아니 한밤중이라야 맞는 것 같다
3시35분 백양사역에서 내리니 너무 이른 시간이다 택시를 부르기가 미안해 1시간 동안 대합실에서 모자란 잠을 잔다
장의자에 누워있는 마눌보니 내가 왜 이런짓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다른 사람들은 뜨뜻한 안방에서 곤히 자고 있어야 할 시간에 집 없는 천사(?)처럼 대합실에서 새우잠이라니...
그러나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는 일 아니 돌이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이 길을 나는 택했을 것이다

전번에 이용했던 조기석씨 집으로 전화를 하니 금방 들어와서 자고 있단다
깨우기가 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 할 수 없지
무조건 역앞 사거리에서 빈택시를 기다리고 있자니
부지런한 사람이 어디 가시느냐고 묻는다
" 아 예 양고살재 가는데요 "
"그래요 그럼 이리 오세요" 한다
사거리에서 좌측으로 조금 가니 금란미용실이 있는 3∼4층(정확히 세어보지 못했음)짜리 건물로 가 누굴 소리쳐 부른다 창문이 열리며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손님이 계셔 양고살재 가신대 빨리 나와"
아이고 이게 웬일 이렇게 친절한 사람도 다 있다니 복 받으십시오
요금은 묻지도 않고 탄다
전번에 이용한 조기사는 메다도 안꺾고 부르는대로 주었는데 이 기사는 아예 아무소리 않고 메다를 꺾고 간다
양고살재에 도착하니 요금 6150(?)원 7000원을 드리니 좋아한다
마눌 하는 말 "전번 그 사람은 봐 주는 척하며 7000원을 받았는데 결국 받을 것을 다 받았잖아요" 하여간 입맛이 약간 쓴건 사실이다

참고삼아 여기 그 기사를 소개한다
전남 장성군 북이면 사가리 587번지
전남31바 6005 북이개인택시,금란미용실 대표 공재평
전화 061-392-8122, 011-609-8670

택시에서 내리니 그 이른 시간에 방장산 오르는 서너사람을 볼 수가 있었다
반대편으로 가는 것을 보며 의아한 눈치들이다 어 거긴 산이 없는데 ...

양고살재에는 방장산 쉼터가 조성되어 있고 태극기 새마을기 장성군기가 펄럭이고 있다

양고살재 : 5:20

임도 따라 잠깐 오르면 154000V 철탑에서 산속으로 들어가면 길이 희미하다
잠깐 가면 다시 임도가 나온다 오른쪽을 보니 바로 도로다
즉 능선이 당분간 양고살재에서 고창쪽으로 가는 도로와 나란히 간 것이다
여기서 임도 따라 쭉쭉 오르면서 임도 양켠으로 지천으로 흐드러진 산딸기를 빨간 산딸기를 마음껏 따 먹어가며 진행하니 시간이 휘영청 늘어진다 이러한 산딸기 행진이 수량동고개 가기 전까지 계속된다
임도 삼거리에서 오른쪽 오름길을 택한다

임도삼거리 : 5:35

오름길에 126번 철탑을 지나간다

철탑 : 5:45

임도가 오른쪽으로 희어지는 곳에서 완쪽 산으로 들어간다

산듬 : 5:50

길이 희미하고 역시 산딸기가 많아 진행하는데 애로가 따른다
죽 오르면 초지로 된 둔덕같은 정상에서 길이 갑자기 없어진다
잠깐 빽해서 좌측으로 능선을 가늠해서 마눌 먼저 가시를 헤치며 무명봉에 올랐다
"거기 삼각점이 있어 없어" 있단다
그러면 도면상 죽청제로 가는 산줄기상 404봉이 틀림없으니
"아야 삼각점이 있으면 잘못 왔으니 빽이다"
초지 둔덕같은 곳으로 다시 가 길이 안보여도 무조건 직진하며 내려서니 희미한 길이 나온다 초장부터 30분간 헤맸다
도저히 헤맬곳이 아닌데도 알면서도 뭐가 쓰였는지 결과는 헤맸다

초지정상 : 5:55 6:25 출발

가시나무 풀숲을 헤맸더니 팔다리가 성치 못하다
자연스럽게 임도로 내려섰다 에고 방향을 보니 그냥 임도 따라 와도 될 뻔했는데 공연히 마루금으로 진행하려다 아까운 시간만 잃어버렸다 이후 임도 따라 진행한다

임도 : 6:35

길 오른쪽에 있는 철탑을 두 번 지나고 임도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내려가고 기맥은 산으로 들어간다
입구에 산선배이신 박성태님의 노란 표시기가 틀리지 않고 왔음을 축하해 주는 것 같다

산듬 : 6:50

묶은 임도가 나타나면 임도 끝까지 가서 산으로 들어간다

임도끝 : 7:05

길이 없으니 가시나무와 싸우며 둔덕같은 정상 비슷한 곳에 도착하면 또 박성태님의 표시기가 반갑군요 한다
좌측으로 초지에 묻혀 있는 묘가 여러기인데 단기 4324년에 세운 "동중추부사조공항지묘 배정부인영광정씨합장묘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무덤가엔 또 에누리 없이 고사리밭이다 쏙쏙 올라온 고사리를 꺾다보니 또 시간이 마냥 늘어진다 마눌 신이 났다
할머니 제사는 물론 아꼈다가 추석까지 치를 수 있겠다고 흥이 났다
아마 이곳이 도면상 솔재와 원골재로 빠지는 능선이 있는 삼거리봉인 것 같다
길을 찾아야 하는데 직진길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가시나무 잡목숲이다
묘지 아래로 임도가 이어지는데 이 임도를 따라간다

삼거리봉 : 7:35 8:00 출발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지만 키큰 나무가 꼭 찔레꽃같은 하얀꽃을 가는 길에 수를 놓고 나를 부른다 오른쪽으로 철탑이 있는 임도상에 또 고사리가 지천이라 꺾다보니 또 시간만 흘러간다

철탑 : 8:05 8:15 출발

임도 따라 가다보니 앞에 철탑이 보이고 그 너머가 솔재인 것 같다
간간히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통행량도 꽤되는 것 같다
철탑으로 가는 길이 가시나무로 막혀있어 왼쪽 도로로 내려가는 임도 따라 내려가니 솔재 바로 밑이다 이 길은 고창과 장성을 이어주는 898번 지방도로로 2차선 포장도로다
쉼터와 꽃밭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정표에 고창공설운동장 4.8km 백양사 24km 장성댐 12km 라고 한다
전남도기 장성군기 새마을기 태극기 제2건국기가 있으며 연속종주시 텐트치기 좋은 공터도 있다
통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띠지붕을 얹은 간이음식점이 있는데 메뉴표만 붙어있고 영업은 하지 않고 버려져 있으나 지저분하지 않아 쉬어가기 좋다
평상에 앉아 아침을 먹는다 유사시 비박터로 사용될 만하다

솔재 : 8:30 9:05

좌우 임도 버리고 꽃밭에서 임도 비슷한 포크레인 자국따라 오른다 오르고 보니
무덤7기가 나오는데 3기가 새로 쓴 묘이다 봉분을 까만 비닐로 씨워 놓았다
아마도 이 묘를 쓰기 위해 포크레인을 동원한 모양이다
잠깐 오르면 한국통신 송신탑이 나온다

송신탑 : 9:10

이후 길은 없어지고 흔적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물론 가시나무 잡목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399봉 가시 잡목 베어 넘어진 나무 정글을 뚫고 나가야 한다
정상에서 좌측 주홍빛 철탑쪽으로 내려간다

399봉 : 9:50

좌측에서 올라오는 묵은 임도 안부 철탑 있는 곳으로 내려선다

검곡치 : 10:15

이후 그 묵은 임도 따라 오르면 된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묵은 묘가 나오는데 더 이상 진행은 불가다 오른쪽 어딘가로 올라붙어 능선을 타야 하는데 그것을 뚫는 것이 문제다
빽해서 잠시 쉰다는 것이 잠이 들어 일어나보니 50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길이 전혀 안보이는 정글을 뚫고 잠시 나가다 생각해보니 언제까지 이런 정글에서 헤엄을 쳐야할지 그 끝이 안보이니 답답하다
다시 임도로 내려와 이제는 왼쪽으로 내려가는 임도 끝에 묵은 묘가 나오는데 그 뒤로 길은 오리무중이다 앞은 뻥 터져서 조망은 좋다
도면상 금곡마을이 내려다보이며 능선은 오른쪽으로 이어지는데 능선을 제대로 밟지 못했으니 내려가서 올라붙을 요랑으로 묘지 여기저기를 살피다보니 묘지 끝에서 내려 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미한 길이 보인다

임도끝 : 10:30 11:20 출발

내려가 보니 산사면을 돌고도는 길은 임도 형태이나 오래 묶혀놓아 가시와 칡덩쿨 잡목 억새 등이 빽빽하여 돌파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격는다
가시나무가 바로 산딸기 새콤달콤한 그 맛 따 먹어가며 진행하니 또 시간만 억수로 걸린다 비포장임도로 떨어져서 점심을 먹는다
도면에 표시된 두 번째 검곡치 같다

검곡치 : 12:20 12:50 출발

길 없는 가시천국 무명봉을 오른다 길을 만들어 가다보니 시간만 한없이 흐른다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올라서니 앞으로 비자나무(?)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고 있는 구릉성 정상이다 아마도 인위적으로 조림을 한 것 같다
여기서 주저앉으니 졸음이 몰려온다 하여간 오는 산행은 산행을 하는건지 잠을 자러 온건지 분간이 어렵다 또 45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 무명봉이 바로 도면상 동쪽으로 흘러내려 수량동에서 금곡으로 넘어가는 안부에 이르는 봉우리다
앞으로 직진하면 고수면과 고창읍 경계능선이 되는 삼거리봉인 것이다
급히 왼쪽으로 유턴하는 지점인 것이다

무명삼거리봉 : 13:40 14:25 출발

왼쪽 뚫을래야 뚫을 수도 없는 가시 잡목 조금 진행하다 포기하고 정상으로 원위치해서 내려갈 수 있는 직진길로 내려가서 그 다음을 생각해야 했다
잠시 내려가니 웬 임도냐

임도 : 14:30

그러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진행하다 급하게 좌측으로 뻗은 능선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갈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안떠오른다
탈출하자 그래서 수량동 고개로 오르기로 결정을 하고 임도에 발을 맡긴다

여기서부터 수량동 고개에 이르는 구간은 영산북기맥 종주와는 전혀 다른 산행 유람기가 되는 것이다





유람기

임도 좌우는 비자나무(?) 조림지로서 열식간벌, 도태간벌, 중도간벌 등 연구 기록용 팻말이 간간이 나타난다
가는 길을 확인해 보니 도면상 서남 능선에 있는 삼각점 표시가 있는 372봉 어름 북쪽 산사면을 돌고 도는 것 같다
이제부터 수량동 고개까지는 아르바이트 우회 구간이 되는 셈이다

산선배 박성태님 이 글을 보시게 되면 한심하다 탓하지 마시고 이 500m 구간을 연결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려가다 보니 콘크리트 임도 삼거리에 이정목이 서 있다 반갑구나
내려온길 솔재 10km 오른쪽 화산 2.4km 모양성 4km 왼쪽 문수사 3.5km
문수사 글자에 눈을 박고 들여다본다
문수사라 영산북기맥 문수산 사면에 있는 절이 아닌가 정확하게 우회로로 내려오긴 온 모양이다

임도 삼거리 : 15:20

임도 삼거리에 또 이정목이 있다
우측 내림길 고수면 소재지 5km 좌측 오름길 은사마을 1.5km 문수사 3km
문수사라는 글귀를 열심히 되뇌이며 걷는다
고개를 넘으니 신축한 양옥집 한 채가 나온다 반가운김에 주인을 불러 물도 보충하고 차가운 물도 두어대접 얻어먹고 산행에 대한 이것저것 얘기하며 가는 길을 물어본다
이분들은 서울에서 살다가 요근래 고향으로 돌아와서 둘이서 조그만 집 한 채 짓고 터밭 일구며 사신단다 뚝 떨어져 집한채 지었지만 조용한 여생이 그리 좋단다
차 한 대 구입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 아직까지는 외로움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한다

한가로움의 여유 그리고 풍요 고요속에 평화의 기쁨을 느끼며 살고 있는 이 분들의 삶이 그리 부러울 수가 없다 나의 삶도 이분들과 같이 될 수가 있을까 회의적인 느낌만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잠깐 내려가니 2차선 포장도로다
이정목에 솔재 12km 두평리 2km 문수사 3.5km 좌측 문수사쪽으로 도로 따라 간다

은사마을 : 15:40 15:50 출발

잠깐 가니 조그만 은사마을이 산자락에 살포시 앉아 있다
조금 더 가니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며 문수산 도로 확포장공사 팻말이 있으며 자갈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아 곧 포장을 할 것 같다
왼쪽 도로 바로 아래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 들어가며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진짜 가기 싫은 길을 걸으니 자연히 계곡쪽으로 눈길이 간다
계곡 암반은 도로공사로 흙먼지가 잔뜩 끼여 뿌옇다
비가 한번 오지게 와서 깨끗한 본래의 계곡으로 만들어야 할텐데...하면서 그래도 그럴듯한 자리를 찾는다
너른 암반 좋다
이왕 계획한대로 무금치까지 가기는 애시당초 틀려버린 일정 가는데까지 가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아주 여유있는 유람을 즐긴다
"야 밥먹고 가자"
마눌 기다렸다는 듯이 계곡으로 날라간다
옷 벗고 세수하고 발 담그고 여섯가지나 되는 반찬 놓고 밥을 먹는다
6가지 반찬(?) 된장 고추장 마늘 신김치 장조림 멸치볶음 그래서 6가지란다
"그래 진수성찬이다 그런데 김은 왜 빼냐?" 내가 안먹기 때문에 뺏단다
후식은 어떻고 방울토마토 낑깡 참외 수라상 부럽지 않지
거기다 두꺼비 한 마리 캬!~~ 켜!~~
꿈같은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다시 뙤약볕 받으며 진짜로 가기 싫은 길을 걷는다

계곡 : 16:10 17:00 출발

길은 좁아지고 길 양쪽으로 경계측량 깃발이 꼿혀 있는 것으로 보아 고개를 넘는 도로를 개설할 모양이다
그러면 또 군데군데 휴게소 비슷한 음식점들이 생길 것이고
이 계곡도 그 생명을 다하고 인간들에 의해 무참히 죽어 갈 것이다
천년고찰 문수사 이정표를 지나간다 문수사 800m 063-562-0502라고 한다

신기마을 : 17:20

멋진 팽나무 밑 정자 그 앞에 새로지은 통나무집 도로가 개설되면 음식점으로 바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와서 닿는다

칠성마을 : 17:20

아니 웬 동네 길가 담장밑에 전북산사랑회에서 만든 스텐 이정표가 서 있다
명매기샘 인천강발원샘 입구 0.8km 2001.8.8 세움
문수사 오른쪽 마을길로 600m 안내판이 있다
도면상 문수사는 칠성마을 입구에서 약 1.2km 인데 600m 라니 이해가 안간다
에그 그냥 문수사로 해서 문수산을 올라불어 그냥 그럼 편할텐데
수랑동고개에서 문수산까지 3km를 눈으로 가버려 몸도 고달픈데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발은 수랑동고개로 자연스레 옮겨진다

이정표 : 17:35

고개 마루로 올라서니 고개넘어 누런 황토빛 집한채 그리고 산 산 산 첩첩산골이다 3시간 20분에 걸친 유람도 끝이 나고 다시 능선을 오르내린다

수량동 고개 : 17:50

유람기 끝


도면상 문수산까지 별 특별한 일이 없으면 1시간 반 거리 길은 그런대로 좋은 편이다 40여분이 흐른후 박성태님의 노란 표시기 너무 반갑다
왼쪽 산사면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아마도 문수사에서 저녁예불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일게다
힘들게 올라온 정상은 그냥 평범한 잡목숲이며 약간의 공터가 있다
진행방향으로 내림길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이 봉우리를 문수산으로 알고 자리 고르고 텐트를 친다

전위봉 : 19:20

한밤중에 일어난일

한참을 비몽사몽간에 지내려니 웬 천둥번개냐 비 떨어지는 소리 후드득 후드득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지더니 바로 머리 위에서 섬광이 번득이며 천지개벽을 한다 거세게 쏟아지는 장대 빗줄기 후라이를 안친 텐트안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일어나 앉으니 벼락 떨어지는 빛과 소리
마눌 기가 질려 달달 떨고 있다 춥단다 추워 죽겠단다
그러면 운동을 해야지 속으로만 생각을 하고
"가자 요아래 절로 탈출하자" 예비랜턴 새건전지로 갈아 끼우니 그나마 작동을 안한다 마음은 급하고 머리 위로 계속 내리꼿치는 섬광과 천둥소리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접촉불량 랜턴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텐트는 그대로 놔두고 스틱 챙겨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적당히 내려간다
길이 전혀 없는 산사면 급경사 바위를 몇 개를 돌아내리거나 타고 내려가니 으아 산죽!!! "아야 안되겠다 텐트로 돌아가자"
낙남정맥 동신어산 구간에서 생명고개 불빛을 따라 비 맞으며 생명고개로 진행하다 밤새 헤맨 기억이 새록새록 하여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실 내려가고 싶은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마눌 119로 전화하겠다고 한다
속으로 야 이 정도가 무슨 조난이냐 몇시간 참으면 아침이 될텐데...
그러나 실망시킬 수는 없는 일
"야 올라오면서 문수사 전화 적어논 것이 있으니 그리 전화해 봐라"
562-0502인데 지역번호가 몇 번이냐 전남이 061이니까 전북은? 062로 걸어보니 없는 전화번호라고 한다
114에 전화걸어 지역번호 알아내 063-562-0502로 전화하니 낭낭한 남자 목소리
울 마눌 "여보세요 문수산 정상인데요 조난 당했어요"
"야 이게 무슨 조난이냐? 피신이지"
전화 바꾸어 들고 내려가는 방법을 물으니 어디서 올라왔느냐고 되묻는다
칠성마을 위 능선타고 넘어 왔다고 하니 그럼 올라온 길로 하산을 하라고 한다
절에서는 오르는 길이 없어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다고 한다
아이고 이게 웬말이냐 산에 사는 스님이 그 절을 품고 있는 산을 올라 가본 적이 없다니
"저 그러면 찾아가면 신세를 질 수 있죠" 바보같은 질문을 하니
그러란다 역시 바보같은 대답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선문답이 이런 것일까
다시 온길로 올라가려니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좌우지간 텐트로 돌아가 들어온 물을 수건으로 뭉쳐서 찍어낸다
다 찍어내고 들어가 앉으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결국 2틀간에 걸친 전투를 치룬 셈이다
헨드폰이 유머레스크를 울려댄다 절간의 스님이란다 기다리고 있다가 안오니까 전화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심한 땡촌줄 알았는데 그래도 전화해 준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마눌 또 이러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이 태산이다
"걱정 말어 지나가는 국지성 소나기일 뿐이야" 눅눅한 곳에서 또 잠이 들똥말똥하는데 또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마눌 걱정대로 2차 국지성 소나기다
또 한차례 전쟁을 치루고 주섬주섬 구겨넣고 길을 나선다
하여간 일기예보는 항시 맑음이었다 그러나 내려오면 비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3주 내내 일기예보에도 없는 비를 몰고 다닌 셈이 되어 버렸다
마눌 나따라 전라도는 다시는 안온단다

전위봉 : 5:20 출발

조릿대숲을 통과하여 바위지대가 나오면 왼쪽으로 돌아오른다

바위지대 : 5:35

방치된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키큰 웃자란 억새밭인 정상에 오르니 전북산사랑회 스텐 이정표가 반긴다 문수산 620.6m 칠성마을 2.3km 백연마을 1.2km 통안리 5km 문수사 600m
한백산악회에서 세운 철주 안내판도 있다 이곳이 문수산 정상이다
그럼 어제 야영한 그 봉우리는 무언가 지도보고 확인해 보니 이번 산행중 가장 높은 무명봉(660m)이다 문수사 바로 위 무명봉이다

문수산 : 6:00

바위무더기가 나오면 오른쪽으로 돌아나간다

바위지대 : 6:10

비는 그쳤지만 가득찬 가스로 시계는 제로다 보이는 건 바로 앞에 가는 마눌 등짝 뿐이다
초지로 형성된 안부로 내려와 아침 식사를 한다
초지안부 : 6:30 7:10 출발

도면상 540봉에 오르니 잡초속에 하얀 페인트칠을 한 판자 몇 개가 버려져 있다
정상 입구에 박성태님의 표시기가 하나 달려 있어 여기까지는 틀리지 않고 잘하구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적이 안심이 된다
540봉에서 서서히 서진하는 능선을 찾아 서우치로 가야하는데 길찾기가 난감하다

하여간 진행하면서 오른쪽만 유심히 살피고 실제로 갔다가 오기도 하였으나 서진하는 산줄기는 나올 줄을 모른다
또 비가 오기 시작한다
다시 540봉까지 빽한다

540봉 : 7:20 7:50 출발

다시 박성태님의 표시기가 있는 곳에서부터 우측으로 빠지는 길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또 없다
┣자길 초지 안부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른쪽으로 내려가니 계곡이 나온다
혹시나 대각선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까 자신 없다
마눌은 끕급함을 호소하면서 어서 내려가자고 난리다
무금치까지 오늘 가야하는데 ... 하는 마음뿐 그래 오늘만 날이냐 적당한 곳에서 탈출하자 초지안부로 백해서 도면상 남진하는 장성군 서삼면과 황룡면 경계능선을 따라 간다

┣자길 : 8:10 8:25 출발

삼각점이 있는 519봉 가기전에 서쪽으로 꺾어 길이 거의 없는 능선을 내려가니 길이 좋은 임도를 만나게 된다 좌우로 넘는 임도가 아니라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임도만 있다

서진점 : 8:30

임도 : 8:40

산딸기 따먹는 재미로 내려가다 보니 대숲속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길가에 차 한 대가 서 있다
사람을 부르니 대숲속에서 목소리만 들린다
"여기가 어디죠"
"장성인데요"
우와 사람 환장하겠네 장성인지는 나도 안다
쓰러진 폐가 잔해 그 뒤 산능선 어드매가 서우치가 분명한데 오를 수 있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다음에 이 서우치로 올라야 하는데...
에라 다음에 와서 생각하기로 하고 열심히 산딸기 따먹고 씀바귀 고사리 뜯으며 내려간다
중무장하고 벌통을 옮기는 사람이 있어 동네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벌통이란다
이게 무슨 선문답이냐
지도보고 확인해 보니 세상에 동네 이름이 벌통 중통 하통이다

길가에 산뽕나무 잎이 세갈래로 갈라진 진짜 토종 뽕나무 마눌 날 생각해 뽕잎을 뜯고 나는 덜익은 빨간 오디를 시간 가는줄 모르고 따먹는다
어린 시절 뽕잎 따는 일이 가장 싫었다면서 그 시절로 훌쩍 돌아가 본다 아련한 추억 이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세월
가면 갈수록 무거워지는 내배낭 어깨에 빨간 줄무늬가 생긴 것 같다 쓰리고 아픈 것을 보니...

중통마을 아줌마에게 버스가 몇시에 있느냐고 물으니 저 밑 동네에 가야 있는데 9시 10:20 12:00에 있다고 하며 이곳 마을은 통안리라고 한다
이미 10시20분 차는 떠나가고 탱자탱자하다 보면 12시가 되겠지
조그만 저수지가 파라솔 강태공 두사람이 낙시삼매경에 취해 있다

중통마을 : 10:30

나는 왜 산만 내려오면 햇빛은 쨍 날씨는 활짝 갠다
마눌왈 "왜 하느님은 우릴 놀릴까 나쁜 하늘 진짜 못됐다"
"야 하느님 그래도 시원챦은데 나쁜 뭐라고 그라면 쓰냐 살아 온 것만도 다행이지 안그러냐"

삼거리에 통안리 마을석과 농어촌 버스정류장 표시판이 서 있다
그 위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집이 몇채 있다 그 뒤로 오르면 도면상 살우치다
차가 한 대 서 있고 노인 부부가 옷 갈아입고 있다
"버스 조금전에 떠났는데요"
"알아요"
기다리기 무료하니 길 따라 유람하다가 버스가 오면 타리라고 생각하고 하염없이 걷는다

하통마을(통안리) : 10:40

마눌 "어젯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만약 우리가 벼락맞아 죽으면 우리새끼들 시집장가 가는데 세상에 어느 누가 벼락맞아 죽은 놈 자식에게 오겠어 신경수 산에 미쳐 돌아다니더니 마눌까지 전염시키고 드디어는 이름모를 산속에서 벼락맞아 마누라까지 죽였다고 소문나겠지"
"그러니까 산을 웬만큼 작작 즐겨라 이거지 그래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그런데 내 발이 가만히 있질 않아서 나도 말릴 수가 없다네 어찌하지?"

사료공장 등을 지나 도면상 금동마을 어름인 것 같은데 마을석에 서 있던 승용차가 지나가길래 손을 흔드니 힛치하이킹 성공

금동마을 : 11:00

그후

이 노부부들은 광주에 살고 있는데 오늘은 죽순과 더덕을 캐러왔는데 조그만 더덕 세뿌리를 캤다고 한다 죽순은 구경도 못하고 허탕쳤다는 것이다
에구 좀 더 임도따라 올라가지 죽순 껍질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우후죽순이라고 비온 뒤 많은 죽순이 나온 것이다
광주 차량들이 가끔 서우치쪽으로 오르곤 한다 아마도 죽순을 따러 가는 모양이다

가는 도중 황룡면 아곡리 홍길동 생가 복원공사 및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그럼 홍길동도 실존인물이었나 참으로 인간의 지식이 얄팍한 것을 실감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광주까지 편안히 오게 되었다

인간사를 정리하시고 노년을 두분이서 유유자적하며 사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장수하시길 바랍니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