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구간 : 스페셜산행 고산구간

일 시 : 2002. 10. 13 (해의날) 맑음 신경수


구간거리 : 4.8km 기맥거리 : 2.3km 하산거리 : 2.5km

구간시간 8:00 기맥시간 3:40 하산시간 0:50 휴식시간 3:30


고 도 : 무금치(암치재)(300m), 고산(520m), 가래재(180m)

거 리 : 무금치(암치재)-고산(1.3km)-가래재(1km)-상금마을(2.5)

시 간 : 무금치(암치재)-묘(0:20)-서진잠둔덕(10)-고산(40)-너덜안부(20)-
: 전망대(15)-둔덕봉(10)-가래재오름길(1:35)-가래재(10)-고인돌(30)-
: 상금마을(20)


석달반만에 찾는 영산북기맥이다
서우치 살우치 부근에서 너무 고생(?)을 해 마눌이 극구 말려 미루어 왔던 것이다
이번에도 말리는 것을 보고 싶고 가고 싶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어 컨디션이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영등포역으로 간다

백양사역 까지는 잘 갔으나 그 뒤 깜박 졸다보니 장성역을 지나쳐 함평역에 4시50분 정도에 내리게 되었다 무려 1시간을 더 온 것이다

안절부절했더니 검표원이 올라가는 기차가 6시50분에 있으니 기다렸다 그 표 그냥 갖고 있다가 타고 올라가라는 것이다

전에는 더 온 요금 다 물고 나와서 방황했었는데 고마운 일이지만 2시간을 기다리자니 마음이 내키지 않아 택시를 타고 사거리 버스 차부에 내려 무려 1시간을 기다리다 광주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첫단추부터 잘못 끼기 시작했으니 어쩐지 오늘 산행이 순조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광주에서 장성가는 버스를 타고 장성서 청국장으로 허겁지겁 아침을 대신하고
생촌리 거쳐 해리가는 버스를 타고 기사님에게 사정하여 암치재에 이르니 9시가 좀 못되었다
그러면 결국 2시간 기다렸다 열차타고 장성에서 내리는 시간과 같게되어 버렸다
몸만 피곤하고 돈은 돈대로 깨지고 말았다
나는 왜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했을까? 몸과 마음이 항시 바뻐서 그리했나(?)

버스 안에서 웬 등산복 입은 할아버지와 함께 암치재에서 내렸는데 나와 반대쪽인 구황산으로 오를 것이라고 하며 친절하게 고산 오르는 입구를 알려주며
서울에서부터 우리동네 산을 오르기 위해서 이리 오셨으니 오늘 참 귀한분을 만나게 되었다고 하시며 기뻐하신다

무금치(암치재) : 9:00

버려진 안내판 춘강식물원옆 임도 따라 오르면 버려진 밭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여러갈래 묶은 임도가 나오나 산으로 오르는 임도 따라 오르다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 : 9:10

고산은 오른쪽 끝에 바위덩어리를 하나 이고 높이 달려있다
길이 없다는데 어찌 길이 계속 되는가 했더니 묘까지만 길이 있고 그 다음은 길이 없다

묘 : 9:20

잡목은 뚫고 오르는데 가시나무가 없으니 오를만 하다
정상으로 올라서니 오른쪽 고산가는 길은 넝쿨 가시 잡목이 어우러져 갈 길을 선 뜻 내주지 않는다

둔덕정상 : 9:30 9:50 출발

길 흔적이 보였다 없어졌다 하길 수차례 산죽밭을 통과 가시밭길을 통과하면 거센 억새밭 조망이 터지며 바로 앞으로 고산의 암봉이 다가온다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며 그 앞으로 절벽 그 밑으로 도열하고 있는 바위 군락이 아름다음을 더해주고 있다

정상 바위 옆에 색깔이 변한 정상목이 작은 돌 사이에 비스듬히 끼어서 누워 있는데 고산산신지위(鼓山山神之位)라고 적혀 있다 도면엔 高山인데 어느게 맞는 것인지...

고산 : 10:40

온 길을 뒤돌아 잠깐 내려 오른쪽 억새 무성한 길로 간다 길은 비교적 나 있으나 너무 우거져 즈려밟고 가는 길은 없는 것과 같다
좌측에서 내내 들려 오는 포소리가 점점 가까이서 나중에는 지척에서 떨어지듯 들리니 심장 약한 나의 혼줄을 빼놓는다
가야할 높이 솟은 고성산 마치 거대한 두꺼비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고성산 좌측 산사면과 계곡 일대가 온통 포사격장으로 황폐해 가고 있다
과연 지나갈 수가 있을까?
억새가 너무 키가 크고 억새서 밟아서 누여놓고 지나가는데 가시 등이 섞여 있어 내 허벅지 팔뚝을 사정없이 긋고 지나간다
그나저나 잠은 왜 이렇게 쏟아지냐?
가는 앞길에 성곽 흔적인지 무너져 내린 너덜들이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다
적당한 곳을 찾아 어름물로 더위를 식히고 잠시 누웠는데 한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포소리 들으며 잘도 잔다 이 무딘 신경아...

너덜안부 : 11:00 12:00 출발

작은 돌탑을 지나 잠시 흘러내린 돌무더기를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지나가면 또 길이 없다 지독한 가시 잡목을 한동안 가다보면 기맥길은 직진하고 오른쪽으로 약간 높은 둔덕이 보여 올라가 보니 바위전망대다

전망대 : 12:15

몇발자국 빽하여 기맥길로 간다
작은 둔덕봉에서 박성태 선배님의 표시기 하나를 만난다
여기서 방향을 잘못 판단하고 (원래는 직진해서 잠시 가다 남쪽으로 꺾었어야 맞는데) 오른쪽 내림길에 표시기 하나 달고 내려가다 또 졸립다
어제 새로 우리 부서로 발령받은 동료와 찐하게 한잔한 여파가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힌다 바위 벼랑 위에서 또 한시간을 자고 일어난다
작은 둔덕봉으로 올라가기 싫어 옆사면으로 붙어 본능선으로 간다

작은둔덕 12:25 13:25 출발

여기서 종주 등반의 대원칙을 위반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잘못 들었다고 판단되면 온 길을 거꾸로 틀린 곳까지 빽해서 제대로 된 능선을 찾아야 하는데 지레짐작으로 옆에 있는 능선이 맞겠지 하고 사면을 왼쪽으로 붙어서 가다보니 대책없는 정글이라
좀 가면 나오겠지 나오겠지 하면서 온 몸으로 밀어 붙이다보니 정글속에 갇히고 말았다 도저히 뒤로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넝쿨과 가시 잡목 잔솔가지 등 등 1m를 헤쳐나가는데 1분 이상 걸리는 고행의 시간이 물 흐르듯이 흘러가 버린다
탈출하고 보니 온 몸이 상처투성이라 후끈거리며 따갑고 쓰라림을 말로 표현하리까
지탱할 힘이 없는지 안도감인지 털푸덕 주저앉는다

가래재 오름길 : 15:00 15:30 출발

그래도 가래재는 가보아야지 묶은 임도따라 오른다 길이 희미해지다 역시 길이 없어진다
가래재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안부로 올라서니 지도에는 십자로이나 실제로는 사방이 전부 길이 없다 앞으로 가야할 길을 바라보니 전혀 길 흔적도 없는 가시밭길이다

가래재 : 15:40 15:50 출발

갈 길에 표시기 하나 붙이고 빽해서 전북 고창군 대산면 상금마을로 하산한다
반대편은 분명히 포사격장 내일 것이 분명하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려가는 길 내내 꼭 난꽃같은 진보라색 꽃과 연보라색 구절초가 만발하여 가는 길손을 즐겁게 해준다
스텐 팻말 4-302 옆 너른 바위 위에서 옷 갈아입고 남은 얼음물로 목을 추기고 짐 정리하고 다시 산책의 길로 나선다

고인돌 : 16:20 16:40 출발

너른 바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나오는데 받침돌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인돌이 틀림없다 그럼 선사시대의 족장 무덤 위에 앉아서 볼일을 보았다는 얘기 아닌가 에고 죄송해라
대산면 상금마을 오물처리현황판을 지나간다

오물처리현황표 : 16:50

느티 거목이 나타나며 뺑뺑 둘러 고인돌이다
어느 고인돌은 민가가 생기면서 그 위로 벽체나 담장이 된 고인돌도 상당수 보인다
그 느티거목 앞에 스텐 안내판이 쓰러져 있는데 세우고 읽어보니
고창근 대산면 일대에 약 2000여기의 선사시대 유물인 고인돌이 있는데 이중 447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관리하고 있다 이 곳 상금마을에 약 200여기의 고인돌이 산재해 있다 훼손하지 말고 잘 보존해 달라는 고창군수님께서 세워논 것인데 동네 사람들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구부러져 엎어져 있어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는 모양이다

상금마을 느티나무 : 17:00

황금 들판 고창벌 벼를 수확하는 기계음 소리와 부지런히 몸놀림하는 사람들로 동네가 활기차며 가을걷이의 풍성한 수확을 앞두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거리상으로 보아 대산면까진 30분 이상 걸어야 할 길을 세워달란 얘기도 안했는데 지나가는 유조차가 뒤에 서더니 타라고 한다

그후

대산면 터미널까지 부탁한다고 하니 대답은 안하고 내다리를 쳐다본다
"아 그러고 다니셨어요 그 길 없는 산속을 긴바지를 입으셔야죠?"
"예 가지고 오긴했는데 답답하여 벗어버렸습니다"
"어디서부터 오셨나요"
"진부령서부터 시작해서 현재 목포 유달산까지 산길 따라 가려고 합니다"
"아이고 그럼 다음주엔 고성산을 가시겠네요"
"그렇지요 고성산 정상에 나부끼는 빨간 기는 무엇이죠?"
"글쎄요"
"혹시 군부대 아니에요"
"군부대는 청태산 뒤에 있는 것이고 고성산 밑에는 군부대가 아니라 포사격장인데요"

깃재에서 고성산 오름길은 고창산악회서 길을 잘 내어놓았다고 하니 가래재에서 고성산까지만 고생하면 그 뒤로 잘 진행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래재에서 대산면 소재지 바로 전까지 그 계곡 및 물길을 따라 전남 전북의 경계선이라 행정구역이 좀 묘하게 잘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멀리 밤 열차타고 와서
세상에 기맥능선 2.3km를 진행하는데 5시간 정도 걸렸으니 시간당 500m도 진행하지 못한 특별한 산행이었다
이렇게 하는 산행도 있는 것인가요? 한심해서....

무엇보다도 길도 길이지만 몸의 컨디션이 안좋아 그리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칠 못하다
산행하기 전에는 과음을 하지않고 몸조심을 하여야 하는데 사실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데에 괴로움이 앞선다

결과적으로 산하나 달랑 올랐다가 내려온 형국이 되어버렸다
능선 종주하시는 분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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