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종주 12구간
(산줄기 144일째)

일 자 : 2002년 11월 13일
구 간 : 갈목이재(505번 도로)∼ 667.3m봉 ∼ 속리산 천황봉
날 씨 : 맑다가 흐림

참석자
김종국, 나종학, 장성인, 류민형, 조삼국, 박덕주, 김태웅, 구용회, 허문선, 한용수, 김수남, 최경섭, 우종수, 이영주, 김호택, 김종범, 김재정, 선종한(18명)

도상거리 : 8.8km(정맥거리) 접속 : 5.6km
갈목이재(395) - 2.4 - 불목이(420) - 3.4 - 667.3봉(△667.3m) - 3.0 - 속리산 천황봉(1057.7m)

종주일정
11:00/갈목이재 -- 11:30/580봉(능선분기점) -- 11:48/불목이 -- 12:01/574봉 -- 12:30(12:44)/중식 -- 12:56/636봉 -- 13:17/667.3봉 -- 13:27/688봉 -- 13:47/십자로안부 -- 14:39/922봉 -- 14:55(15:15)/휴식 -- 15:20/속리산 천황봉 -- 17:20/법주사

산행시간 : 4시간 20분(정맥) 접속 : 2시간(휴식시간 포함)

후 기
백두대간과 한남금북정맥의 산 속리산은 화강암을 기반으로 변성퇴적암이 섞여 있어 화강암 부분은 날카롭게 솟아오르고 변성퇴적암 부분은 깊게 패여 높고 깊은 봉우리와 계곡은 가히 절경을 이루고 있어 광명산, 미지산, 소금강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12월 13일 한남금북정맥 졸업을 앞두고 경방기간이 정맥꾼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기간 내 완주를 위해 우선 국립공원에 속한 갈목이재에서 속리산 천황봉까지 8.8km의 마지막구간 답사를 위해 보은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를 질주한다.

11시 505번 도로가 지나는 갈목이재 고갯마루다. 좌측아랫마을인 갈목리가 예전에 칡넝쿨이 많았고 길이 갈라지는 목에 있어 불리어졌다고 전해진다. 고갯마루에서 왼쪽으로 조금 내려서다 잡목숲길로 들어서니 눈길이 마중 나온다. 진달래나무가 거치적거리는 정맥길은 서서히 가팔라지던 오름길이 완만해지며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잠시 내려선 안부에서 내려다보는 삼가저수지의 푸른 수면이 너무나 아름답다.

11시 17분 지그재그로 올라선 능선분기점인 소나무 숲의 540봉에서 정맥은 오른쪽(동북)으로 방향을 틀며 걸음을 재촉한다. 다시 한차례 가팔라지는 오름길, 580봉에 올라서니 정맥꾼들 앞에 천황봉이 선 듯 모습을 들어내며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소나무숲의 진달래군락, 한차례 뚝 떨어지니 십자로 안부가 되고, 오름길에 만나는 은진 송씨 묘지, 오름길은 힘이 들만할 때 다시 완만해지면서 우측으로 아홉 개의 봉이 마치 병풍처럼 연이어 솟아있어 예로부터 구봉산이라 불리었던 구병산(876.5m)이 시야에 들어온다.

11시 30분 능선분기점이다. 삼각점이 있는 651.2m 봉으로 분기되는 580봉으로 오르기 직전 정맥은 오른쪽인 동릉으로 한차례 떨어진다. 자칫하면 직진하기 하기 쉬운 지점이다. 누군가가 혹시나 정맥꾼들이 길을 놓칠까봐 나뭇가지로 길을 막아놓아 따뜻한 눈길을 주며 십자로 안부로 내려서는 길은 눈과 낙엽이 한데 엉켜 미끄러운 길이다. 안부를 통과하면서 연이어 이어지는 정맥길엔 여기저기 버려진 묘지들이 볼썽사납다.

암릉에 이어 올라선 곳이 487봉이다. 전망은 막혀있는 봉에는 낙엽으로 단장한 참호가 정맥꾼들을 기다리고 있고 곧이어 만나는 헬기장에는 울타리를 두른 억새풀이 가을날의 찬란했던 은빛꽃잎은 떨군 채 쓸쓸하게 겨울채비를 하고 있다. 칼바람에 참지 못한 채 비명을 지르는 나무들, 손끝이 시려 입김으로 달래며 가는 정맥길...

북동쪽의 능선길은 안부를 뒤로 우측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과 음침한 소나무 숲, 이어 올라선 465봉에서 왼쪽으로 이어 내려선 곳이 옛 성황당 터가 조금은 남아있는 불목이재, 고갯마루가 왠지 뻔뻔하다. 예전 좌측아래 불목이마을에서 삼가마을로 넘나들던 고개...

11시 48분 불목이재를 뒤로 연이어 올라선 두 번째 봉에서 다시 동쪽능선을 타고 선명한 능선길은 능선분기점인 574봉에 올랐다가 북동방향으로 내려서면서 좀 더 가까워진 천황봉을 볼 수가 있다. 연이어 봉우리를 넘다가 만나는 바위와 노송과의 조화를 이룬 곳, 이어 만나는 561봉에서는 선답자들이 후답자들을 위해 왼쪽으로 조금 내려서다 오른쪽으로 내려설 수 있는 우회길을 만들어 놓았다. 암릉지대를 연이어 통과한다. 앞서가던 정맥꾼들이 커다란 바위를 바람막이로 허기를 메우려고 둘러앉는다.

12시 17분 십자로안부를 가로지른다. 이곳은 좌측으로 상판리 새목이 마을과 우측으로 아랫대목골로 넘나들던 고개, 진행방향을 확인하니 북쪽이다. 나무숲사이로 파란하늘과 두둥실 떠있는 뭉게구름아래 구병산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다시 한차례 오르막 끝에 540봉을 넘으면서 20여분의 시간은 중식시간...

12시 44분 중식을 끝내고 우측 아래로 마을 도로가 한 폭의 그림처럼 내려다보이는 장송숲길을 따르다보니 넓은 공터의 묘지 터에 유난히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싱그러워 보이고, 오른쪽 우회길을 버리고 힘겨운 가파른 오름 끝에 올라선 636봉에서 좌측 아래로 가마득하게 속리산관광호텔인 듯한 건물이 내려다보인다.

12시 56분 636봉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천황봉에 시선을 빼앗기며 내려는 정맥길엔 아름드리 장송 숲 사이로 진달래나무가 조금은 거치적거리고, 밋밋한 봉을 넘으면서 바위지대를 통과하고 나니 이번엔 참나무숲길이 나타난다. 커다란 바위지대를 우회하는 좁은 사면길은 눈길이 미끄러워 주춤거리는 모습들...

13시 10분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잠시 내려섰다고 올라선 곳엔 너무나도 아름답고 눈에 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기기묘묘한 암릉으로 이어진 속리산의 연릉들, 윗대목골로 내려설 수 있는 안부를 뒤로 한차례 올라선 좁은 공터에는 삼각점이 정맥꾼들을 기다리고 있다. 667.3m봉이다.

13시 17분 더욱 가까워진 천황봉을 보며 북서쪽으로 내려선다. 연이어 나타나는 암릉길, 우회길을 버리고 올라 선 봉이 688m봉이다. 왼쪽능선이 남산(637m)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좌측 아래로 법주사 근처 상가 건물들과 사내리 상수도수원지의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13시 27분 688봉을 뒤로 정맥길은 오른쪽으로 가파르던 내리막길이 암릉을 끼고 사면길로 이어진다. 좁은 칼날바위를 지날 때는 발걸음이 조금은 떨려옴을 느낄 수 있다. 암릉길을 따라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위험한 곳이 여러 군데 나타난다. 다시 안부를 가로지르며 오르막길이 시작되면서 조금은 여유를 찾아 좌우로 둘러볼 수가 있다. 방금 지나온 능선과 구병산능선과 속리산능선...

보은군에서는 충북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관이 빼어난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를 충북 알프스로 정하고, '99. 5. 17 특허청에 "충북 알프스"로 업무표장 등록을 마쳤다고 한다. 서원리에서 시작하여 527봉, 구병산, 장고개에 이어 721봉에서 백두대간과 합류하면서 문장대에서 상학봉까지 이어 나간다나...

13시 47분 연이어 아름드리 푸른 소나무와 벗을 하며 오르내림 끝에 우측 밤나무골 아래로 농촌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십자로안부에 내려선다. 좌측으로 법주사 우측으로 윗대목골로 내려설 수 있는 곳이다.

급경사의 오름길이 시작된다. 실로 오랜만에 긴 오르막과의 싸움,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수직에 가까운 홈통길로 내려설 때 외롭게 정맥을 지키는 고사목 한 그루, 바위와 소나무의 어울림이 아름답다. 연이어 안부에서 암릉길이 나타나더니 다시 가파른 오름길이다. 커다란 바위지대의 봉우리 직전 왼쪽 허리길로 들어서서 잡목을 헤치며 낙엽을 가르며 간다. 바위들의 전시장, 협곡이 볼 만하다.

14시 18분 한차례 가파른 오름길은 코가 닿을 듯 힘겨운 오름길이지만 세차게 불어대는 찬바람이 등에 땀이 날 여유를 주지 안는다. 올라선 봉에서 이제 손에 잡힐 듯한 천황봉,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이 되면서 연이어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하늘은 트여있는데 눈이 바람에 날리며 더욱 겨울을 실감하게 한다.

14시 32분 고도를 높이면서 만나는 전망대바위, 제일먼저 형제봉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 반갑게 다가온다. 만수리와 천황봉에서 발원한 삼가천에서 삼가저수지에 이르는 4㎞의 정도의 계곡과 숲 그리고 깎아지른 듯한 바위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죽길이 나타난다. 이어 만나는 흙무더기, 조랑말이 한마디 남기고 앞서간다. "효자 난 네"

14시 39분 922봉을 통과한다. 정맥은 동북방향이다. 북쪽으로 입석대에서 문장대를 거쳐 묘봉까지 이어지는 암릉이 너무 아름답다. 뒤돌아보는 오늘 걸어온 능선들, 통나무 계단길로 천황봉을 올라섰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암릉길을 올라서면서 우측 아래로 산골마을들, 다시 벼랑길을 오른다.

14시 50분 쌍묘가 있는 공터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이 묘지의 자손들이 진짜 효자인가 보다. 이제 천황봉에서 외치는 소리가 바로 가까이 들린다. 연이어 바위길을 오른다. 또다시 커다란 암벽이 쉼터가 되어준다. 세차게 불어대던 바람도 암벽을 등지고 있노라니 한결 딴 세상 같다. 긴 휴식, 아마 좀더 만남을 뒤로 미루고 싶었을까?

15시 15분 20여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날등에 올라섰다가 바위문을 통과하며 내려서면서 만나는 백두대간 능선, 얼마 만인가...

15시 20분 삼파수의 발원지인 속리산 천황봉(1057.7m)에 오른다. 남쪽으로 낙동강, 서쪽 법주사로 흘러내린 골물은 장차 아름다운 달래강이 되어 북쪽을 거슬러 오르다가 충주 탄금대 아래서 남한강에 몸을 섞는다. 천왕봉 남쪽의 골물은 보은과 청산을 지나 금강의 대청호로 흘러드니 그 여울(금강)과 달래강(남한강)을 가르는 산줄기가 바로 천왕봉에서 말티고개를 건너 청주의 산성고개, 그리고 청안의 질마재, 괴산의 모래재, 음성의 행티고개, 지난 9월 첫발을 내딛었던 칠장산의 우리의 자랑스러운 산줄기, 아직은 다 잇지는 못해서도 한남금북의 시작이며 아울러 끝점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 잠시 내려선 헬기장에서 조기 졸업식을 가져본다.

하산은 법주사 4.1km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나면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상고암 갈림길을 지나고 상환석문을 통과한다. 계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서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과 물소리에 왠지 모르게 젊은 날의 추억이 가슴을 흔들고 지나간다.

16시 20분 길고 지루한 하산길 끝에 수정봉 아래 법주사 경내에 들어서니 해는 이미 서산으로 숨어버리고 바람소리만 을씨년스럽다...

종주 사진첩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12)