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32구간 : 육십령(2시55분)→샘터(4시5분)→깃대봉(4시35분)→북바위(5시30분)
→영취산(7시55분)→백운산(9시20분)→중고개재(10시30분)→지지분
교(11시25분) 총산행시간 8시간30분.

도심지에서는 무더위와 열대야현상이 한창 기승을 부리는데 산도 푹푹 찌지나 않을는지 내심걱정이다. 육십령의 하늘을 보니 럭비공 같은 달이 떠있고 그 아래로 먹구름이 어디론가 쉴 새 없이 흘러가고 있다. 제법 바람이 불어서인지 시원하기도 한데 모기가 너무 극성이다. 몇몇 산꾼들이 팔각정위의 텐트에서 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2시55분 육십령을 출발하여 지난구간의 반대방향 절개지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작은 소나무 숲길을 따라 완만한 능선을 30여분 걷다보면 오른쪽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그냥 통과하여 작은 봉우리를 오른다. 희미하게 나있는 이곳으로 가야 마루금이라는 어떤 산행기를 읽고 진행을 했는데 표시기도 안보이고 이상하다. 일행을 멈추게 하고 앞으로 나가보니 길옆으로 잡목이 잘려져 있으며 무한정 길이 뻗어 있다. 나침반을 지도위에 올려놓으니 남동쪽으로 꺾여야 하는데 남진을 하고 있다. 하는 수 없이 뒤로 후진을 하여 처음 지나쳐온 길로 되돌아오니 30여분이나 지체되었다. 흔희 말하는 알바.... 그것도 뻔히 알면서 마루금을 타려다 그만....

길을 제대로 잡고 잠시 걷다보니 샘터가 나온다(4시5분). 물한모금을 시원하게 마시고 가파른 능선을 오르기 시작한다. 힘겹게 봉우리를 오르고 난후 잠시 내려오다 보면 넓은 공터가 있지만 잡풀이 무성해서 쉴 수가 없다. 다시 밋밋한 능선 길을 걷다가 비탈길을 조금 오르면 울퉁불퉁한 좁은 공간에 깃대봉(1,014m) 이정표가 있다(4시35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무더위에 대한 시름을 한껏 덜어낼 수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평지대와 다름없는 능선을 한동안 가게 된다. 이곳은 사람보다 큰 억새가 무성하게 나있어서 길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능선을 미루어 짐작하고 발 나가는 데로 갈 뿐이다. 양팔은 억새에 쓸려 하나둘 문신이 새겨지고 그 위로 이슬방울이 떨어질 때는 짜릿짜릿 쓰리다. 그래도 난 긴바지를 입고 와서 다행이지만 몇몇 분은 반바지를 입고 왔으니 그 형상을 어찌하리오.

5시30분 북바위 도착.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977m 지점이 아닌가 싶다. 이곳은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멀리 저수지도 보이고 지나온 능선에 안개가 휘감기는 모습도 보인다. 날은 이미 훤하게 밝아 있으나 짙은 먹구름에 가려 해는 볼 수가 없다. 오늘 산행구간은 짧고 완만한 구간이라 무리하게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출발부터 날 새기를 기다려 앞으로 나가기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분이 있으니 다름 아닌 홍원장님이시다. 근래 보기 드물게 향상된 주력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늦는다 싶으면 답답해하는 눈치다.

잠시 하늘이 맑아지나 싶었는데 어느새 온산이 안개로 뒤덮였다. 하지만 바람 없는 폭염보다는 훨씬 낮다. 7시55분 영취산(1,075m) 도착. 이곳은 금남, 호남정맥의 시발점이기도하다. 직진하는 대간능선은 잠시 내려서는듯하다 오르막길로 접어들고 1,066m 지점을 지나면 완만해진다. 길옆으로는 산죽이 시골 나무울타리처럼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마치 골목을 지나는 것 같다. 이미 4~5명은 앞으로 휑하니 꼬리를 감추고 오늘 백두대간이 졸업이라는 정준한 사장님과 함께 동행을 한다. 99년부터 시작된 대간, 한동안 중단했다 다시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해외 출장 중에도 대간을 간다는 연락을 할 정도로 놀라운 열정을 갖고 있다. 얼마나 감개무량하랴 이글을 빌어 축하드리고 싶다.

영취산에서 백운산(1,278m)까지는 3.5km(2시간)라고 나와 있는데 한시간반만인 9시20분에 도착하였다. 아직 시간도 이르고 가지고 온 과일을 먹으며 땀을 씻노라니 간간히 하늘이 열리며 햇빛도 보인다. 이곳에도 갈림길은 있으며 대간능선은 서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로서 오늘 산행을 접어야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통상 중재까지 가서 중기마을로 하산하는데 그쪽으로는 씻을 때가 마땅하지 않아서 지지리 쪽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10시30분 중고개재 도착. 이곳에도 좌측 중기 마을로 가는 희미한 갈림길이 있지만 오른쪽 계곡이 있는 지지리 마을로 내려간다. 길은 아주 희미하고 좁다. 하지만 비포장도로까지는 30분이 채 안 걸린다. 비포장 길로 내려오다 보면 폐교인 지지분교도 있으나 이보다 조금 아래인 마당이 넓은 집에 버스는 서 있다(11시25분). 그런데 앞으로 쏜살같이 나갔던 세분이 중재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거리도 짧고 해서 아마도 다음구간 예습을 하러간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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