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종주 1구간
(산줄기 132일째)

일 자 : 2002년 9월 4일
구 간 : 칠장산 ∼ 걸미고개 ∼ 황색골산 ∼ 차현(중부고속도로)
날 씨 : 맑음

참석자
김종국, 나종학, 장성인, 류민형, 조삼국, 유정홍, 김태웅, 구용회, 허문선, 한용수, 김수남, 우종수, 이영주, 김종범, 허완, 선종한(16명)

도상거리 : 10.4km
분기점 - 3.8 - 걸미고개(안성C.C정문) - 1.5 - 도솔산(△281.2m 안성464) - 4.3 -황색골산 (△425m) - 0.8 - 차현(중부고속도로)

종주일정 :
09:15/칠장사 -- 09:40/3정맥 분기점 -- 10:00/374봉 -- 10:06/북정현 -- 10:15/산불초소 -- 10:25/좌벼을고개 -- 10:47/안성골프장 클럽하우스 -- 11:10(11:20)/걸미고개 -- 11:45(12:00)/바카프미산 갈림길(중식) -- 12:16:/281.2봉(도솔산) -- 12:52/도화동고개 -- 13:44/365봉 -- 14:00 겨티고개/ -- 14:20/황색골산 -- 14:40/차현(중부고속도로)

새로운 시작
한남금북정맥은 백두대간 속리산의 천황봉에서 서북으로 뻗어 충청북도의 북부 내륙을 동서로 가르며 경기도 안성군 칠장산에 이르는 산줄기다. 3정맥 분수령을 이루고 있는 칠장산에서 다시 남서쪽으로 태안반도에 있는 안흥진으로 이어지는 금북정맥(2001년 6월 6일부터 2002년 3월 6일까지 종주)과 서북쪽으로 김포시 문수산까지의 한남정맥(2002년 3월13일부터 6월 28일까지 종주)으로 나뉘어 진다.

우리의 산줄기를 찾아서 한남금북정맥 답사팀은 칠장산 3정맥 분기점에서 걸미고개, 황색골산, 차현, 마이산, 소속리산, 보현산, 보광산, 칠보산, 좌구산, 상봉재, 선도산, 산두산, 국사봉, 구봉산 시루산, 구치, 말티재 그리고 종착지인 속리산 천황봉을 향하여 첫발을 내딛는 새로운 아침, 다시 한번 9정맥 완주를 다짐하며 하루를 연다.

아 ! 가을인가... 파란 하늘에 떠 있는 새털구름, 길가에 핀 코스모스 위에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 서늘한 저녁 풀숲 속의 귀뚜라미 소리, 우리가 흔히 9월을 생각하며 연상되는 자연의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9월은 무더위를 보낸 후의 상쾌함과 쾌적함을 느끼게 하던 일도 이젠 먼 옛이야기...

09시 15분 칠장사를 들머리로 물봉선꽃이 활짝핀 등산로에 들어서고 이어 만나는 산죽밭을 가르며 17분 가량 가파르게 올라 칠현산으로 갈라지는 금북정맥 마루금에 닿는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완만한 오름길로 다시 5분 뒤 3정맥 분기점에 오른다.

09시 40분 한남금북정맥의 시작은 건건산악회의 금속팻말이 서있는 분기점에서 오른쪽(동)으로 선명하게 나있다. 한차례 참나무 숲의 급경사 내리막길이 완만해지면서 지난 태풍의 영향으로 떨어진 나뭇가지가 발목을 붙잡는다. 군데군데 심심찮게 나타나는 웅덩이들...

09시 53분 칠장사로 내려설 수 있는 안부를 가로지르며 오르는 길은 수많은 참나무 사이에 아름드리 장송 몇 그루가 정맥꾼들을 반긴다. 밋밋한 봉우리를 넘고 다시 한차례 급경사로 올라선 봉우리가 374봉이다. 별 특징 없는 봉 그렇지만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이라도 트여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0시 374봉을 내려서면서 잠시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정맥은 왼쪽길인데 무심코 지나치다보면 놓칠 수 있는 곳, 그리고 내려선 희미한 십자로 안부가 북정현 같다. 인간의 3대 전쟁이 있다. 그 전쟁 중 첫 번째는 자기와 자연과의 싸움이다. 자연을 잘 다스려 재해를 예방하고 이를 개발하여 생활의 도구로 삼아야...

10시 6분 북정현 마루를 가로지른다. 고갯마루에서 조금 올라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자칫하면 또 놓칠 수 있는 능선길, 그리고 7분 정도 오르막길로 바람 한 점 없는 정맥을 헤치다가 만나는 산불초소가 있는 봉. 두 번째 전쟁은 자기와 사회와의 싸움이다. 이 싸움은 질서와 규율을 잘 지켜 경쟁에서 슬기롭게 이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와 자기와의 싸움이다. 세 가지 싸움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이다. 정맥꾼들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기필코 이겨 모든 정맥을 완주함을 의미로 둔다. 자기와의 싸움은 시간과 노력의 싸움이라 할 수 있겠지...

10시 15분 산불감시초소를 뒤로 조금 내려서다가 왼쪽길을 택한다. 능선 좌우로 철쭉이 가득하고 긴 내리막길은 잡목들이 성가시다. 나무숲사이로 모습을 들어내는 푸른잔디의 골프코스, 그리고 내려선 곳이 좌측으로 안성골프장이 차지하고 있는 좌벼을고개다, 예전 그렇고 그런 사연들이 넘칠만한 고갯길 같은데...

10시 25분 좌벼을고개를 뒤로 잡목이 가득한 정맥길을 헤치며 올라서니 선명한 능선길이 나타난다. 한동안 철쭉길로 이어지던 오름길에서 왼쪽으로 팍 꺾으며 안부에 내려서고 다시 10분 가량 후에 만나는 십자로 안부를 가로지르며 오르는 능선에는 마치 골프공과 흡사한 이름 모를 버섯 한 송이가 길을 막는다. 우리 지구상에는 생물계의 95%가 식물이라고 하지만, 요런 요상한 것도 있다니...

좌측으로 골프장 클럽하우스가 나타나고 플라스틱 제품으로 시공한 산마루 배수로가 거추장스러운 정맥길은 억새밭을 통과하며 내려선 곳이 주차장이다. 평일이라 찾아온 손님들이 별로 없는지 한가해 보인다. 하긴 이런 난국에...

10시 47분 주차장을 가로지르고 진입로로 내려서면서 편안히 진입로로 내려가라고 유혹하지만 왼쪽으로 잔디밭에 들어서며 사면길을 올라 다시 능선에 붙는 정맥꾼들, 통신시설물에서 오른쪽으로 절개지를 올라 솔밭길에 이어 잡목숲에 들어서며 직선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팍 꺾으며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통신 케이블을 따라...

11시 10분 17번 국도가 지나는 걸미고개에 내려선다. 안성골프장 정문이기도 한 걸미고개에서 후미를 기다린다. 인생사중 1∼30세는 사람이 본래의 타고난 수명으로 가장 기쁨으로 살아가는 나이라고 한다. 30∼50세는 당나귀가 양보해주어 더 사는 나이, 그래서 힘들여 일만 하는 나이 인가 보다. 50∼60세는 개가 양보해주어 더 사는 나이, 집이나 지키며 살라는 걸까? 그리고 흉내만 내며 얻어먹는 나이 인 60∼70세, 서글퍼지기 시작한다. 10여분이 훌쩍 지나간다.

11시 20분 걸미고개를 출발한다. 1m 높이의 옹벽을 올라 급경사의 사면을 철망에 매달리며 올라서니 아카시아 숲이 기다린다. 옷깃을 붙잡는 손톱을 바짝 세운 가시와 나뭇가지를 헤치며 비집고 들어선 능선길, 잠시 후 첫 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이어나간다.

다시 한차례 가파르게 오르는 듯하다가 완만하게 이어지는 정맥이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땀으로 얼룩진 얼굴에는 손수건이 떠날 줄 모르고, 밋밋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기다려도 오지 않던 후미팀이 바람에 날라 왔는지 식사를 하며 과외 공부했냐고 한마디씩...

11시 45분 바카프미산으로 갈라지는 능선분기점에서 정맥은 오른쪽(남동)으로 들어서며 둘러앉아 우리도 허기를 메꾼다. 높이 332m의 바카프미산,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12시 중식을 끝내고 서둘러 일어서는 정맥꾼들, 2분 뒤 Y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정맥길은 다시 2분 뒤 오른쪽으로 능선을 고집하며 간다.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그리고 만나는 '여기는 도솔산 보현봉'이란 안내판, 정맥은 오른쪽으로 뻔뻔한 등산로를 따른다. 돌탑이 쌓여있는 안부를 가로지르고 올라선 곳, 도솔산 비로봉이란 안내판이 서있다.

12시 16분 높이 281.2m 삼각점(안성 464, 1998 복구)을 확인한다. 시야가 막혀 있다. 정맥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철쭉과 진달래나무가 길을 메우고 있는 능선길, 노간주나무도 간간이 보인다. 1분 뒤 뻔뻔한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잡목 숲으로 들어서면서 싸리나무며 청미래넝쿨이 반갑지가 않다.

키가 큰 참나무 숲으로 빼곡이 들어서 있는 좌측과는 달리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아마 벌목을 하고 밤나무를 심었는지 가느다란 가지에 밤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정맥꾼들을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오는 17번 국도와 주위의 마을들, 다행이 태풍에 비켜간 농촌마을들이 풍요롭게 보인다.

아침과는 달리 따가운 햇살이 눈이 부시고 입을 딱 벌린 밤송이들 때문에 조금은 걸음이 늦어진다. 그러나 그 것도 잠시 정맥은 다시 어둠침침한 숲으로 들어서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산초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하다.

12시 30분 십자로 안부를 가로지른다, 다시 방향을 왼쪽으로 틀면 이어가는 정맥길은 아카시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5분 뒤 소로길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가로지르며 올라서는 능선길에는 여름을 보내는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귀청을 때리고 넓은 사면 공터에 자리잡은 가족묘지에서 휴식을 하며 떠날 줄을 모르는 정맥꾼들...

12시 45분 묘지를 뒤로 이어 만나는 T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정맥을 이어가면서 우측으로 마치 수영장의 푸른 물로 착각할 정도의 넓은 지붕이 숲 사이로 들어 난다. 그리고 2분 뒤 임도에 내려서서 잠시지만 잡목이 무성한 능선 마루금을 원망하며 임도를 따른다.

12시 52분 2차선 포장도로의 도화동으로 내려설 수 있는 고개를 가로지르며 우린 이 고개를 도화동고개라 이름을 부쳐본다. 고개 좌측으로는 무엇이 들어서려고 공사를 벌리고 있는지 굴삭기의 소음소리가 그리 달갑지 않다.

도화동은 임진왜란 때 한씨 한 사람이 이곳으로 피난을 왔다가 그대로 정착하여 마을을 형성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이곳에 복숭아나무가 많아 서로 조화를 이룬 다고 하여 이 마을을 도화동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산세가 너무 아름다워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 같다고 그래서 도화동이라 했다나 믿거나 말거나...

도화동고개를 뒤로 잠시 임도를 따르다가 오른쪽으로 능선에 붙는다. 7분 후 만나는 T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이어가면서 도토리가 떨어져 지천을 이루고있는 정맥길, 이 때를 노치지 않고 사랑을 듬뿍 받으려는 정맥꾼들의 발걸음이 늦어진다.

정맥꾼들이여 평소 아내가 만든 음식물에 대하여 말이나 행동으로 감사를 표시하라! 좌측으로 조금 전 헤어진 임도를 내려다보며 조망도 없고 재미도 없는 정맥능선이 한동안 이어진다. 다시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오른다.

13시 08분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잠시 내려서는 듯하더니 다시 평탄한 오름길이 되면서
오르내림이 시작된다. 지루한 오르내림은 마치 한증막이라도 들어선 것 같은 착각할 정도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그리고 애꿎은 물병만 바닥이 들어 난다.

13시 38분 평탄한 정맥길이 이어지다가 왼쪽으로 갈림길을 지나치면서 다시 오름길은 제법 넓은 정맥길, 그리고 4분 정도 힘겹게 올라선 정상에는 참나무를 가로 뉘어있어 앉아 쉴 수가 있는 365봉이다. 잠시 다리쉼을 한다.

365봉을 뒤로 내려서며 만나는 통나무계단, 매미소리에 발 맞추며 긴 내리막길, 오른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틀며 넓었던 산길이 잡목 숲으로 빠져 들어간다. 다시 통나무계단에 이어 완만하게 이어지던 정맥길은 옛 성황당 고개인 겨티고개를 만난다. 작은 괴목 주위로 어지럽게 돌들이 널려있다.

고개 우측으로 음성군 삼성면 대사리는 지금도 네 개의 자연마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큰말은 송촌말 북쪽에 있는 마을로 대사리 4개 마을 중에서 제일 크다하여 큰 말이라고 했으며 이 지역을 대사서리 또는 서리 한절우라고 부르기도 했다나.

이런 명칭은 옛날 이곳에 큰절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 큰절로 인하여 마을이 번성하여 큰말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한다. 옛날에 절이 있던 곳의 근처에는 그 당시에 있던 나무라고 전하는 감나무들이 아직도 남아있단다.

큰말 서쪽으로 있는 마을은 구남동이며 큰말 서북쪽에 있는 송촌말(송촌 아랫말 대사서리)은 옛날 송씨가 살아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며 또한 옛날에는 자구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불리워진 자구낭골이 있으며 경기도 안성군과 경계가 되는 황샛골 산, 경기도 이죽면 설동으로 넘어가는 저티고개 바로 이곳을 지현 또는 겨티고개라 한다나...

14시 02분 겨티고개를 뒤로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4분 정도 숨을 몰아쉬며 올라선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한차례 올라선 곳이 황색골산이다. 밤송이 널려있는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삼각점을 확인한다.

역시 시야가 막혀있고 별 특징이 없는 정상에서 잠시 내려서며 밋밋한 봉우리를 넘은 후 이어 만나는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정맥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제 중부고속도로가 가까워지면서 차동차의 소음소리가 왠지 반갑기만 하다.

정맥길은 이리저리 가로 누워있는 쓰러진 나무들이 무슨 훈련이라도 시키듯 정맥꾼들을 지치게 하고 가파르던 내리막길이 누그러지며 자칫 길을 놓칠 뻔한 갈림길, 정맥은 직선길을 버리고 왼쪽을 팍 꺾으며 내려선다.

시야에는 우뚝 솟은 마이산이 들어오고 드시어 시야가 트이며 중부고속도로로 달리는 자동차들의 행렬을 볼 수가 있다. 묘지대를 지나 한차례 곤두박질 칠 뻔한 칡넝쿨 밭을 통과하며 내려선 곳이 충청북도 음성군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경계에 중부고속도로 위로 지나는 583번 지방도로.

14시 40분 차현(화봉육교)에 내려선다. 자연 앞에 무기력한 인간, 태풍 '루사'를 통해 어마 어마한 자연의 위용 앞에 작은 지식을 지혜로 착각하고 한치 혀를 함부로 놀리고 살아온 날들이 참으로 부끄럽게만 생각하며 하루속히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뿐...

여기 종주 사진첩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