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부터 시작한 구간종주를 1.2.4구간은 마쳤고 며칠후인 10월13일엔 3구간을 갑니다.
나이가 들수록 커져가는 아상(我相)을 조금이나마 깨려는 노력이지만 결국 또다른 아상안에서 맴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백두대간을 걷고있는 수많은 뜻 들중의 하나로 어여삐 여겨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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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스 : 중산리-천왕봉…노고단-성삼재(1구간)
2. 일시 : 2002. 6. 23 일요일 , 홀로산행
3. 총산행시간 : 15시간 57분(휴식포함)
4. 산행개요 :
- 거의 만월이었으나 안개&구름으로 어두움, 반야봉에서 성삼재까지 계속 비맞음
- 4강전 승부차기의 끝장면은 보지 못함
-산행중에도 모두들 대~한~민~국~ 짝짝짝짜아짝 을 연호하었음
- 새벽에 일출을 보려는 이들이 많았음-해뜨기 잠시 사이에 약 50여명
- 지리 제이봉인 반야봉을 다녀왔음,
- 반야봉에서 내려올 때 화개재를 거쳐 삼도봉 549계단을 쉬지않고 올려쳤음
- 귀가시간을 맞추려 성삼재발 5시버스 타기위해 종석대는 빼 놓았음
5.교통
- 대전-진주 :기차, 진주-중산리: 택시

6. 산행기 :

사상초유의 경이적인 월드컵 4강진출 이라는 뜨거운 감동이 가라않기도 전에 집을 나선다.진주역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중산리 주차장은 오늘따라 텅 비어 조용하였고 민박타운 앞에서 문득 갈증을 느껴 자판기 커피를 두잔이나 거푸 마신 뒤 아직 불이 켜있는 관리사무소를 조심스레 지나 이내 어둠속으로 스며든다.물소리,바람소리를 비롯한 온갖 자연의 살아있음을 느끼며 다리를 건너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였고 달빛에 비쳐 보이는 우천`허만수 선생`을 기리는 비앞에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는 포장된 돌길을 따라서 조금 오르면서 이내 숲길이 시작된다.

숲은 안개와 정적에 싸여 있어서 랜턴의 불빛자리 만이 겨우 보이는 가운데 내뿜는 숨결에 의해 안개와 정적은 더욱 짙어져만 간다.도중에 반딧불 한 마리를 만났으며 이내 `칼바위`에 도착하였고(01.14) 어둠속에서 칼처럼 생긴 바위와 표지판을 번갈아 쳐다본 뒤 조금 오르니 철다리를 건너서게 되고 `유암폭포` 방향과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01.17)이제 우측으로 난 비탈을 허위허위 오르는데 숲길은 밝은 달빛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트이질 않아 아무것도 볼 수 없다.해발 1068m 의`망바위`를 지나면서는(02.00) 길은 커다란 바위 너덜로 이어지고 이슬과 안개에 젖은 발밑이 조심스럽다.어둠속에 나타난 `로타리 산장`(02.36)에는 산행을 시작하려는 몇 명이 산장앞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었고 잠시 긴의자에 앉아서 몸을 추스리고 샘에서 물도 보충한 뒤 그들보다 먼저 길을 떠난다.

처음 생각에는 법계사에서 대간산행을 시작하기 위한 나만의 작은 의식을 치루리라 예정 했었는데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이 지나쳐 다음으로 미루고 절앞에서 삼배만을 올리고 왼쪽으로 에둘러 오름짓을 시작하였다.(02.44) 여기부터는 길이 잘 정비되어 과히 고속도로라 일컬어도 될 만큼 넓은데 간간이 숲사이로 터지는 조망은 어둠속에서도 지리의 웅장함을 살짝살짝 달빛속에 내비춘다.서쪽의 `통천문`과 함께`천왕봉`을 오르는 이대 관문인 `개선문`을 지나고서(03.34) 오름길이 점점 가팔라져 힘이 들 무렵에는 함양에서 왔다는 일단의 산악회 회원 여섯을 만나 잠시 수인사를 나누고는 내쳐 `천왕샘`에 도착한다.(03.54)`천왕봉`의 정기가 흘러모인 시원한 샘물을 맛나게 마시고는 주변을 둘러보는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소리들로 새벽이 열리고 있었다.옛부터 많은 사람들이 환희심을 가지고 올랐을 이길의 고빗사위를 넘어서고 바위를 올라서자 `한국인(韓國人)의 기상, 여기서 발원(發源)한다`는 명문이 새겨진 정상석이 있는 `천왕봉(天王峰)`이다.(04.14)

`지리산`은 `백두산`(白頭山) 정기가 `백두대간`(白頭大幹)을 타고 흘러 내렸다 하여 `두류산`(頭流山)으로 불리우며 이제 시작한 나의 대간종주는 예서부터 진부령까지 산줄기와 고개를 넘으며 대간길에 침잠된 우리의 삶과 역사를 배우리라 다짐한다.일찌기 사람들은 이 거대한 영산에 신선이 산다고 믿었기에 금강산,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으로 섬겨 왔다는데 신새벽의 정상석 주위에는 `삼대적선`(三代積善)의- 삼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만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다는것-전설을 확인하고자 하는 나를 포함한 십여명의 무리가 있었다.동녘하늘은 이미 발갛게 달아 오르고 있었지만 구름으로 인해 깨끗한 일출은 고대하기 어렵다고 판단이 서자 미련없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는데 정상부근엔 벌써 수십명이 몰려있다.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란 뜻의 `천주(天柱)`가 각자된 바위를 지나서 산사태로 만들어진 가파른 벼랑지대를 쇠줄과 철계단에 의지해 내려갈 때는 랜턴없이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주변이 환해졌고 비알을 오르는 인파와 제법 많이 스친다. 옛부터 부정한 사람은 통과하지 못했다는 `통천문`(04.47)을 철계단을 이용하여 쉽게 통과하였으니 나는 과연 `청정한 것일까?` 아니면 `속세와 하늘이 가까워진 것일까?`를 생각하며 몇굽이를 돌아 `제석봉(帝釋峰)`에 이른다.(05.06) 많은 나무들이 스러져 전보다 황량해뵈는 고사목지대를 지나며 목책의 안내를 따르면 곧 `장터목산장`.(05.20) 시골 장터처럼 번잡함이 싫어 이내 떠나고 곧 `연하봉`을(05.40) 지나고나니 이태껏 참았던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끝내 봉우리를 몇개쯤 넘어 `삼신봉` 즈음에서 너럭바위에 배낭을 맨채로 그대로 화석이 된다.

갑자기 후두둑 하는 소리와 추위가 몰려오기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떠보니 비가 흩뿌리기 시작하였고 벌써 한시간여가 훌쩍 지났으며 산객들의 통행이 많이 늘어났다.너무 게으름을 부린 것 같아 굳어진 몸을 추스려 부지런히 `촛대봉`에 올라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눈도장 찍을때도 동쪽 하늘은 여전히 구름으로 가득하다.(07.16)산중고원에 자리잡은 `세석산장`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면서 바라본 `촛대봉`쪽 산사면의 숱한 철쭉나무들은 옛날 파르티잔의 흔적과 붉은 이념은 모두 지워버리고 오로지 푸르름만을 자랑하고...(07.30/07.54) 산장 뒤 `영신봉`에서(08.05) 먼발치로 피어나는 운해와 세석고원의 목가적인 분위기를 다시 한번 감상하고는 `칠선봉`에 이르도록 발을 쉬지 않았는데(8.38) 산굽이마다 안개가 서렸다면 아주 환상적이겠지만 지금은 맑다.반대방향으로 종주할때면 꽤나 땀빼게 하게 하는 바위비탈을 쉽게 내려가서 `덕평봉`에 자리잡은 `선비샘`에(09.16) 다달았으며 샘물을 마시는 느낌은 별로 시원하지도,물맛 또한 텁텁하지만 어쩌랴? 목마를때는 이마저 감로수 일텐데.

`선비샘`을 지나자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구 `벽소령` 군사작전도로와 만나는 `음정갈림길`(09.46)을 지나 신작로 같은 길을 따라 가다보면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고 늘 지나치기만 하던 빠알간 우체통 앞에서 오늘은 엽서에 사연을 적어 보낸다.대피소 그늘에서 시원한 콜라의 맛을 음미하며 다시 가스가 몰려오기 시작하는 산장을 떠난다.(10.05)다시 보는 `형제봉`의 고사목은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과 토벌대의 격전지로 `피의능선`이라 불리우는 이곳의 치열했던 싸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앙상한 자태로 늙어가고 있으며(10.47) 전망좋은 `삼각고지` 남쪽은 남부군 총사령관이던 이현상이 사살된 `빗점골`이다..맑은물이 작은 시내되어 흐르며 제법 큰 침엽수들이 들어 차있는 부드러운 숲길을 따라 잠시 걷다보면 어느새 아늑한 분위기의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한다.(11.35)너른 마당의 식탁에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요기를 하는데 시원하게 콸콸 쏟아지는 물아래 담궈진 맥주의 `차가운 유혹`을 애써 떨치고는 나무계단을 오른다.

스틱 두 개를 윗쪽계단에 올려 놓은 뒤 몸을 끌어 올리는 요령으로 해보니 계단오르기가 별로 힘이 들지 않는다.`총각샘`도 지나고 얼마간의 오름짓 끝에 `반야봉`의 정동(正東)쪽 즉 `묘방`에 위치하므로 `토끼봉(卯峰)`이라 부르는 봉우리에 다다르자(12.54) 산행객이 예닐곱명 있었고 이들과 섞여 철쭉관목이 많은 내리막으로 `화개재`에 도착하였는데(01.18) 그 중 세 명이 쉬지않고 계속 올라가길래 내친김에 삼도봉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계단에서 추월하며 쉬지않고 단번에 올라친다.그 마지막 계단에 올라서면 왼쪽기둥에는 `549개`라고 갯수를 세어놓았고 오른쪽에는 `한번도 쉬지않고 올라왔다`라는 낙서가 되어있다.한달음에 도착한 `삼도봉` 정상의 삼각형 구조물은 많은 사람들의 손길에 의해 끝부분이 노랗게 닳아 있고 널찍한 정상주변은 쉬어가기에도 적당하며 `불무장등`,`연동골`이 잘보이는데 가스가 끼어 역시 멀리까지 볼 수 없다.(01.39)

여기를 넘어서 `운봉무덤`을 지나게 되면 곧 `반야봉`과 `노루목`쪽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01.49) 몇번의 종주중에도 지리산 제이봉인 `반야봉`을 들를 여유가 없었기에 오늘은 작정하고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오른다.신갈나무와 구상나무 등이 어우러진 숲속길을 지나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오르고 또 철계단을 지나면서는 제법 사방이 트이며 철쭉 등의 키작은 나무들이 어우러진 정상부에 닿게된다.(02.25)`지리산`의 중앙부에 자리잡은 `반야봉(般若峰)`은 `지리산`의 의미를 불교적으로 볼 때 중심이 되는 봉우리인데 `지리산`이란 이름 자체가 중생을 제도하는`문수보살(文殊菩薩)`이신 `대지문수사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의 지(智)와 리(利)를 따왔으며 중생 근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몸으로 나투시기 때문에 `지혜(智慧)로운 이인(異人)이 많이 계시는 산(山)`이라 하며 산이나 산자락에 그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고 한다.`

반야`가 불도를 닦았다는 이곳은 멀리서 보면 여인의 가슴처럼 봉긋하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보이며 산정은 케언 하나와 이정표가 서있는 제법 너른터로써 주능선과 떨어저 있는 까닭에 조망이 좋고 특히 서쪽으로 해지는 모습인 `반야낙조(般若落照)`는 지리십경 중의 하나로 꼽힌다.잠시 둘러보는 사이 구름이 몰려오더니 금새 소나기가 내리는데 이제 하늘이 울고 있는 것일까?남명 조식은`하늘이 울어도 천왕봉은 오히려 울지 않는다(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라고 했는데 천왕봉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을까?도중에 약간의 바위구간이 있으므로 서둘러 내려가기 시작하였고 첫 번째(02.51)와 두 번째 갈림길(02.57)을 지나서 `노루목`에 이르자 비는 더 굵어지고 있지만 맞을만 하였므로 애써 우장을 꾸리지 않았는데 `임걸령`에 다다르자 아예 장대비로 내린다.

온몸은 젖어버렸지만 내겐 비에도 젖지않는 것이 하나 있다.과연 그게 무엇일까?빗물인지 샘물인지 모를 물을 세바가지나 들이키고도 왠지모를 갈증을 느끼며 다시 빗속을 걸어간다.`돼지평전`을 지나서는 앞에가던 경상도 말씨의 산꾼 두쌍이 내내 떠드는 소리가 듣기 거북하여 신종 산중공해를 실감하며 추월하였고 이제 비는 점점 잦아들기 시작한다.아직 한낮이지만 숲길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고 갈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기대하는 마음 때문인지 가는길이 외려 바빠진다.드디어 목책이 보이고 모퉁이를 돌아올라 통문을 넘으니 감시초소가 있는데 그 왼쪽은 옛날에 제사를 지내던 `노고단`의 정상이며- `천왕봉` 할미당(성모사)에서 제사를 지내던 것이 고려 때에는 높이 오르기 힘들어서인지 `노고단`에서 제를 올렸다고 한다.`노고단`(老姑壇)이란 뜻이 `늙은 시어머니 제사터`라는 말을 한자로 표시한 것이니 `천왕봉`의 할미와 `노고단`의 할미는 동격이다.그리고 조선시대 때에는 `종석대` 기슭으로 제단을 옮겼다고 한다.-오른쪽에는 케언이 세워진 가짜 `노고단`이다.

잰걸음으로 이도 저도 지나쳐버리고 대피소를 향해 난 돌길을 미끄러지듯 내려가 `노고단대피소` 매점앞에 서니 산장에 있던 사람들이 내 행색을 쳐다보고 있다.(04.25)그도 그럴것이 벌써 열댓시간을 걸어온데다 `반야봉`이후 줄창 비를 맞았으므로 거지가 따로 없다.성삼재에서 구례가는 버스를 5시에 타기로 작정한터라 `종석대`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콘크리트 포도를 구르듯 내려간다.성삼재 주차장에는 버스가 이미 도착하여 있었으므로 배낭을 부리고 잠시 내려서 `시암재`와 그아래서 펼쳐지는 운해를 구경하였다.(04.47)대간1구간 종주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자 이내 졸음이 오기 시작하는데 미망을 깨우려는 듯 몸은 좌우로 심하게 요동친다.비사몽간에 다시 뜻모를 갈증이 오는데 이 갈증의 실체는 무엇일까?나의 첫대간은 대간하기도 하다.


7.대간좌표

번호 명칭 시간

001 중산리매표소 00.50 N35 18.03 6 E127 45.03 7 097
002 칼바위 01.14 N35 18.36 4 E127 44.37 6 093
003 유암폭포갈림길 01.17 N35 18.38 4 E127 44.36 7 093
004 망바위(1068m) 02.00 N35 17.54 6 E127 45.23 8 097
005 로타리산장 02.36 N35 19.30 1 E127 44.20 1 087
006 법계사입구 02.44 N35 19.30 0 E127 44.17 8 087
007 개선문(1700) 03.34 N35 19.46 7 E127 44.02 3 085
008 천왕샘(1850) 03.54 N35 19.56 1 E127 43.59 4 084
009 천왕봉(1917) 04.14 N35 20.01 8 E127 43.58 3 083
010 통천문 04.47 N35 20.00 6 E127 43.44 9 083
011 제석봉(1814) 05.06 N35 19.54 7 E127 43.22 6 083
012 장터목산장 05.20 N35 19.42 7 E127 43.07 6 084
013 연하봉(1722) 05.40 N35 19.30 0 E127 42.45 6 085
014 촛대봉(1697) 07.16 N35 18.47 0 E127 42.07 6 090
015 세석산장 07.54 N35 18.53 7 E127 41.43 5 089
016 영신봉(1651) 08.05 N35 18.56 8 E127 41.26 2 0.88
017 칠선봉(1558) 08.38 N35 19.06 7 E127 40.42 8 086
018 선비샘(1491) 09.16 N35 19.05 4 E127 39.05 1 085
019 음정갈림길 09.46 N35 19.30 6 E127 39.29 0 079
020 벽소령대피소 10.05 N35 19.23 4 E127 38.41 2 078
021 형제봉(1452) 10.47 N35 19.26 6 E127 37.58 6 074
022 연하천 11.35 N35 19.44 1 E127 36.54 9 063
023 토끼봉 12.54 N35 18.36 1 E127 35.51 8 078
024 화개재 01.18 N35 18.21 3 E127 35.11 6 081
025 삼도봉 01.39 N35 18.21 8 E127 34.54 1 077
026 반야봉갈림길 1.49 N35 18.26 1 E127 34.37 7 067
027 반야봉 2.25 N35 18.47 5 E127 34.17 6 038
028 갈림길 2.51 N35 18.29 6 E127 34.27 6 058
029 갈림길 2.57 N35 18.25 1 E127 34.21 2 058
030 임걸령샘 3.20 N35 18.01 6 E127 33.44 2 000
031 노고단대피소 4.25
032 성삼재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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